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52화 (137/265)

< 152 >

제러미 맥과이어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이 영화는 “You Complete me”라는 달콤한 대사와 함께 꽤 재미있는 시놉시스를 가지고 있었다.

당신의 삶은 지금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나요?

뛰어난 능력과 매력적인 외모까지 모든 것을 겸비한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 제러미 맥과이어는 회사의 이익과 반대되는 제안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냉담한 동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되어준 도로시와 회사를 나와 새로운 에이전시를 꾸려 나가며 다시 도약을 꿈꾸는 제러미는 늘 채워지지 않던 자신의 부족한 2%를 싱글맘인 도로시에게 발견하고,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행복함도 잠시 모든 것을 걸었던 스타 선수와의 계약은 물거품이 되고 도로시와의 관계도 삐걱거린다.

일과 사랑 모두 뜻대로 풀리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은 과연 다시 달콤한 로맨틱 라이프를 완성할 수 있을까?

동민은 시놉시스를 읽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는 듯했고, 탐 크루스의 유일한 고객인 미식축구 선수 쿠바 쿠딩 주니어의 뛰어난 조연 연기도 생각이 났다.

조연이긴 하지만, 쿠바 주니어의 존재감이 상당히 강렬했고, 괜히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그였다.

르네 젤웨거의 아들로 나오는 귀여운 꼬마 아이도 생각이 났는데 전생에 상남자로 성장한 꼬마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도 떠올랐다.

잠시 옛날 기억을 떠올리던 동민은 생각을 정리하고 탐 크루스가 출연하는 제러미 맥과이어에 투자 금액을 정했다.

제러미 맥과이어는 총 제작비 5천만 달러를 들여 만들게 되는데 40%인 2천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 영화는 북미에서만 1억 5,3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해외에서도 1억 2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면서 2억 8천만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어들인다.

흥행과 평론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되는 제러미 맥과이어는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탐 크루스를 흥행 보증 수표로 만들어 주고 그의 높은 출연료를 더욱 올려준다.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쿠바 쿠딩 주니어와 다르게 탐 크루스도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가긴 하지만, 동민이 다음에 투자할 영화에 출연한 제프리 러쉬라는 배우에게 양보하게 된다.

“이 영화는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나도 잘 모르겠다. 닐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제러미 맥과이어에 투자를 마친 동민은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고, 다른 영화제에서도 상을 휩쓸어 버리는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시나리오가 닐이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동민이 직접 문의해 구했다는 것이었고, 그 말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가 아니라 제3국에서 제작되는 영화라는 것이었다.

“호주에서 만들어지긴 하지만, 같은 영미 문화권이니 투자하기가 어렵지는 않겠지. 총 제작비가 6백만 달러이니 절반인 3백만 달러만 투자하라고 해야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에 비해서 아주 적은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였고,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쿠안틴이 사용한 금액보다도 작은 단위였다.

영화의 내용은 호주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음악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게 되고, 자신이 원하던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닌 아버지의 꿈인 피아니스트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주인공이 미국 유학 제의를 받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자신에게서 떨어트려 놓지 않으려고 하고 두 사람은 크게 다투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홀로 영국 왕립음악원에 입학하여 영국으로 떠나고, 훌륭한 스승 밑에서 실력이 눈에 띄게 발전하게 된다.

“라흐마니노프 3번은… 불멸의 곡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이 곡을 연주할 수는 없네!”

주인공이 콩쿠르에서 라흐마니노프 3번을 연주하겠다고 하자 파크스 담당 교수가 그를 말리기 위해 이런 말을 하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연주하기를 원했던 악마의 곡을 선택하게 된다.

힘든 연습 끝에 주인공은 콩쿠르에서 피아노를 연주 하지만,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되고, 연주를 마치자 바로 쓰러진다.

이후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 그는 가족들로부터 외면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후반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샤이닝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수많은 영화상을 수상하게 되고 제작비의 10배가 훌쩍 넘는 수익도 거두어들인다.

동민에게도 이 영화는 꽤나 의미가 깊은 영화였는데 전생에 국뽕 클럽 영상을 만들면서 감동했던 한국 피아니스트 임유찬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이 곡을 연주하기 때문이었다.

영화에서는 라흐마니노프 3번이 연주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나오는데 80~90년대의 경우 이 곡을 국제 콩쿠르에 들고 나오는 것 자체로 이슈가 될 정도이고, 뛰어난 테크닉이 필요한 것은 기본이고,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과 비슷한 체력이 필요하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21세기로 넘어가면서 국제 콩쿠르 참가자들의 평균 실력이 미친 듯이 향상되어 이 곡도 어지간한 전공생이면 다 치는 정도가 된다.

이렇게 상향평준화 되어 있는 피아노 콩쿠르의 세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2004년생 임유찬 군이 2022년 세계 3대 음악 콩쿠르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는 반 클라이번에서 준결승에서는 테크닉적으로 어렵기로 유명한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 전곡을 연주하고, 결승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걸 넘어 걸작으로 평가를 받으며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동민조차 임유찬의 연주를 듣고는 소름이 돋았었는데, 그의 박력 있는 카덴자와 건반에서 별빛이 쏟아져 나오는 듯한 선명한 터치에 귀가 청량해짐을 느꼈었다.

마라톤과도 같은 연주의 마지막에서 전혀 약해지지 않은 신들린 연주를 이어 하면서 세계적인 음악 평론가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고, 연주가 끝나자 모든 관중과 오케스트라의 열성적인 환호를 받으며 의심의 여지없이 우승을 하게 되는데 지휘자가 눈물을 닦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임유찬의 연주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또 한명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탄생하는 모습을 보고 국뽕에 잔뜩 취해 관련 영상을 만들었고, 같은 라흐마니노프 3번을 다룬 영화 샤이닝의 리뷰도 함께 진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혹시 임유찬이 웹소설에서 유행하던 환생한 천재가 아닌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

잠시 생각이 다른 곳으로 새었지만, 동민은 정신을 차리고 샤이닝에 총 제작비의 절반인 3백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바로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드디어 할리우드 진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구나. 하드 타겟팅이 첫 번째 작품이긴 하지만, 딱히 성공은 못 했고, 본격적으로 흥행을 하는 건 이번 작품부터지.”

동민이 다음으로 선택한 영화는 부러진 화살이라는 조니 트라볼타와 크리스티안 슬레이어가 출연한 액션 어드벤처 영화였다.

핵무기를 탈취하려는 악당과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측의 싸움을 그린 영화로 평이나 흥행은 그럭저럭이지만, 5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1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니 나쁘지 않은 성적이긴 했다.

이 영화는 재미있게도 난데없는 표절 시비에 휘말리게 되는데, 할리우드식 액션 스타일 영화이긴 하지만, 깨알같이 슬로우 모션이나 무한 탄창, 뜬금없이 등장하는 비둘기로 인해 영화감독인 존 우가 홍콩의 유명 영화감독인 우오삼 스타일을 표절했다는 말이 돌아다닌다.

결국 존 우가 우오삼 감독의 영어 이름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오해는 풀리게 된다.

우오삼 감독은 홍콩에서 느와르 영화를 찍었을 때는 정작 철협쌍웅에서만 비둘기를 날렸지만, 정작 할리우드에 와서 고집을 부리며 비둘기를 날려 그가 비둘기 주화입마에 빠졌다는 의심을 돌게 한다.

결국 그가 연출하게 되는 미션 불가능 2편에서도 맥락 없이 비둘기를 날리다가 수많은 지적 질을 당하고 나서야 비둘기를 떠나보내 준다.

우오삼 감독이 부러진 화살으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입성하게 되지만, 조니 트라볼타 역시 이 영화에 나오면서 사이코악당 연기에 맛을 들이게 되고, 우오삼 감독의 다음 영화인 페이스 아웃에서도 악당 역으로 출연한다.

다음 영화인 페이스 아웃 역시 큰 성공을 이루면서 우오삼 감독은 안정적인 할리우드 정착에 성공하기에 이번 영화에 동민이 투자를 하면서 그와의 인연을 다져 놓을 계획이었다.

“미국에 있었으면 세탁소에 초대해서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군대에 있으니 닐 에게 잘 이야기해 달라고 해야겠네.”

우오삼 감독의 부러진 화살에는 무난하게 1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다음으로 또 다른 액션 영화를 집어 들었다.

이번에 선택한 영화에는 동민의 오래된 친구 아놀드가 출연했는데 96년에 제작되는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작품이었다.

내년에 만들어지는 영화 중 유일하게 1억 달러가 넘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수익은 2억 5천만 달러에 그치면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낸다.

기대 이하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8천만 달러로 만든 독립기념일이 8억 1,7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9,200만 달러를 투자한 트위스트가 거의 5억 달러를 벌어들이니 아놀드의 이름값은 업고도 이 정도 성적밖에 내지 못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실망이었다.

결과를 알고 있는 동민은 투자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이 영화가 그나마 아놀드의 마지막 흥행작이 되고, 다른 투자자들의 이목도 신경 써야 했기에 500만 달러만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영화의 제목은 이레이즈로 털미네이터 2의 아놀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작품이었다.

아놀드가 여성을 지키는 증인보호프로그램의 에이전트라는 것과 코만도와 비슷한 액션을 펼치는 것도 비슷했는데 그래도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EM-1 레일건은 볼만했다.

투시 망원경을 보고 레일건을 발사하는 장면은 꽤나 화려했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살짝 어설픈 설정과 스토리에도 나름 만족도를 주었다.

큰 수익을 거두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손해 보는 건 아니기에 이레이즈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고, 별다른 고민 없이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는 작품이 여기 있었네. 짐 개리가 이 작품으로 할리우드 배우 출연료 기록을 갱신하게 되지?”

짐 개리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케이블맨이라는 영화였는데 감독은 배우로도 유명한 벤 스틸이 맡았다.

영화 내용은 솔직히 허술했는데 짐 게리의 연기력 하나는 높이 사 줄 작품으로 총 제작비 4,700만 달러 중 짐 게리가 출연료로 2천만 달러를 받아 가면서 최대 출연료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대중의 기대를 받고 있는 떠오르는 스타 짐 개리의 활약으로 딱 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긴 하지만, 기대보다는 훨씬 저조한 성적과 비평을 받게 되는 작품으로 동민은 이 영화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

수익률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좋은 평론을 받거나 수상을 하는 작품이라면 어떻게든 투자를 하겠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케이블맨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 15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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