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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 반가운 마음으로 다음 영화를 집어든 순간 비행기가 한국 김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나머지는 다음에 정리해야겠네. 일단 가장 큰 수익을 거두어들이는 3편을 정했으니 절반은 했네.”
닐 덕분에 비행기 안에서 일을 하긴 했지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아무런 피곤함이나 지루함 없이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잘 다녀왔니?”
“인사하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일주일이 짧기는 하지.”
부모님이 직접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주셨고, 내일 휴가가 끝나기에 남은 시간은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휴가 기간에 미국에 다녀와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부대가 서울에 있어 자주 볼 수 있으니 불평하기도 힘드네.”
“부대가 서울이지만, 우정의 부대 때문에 전국 오지를 돌아다니면서 고생하고 있잖아요. 편하게 용산에서 지낼 줄 알았는데 우리 아들이 고생이 많네요.”
“괜찮아요. 엄마. 돌아다니는 건 방송국 차량으로 이동하니 불편하지도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아요.”
엄마 아빠와 차에서 미국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지내다 왔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아빠는 요즘 어때요? 서대진과 아이들 정리하고 나니까 일이 많이 줄어드셨죠?”
“수입사 일도 자리가 잡혔고, 방송국 사람들도 네가 군대 들어가고 나니까 덜 찾아와서 살 만해졌지.”
“말도 마렴. 요즘은 아예 출근을 안 하는 날도 많아졌어. 너무 바쁠 때는 안쓰럽더니 집에서 뒹굴거리는 건 더 꼴 보기가 싫구나.”
“하하. 그동안 바쁘게 지냈으니 잠시 쉬는 것도 나쁘진 않지.”
엄마가 동민에게 어서 빨리 아빠에게 일거리를 주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냈고, 동민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빠에게 업무를 줄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건 알고 계시죠?”
“그 일로 홍콩 영화계가 시끄럽더구나. 많은 영화 종사자가 홍콩을 떠나는 거로 알고 있지.”
“아빠가 홍콩에 가셔서 그 사람들을 한국으로 데리고 오는 건 어때요?”
“홍콩 사람들이 굳이 한국으로 올 이유가 있을까?”
“대부분 중국 본토로 가겠지만, 한국에 있다가 중국으로 넘어가도 되니까요. 거기다 할리우드로 넘어가고 싶어 하는 배우와 감독도 있을 건데 그 전에 한국에서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빠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영화 제작 회사와 미팅을 가지고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성용이나 이염걸은 미국 진출을 하고 싶어 했는데 동민이 홍콩에 한번 들러 미국 진출을 도와주는 것으로 따로 만나볼 생각이었다.
휴가의 마지막을 집에서 쉬며 보냈고, 부대로 복귀하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이번에 만든 홍보 영상 효과가 좋아서 그런지 우리 부대에 티오가 많이 늘었어. 후임이 3명이나 들어왔으니 너도 앞으로 작업하기 훨씬 편할 거야.”
일병이 된 동민은 아직 후임이 없었지만, 혼자 우정의 부대 촬영을 따라다녔기에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후임이 생겨서 싫은 것은 아니었고, 인원이 늘어난다면 훨씬 더 다양한 촬영을 시도할 수도 있고, 작업 속도도 빨라지기에 당연히 환영할 일이었다.
“다들 영상 관련 경험자로 데리고 와서 바로 현장 투입해도 될 거야.”
“전부 저와 함께 우정의 부대 작업에 투입되는 것입니까?”
“전부 네 후임이야. 잘 가르치고, 혹시 인원이 더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했으니 바로 보고하도록 해.”
갑자기 후임이 3명이나 생긴 동민은 그들의 경력을 물어보았다.
모두 영화학과를 다니고 있었고, 두 명은 현장 경험도 꽤 있었다.
다른 부대에서 복무를 하다 갑자기 차출되어 왔기에 한 명은 이등병이었지만, 두 명은 동민과 같은 일병이었다.
그래도, 동민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동민보다 빨리 입대를 한 사람은 없었다.
“우리 부대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겠지만, 앞으로 나와 함께 전국에 있는 부대를 돌아다니면서 우정의 부대 오프닝에 들어가는 부대 소개 영상을 찍게 될 거야. 장비와 인원이 부족한 관계로 완벽한 영상을 만들기는 힘들지만, 지금까지는 방송국에서 장비와 인원을 보충해 줘서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 왔고 특별히 힘든 건 없으니 앞으로 잘해 보자.”
새로운 후임은 군대에 들어와 피부가 타고 몸이 좋아진 동민이 샌드 워치에 출연했던 사람인 걸 못 알아보았고, 나이가 자신들보다 더 어렸기에 기술적으로 본인들이 더 뛰어날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 나가서 동민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거나 실수를 하면 바로 지적을 하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지만, 우정의 부대 촬영 현장에 가자 바로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휴가 잘 다녀왔어? 네가 빠지니까 영상 퀄리티가 바로 떨어지더라. 방송국에서 얼마나 혼났는 줄 알아?”
“에이 설마요. 피디님은 잘 지내셨고? 토니 감독님이 빨리 샘플 보내 달라고 그러던데 홍보 영상은 언제 방영되는 거예요?”
“편집은 다 끝났는데 완성도가 너무 뛰어나서 군 기념 행사 때 공개한다고 하더라고. 보안상 영상이 공개되고 나서 보내준다고 하던데, 일단 먼저 볼래? 필름은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종종 돌려 보느라 바로 준비할 수 있어.”
주철한 피디가 휴가를 다녀온 동민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바로 군 홍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거 여기 있는 너희들 선임인 다니엘 킴 선생님께서 만든 영상이니까 잘 보고 배워. 한국에서 이런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야.”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활동하는 신병들에게 까마득한 선배인 방송국 직원들이 동민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자 다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동민이 만들었다는 육군 기갑 부대 홍보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콰쾅!”
육중한 전차가 무한궤도를 굴려 가며 이동하다가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이 현장감 넘치게 나왔고, 동민은 영상을 보며 만족했고, 후임들은 기겁을 했다.
“정말 이 영상을 김동민 일병께서 만드신 겁니까?”
“혼자 다 만든 건 아니고, 토니 스캇 감독님이랑, 마이크 베이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어. 조감독 역할을 내가 맡았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세계적인 감독의 이름이 나오자 놀라워하다 동민이 미국에서 USC 영화학과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더 기가 죽었다.
“그럼 저희도 이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겁니까?”
“이때는 특별한 장비를 대여하고, 비싼 영화 필름을 써서 결과물이 좋아진 거니까 똑같이 만들지는 못해도 기본적인 테크닉은 다 알려 줄 거야.”
자신들이 아주 특별한 기회를 붙잡았다는 걸 깨달은 세 사람은 동민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랐다.
그렇다고 동민이 후임을 괴롭히거나 부조리를 저지르는 사람은 아니기에 적당히 효율적으로 업무 배분을 시켜 작업 속도와 완성도를 올려 가며 우정의 부대 오프닝 영상을 만들었다.
“장비가 계속 좋아지는데요?”
“원래도 지원이 나쁘지 않았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계속 좋아지면서 방송국에서 더 적극적으로 밀어주네. 나한테 지원하는 것 보다 너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더 큰 것 같아.”
“설마요. 방송국에서 왜 현역 군인한테 지원을 해 주겠어요.”
동민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미 해외 유명 감독이 직접 찾아와 촬영을 도와준 것부터가 방송국에서는 큰 이슈가 되었고, 동민의 뒷조사를 마친 국장이 전격적인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덕분에 이전보다 더 수월하게 작업이 가능해진 동민은 어느 정도 후임들의 업무 세팅이 완료되자 잠시 미뤄두었던 영화 투자 제안서를 꺼내 들었다.
“빨리 연락 준다고 했는데 복귀하고 정신이 없었네. 후다닥 마무리 지어야겠다.”
독립기념일, 트위스트, 미션 불가능 다음으로 내년에 투자할 영화는 다섯 번째로 많은 수익을 달성한 에디 프로페서 라는 흑인 코미디였다.
동명의 제목으로 개봉했던 1963년 작품과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로 배우 에디 멀피가 일인 다역으로 출연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클럼프 교수는 실력 있는 유전공학자로 학계와 대학에서 인정받는 학자였지만, 뚱뚱한 외모로 35살이 되도록 모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 어여쁜 여선생이 나타나고 사랑에 빠진 그는 그녀와 데이트 신청을 한다.
학생들에게 추천받은 코미디 클럽으로 데이트를 간 그는 코미디언에게 놀림을 받고 데이트를 망치게 되는데 그 충격으로 햄스터 테스트에 성공한 살이 빠지는 약을 직접 마신다.
이후 뚱뚱한 모습과 날씬한 모습이 오락가락하면서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만, 결국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고 여선생과도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에디 멀피가 뚱뚱한 교수와 날씬한 모습을 동시에 연기하고, 영화에 나오는 그의 가족도 모두 직접 연기하면서 이슈가 되는 영화로 5,4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2억 7,4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에디 멀피가 이전 작품들에서 흥행 부진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하지 못했고, 동민은 별 어려움 없이 2천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었다.
에디 프로페서 다음으로 동민이 선택한 영화는 올해 브레이브 마인드라는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멜 기브슨이 출연하는 랜솜이라는 영화였다.
항공회사로 자수성가한 대부호 멜 기브슨의 아들이 자선행사에서 납치되고, 아들의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범과의 대립을 다룬 영화였다.
아들의 몸값으로 2백만 달러를 요구하며 경찰이나 FBI에게 알릴 시 아들을 바로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은 주인공은 바로 FBI에게 연락을 하고 유괴범을 직접 만나러 가지만, 아들을 찾는 데 실패한다.
이런 방법으로는 아들을 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방송에 출연해 유괴범에게 줄 돈은 하나도 없으며, 유괴범을 잡아주는 사람에게는 4백만 달러를 주겠다며 오히려 현상금을 걸게 된다.
결국 유괴범들은 내분을 일으키다 경찰 내부자인 리더만 살아남게 되는데 그는 자신이 유괴범을 죽이고 아들을 구해 냈다는 거짓말을 하고 현상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멜 기브슨의 아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또다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꽤나 긴장감을 유발하는 랜솜은 제작비 7천만 달러를 들여 전 세계적으로 3억 1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에디 프로페서보다 더 많은 흥행 성적을 달성하지만, 96년 말에 개봉해 97년 수익까지 더해진 액수로 96년 한정으로는 에디 프로페서의 수익이 더 높았다.
세계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랜솜에는 3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바로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이제부터는 흥행 성적이 비슷비슷하기에 동민의 손이 가는 대로 영화를 선택했다.
랜솜 다음으로 선택한 영화는 살인할 시간이라는 법정 영화로 아주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였다.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마을에서 한 흑인 소녀가 강간을 당하고, 아버지인 사뮤엘 잭선은 법원에서 자신의 딸을 강간한 범죄자 두 명을 총으로 쏴 죽인다.
그는 바로 감옥으로 가게 되고, 그의 변호를 두고 케빈 스파이스가 나오는 보수적인 백인 우월주의 진영과 사뮤엘 잭선의 진영인 산드라 블락, 매튜 맥커너히가 법정 공방을 펼치게 된다.
이 영화는 묵직한 사건을 주제로 하고 진지한 법정 범죄 스릴러지만, 4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꽤 준수한 1억 5천 2백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게 된다.
출연 배우의 연기도 아주 뛰어나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 가는 작품으로 동민도 영화 내내 집중해서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살인할 시간에는 제작비의 절반인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다음 영화를 찾아보다가 비행기에서 착륙하는 바람에 확인하지 못했던 영화 시나리오를 발견했다.
< 14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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