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 >
마이크 베이와 토니 스캇이 돌아가고, 이번에는 타이탄익을 타고 열심히 돌아다니던 카메룬 제임스가 찾아왔다.
“감독님도 피부가 타긴 하네요.”
“썬텐 오일을 열심히 발랐지. 승객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 피곤하긴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카메룬은 대양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며 심해 탐사를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잠시 그동안 타이탄익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고, 이후 카메룬은 동민이 만든 ‘김치남’을 시청했다.
“히어로 무비라. 마불 코믹스를 인수하고, 캐릭터 산업에 관심을 가지더니 결국 이쪽으로 나갈 생각이구나.”
“앞으로 계속해서 컴퓨터 그래픽이 발전 하면 히어로 시리즈가 힘을 발휘할 거예요. 배드맨의 흥행을 보셔서 아시잖아요.”
“나는 바다에 관련된 영화를 만들면 망한다는 편견을 깨고,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흥행 기록을 달성했지.”
“그건 카메룬 감독님이나 가능한 거지 저 같은 학생에게 그런 걸 바라면 어떡해요.”
카메룬은 동민의 영화를 보고 피드백을 조금 주다가 결국 자신의 위대함을 자랑했다.
“그러니까 인센티브 좀 더 달라고. 타이탄익이 흥행기록 계속 갱신 중인데, 나한테 주는 돈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지 않아?”
“저는 투자자지 제작사가 아니니 제작사에게 문의 하셔야죠.”
“그리고 보니 닐이 요즘 제작사를 설립한다고 여기저기 돌아 다니던데, 이제 본격 적으로 제작에도 손을 댈 생각이냐?”
“일단은 졸업 하고 출근 할 계획이에요. 지금은 제작을 준비 중인 영화가 있어서 제작사를 설립 할 수밖에 없었고요.”
카메룬 역시 동민이 가락지의 제왕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이번에도 흥행하기 쉬운 정답을 따라 간다며 잔소리를 했다.
“나보다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감독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웬만한 녀석들 보다는 훌륭하구나.”
“예산을 생각 하셔야죠. 감독님은 제작비 먹는 하마잖아요.”
“너도 주어진 예산을 아득히 넘었다는 건 완성된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영수증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가진 건 돈 밖에 없는 녀석이 예산이 가지고 징징 거리다니. 이번에 타이탄익으로 네가 벌어들일 수익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배가 아플 지경이라고.”
개봉하기 전에는 다들 걱정하던 타이탄익에 동민이 최대 지분을 투자했고, 타이탄익 호의 명의까지 가지고 간 상황에서 해외 흥행 수익을 더해보니 2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 되었고, 할리우드 영화판의 시선이 동민에게 집중 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내 덕에 큰돈을 벌었으니까 다음 영화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
“설마 이번에도 제작비 기록을 갱신할 생각은 아니시죠?”
“글쎄다 아직 어떤 영화를 만들지 정하지는 않았는데, 장담은 못 하겠구나.”
다행인건 카메룬의 다음 작품이 10년 뒤인 2009년에 개봉한다는 것 이었고, 안타까운 점은 타이탄익의 제작비인 2억 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이었다.
약 2억 4천만 달러의 예산을 쓰긴 하지만, 30억 달러에 살짝 못 미치는 수익을 벌어들이기에 동민은 얼마든지 투자할 의사가 있었다.
카메룬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는 또 다시 동민을 처음 봤을 때는 꼬맹이였는데 벌써 이렇게 자라나 자신의 첫 영화를 만들었다며 옛날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세탁소를 닫을 시간이 되었다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찾아오는 사람들 마다 보여줬더니 나도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아. 이제 학교에 제출 했다고 오지마라고 해야겠다.”
자신의 영화를 너무 많이 보는 바람에 지쳐버린 동민은 당분간 영화를 봉인해 두려고 했는데, 봉인을 해체할 능력과 지위를 가진 자가 찾아왔다.
“다니엘! 내가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들었단다. 왜 진작에 보여주지 않았니?”
“감독님은 라이언 이병 구하기로 바쁘지 않으세요? 다음 주에 개봉 하는 거로 알고 있어서 연락을 안 드렸어요.”
“이미 편집도 다 끝났고, 마케팅은 내가 하는 것도 아닌데 바쁠 이유가 없단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이야기를 하다 네 이야기가 나와서 다 함께 찾아 왔단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람은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이었고, 그가 20대 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 왔다.
문제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이었는데, 조만간 별들의 전쟁 1편을 만드는 조지 누카스 감독과 역사상 최고의 영화감독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언급 되는 마르틴 스콜세지도 함께 왔다.
거기에다 니콜라스 게이지의 삼촌이자 지옥의 묵시룩과 갓파파를 연출 하면서 거장의 지위에 오르고, 지금은 캘리포니아에서 와인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프란체스 포드 포콜라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브라이언 드 팔머 까지 더해지자 할리우드를 움직일 수 있는 어벤저스가 세탁소로 찾아왔고, 아직 한 창 활동 중인 무서운 네 감독이 동민의 단편 영화를 보여 달라고 하자 도저히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었지만, 이걸 보여줘도 괜찮은지 걱정도 되었다.
“자. 빨리 틀어 주게나. 전에 만들어 주었던 버터구이 오징어도 두 마리 준비해 주면 좋겠군.”
엄청난 이름값을 하는 네 감독들은 동네 중장년 아저씨들처럼 세탁소 휴게실에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수다를 떨었고, 동민은 영화 상영 준비를 하며 버터구이 오징어를 만들었다.
“오! 독립 단편 영화라고 하더니 필름은 좋은 거로 썼군.”
“음악이 신선한데? 젊은이들이 좋아 할 스타일의 영화로군. 가벼우면서도 강력 한 느낌이야.”
“소품을 나열하는 방식이 익숙한데, 혹시 웨즈 엔더슨 감독을 참고 했나?”
영화 보는 눈이 예리한 아저씨들은 오징어 다리를 씹으면서 동민의 ‘김치남’을 분석했고, 대충 던지는 말들에도 뼈가 들어 있었다.
“대부분의 단편 독립 영화들은 대중성과 흥행성적을 포기하고 작품성으로 밀어 붙이는데, 다니엘 군은 반대로 작품성을 내려놓고, 흥행을 목표로 만든 것 같네.”
“일부러 의도한 가볍고 빠른 전개와 화려한 액션이 잘 어우러져 요즘 뜨고 있는 마이크 베이 스타일의 동양 히어로 무비를 보는 것 같아.”
“폭파 장면은 없지만, 액션 이팩트가 그에 버금가는군. 솔직히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을 제외 하고, 컷 들만 나눠 봤을 때는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무비 뺨치는 퀄리티가 나오는군.”
처음에는 스필버그의 강요로 재미삼아 동민의 영화를 보러 왔다가 단편 영화 시청을 모두 마치자 그들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을 하고 있었다.
“내년에 졸업 이라고 했는가? 여기 아저씨들은 전부 학력이 떨어지는데,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영화학과를 가진 서든 캘리포니아 대학교 선배인 나와 함께 작업을 해 보는 건 어떤가?”
가장 먼저 학교 같은 과 선배 출신인 조지 누카스가 동민에게 작업을 걸었다.
조지 누카스는 별들의 전쟁과 인디아나 존슨 시리즈를 만든 영화 감독이자, 프로듀서, 각본가로 영화의 세계관을 만드는 능력과 프랜차이즈화 하는데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특수효과와 CG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다.
동민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퓍사의 경우도 처음에는 조지 누카스가 설립하였지만, 이혼 위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급매로 내 놓은 것을 인수 했었다.
조지 누카스는 영화 만드는 것 빼고 모든 걸 잘 하는 천재로 유명한데, 각본은 기가 막히게 만들지만, 덕심이 너무 강하다 보니 자신의 세계에 빠져 마음대로 영화를 만들어 별들의 전쟁 후반부로 갈 수록 관객들에게 욕을 먹게 된다.
별들의 전쟁 영화를 처음 만들었을 때도 촬영을 끝낸 뒤 내부 시사회를 열었는데, 친구인 프란체스 포드 코폴라와 브라이언 드 팔머를 포함한 영화 업계 종사자들이 필름을 보고는 비웃었다고 한다.
이는 특수효과나 음악이 들어가지 않은 누카스가 직접 작업한 엉성한 편집본이라 그랬고, 이후 전문 편집자를 고용해 완성한 작품 사람들이 알고 있는 첫 번째 별들의 전쟁 이었다.
조지 누카스는 내년에 별들의 전쟁 1편을 개봉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올 해 부터 촬영에 들어간 사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별들의 전쟁 시리즈는 4,5,6편이 먼저 나오고 이제야 1편을 찍게 되었는데 이렇게 특이한 순서로 만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내가 올해 별들의 전쟁 1편을 만들고 있는데, 라이트 세이버로 결투를 하는 장면에 자네의 액션 기법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군. 나와 함께 작업할 생각은 없는가?”
“제가 학생 신분이라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안은 감사드리지만, 고민해 보고 알려 드리겠습니다.”
조지 누카스의 별들의 전쟁 촬영에 함께 한 다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 되겠지만, 에피소드 1편은 독이든 성배와 같은 작품 이었다.
에피소드 4,5,6편이 워낙 훌륭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고, 마지막 에피소드 6가 나온 이후로 16년이나 흘렀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흥행이야 걱정할 필요 없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영화가 나온 이후 팬들은 실망감에 엄청난 불평을 쏟아내게 된다.
시간이 흘러 더 상태가 좋지 않은 후속작들이 나오면서 재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전설적으로 뛰어난 완성도에 추억보정까지 더해진 별들의 전쟁 오리지널 삼부작의 아성을 뛰어 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궁금한 게 있는데 에피소드 4,5,6을 먼저 만드시고 이제야 1,2,3을 제작하는 이유가 정말 컴퓨터 그래픽 기술력 때문인가요?”
“당연하지. 그 당시 기술로는 1,2,3편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었기에 내가 그동안 컴퓨터 그래픽에 투자를 꾸준히 해 온 거고, 드디어 프리퀄 시리즈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
조지 누카스의 말을 들은 세 감독들의 표정이 찡그러지더니 진실을 말해 주었다.
“이 녀석은 처음에 한 편만 만들 생각 이었다고.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너무 잘 되니까 후속작을 만들었고, 프리퀄인 1,2,3편의 시나리오는 6편이 나오고 한참 후에나 완성 했다니까.”
이야기의 주제가 동민의 단편 영화에서 별들의 전쟁으로 넘어갔고, 오랫동안 할리우드에서 활동해 온 이들이 그 당시의 상황을 말해 주었다.
조지 누카스는 1971년 THX1138을 개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게 되고, 영화 제작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같은 해 누카스필름이라는 영화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2년 후 주지 누카스는 1960년대 미국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아메리카 그래피티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영화 배급사의 신뢰를 회복했고, 평소 깊은 관심을 두고 있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다.
누카스는 고전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세계관에 동화적인 모험 이야기를 더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고전 작품부터 당시 인기가 있던 소설, 만화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으며 장르에 대한 분석을 했고, 신화나 판타지에 관련된 책도 읽으며 꾸준히 공부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렇게 3 여 년간의 수없이 많은 수정을 거친 시나리오가 완성 되었고,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별들의 전쟁이 탄생했다.
“내가 완성된 시나리오를 들고 제작사의 문을 두드리며 제작비를 받아내기 위해 엄청 고생 했었지.”
< 198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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