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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208화 (208/265)

< 208 >

동민이 영화에 관한 여러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오긴 했지만, 1980년대와 90년대 어린아이의 몸으로 거기에다 미국에서 동양인으로서 활동하는 건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인종차별이 꽤 남아 있었고, 오죽 했으면 흑인 폭동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인종차별은 줄어들었지만, 결과물은 진취적이고 미래적이면서도 결정권자들 아주 보수적인 할리우드 영화판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그나마 시장이 성장 하면서 흑인 배우들의 등장이 늘어났지만, 미국 인구수에 있어서 높은 영향력을 끼치지 못 하는 동양인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말 그대로 보조 장치로 밖에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감독으로 활동을 하기에도 한계가 있었고, 그나마 홍콩에서 전설로 이름을 알려온 명감독 한두 명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딱히 동양인에 대한 눈에 띄는 차별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회를 주어주지도 않는 실정이었다.

할리우드의 정보가 모이는 할리우드 세탁소에 있으면서 동민은 할리우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직접 나서는 대신 닐과 친한 감독들을 활용해 조금씩 영향력을 넓혀왔다.

이제는 나이도 성인인 데다가 자금력도 비교 불가능하고, 10년이 넘게 성공적인 투자를 하면서 이름이 알려져 활동하는데 제약이 없겠지만, 그래도 약점을 남기고 싶지 않아 USC는 꼭 졸업 할 계획 이었다.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회사의 수장들은 모두 썩었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감독과 배우를 마음대로 조종하다 못 해 개인의 욕망을 위해 써먹기도 하지. 지금도 종종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던데, 과거에는 정말이지 막장이었다네.”

“저도 할리우드 한 가운데 살고 있어서 이런 저런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어울리지 않았고요.”

사실 동민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여러 손길이 뻗쳐 왔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군대를 다녀오면서 그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큐브릭 스탠리는 계속해서 왜 자신이 미국을 떠나 영국에서 지내고 있는지와 할리우드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 하다가, 동민이 그런 할리우드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인물 이라며 자신이 꿈꾸고 있는 이상향을 말해 주었다.

하지만, 동민은 아직도 동양인으로서 할리우드를 바꾸는 건 힘들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한국을 알리다 보면 20년 후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기회를 얻게 되고, 거기에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큐브릭은 오늘 처음 만나는 동민에게 빠르게 행동할 것을 바라고 있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의만 할뿐 바로 수행할 생각은 없었다.

길게 보면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었고, 한류라는 열매가 열리기까지 꾸준히 비료를 뿌리면서 토양을 강하고 건강하게 가꿔 나갈 계획 이었다.

“내가 오늘 처음 만난 젊은이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군. 그래도 자네를 보니 기대가 커서 늙은이가 욕심을 부렸다고 생각해 주게나.”

“저야말로 감독님을 뵐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오늘 해주신 말씀은 잘 기억하여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침서로 쓰겠습니다.”

동민의 훌륭한 답변에 큐브릭 스탠리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고, 동민이 할리우드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방문하기로 약속 했다.

“세상에. 큐브릭 감독님이 처음 만난 누군가에게 이렇게 친절한 모습을 보이는 건 상상도 못 했어.”

“이게 다 제가 잘나서 그런 거죠. 탐도 힘들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김치랑 홍상 보내줄게요.”

큐브릭의 저택에서 나오는 길에 탐 크루스가 동민을 보고 놀라워했고, 동민은 그의 집에 들러 니콜 키크만과 인사를 나누고는 호텔로 이동했다.

다음날 런던 노팅힐의 상점가로 가자 프리티 여인부터 안면이 있던 줄리아나 로버트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세상에. 정말 다니엘 이니?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아직 어린 티가 났는데 이제는 멋있는 남자가 되었구나. 군대 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 모습을 보니 남자는 군대를 다녀올 만 한 것 같네. 아주 섹시해졌어.”

“하하. 줄리아나도 나날이 매력이 늘어가네요. 잘 지냈어요?”

“어머! 다니엘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은걸? 이제는 누나가 여러 가지 좋은 걸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아쉽게도 제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과외를 받을 기회가 없을 것 같네요. 오늘도 저녁에는 스코틀랜드로 이동 해야 해서요.”

줄리아나 로버트는 할리우드에 돌아가면 세탁소에 놀러가겠다고 했고, 노팅힐 서점의 감독을 맡고 있는 로저 미쉘 감독을 소개해 주었다.

이미 동민이 투자자임을 알고 있는 로저 미쉘 감독이 반겨 주었고, 바로 남자 주인공 역을 맡고 있는 휴이 그랜트도 소개해 주었다.

“내가 본 동양인 중에 가장 잘 생긴 청년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외모와 엑센트가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이번 영화 잘 부탁드립니다.”

휴이 그랜트는 제2차 세계대전 영웅 출신의 할아버지와 외가에는 영국 총리도 있는 영국 상류층 출신으로 엑센트인 포쉬 발음을 교양 있게 구사했다.

그는 명문 초등학교를 나와 똑똑한 아이들 중에서도 똑똑한 아이라고 소문이 났었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다.

유수의 대학원에서 서로 오라며 연락을 받지만, 연기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꾸준히 활동을 하다가 1번의 장례식과 4번의 결혼식이라는 영화로 단번에 슈퍼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다.

한창 잘 나가던 중 차에서 매춘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려는 걸 경찰에 적발되어 벌금을 물고,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이번 노팅힐 서점에서의 열연으로 다시 인기를 회복하게 된다.

웬만해서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 정도의 타격을 입었음에도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만큼 휴이 그랜트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성격이 괴팍하다는 소문이 있기도 했는데, 동민이 만나본 그는 아주 신사적이고 매너가 넘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줄리아나에게 다니엘 군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 김치라는 걸 먹으면 유명해 질수 있다고 해서 먹어 봤는데, 역시나 인기는 얻기 힘든 것이더군요.”

“하하. 처음에는 먹기 힘들지만, 금방 적응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먹기 쉬운 김치로 하나 보내드릴게요.”

이미 할리우드 안에서는 김치가 유명한 음식이 되어있었고, 이제는 영국에 조금씩 퍼트리기로 했다.

당연히 큐브릭 스탠리에게도 김치를 선물로 주고 왔고, 건강 생각을 많이 하는 그는 기대 이상으로 김치 선물을 좋아했다.

살짝 느슨하면서도 귀품이 느껴지는 영국 신사 휴이 그랜트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고, 런던을 뜨기 전에 잠시 그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내가 다니는 USC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동민은 런던극예술학교를 찾아갔고, 고전 연기 대학원 건물로 들어가자 마침 오늘 저녁에 열리는 학생 연극을 홍보하고 있었다.

연근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름과 얼굴을 확인하자 동민이 찾고 있는 사람이 오늘 무대에 오르기로 되어 있었다.

“크크. 완전 못생겼는데? 이건 찍어가야겠다.”

동민이 사진을 찍은 그는 우스꽝스러운 머리에 어색할 정도로 짙은 눈썹을 하고 있었고, 몸도 살짝 외소해 보였다.

시간을 잘 맞춰서 그런지 연극이 바로 시작 되었고, 영국 대학원생들이 연기하는 세익스피어의 고전을 직접 보니 느낌이 달랐다.

“오~ 드디어 나온다.”

잠시 후 동민이 기다렸던 학생이 무대 위로 올라와 상당한 실력의 연기를 선 보였고, 그의 묘하게 기다란 얼굴에서 나오는 매력적인 중후한 목소리와 고급스러운 포쉬 발음이 더해져 못생긴 얼굴이 조금씩 잘 생겨 보였다.

지금은 무명에 데뷔조차 하지 않은 그는 2000년 이후로 드라마와 영화에 조금씩 얼굴을 비추다 탐정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한동안 못생긴 배우 순위에서 상위권에 머물다가 눈썹을 다듬고, 머리를 깔끔하게 정돈하더니 벌크업을 하면서 묘하게 매력적인 외모로 거듭나게 된다.

이에 팬들은 못생긴 얼굴로 잘생김을 연기한다며 그의 연기를 칭찬하는 척 외모를 까기도 하고, 조금씩 외모 평가가 올라가더니 결국 못생긴 사람들 중에 가장 잘생겼다는 칭찬을 받게 된다.

지금은 연기력만 훌륭한 키만 큰 영국 배우인 그가 환골탈태하게 되는 미래를 떠올리다 보니 연극이 금방 끝났고, 동민은 그에게 인사를 나누러 백스테이지로 찾아갔다.

“오늘 연기는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저는 할리우드에서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다니엘 킴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오셨군요. 여기는 대부분 지역 주민이나 관련 비지니스에 종사중인 유럽 사람만 오는 곳인데, 좋게 봐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배네딕 컴버바취씨 여기 포스터에 사인을 해 주시겠습니까? 당신은 분명 미래에 유명한 배우가 되실 것 같네요. 미리 사인을 받아 두려고요.”

“하하. 저도 그랬으면 좋겠군요. 할리우드에서 오신 팬이라니 기분이 좋아지는 군요.”

드라마 셜록 홈스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리게 되는 베네딕 컴버바취가 기뻐하며 동민이 따로 구입한 연극 포스터에 사인을 해 주었다.

그에게 사인을 받은 동민이 팬으로서 주는 선물이라며 김치를 건네주었고, 그는 처음에는 거절하다 음식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기뻐하며 받아 들였다.

“마침 제가 채식주의라서 고기가 들어있는 음식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케비지로 만든 한국 전통 스파이시 피클이라니 지금 맛을 보고 싶을 지경이네요.”

“향이 강한 편이니까 여기서 열지는 마시고, 집에 가서 맛을 보시는 걸 추천 드려요. 몸에도 아주 좋은 음식이니까 처음에는 먹기에 맛이 강하더라도 먹다 보면 금방 익숙해지실 거예요.”

영국에는 아직 김치는 커녕 한인들만 가는 한국 음식점이 몇개 겨우 있는 정도 였다.

미래에 한류가 유행하면서 런던에 한국 음식점이 많이 생긴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은 한국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이었다.

‘토트넘 구장을 들렸다 가야하나? 손민흥이 활약하려면 20년이나 기다려야 하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먼저 가 보는 게 좋겠지?’

아무래도 영국에 한국을 가장 먼저 알리는 건 한국 출신 축구선수들이다 보니, 영국에 온 김에 축구를 보러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스케줄에 여유가 없는 관계로 연극을 보고 미래에 마불 코믹스의 히어로로 출연하게 되는 베네딕 컴버바취와 인사를 나누고는 바로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얼굴이 좋아 보이시네요.”

“어머. 다니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모든 게 다니엘 덕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핸리포터 소설 하나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J.K. 롤린은 이전에 보았을 때와 비교해 훨씬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핸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마법사의 돌은 영국에서 열풍을 일이키다 영어권 국가에서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고는 이제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갱신되는 판매 기록에 정신이 없으면서도 그녀는 꾸준히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매번 좋은 소식만 들려오고 있는데, 또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아직은 시간이 있긴 한데,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직접 찾아왔어요.”

< 208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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