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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 원하던 대로 국방홍보원 국방홍보지원대로 바로 차출될 수 있었지만, 여러 번의 위기도 있었다.
“자네 같은 인재가 바로 연예병사로 빠지는 건 국가적 낭비가 아닌가? 우리 707 부대에서 1년만 복무하다가 연예병사로 차출되어 가는 건 어떤가?”
“저는 저의 장기인 영상 실력을 살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싶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군 생활을 경험했었고, 전생에 비해 신체 능력이 향상되다 보니 훈련소에서 너무나도 월등한 모습을 보여 버렸다.
입소 초기에는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출신 병사로 생각했는데 훈련이 진행될수록 동민이 보이는 뛰어난 모습에 여러 부대에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동민을 욕심낸 곳은 당연히 훈련소였는데 조교들이 동민을 챙겨주며 훈련소에서 복무하라고 설득을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여러 부대에서 동민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가장 끗발이 강력한 육군 본부에서까지 동민을 욕심내는 바람에 그곳으로 끌려갈 뻔했지만, 엄마에게 힘써달라는 편지를 보냈더니 이후로 동민에게 집착을 보이는 발걸음이 없어졌다.
“나도 이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안 가도 되는 군대를 왔으니 군 생활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겠어.”
논산 훈련소에서 이동한 국방홍보지원대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두텁바위로 54-99에 있었다.
숙대입구역에서 용산 고등학교 방향으로 가다가 학교 앞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바로 나타났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군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국방홍보지원대 소속의 병사를 쉽게 ‘연예인+병사’ 연예병사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일반 병사와 달리 국방부 및 병무청 장관령 또는 청장령에 따라 사회에서 유명하거나 인지도가 높은 남자 연예인 중 군 입대를 하게 되는 사람을 차출하는 특혜제도였다.
국방 및 병무 홍보대사로 위촉 및 임명되거나 국군방송 등에 출연하는 혜택이 주어지고 이를 통해 향후 입대자들을 독려하는 홍보자 역할을 맡게 된다.
대부분 육군 현역병 장병 중에 지원, 선발을 통해 국방홍보지원대에 소속되게 되는데 대부분 일병이나 상병 때 지원을 한다.
훈련병 때도 지원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대부분 자대 배치를 받고 몇 개월 복무를 하다가 차출, 선별된다.
동민의 경우 특별하게 대부분의 연예병사가 지원하는 무대에 오르는 홍보대사가 아닌 경쟁이 덜한 촬영하는 역할에 자원했기에 어렵지 않게 국방홍보지원대 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병 김동민은 국방홍보지원대에 배치받았음을 신고합니다! 충성!”
“오~ 이번에도 특이한 신병이 들어왔네. 샌드 시계의 독사라니 잘못했다가는 하극상당하겠는걸?”
새로 온 신병에 선임병이 관심을 보였고, 당연하게도 짓궂은 장난을 치려 했다.
“신병. 노래는 잘하나?”
“이병! 김! 동! 민! 노래는 잘 부르지 못합니다!”
“그럼 잘하는 게 뭐야? 설마 얼굴이 잘생겼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춤을 잘 춥니다!”
노래는 원래 관심이 없었고, 춤은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서 배웠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오! 잘 추는데? 안 그래도 위문열차 백댄서가 부족했는데 잘되었네. 넌 이제부터 무대 백댄서병이다.”
무대에 오르지 않고, 영상 촬영을 하기 위해 왔지만, 왕고 병장과 실세 상병의 결정으로 동민은 스테이지 백댄서로 활동하게 되었다.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보직이었지만, 다시 바꿀 수 있기에 일단은 빠릿한 신병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너 신병이 너무 군 생활을 잘하는 거 아니야? 여긴 대부분 군기가 빠진 사람들이 오는데 넌 너무 완벽한걸?”
“이병! 김동민! 최 일병님께서 잘 알려 주셔서 그렇습니다!”
장난기가 많은 연예병사들은 동민을 골탕 먹이고 싶어 했지만, 군대 2회차 경험자는 그런 상황을 요리조리 피하며 슬기로운 군 생활을 하고 있었다.
“너 진짜 최만수 선배님이랑 친하냐?”
“이병! 김동민! 첫 휴가 때 술 사주신다고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
“쩝. 그래. 나가면 최만수 선배님한테 내가 잘해 줬다고 말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연기를 하는 선임들에게는 샌드 시계 촬영하면서 친해진 배우들을 들먹이며 잘해 주도록 유도했고, 음악을 하는 선임에게는 서대진과의 친분을 내밀었다.
한국 연예계가 워낙 좁은 관계로, 사회로 나가면 다시 볼 수밖에 없는데 동민의 인맥을 무시하기엔 너무 강력했다.
“김동민. 면회다. 외국인이더라.”
외국인이 면회를 왔다는 말에 내무반이 술렁였고, 동민도 과연 누가 가장 먼저 면회를 왔을 지 궁금했다.
“오~ 다니엘. 군복 입고 있으니까 달라 보이는 걸?”
“건강해 보여 다행이네요. 힘들지는 않으세요?”
군대 면회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명의 외국인이 동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닐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빨리 왔네요. 쿠안틴은 한국에 볼일도 없을 건데 어떻게 온 거예요?”
“너 입대할 때 오고 싶었는데 영화제 초청받아서 시간이 안 나더라고. 그래서 닐이 한국 가는 날 물어보고 같이 왔지.”
“여기 작년 연말에 정산된 수익 보고서예요. 이따 돌아가서 읽어 봐요.”
금액이 궁금한 쿠안틴이 힐끔 훔쳐보려 했지만, 동민이 금방 서류를 닫아 그가 못 보도록 했다.
“쿠안틴은 각본 작업 엄청 하던데 언제 그쪽으로 진출한 거예요?”
“비디오 매장에 있을 때 알고 있던 사람들이 소개를 시켜 주더라고. 관련 지식이 많다 보니 각본 수정을 부탁해 와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
쿠안틴은 폴프 픽션의 성공 이후 내년에 작품을 하나 더 만들게 되지만, 직접 연출 외에 수많은 영화의 각본에 참여해 공동 작업을 하게 된다.
각본 수정을 부탁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그는 다양한 영화 각본 작업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명감독의 반열에 다가가고 있었다.
“제시카가 많이 슬퍼하더라. 너한테 온 편지를 어찌나 여러 번 읽던지 두 사람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야.”
“제시카 양이 편지를 전달해 달라고 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선물도 있고요.”
아무래도 미국에서 보낸 편지가 훈련소를 거쳐 자대에 도착하려면 긴 시간이 걸렸고, 닐이 직접 가져다주는 것이 빠르긴 했다.
미국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기에 두 사람은 동민의 군 생활을 궁금해했고, 살짝 양념을 더해 훈련소에서 실제로 사격한 것과 수류탄을 던진 것, 화생방 훈련을 받을 것을 말해 주자 미필자인 닐과 쿠안틴이 너무 재미있어했다.
면회시간이 짧은 관계로 그들은 금방 돌아가야 했다.
“여기까지 찾아와 줬는데 너무 빨리 가야 하니 미안하네요.”
“괜찮습니다. 저는 아버님과 영화 수입 건으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영화제 구경 왔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한국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발굴해 갈 계획이야.”
쿠안틴도 이번 영화로 돈을 많이 벌어들여 하고 싶을 걸 마음껏 하면서 돌아다녔다.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닐에게는 아빠에게 전달해 달라며 메시지를 건네주었다.
부대로 복귀한 동민은 위문열차 무대에 오르기 위해 안무 연습을 했고, 군대에 와서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고 있었다.
“이러려고 군대를 온 건 아닌데. 방법이 없으려나?”
속으로만 고민을 하고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데 또 동민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김동민 면회다.”
“너 너무 자주 면회 오는 거 아니야?”
잦은 면회 사실에 함께 연습을 하던 선임이 살짝 화를 냈지만, 동민을 호출하러 온 병사가 선임에게 귓속말을 하자 깜짝 놀라며 어서 가 보라며 자신이 길을 직접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이미 길을 잘 알고 있는 동민이었지만, 선임과 함께 면회장으로 가자 모자를 눌러쓴 서대진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와! 진짜 서대진과 아이들이네. 사인 하나만 받아주라 그럼 앞으로 편하게 해 줄게.”
“넵. 알겠습니다. 최일병님 이름으로 받아 오겠습니다.”
이번에 백투홈이라는 곡으로 컴백한 서대진과 아이들은 여전히 한국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었고, 살아있는 전설로 모든 매스컴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동민아. 네가 휴가 나와서 보면 되는데 왜 여기까지 찾아오라고 한 거야? 군대에 가면 잡혀갈까 봐 겁난단 말이야.”
“형은 면제인데 왜 잡혀가요. 그리고 한창 활동하고 있는 서대진과 아이들을 잡아가면 국방부도 무사하지 못할걸요?”
동민은 조금 더 원활한 군 생활을 위해 닐을 통해 아빠에게 서대진과 아이들이 면회를 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고, 아직 아빠와 친분을 유지 중인 그들은 거절하지 못하고 직접 군부대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래도 부대 위치가 서울 한복판이라서 좋네. 이런 곳이라면 갈 만하겠어.”
“그럼 형도 군대 가실래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래도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서대진과 아이들은 정상적인 한국 남자답게 군부대를 본능적으로 거북해했고, 빨리 돌아가고 싶어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휴가 나가서 하고, 오늘은 사인만 몇 개 해 주세요.”
“우리 사인 잘 안 하는 거 알지? 너니까 특별히 해 주는 거야.”
“제 덕에 작년에 할리우드 배우들이랑 술 마시고 놀았잖아요. 부탁드릴게요.”
동민은 사수와 왕고, 내무반 실세 앞으로 사인을 받아 주었고, 부대장과 간부들을 위한 사인도 받아냈다.
사인을 받지 못한 몇 선임이 불만을 표하겠지만, 다음에 받아 주겠다고 말해 더 잘해주도록 할 계획이었다.
“고마워요. 이제 군 생활이 조금 편해지겠네요.”
“그래. 그럼 우리는 이제 돌아갈게.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네. 휴가 나오면 그때 보자.”
사람들, 아니 군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서대진과 아이들은 빠르게 돌아갔다.
한창 활동 중인 그들의 사인은 동민의 예상보다 훨씬 더 위력이 강력했고, 모든 선임과 간부들이 동민이 군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잘 보살펴 주었다.
신경을 써 준다고는 했지만, 워낙 알아서 잘하고 있는 동민이었기에 딱히 싫어하거나 괴롭히는 선임은 없었다.
동민이 단지 한 가지 원하는 것은 보직을 변경하는 것이었지만, 아직 신병의 신분으로 요청하기에 살짝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보직 변경 고민을 하며 군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누군가 달려와 동민을 불렀다.
“김동민 이병. 빨리 따라오도록!”
“또 면회냐? 이번에는 누가 왔으려나?”
밖으로 나가는 동민의 뒷모습을 보며 선임들이 수군거리고 있는데 병사 한 명이 달려와 빠르게 말했다.
“포스타 떴다! 다들 개인 소지품 간수 잘해.”
모두 깜짝 놀라 창밖을 쳐다보자 포스타 전용 세단이 국방홍보지원대 앞에 멈춰 있었다.
다행히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오지는 않았는지 차에서는 아무도 내리지 않았지만, 호출당했던 동민이 안무 연습을 하던 활동복 차림으로 포스타 차량에 올랐고 그 모습을 보던 선임들이 모두 당황했다.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분명 포스타 전용차량을 타고 이동한 게 맞습니다.”
동민 역시 당황한 채로 포스타 차량에 올라 멀지 않은 육군본부로 이동했다.
< 13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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