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60화 (145/265)

< 160 >

“제 이름을 알고 계셨네요? 박진형 대표님에게 들으셨나요?”

“아니요. 94년에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으셨죠? 그때 인상이 깊어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살이 찌지 않아 호리호리하고 살짝 날카로워 보이기까지 한 방신혁은 재능이 심상치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데다 마이크 잭선까지 부른 동민이 자신을 알고 있자 감동했다.

방신혁은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수상 이후 가수에게 곡을 주며 창작 활동을 이어가다 박진형에게 스카웃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JHP엔터테인먼트의 수석 프로듀서로 활동하게 된다.

이후 박진형과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며 미국까지 함께 진출해 같이 살게 된다.

수석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은 방신혁은 2005년 1월 JHP엔터테인먼트를 나와 메가히트라는 자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창립하게 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지내다가 2013년 세계에서 가장 거물이 되는 보이 밴드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영세한 기획사에서 대중에 나설 기회를 잡지 못하고 힘들게 활동을 이어가다가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들의 매력을 보여주게 되고, 해외에서 큰 반응을 얻으면서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방신혁도 유명 인물이 되고, 재산도 20억 달러(약 2조 5천억 원)를 넘기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내 재산도 10억 달러는 넘긴 것 같던데 그럼 나도 한화로 1조 재산을 가지고 있는 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미래에 엄청나게 성장하여 진정한 국뽕의 시대를 열어주는 동탄소년단과는 데뷔 전부터 친하게 지낼 생각이었고, 그러려면 방신혁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했다.

드라마의 영향도 있지만, 동탄소년단의 인기로 덩달아 해외에서 한국 남자의 위상이 올라가는데, 지금은 무시당하는 한국 남자를 인기인으로 만들어 주는 그룹의 아버지이니 그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동민의 뜨거운 시선에 부담을 느낀 방신혁이 어떤 도움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도와주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다니엘. 이제 여기서 나가야 할 것 같은데? 나도 피곤해서 더는 못 알려 주겠어.”

“힘들었을 건데 큰일 해 줘서 고마워요. 마이크. 어떤 호텔에서 머물러요? 저녁 시간은 비워뒀죠?”

“네가 서울 구경시켜 주기로 했으니까 당연히 비워놨지. 매번 해외 나갈 때마다 호텔에서 머물렀더니 이제 지겨워져서 친구네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

“나 말고 한국인 친구가 또 있었어요?”

“당연히 너네 집이지. 다니엘 부모님에게는 이미 연락해 뒀고, 남는 방도 있다고 하더라.”

마이크 잭선이 자신의 집에서 자겠다는 말에 황당했지만, 생각해 보니 매번 호텔에서만 지내던 그라면 이런 경험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마이크를 위한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으니 아주 좋아할 것 같았다.

아직도 입가에 짜장면 소스를 묻히고 있는 그에게 냅킨을 건네주었고, 아이들과 함께 SN 엔터테인먼트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대표님. 오늘 저녁에 마이크와 아이들을 위해서 이벤트를 준비 중인데 연습생이랑 직원 전원 참석해 주실 수 있으시죠? 사람이 필요한데 입이 무거워야 하거든요.”

“나도 방송 쪽 일을 하고 있으니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말게나.”

이수남에게 언제 어디로 와 달라는 말을 남기고는 마이크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마이크 잭선이 집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음식 준비로 분주하긴 했지만, 그동안 아들 때문에 외국 유명인을 많이 보았기에 구면인 마이크를 보고 딱히 호들갑을 떨지 않으셨다.

“우와. 한국 가정집에는 처음 와 봐. 너무 신기하다.”

“그래도 손님이니까 내 방에서 자요. 아이들 때문에 남은 손님방이 너무 작아서 오늘은 내가 거기서 잘게요.”

“괜찮아. 둘 다 작은 건 마찬가지인걸. 그래도 네가 편하다면 네 방을 쓰도록 할게.”

마이클은 신기하다는 듯이 집을 구석구석 구경했고, 이제 부모님 집이 익숙해진 아이들이 자기 집인 듯 안내를 해 주었다.

아이들이 온 이후로 대식구를 먹이기 위해 요리하느라 고생을 하고 있는 엄마는 마이클이 비빔밥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대한 양푼에 비빔밥을 만들었고, 최고급 한우로 만든 고기 산적과 여러 종류의 반찬을 준비했다.

“많이 만들었으니 양이 부족하면 더 먹어요.”

“지금도 충분히 많아 보이는데요?”

“나물 때문에 부풀어서 많아 보이는 거지 먹다 보면 부족할 수도 있어요.”

이미 양푼이 비빔밥을 몇 번 먹어본 제시카와 크리스티나, 브리트니가 능숙하게 커다란 국그릇에 담아준 비빔밥을 먹었고, 마이클도 맛을 보더니 이상하게 끌리는 맛에 결국 두 그릇을 먹고 말았다.

“배가 부르긴 한데 거북하지는 않고 기분 좋게 배가 불러.”

“나물이 많이 들어갔으니까 많이 먹어도 금방 소화되고, 몸에도 좋아요.”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과일과 한과까지 먹고 나자 마이클이 저녁에 무엇을 할 건지 물어보았다.

“10시까지 가기로 했으니까 좀 쉬다가 출발하면 될 거예요. 생각보다 오래 있으면서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한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요.”

아이들이야 아직 팔팔한 나이라 괜찮았지만, 항상 바쁜 스케줄로 피곤한 마이크에게 잠이 안 오더라도 누워 있으라고 했고, 한 시간 뒤에 잠에 든 그를 깨워 아이들과 함께 잠실로 이동했다.

“동민아 네가 부탁해서 어렵게 진행하긴 했는데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니?”

“많이 쓰긴 했지만, 마이크한테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 저 얼마나 버는지 아시잖아요.”

군대 안에 있어 마이크 잭선을 위한 서프라이즈 선물을 직접 준비할 수 없어 아빠에게 부탁했었고, 나름 인맥과 연줄이 있는 아빠가 아들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비싼 비용에 난감해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운영시간이 끝난 잠실에 있는 놀이동산이었고, 동민은 수억을 들여 통째로 임대했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꼭 필요한 인원만 남아 놀이동산을 운영했고, 놀이기구를 좋아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자신의 집에 자그마한 놀이기구를 만든 마이크 잭선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세상에. 정말 여기 있는 놀이기구를 타도되는 거야?”

“실내라서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하니까 타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타도 돼요. 너희들도 마이크랑 같이 타 줄 수 있지? 아무래도 혼자 타면 재미가 덜 하거든.”

디주니랜드에 여러 번 가 본 아이들이었지만, 작지만 아기자기한 한국의 놀이동산을 마음에 들어 했고, 마이크와 함께 타 주겠다고 답했다.

아기자기하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넓은 놀이동산에 동민까지 7명이서 돌아다니기엔 너무 한산해 보였고, SN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들이 합류하면서 조금 북적이면서 놀이동산 느낌이 났다.

“너무 좋아. 저거 타 보러 가자. 여기 있는 인형이랑 액세서리도 살 수 있는 거지?”

흥분한 마이크 잭선이 기념품 가게에서 묻지 마 쇼핑을 시전했고, 후룸라이더를 타더니 외부에 연결되어 있는 매직 아일랜드를 발견하고 더욱 난리를 부렸다.

“다니엘 고마워. 한국이 너무 좋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이크를 보고 다른 이들도 기분이 좋아져 함께 놀이 기구를 타고 놀았고, 중간중간 추로스와 솜사탕, 핫도그를 먹었다.

“오빠랑 놀이동산에 오니까 좋긴 한데 마이크 잭선은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마이크가 어려서부터 유명해지는 바람에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걸 못 해 보고 자랐거든. 그래서 이런데 로망이 있었나 봐. 미국에서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가능할 것 같아서 무리 좀 했지.”

“여기 다 빌리려면 돈 많이 들었을 건데 괜찮아?”

“제시카랑 재미있게 노는데 이 정도는 부담 없어.”

그야말로 플랙스를 해버린 동민을 제시카가 걱정했지만, 계속해서 불어나는 재산에 비하면 이 정도 지출은 정말 부담되지 않았다.

그렇게 잠실에 있는 놀이동산에서 3시간 정도 놀자 모든 놀이기구를 다 탈 수 있었고, 줄이 없기에 두 번씩 타기도 했다.

“너무 좋았어. 이렇게 행복하긴 오랜만이네.”

“마이크가 만족했다니 나도 기쁘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나도 놀이동산에 왔네요.”

놀이동산을 통으로 빌렸다는 특별한 경험에 모두들 즐거워했고, 동민이 마이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하나 더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에요. 집에 돌아가기 전에 들려야 할 곳이 있어요.”

원 없이 놀이동산에서 기구를 타며 즐긴 사람들은 지하에 연결된 직원 전용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이동했다.

“오빠 어디로 가는 거야?”

“특별한 곳은 아닌데 마이크가 항상 가 보고 싶어 했던 곳으로 가고 있어. 제시카는 실망할 수도 있으니 기대는 하지 마.”

이번에도 가능한 많은 사람이 필요했기에 모든 이들을 데리고 이동했고, 10분가량 걸어가자 지하 몰 구석에 있는 대형 마트에 도착했다.

“여기는 로때마트인데?”

“마트에서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다 고르세요. 계산은 마이크가 해 줄 겁니다.”

놀이동산에서 직원 전용 통로를 이동해 비밀스럽게 이동한 곳이 대형마트라는 사실에 사람들이 의아해했지만, 마이크는 놀이동산보다 더 감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놀이동산은 비슷하게나마 집에 만들어 두면서 기구를 타 볼 수 있었지만, 항상 꿈꿔오던 마트 쇼핑은 아직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조만간 미국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지인을 통해 저녁에 엑스트라를 고용한 다음 장을 보는 척 연기를 시키고 간접 경험을 시켜 주는데 동민이 한발 빠르게 영업시간이 지난 마트를 빌린 것이다.

이번에도 아빠가 고생을 하긴 했지만, 놀이동산과 같은 계열사의 마트라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다.

“내가 다 살 테니 가지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골라요!”

마이크 잭선이 사준다는 말에 사람들은 쇼핑 카트를 밀며 장을 보았고, 마이크도 카트에 매달려 마트를 돌아다니며 장 보는 기분을 만끽했다.

“다니엘. 너무 고마워. 그냥 얼굴만이라도 보고 가려고 한 건데. 오늘 하루 종일 너무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아. 이런 거 빌리려면 돈 많이 들었을 건데 괜찮아.”

“마이크보다는 못하겠지만, 나도 돈은 잘 벌고 있어서 이 정도는 괜찮아요. 좋았다니 준비한 나도 뿌듯하네요. 사실 나는 지시만 했고, 고생은 아빠가 다 했어요.”

마이크 잭선 한 사람을 위해 무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도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즐거워했고, 도움을 준 SN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동민을 더욱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기에 딱히 손해 보는 행동은 아니었다.

무사히 마트에서 장보기까지 마친 동민과 일행은 너무 많아진 식재료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가족이 늘어난 엄마는 안 그래도 장을 봐야 했었는데 잘했다며 좋아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은 많아 보이던 음식 재료는 일주일 만에 다 먹어 버리는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외박이 끝나고 마이크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동민은 부대로 복귀했다.

부대에 돌아가 우정의 부대 촬영을 두 번 다녀오자 아이들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다가왔고, 동민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외박 신청을 했다.

< 160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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