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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46화 (13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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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를 깜짝 놀래주기 위해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낮은 포복으로 접근까지는 아니지만, 건물과 기물을 이용해 모습을 감추며 거리를 줄이고 있는데 미식축구부 점퍼를 입은 남자아이들이 제시카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제시카. 이제 전 남자친구는 보내주고, 나를 새로운 남자친구로 받아들이지?”

“난 운동만 하는 남자에게는 관심 없어. 나중에 우리 오빠한테 혼나고 싶지 않으면 적당히 하시지?”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언제 돌아올 줄 알고 기다리는 거야? 젊을 때 청춘을 즐겨야지.”

마초 쿼터백의 노골적인 작업을 제시카가 무시하기 시작하자 금방 흥분을 하더니 동민에 관한 험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미군도 아니고 한국군에 입대했다면서? 물어보니 한국은 북한이랑 전쟁 중이라서 많이 죽는다던데 네 남자친구도 이미 죽은 거 아니야?”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 얼마 전에 토니 스캇 감독님이 직접 찾아가서 함께 군대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고 연락 왔단 말이야. 위험한 건 하지 않는다고 했어!”

“군대는 어떤 사고가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곳이라고, 연락하기도 힘든 그런 사람 말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쿼터백이 너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사람 같은데?”

재수 없는 녀석이 제시카에게 치근대는 걸 넘어 멀쩡히 살아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고인 취급하자 동민의 뚜껑이 열리려고 했다.

안 그래도 동민의 걱정으로 매일 밤 기도하고 있는 독실한 기독교 교인인 제시카는 쿼터백의 무서운 말을 듣고, 그럴 리가 없다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걱정 끼치는 사람보다는 바로 옆에서 달래 줄 수 있는 남자가 더 좋다는 거지. 나는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거든.”

느끼한 녀석이 울고 있는 제시카를 다독거려 주려 손을 뻗었고, 어깨에 손이 닿기 바로 전에 동민이 팔을 잡고 뒤로 꺾어 버렸다.

“억! 이거 놔! 당신 누군데 운동선수의 팔을 꺾는 거야?”

“나? 네이비 실 특수 훈련 과정을 수료한 제시카 남자친구다. 이상한 놈이 기웃거린다고 해서 그 녀석을 제거하기 위해 비밀리에 찾아왔지.”

네이비 실 훈련을 참고해 UDT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기에 간접 경험을 한 동민은 당연하다는 듯이 군대 허풍을 떨었고, 대부분의 남자가 군대를 가는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극소수만 군대에 가는 데다 특수 병과 지원자는 영화나 드라마 말고는 볼 일이 없기에 블러핑이 200% 먹혀들었다.

“이 마크 보이니? 이건 헬리콥터에서 수중으로 수십 번 이상 다이빙을 해야 받을 수 있는 패치야. 웬만하면 민간인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제시카를 울렸으니 벌을 받아야겠지?”

동민은 군대에서 실전 무술을 배운 적은 없기에 이염걸에게 배웠던 중국 무술을 조금 변형시켜 쿼터백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갑작스러운 발차기에 뒤로 넘어진 녀석은 허겁지겁 도망을 쳤고, 이번에도 자신을 지켜준 동민이 제시카의 눈에는 왕자님으로 보였다.

“오빠. 언제 온 거야? 미국에 와도 괜찮아?”

한국 군복을 입고 있는 동민에게 안겨들어 언제 미국에 왔는지 물어보았고, 다른 여학생들이 제시카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특별 포상 휴가를 받아서 제시카를 보려고 잠시 들렸어. 원래 군 복무 기간에는 해외여행이 불가능한데 어렵게 허가를 받아 왔지.”

“훈련소 들어갈 때는 어색해 보였는데 이제 멋있는 군인이 되었네? 몸도 커진 것 같고, 태닝 된 모습도 섹시한 것 같아.”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잘 먹었더니 자연스럽게 근성장이 되었고, 야외 훈련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 피부도 구릿빛으로 태닝 되었다.

이전에는 동양인치고도 창백한 흰 피부에 살짝 마른 몸이라 뱀파이어 역을 맡을 정도였는데 군대에서 굴렀더니 남성적인 매력이 늘어났고, 원래 피부가 갈색이고 섹시한 제시카는 달라진 동민의 외모를 마음에 들어 했다.

“군대 가서 좋은 것도 있구나. 확실히 다른 매력이 생긴 것 같네.”

“제시카도 잠시 못 본 사이에 달라진 것 같은데? 키도 조금 더 자랐고, 다른 곳도 더 자랐네.”

고등학교에 진학한 제시카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성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교내에서 염장질을 하다 보니 금방 점심시간이 끝났고, 제시카는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다.

“수업 끝나고 데리러 올게. 이따 다시 봐.”

수업에 빠지려고 하는 그녀를 겨우 보내고 동민은 삼촌 집으로 가 군복을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제시카의 선물을 챙겨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찾아갔다.

방과 후에는 제시카와 데이트를 했고, 낮 시간에는 삼촌의 세탁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찾아오는 단골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동민이 휴가를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도 세탁소로 찾아왔다.

“우와. 정말 군대에 가긴 했구나. 외모가 달라졌어.”

“그러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범생이 같았는데 조금은 멋있게 변했네.”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요즘 가장 잘나가고 있는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와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토미 멕과이어, 연기 수업을 받고 있는 엔젤리나와 간간이 활동 중인 드류 베리무어가 동민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오랜만에 함께 모인 이들은 세탁소 휴게실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고, 동민의 군대 생활을 가장 궁금해했다.

리오와 토미는 떡볶이 말고 제육볶음을 먹고 싶다고 해서 돈가스와 제육을 만들어 주었다.

“네가 헬리콥터에서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우와 탱크를 조종도 해 본 거야?”

“잠수함도 타봤네.”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틈틈이 기념사진을 촬영했고, 보안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와 자랑했다.

보통 군 생활이라면 한 번에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을 우정의 부대 팀과 함께 여러 부대를 돌아다니며 촬영하고, 토니 스캇 감독과 홍보 영상을 만들다 보니 특별한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포탄 크기가 엄청 크구나.”

“들기도 힘들 만큼 무거워. 이거 발사될 때 충격파가 온몸을 누르는데 숨이 안 쉬어진다니까.”

“군대랑 전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걱정했는데 너무 잘 적응한 것 같은데? 이러다 군대에 정착하는 거 아니야?”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아직 1년 넘게 남았지만, 딱 2년만 채우고 바로 돌아올 거야.”

친구들은 달라진 동민의 모습에 신기해했고, 양념이 더해진 군대 이야기를 그대로 믿으면서 흥미롭게 들어 주었다.

한국에서 군대 이야기를 하면 다들 싫어하겠지만, 미국에서는 군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기에 동민의 과장된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들어 주며 호응하자 전생의 군대 경험까지 더해서 썰을 풀게 되었다.

“정말 북한군을 직접 본 거야?”

“훈련 중에 곰을 잡았다고?”

“스나이퍼 교육도 받았어?”

“축구는 무슨 이야기야? 군대에서는 싸커를 많이 하나 봐?”

군대에 관해서는 아무런 상식이 없는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들킬 뻔할 때마다 군사보안이라며 자세히 말 못 해 준다는 핑계를 대었고, 과장된 군대 썰을 풀면서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제니퍼 오늘은 학교가 일찍 끝났구나. 여기는 내 친구들이야 인사해.”

“오.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재난 속의 연인을 드디어 보는구나.”

“반가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안녕하세요. 제니퍼예요.”

학교가 끝난 제니퍼도 세탁소로 찾아왔고, 친구들은 이제야 여자 친구를 보여 준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좋아했다.

“제니퍼도 한국에 가 봤겠네? 우리 네 사람도 여름 방학에 다 같이 갔었는데 재미있었지.”

“동대문 마켓에서 다니엘 어머니랑 쇼핑했던 기억이 나네.”

“저도 작년 여름이랑 올해 초에 한국에 다녀왔어요. 여름에는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아이들이랑 갔는데 두 번째는 오빠 군 입대 하는 거 보러 갔었어요.”

그들은 금방 한국 이야기를 시작했고, 동민 때문에 매일 먹게 된 김치로 주제가 넘어갔다.

“다들 내가 보내주는 김치는 잘 먹고 있지?”

“이제는 우리 가족들도 먹는 바람에 김치가 부족해져서 따로 사 먹고 있어.”

“우리 집도 그런데 다니엘이 보내주는 김치랑은 맛이 다르더라. 그래서 다니엘 김치 공장에서 사 먹어.”

“다들 잘 먹고 있구나. 앞으로는 두 배로 보내줄게. 열심히 먹고 혹시 남으면 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줘.”

리오와 토미는 김치가 남으면 김치찌개나 돼지고기 김치찜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고, 여자아이들은 묵은 김치로 김치전을 부쳐서 먹는다고 했다.

“한국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한국에 놀러 가고 싶네.”

“내가 한국에 있으니 시간 되면 놀러 와. 우리 부모님 집에서 지내면 될 거야.”

“시간을 한번 맞춰 봐야겠다. 다들 같이 놀러 가자.”

이들이 더 바빠지기 전에 한국에 놀러 오라고 했고, 이번에 한국에서 만나면 다 함께 술을 마시기로 했다.

한인마트에서 사 온 한국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으며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고, 친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동민은 제니퍼를 데려다주었다.

“오빠 친구들은 다 좋은 사람 같아.”

“리오는 영화에서 봤지? 다른 녀석들도 다 연기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거야. 제니퍼도 연기를 하고 있으니 친하게 지내.”

제시카와는 다들 나이 차이가 조금 있긴 했지만, 동민의 여자친구이기에 종종 챙겨 주겠다고 약속했고, 내년에 한국에도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

다음날 점심에 평소와 똑같이 세탁소로 갔고, 삼촌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동민이 휴가를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조니 데브와 리버 피닉서가 찾아왔다.

“정말로 휴가 나왔구나. 넌 휴가에도 세탁소에 있냐?”

“여기가 그냥 편해서요.”

“그래. 다니엘은 할리우드 세탁소가 가장 잘 어울리지.”

“리버는 베지테리안 레스토랑 준비한다더니 어떻게 됐어요?”

“조니가 운영하는 라이브 클럽 맞은편에 오픈했어. 생각보다는 장사가 잘되지는 않은데 그래도 꾸준히 손님이 늘어나고 있어.”

채식 전용 식당이 잘되기에는 아무리 로스앤젤레스라고 하더라고 아직은 이른 감이 있었다.

그나마 리버 피닉서의 인기 덕에 손님이 꾸준히 찾아왔고, 워낙 정갈한 사찰 음식이다 보니 단골이 꽤 늘어나고 있었다.

아직 스티븐 잡서가 방문하지 않았다고 해서 동민이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고, 금방 군대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군대에 가면 사람 된다더니 1년이 안 되었는데 많이 변하긴 했네. 입소할 때와는 완전 다른 사람 같아.”

“처음 봤을 때는 초등학생 꼬맹이였는데 벌써 군대에 가다니 시간이 참 빨리 가네.”

동민을 오랫동안 보아왔던 조니 데브는 군대에 가서 검게 그을려 온 모습을 보고 옛날 생각에 감상에 빠졌고, 한국에서 동민이 훈련소에 입소하는 것을 부모님과 함께 보았던 리버는 군대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세상에. 그사이에 잠수함을 타고, 탱크를 운전했다고?”

“사진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데 거기서 영화라도 찍은 거냐?”

“역시 조니가 예리하네요. 토니 스캇 감독님이 군 홍보 영상을 찍어서 함께 다니면서 경험해 본 거예요. 출연한 건 아니고, 촬영 보조로 같이 작업을 했죠.”

아무래도 친구들보다는 나이가 있고, 군대 관련 영화도 찍었던 두 사람이라 동민의 군대 이야기를 더 잘 이해했고, 구체적인 질문도 계속 쏟아져 나왔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군대에 다녀오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네.”

“그래도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좋죠. 연기를 하면 간접 경험은 할 수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두 사람과 군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토니 스캇 감독과 마이크 베이 감독이 동민을 보러 세탁소로 찾아왔다.

< 14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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