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47화 (132/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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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들어 준 홍보 영상 덕에 포상 휴가를 나왔다더니 정말이었군.”

“내가 만들었다니요? 저도 지분을 상당히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 만들었다고 하셔야죠.”

“마지막 영상은 자네의 도움이 많긴 하지만, 앞에 두 영상은 순전히 내가 만들지 않았나?”

토니 스캇 감독과 마이크 베이 감독은 한국에서 함께 작업한 인연 때문인지 꽤 친해 보였고, 세탁소에 들어와 조니 데브와 리버 피닉서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민을 발견하고는 반가워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기서 만나니 군대 안에서 볼 때와는 느낌이 다르군.”

토니 스캇 감독은 두 배우와 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아는 사이였고 처음 보는 마이크 베이 감독은 동민이 소개해 주었다.

“올해 나쁜 아이들을 만든 마이크 베이 감독님이세요. 광고 감독 출신이긴 한데 액션과 폭발이 주특기이니 기억은 해 두세요.”

두 감독이 합류해 K-1 전차를 타고 포탄을 발사했던 경험을 부풀려 이야기해 주었고, 전차를 직접 보거나 탄 적이 없는 두 배우는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한국 군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배가 고파졌고, 그들은 당연한 듯이 동민에게 식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난 요즘 잘 먹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고기 메뉴를 만들어도 괜찮아.”

채식주의자인 리버 피닉서는 세탁소에 오기 전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왔다며 다른 사람들이 먹고 싶을 거로 만들라고 했고, 토니 스캇 감독은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며 알아서 잘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럼 날도 쌀쌀해지는데 오랜만에 닭한마리를 만들어야겠네요.”

동민은 이제는 아예 가스버너가 설치되어 있는 세탁소 휴게실 테이블 위에 커다란 양푼 냄비를 올려놓고 물을 데운 다음 파와 감자, 양파를 넣고 푹 삶아 주었다.

육수를 내기 위해 통마늘과 다진 마늘도 넣어 주었고, 치킨 스탁 파우더도 조금 첨가하자 맛있는 닭한마리가 금방 완성되었고, 매운맛을 줄인 특제 소스를 만들어 고기를 찍어 먹으라고 알려 주었다.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치킨 요리를 먹어 보았는데 국물이 있는 닭 요리는 한국이 가장 잘 만드는 것 같아.”

“단순한 요리인데 치킨 누들스프와는 다른 묘한 맛이 있네요.”

동민까지 4명이 함께 먹었기에 닭 두 마리를 넣어 끓였고, 진한 육수가 나오자 칼국수를 넣어 닭칼국수까지 만들어 먹었다.

당연히 닭한마리와 어울리는 김치도 함께 먹었고, 모두 만족스럽게 빵빵해진 배를 두드렸다.

“여기는 올 때마다 맛있는 걸 먹게 되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다니엘은 어려서부터 요리를 잘했었지.”

“그러게요. 어른들이 매번 밥 달라고 찾아와서 어린아이가 직접 요리를 해 줬던 것 같네요.”

동민의 핀잔에 다들 조금 쑥스러워하더니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래서 미국에는 얼마나 있다가 가는 거야?”

“아쉽지만, 일주일만 지내다가 돌아가야 해요.”

“일주일 동안 지인들을 다 만나려면 바쁘겠네. 그럼 남은 군 생활 무사히 잘하고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자신들이 만든 홍보 영상의 반응을 궁금해했던 두 감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모른다는 동민의 대답을 듣고는 닭한마리만 먹고 돌아갔다.

리버 피닉서와 조니 데브도 군대 이야기를 더 듣다가 자신들의 근황을 알려 주었고, 시간이 늦어 이만 헤어졌다.

일주일간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동민은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스필버그 감독에게 찾아가 인사를 했고, 그도 건강해진 동민의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토니 감독이 너와 함께 한국군에서 작업을 하러 갔다고 하더니 어땠어?”

동민은 공군과 해군, 육군의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고 토니 스캇 감독의 옆에서 보조하면서 어떤 것을 배웠는지 말했다.

“특별한 경험을 했구나. 군대에 간다고 했을 때는 걱정했는데 이런 생활이라면 할 만한 것 같아 보이는구나.”

“그렇다고 일부러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기왕 간 김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을 뿐이에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군대에 가서 고생을 하고 있었겠지만, 국방홍보원으로 차출된 상황에 누군가 한미연합 사령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기에 원하던 군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방송국과 함께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면서 인연이 생겼고, 우정의 부대 촬영을 위해 여러 부대를 돌아다니다 보니 나름 특별한 군 복무를 할 수 있었다.

스필버그 감독과 시간을 보내고 선물이라며 감기에 걸리지 마라며 깔깔이를 주고, 카메룬 감독을 만나러 갔다.

“다니엘! 군대에 가더니 전사가 되어 돌아왔구나!”

“감독님은 조금 살이 빠지신 것 같은데요?”

“내가 투자한 영화가 쫄딱 망하는 바람에 어려운 날을 보내고 있단다.”

카메룬 감독은 연인인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연출한 스트레인지 데이라는 영화에 참여하고 투자를 했는데 4,200만 달러를 투자하고는 겨우 800만 달러를 회수하면서 투자금을 홀라당 날려 먹었다.

영화 시나리오는 아주 탄탄하고 분위기도 사이버 펑크적인 것이 꽤 명작이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고, 카메룬의 개인 자금을 증발시켰다.

“그 정도야 감독님이 직접 영화를 만드시면 쉽게 벌 수 있으시잖아요. 다음 영화에서 충분히 회복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래. 네가 투자를 한다면 흥행에 성공하겠지. 다음 영화에도 투자해 줄 거지?”

“또다시 제작비 기록을 갱신하실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드네요.”

“작년에 워터랜드가 결국 내 기록을 깨 버렸더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나도 해상 재난 영화를 다시 만들어서 최대 제작비 타이틀을 되찾아 와야지. 그래도 투자해 줄거지?”

“설마 또 기록 갱신하시지는 않겠죠. 그래도 감독님이라면 분명 흥행에 성공하실 테니 투자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볼게요. 그 전에 시나리오는 보고 판단 내릴 거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고요.”

동민이 농담 삼아 말하긴 했지만, 2년 뒤에 카메룬 감독이 만들게 되는 영화에는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어느 정도 제작에도 직접 참여를 할 계획이었다.

최대 제작비 기록 갱신에 진심인 카메룬 감독은 당연하게도 신기록을 달성하게 되는데 얼마 전 개봉 하면서 기록을 갱신한 워터랜드의 1억 7,200만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당연히 처음에는 이 정도로 제작비를 투입할 생각이 없었지만, 촬영을 하다 보니 계획가는 다르게 예산이 계속 증가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2억 달러라는 무시무시한 제작비를 사용한다.

물을 다룬 영화를 만들면 반드시 망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카메룬 감독도 심연이라는 수중 영화를 만들면서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고, 이번에 개봉한 워터랜드도 최종 성적으로 꽤 괜찮은 2억 6,400만 달러를 벌어들이긴 하지만, 제작비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4,288만 달러의 적자를 보게 된다.

거기다 올해 개봉한 컷스로트 아일랜드라는 해적 영화가 그야말로 쫄딱 망하면서 바다 영화의 악명을 드높이게 되는데 제작비로 1억 1,500만 달러를 들인 영화가 겨우 1,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제작사인 캐롤코 픽처스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최악의 박스 오피스 폭탄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하는데 람보 시리즈와 원초적인 본능, 털미네이터 2 등 성공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며 동민과도 꽤 친분이 있던 캐롤코 픽처스를 파산시켰다.

영화는 사실 꽤 잘 만들긴 했는데 제작 과정이 궁극의 막장을 보였다.

처음에는 남자 콤비 역으로 마이크 더글라스가 캐스팅되었는데 여주인공이자 감독의 아내였던 지나 데이비스가 자신의 배역을 늘려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더글라스가 하차하게 되고, 탐 크루스와 리암 니슨, 카이누 리부스 등 여러 탑스타에게 제안이 들어가지만 모두 거절하고 결국 매튜 모딘이 남자 콤비 역을 맡게 되었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레니 할린 감독이 몰타에 만들어진 거리 세트를 완전히 다시 만들라고 해서 디자이너들을 고생시키고, 촬영 감독이 부상으로 교체되는 와중 스태프들이 하차하고, 17세기 배를 대포까지 갖춘 채로 완전히 수공업으로 만들면서 6천만 달러였던 제작비는 9,800만 달러로 올랐다가 최종적으로 1억 1,500만 달러를 소비하게 되었다.

결국 자금 융통을 하지 못한 캐롤코 픽처스는 영화가 개봉하기 6주 전에 파산을 하고 영화는 극장 수입 1천만 달러만 벌어들인 채 쓸쓸하게 퇴장하면서 바다 영화의 악몽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로 인해 물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흥행에 무조건 참패한다는 선입견이 생기면서 카메룬 감독이 만드는 해상 재난 영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도 카메룬 감독의 명성이 있기에 어찌어찌 투자를 받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무지막지하게 늘어나는 제작비에 제작사의 시름이 깊어지게 되는데 야금야금 늘어나던 제작비는 결국 2억 달러를 넘기게 된다.

너무나도 늘어나는 제작비에 제작사가 중도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카메룬 감독이 자신이 받을 800만 달러의 개런티를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이 영화는 2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흥행 기록을 달성하면서 2009년 자신의 영화가 신기록을 갱신할 때까지 영화 흥행 수익 1위 자리를 지키게 된다.

제작 과정에 워낙 우여곡절이 많이 생기는 영화라 동민은 중간에 지분 대부분을 꿀꺽할 생각이었고,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리오도 떠오르는 미남 스타에서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월드 스타로 자리 잡게 되지.’

카메룬 감독과 그가 다음으로 만들 영화에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다가 세탁소로 돌아갔고, 세탁소에는 쿠안틴이 카운터 안에서 동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재 신인 쿠안틴 티란타노 감독님이 아니신가요?”

“넌 어딜 그렇게 바쁘게 다니는 거야? 하루 종일 기다렸잖아.”

“스필버그 감독님이랑 카메룬 감독님 만나고 왔어요. 정작 바쁜 건 쿠안틴 같은데요? 이번에 영화에는 아예 조연급으로 영화에 출연한다면서요?”

“로드리게스 감독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어. 각본은 내가 만들었지.”

은근 각본을 잘 쓰는 쿠안틴이 참여한 범죄 스릴러 슬래셔 공포 영화로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연출했다.

황혼부터 새벽까지라는 제목의 영화로 주인공으로는 하비 카이텔과 조니 클루니가 나왔고, 쿠안틴도 거의 주인공급으로 출연했다.

처음에는 범죄 느와르로 영화가 진행되다가 중반부에 갑자기 뱀파이어 액션물로 돌변하게 되는데 B급 감성이 가득 포함된 이상한 영화가 완성된다.

비교적 저예산인 1,900만 달러로 제작되어 2,570만 달러 흥행에 그치지만, 2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팬덤까지 형성되면서 3편까지 후속작이 만들어진다.

“리라고 목사가 입양한 동양인 남자아이가 출연하는데 한국인이더라. 너랑 다르게 생기긴 했는데 한국인이라고 하니 반갑더라.”

황혼부터 새벽까지에서 조연 중 얼굴이 꾸준히 나오는 동양인 남자아이가 있는데 한국계 출신의 배우라고 했다.

“그런데 군대 가서도 영상을 만들고 있다면서? 어떤 걸 만든 거야?”

“아직 공개하지 않은 국방부 영상이라 가지고 오지는 못했어요. 토니 스캇 감독님한테 카피를 보내기로 했으니까 나중에 직접 봐요.”

폴프 픽션이 크게 흥행하면서 바빴던 쿠안틴과 군대와 영화 이야기를 나누었고, 벌써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졌다.

< 14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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