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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56화 (141/265)

< 156 >

“안 그래도, 연석이가 기획사를 차리고 싶다고 이것저것 물어보더구나. 활동하면서 많이 벌어서 그런지 투자 이야기는 없었는데 다음에 찾아오면 투자하도록 하마.”

“그 형이 힙합에 심취해 있긴 한데 한국도 슬슬 힙합이 유행하기 시작할 거예요. 바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연석이 형이 은근 메니지 실력이 있으니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꾸준히 지켜보면서 투자를 해 주세요.”

방송국 출신에 아빠는 서대진과 아이들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음악 쪽 사람들과도 인맥이 많이 생겼고, 종종 기획사 설립을 상담하기 위해 찾아오는 후배들이 있다고 말해 줬다.

“얼마 전에도 박진형이라는 젊은 가수가 자신의 기획사를 만들고 싶다며 연락이 왔는데 내가 조금 바빠서 이수남에게 상담받으라고 연결시켜 줬지.”

“박진형이라면 그 팔다리 길고 외국인같이 생긴 가수요?”

“그 녀석이 생긴 건 그래도 꽤 착하거든. 거기다 작곡 실력이 확실히 있어.”

아빠는 알게 모르게 이미 대한민국 3대 기획사 대표들과 연결이 되어 있었고, 동민은 직접 그들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아빠를 통해 투자를 쉽게 성사시킬 수 있었다.

박진형은 내년에 태형기획이라는 건설사 이름 같은 기획사를 설립하기에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이수남이 대표로 있는 SN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동민은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들에게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니엘이 알아서 가이드 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저번에 갔었던 오락실이 재미있었어.”

“나는 동대문에 쇼핑하러 가고 싶어.”

“그건 내가 부대 들어가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러 가자.”

제시카는 오빠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말을 해 다른 아이들의 눈총을 샀고, 동민은 이들과 함께 가볍게 전국 일주를 다녀 올 계획이었다.

“일단 동해로 가서 해산물을 먹고, 바다와 산을 돌아다니다가 해안가를 따라 내려가 부산까지 갔다가 올 거야. 올라오는 길에는 다른 도시에 들려서 구경하고 오면 되겠다.”

“아빠도 시간 괜찮으시죠?”

“시간은 괜찮지만, 그래도 너희들끼리 돌아다니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니? 너도 이제 성인이니 보호자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같이 가면 저는 편하겠지만, 아빠가 피곤하긴 하겠네요. 그럼 저희들만 다녀올게요.”

동민은 미국에서 유명해질 아이들에게 한국의 추억을 심어 주기로 마음먹었고, 겸사겸사 자신도 전국 맛집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처음에는 렌트카를 빌려 직접 운전을 하고 돌아다니려 했는데, 6명이라 인원도 어중간했고, 전국 일주를 하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 대중교통과 택시를 타기로 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아이들은 처음 타보는 기차에 신나했고, 기차 안에서 삶은 달걀을 소금에 찍어 먹었다.

“비행기처럼 카트를 끌고 다니는데 돈을 내고 사 먹는 게 재미있네. 한국 과자가 은근 맛있어.”

“삶은 달걀도 기차에서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아.”

강릉에 도착한 동민과 아이들은 경포대를 구경하고, 순두부찌개를 먹고는 최고급 리조트에서 다 함께 머물렀다.

“한국 바다는 미국 바다랑 느낌이 많이 달라.”

“나는 일본에서 바다에 가 봤는데 비슷한 듯 다른 것 같아.”

어릴 적 일본에서 살았던 크리스티나는 종종 일본과 비교를 했지만, 이제는 한국이 더 정겹다고 말했다.

“바다에 왔는데 수영은 하고 가야지.”

“나 수영복 안 가지고 왔는데?”

“호텔에 팔던데 거기서 사면 되겠네.”

라이온 고즐링과 어스틴 팀벌렉 그리고, 동민은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았지만, 여자 아이들은 커다란 캐리어에서 수영복을 꺼내 입었다.

경포대에는 아직 6월이라 휴가 시즌 전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유일한 외국인인데다 외모와 몸매까지 훌륭한 제시카와 크리스티나, 브리트니가 나타나자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우와! 다니엘은 군대 가더니 몸이 엄청 좋아졌는데?”

“원래는 총을 들고 뛰어다녔어야 하는데 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뛰었더니 이렇게 되어 버렸네.”

라이온과 어스틴도 잘생긴 외모이긴 하지만, 아직 고등학생이라 몸이 청소년의 몸을 가지고 있었고, 동민은 군대에서 규칙적인 생활로 다져진 넓은 어깨와 식스팩을 장착하고 있었다.

“디주니 미미 클럽 할 때는 얼굴도 희고, 살짝 말랐었는데 군대 가더니 많이 달라졌네?”

“배 만져 봐도 돼?”

크리스티나가 동민의 복근을 만져 보려고 하자 제시카가 튀어나와 크리스티나의 손을 쳐 내더니 승리자의 표정으로 동민의 배를 쓰다듬었다.

“다니엘은 내 거니까 손대지 말아 줄래?”

브리트니는 어스틴과 썸을 타고 있었기에 동민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크리스티나는 라이온에게 관심이 없었고, 복근 터치에 실패하자 타겟을 바꿔 제시카를 만졌다.

“사실 다니엘보다 제시카 몸매가 더 좋은 것 같아. 피부 톤도 섹시하고, 비율도 완벽해.”

양성애자로 성장하는 크리스타나가 달라붙자 제시카가 부끄러워하며 바다로 도망쳤고, 다들 투명한 동해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이건 식감이 이상해서 별로야.”

“난 새콤달콤한 게 맛있는데?”

“이건 무리였나? 비빔밥 시켜 줄 테니까 먹기 힘들면 먹지 않아도 괜찮아.”

물놀이를 끝내고 물회를 먹으러 갔는데 여자아이들이 먹기 힘들어했고, 회덮밥을 시켜 주었더니 같은 회가 들어있는데도 나름 잘 먹었다.

“으~ 이건 살아서 움직이는데 먹어도 괜찮은 거야?”

“살아 있으니 꼭꼭 씹어서 먹어야 해. 안 그러면 목에 달라붙어서 큰일 나.”

“볼에 붙었어!”

반찬으로 나온 산낙지를 신기해했고, 남자 아이들은 잘 먹었지만, 여자 아이들은 충격에 빠져 손도 대지 않았다.

특이한 식사를 마치고, 리조트에서 체크아웃을 한 다음 아이들이 피곤해해서 택시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속초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방이 여러 개 있는 고급 리조트에 짐을 풀었고, 속초 중앙시장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우와. 전통 시장이 엄청 크네.”

“맛있어 보이는 게 너무 많아.”

아이들에게 갓 튀긴 세우튀김을 하나씩 사 주었고, 시장을 구경하다가 속초의 명물로 유명한 민석 닭강정도 함께 먹었다.

“맛은 있는데 너무 매워.”

“매운데 계속 먹게 되네?”

닭강정을 두 마리나 먹었지만, 식성이 좋은 아이들과 동민은 더 먹을 수 있었고, 수동으로 당기는 갯배를 타고 아바이 마을로 이동해 아바이 순대까지 먹고는 숙소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등산할 거니까 활동하기 편한 복장으로 입어.”

“등산? 하이킹 같은 거야?”

“하이킹이랑 클라이밍 중간쯤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러고 보니 한국에는 산이 많은 것 같아.”

등산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별로 긴장하지 않고 있었지만, 설악산은 등산하기 쉬운 산이 아니었고, 춤으로 단련되어 나름 체력이 좋은 일행은 3시간 만에 뻗어 버렸다.

“으아! 정상은 언제 나오는 거야?”

“절반 이상 왔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

“다니엘 나 목말라. 물 줘.”

“물 말고 이거 먹어 봐 엄청 맛있을 거야.”

물을 달라는 브리트니에게 배낭에 챙겨 온 오이를 주었고, 힘들어 아무 생각 없이 오이를 먹은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오이가 왜 이렇게 맛있어?”

“등산하다 먹는 오이는 원래 맛있어.”

맛있다는 말에 다른 아이들도 오이를 먹었고, 달라진 오이의 맛에 놀라워했다.

중간중간 쉬어 가며 힘들게 정상에 도착했고, 대청봉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다들 감탄했다.

“저기 바다도 보이네?”

“위에서 보니까 완전 달라 보여. 힘들긴 했는데 올라오길 잘했네.”

“다들 고생했어. 이거 하나씩 먹고 내려가자.”

동민이 건네준 김밥을 산 정상에서 아이들은 지금까지 먹어본 김밥 중 가장 맛있다며 순식간에 먹었고, 외국인 아이들이 신기했던 어머니들이 이것도 먹으라며 주전부리를 계속 주셨다.

김밥 하나로 성에 차지 않아서 인지 미안해하면서도 넙죽넙죽 받아먹더니 한국은 이래서 좋다며 부를 배를 두드리며 하산했다.

“올라갈 때는 엄청 오래 걸렸는데 내려오는 건 생각보다 금방이네?”

“어스틴, 그렇게 뛰어가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 천천히 가.”

설악산에서 내려와 신흥사를 구경했고, 깊은 산 속에 있는 절을 다들 신기하게 둘러보았다.

절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해물파전과 감자전, 고기 산적을 시켜 간단히 먹었고, 동민은 막걸리 생각이 간절했지만, 미성년자인 아이들 앞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는 아닌 것 같아 참아야만 했다.

등산을 마쳐서 그런지 숙소로 돌아가 다들 뻗어 버렸고, 다음 날은 속초에서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해 경주에 도착했다.

“우와~! 여기는 또 분위기가 다르네?”

“이것 봐 천 년도 넘은 유물이라고 적혀 있어.”

“돌탑이 신기하게 생겼다.”

경주에서는 왕릉과 불국사, 석굴암을 구경했고, 아이들은 예상보다 훨씬 유적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한국의 옛날 건물은 묘하게 정감이 있는 것 같아.”

“일본 건물은 신기한 느낌인데 한국 건물은 친근한 느낌이야.”

경주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순두부와 한정식을 먹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순두부를 좋아했다.

“투푸는 미국에서도 먹어 봤는데 여기 투푸는 완전 다른 음식 같아. 왜 이렇게 맛이 다른 거지?”

“두부는 원래 한국이 유명해. 거기서도 동해안에 있는 두부 식당은 바닷물을 사용해서 좀 더 맛있어.”

경주를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한국의 역사에 관해 설명해 주었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생각보다 복잡했는지 이해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순두부를 다 먹고 돌솥밥에 끓인 누룽지 숭늉을 마시던 브리트니가 다음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았다.

“부산이라는 도시에 갈 거야.”

“부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남쪽에 있는 항구인데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야.”

그동안 휴양지만 돌아다니다 도시에 간다고 하니 부산을 궁금해했고,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해 부산역에 도착했다.

“서울이랑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다르네?”

“사람들 말투도 다른 것 같아.”

“그게 들려? 대단하네. 서울이랑 부산은 억양이 많이 다르긴 해.”

부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해운대로 이동해 특급 호텔에 방을 잡았고, 국제 시장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우와. 여기 시장은 서울에서 본 시장이랑 다른 것 같아.”

“부산은 일본이랑 가까워서 일본 물건을 많이 팔고 있어. 일단 밥을 먹으러 가자.”

여자아이들이 아직 돼지국밥까지는 못 먹기에 냉채족발을 먹으러 갔고, 디저트로는 시장에서 바로 만든 어묵과 호떡을 먹었다.

용두산 공원을 구경하고, 자갈치 시작에서 기념사진을 찍었고, 서면으로 이동해 시내 구경을 하고는 해운대에 있는 호텔로 돌아갔다.

“부산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보다 먹을 걸 더 많이 주는 것 같아.”

“외국인들이 서울 보다 덜 오는 곳이라 그럴 거야.”

아직은 한국 관광이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부산까지 여행을 오는 사람이 적은데 잘생기고 예쁜 아이들이 돌아다니니 시장에서는 상인 아주머니들이 대부분 공짜로 음식을 주려고 했다.

그중 몇 눈썰미가 좋은 아주머니는 샌드 시계에 나왔던 동민을 알아보고는 사인을 해 달라고 했고, 아이들은 그런 동민을 놀리며 재미있어했다.

< 15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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