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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36화 (121/265)

< 136 >

원래는 문을 닫기로 되어 있던 정동진 기차역에서 촬영을 하고, 최만수의 사영 장면을 찍으면서 샌드 시계 드라마 촬영이 모두 끝났다.

샌드 시계의 인기는 처음에는 수도권 위주로만 퍼져 나가다가 지방에서는 불법 복사 테이프를 돌려 볼 정도로 전국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짧은 일정에 많은 촬영을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동민은 마지막 화가 방영되기 전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동민. 너 오늘이 마지막이지?”

“네. 선배님. 뒤풀이 참석하고 싶은데 입대 날이 다 되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못 볼 수도 있겠네.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아쉽다.”

“아무래도 선배님이 시집을 가시니 얼굴 보기가 힘들겠죠.”

“그냥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었는데 군대 있어서 못 나오려나?”

“아마 훈련받고, 신병일 때라 외출은 힘들 것 같네요.”

샌드 시계 촬영을 하면서 친해진 고연정은 동민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소개팅까지 시켜주려 했다.

“여자 친구 있다고 했지? 훈련소에 같이 가는 거야? 많이 슬퍼하겠는걸?”

“미국에 있어서 아마 못 올 거예요.”

“장거리 국제 연애를 하는데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다니. 분명 다른 남자 만나겠네.”

“그러길 원하시는 것 같은데, 주변에 감시자를 많이 심어 놓고 와서 괜찮을 거예요.”

“만약 헤어지면 아는 동생 소개해 주려고 그랬지.”

가끔은 짓궂은 장난으로 동민을 난감하게 만들었지만, 이번 드라마를 마지막으로 재벌가에 시집을 가면서 연예계를 은퇴하게 되는 고연정이었다.

미스 코리아 출신에 뛰어난 연기력으로 빠르게 스타 자리에 오른 그녀는 결혼을 하면서 은퇴하긴 하지만, 이혼을 하고 10년 뒤에 다시 복귀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복귀 후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때까지는 아무래도 미디어와 멀어진 삶을 살아간다.

“그러게 군대 간다니 내가 다 안타깝네.”

동민의 입대 사실을 아쉬워하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고, 최만수와 박승원도 오늘이 마지막 촬영이라는 말을 듣고는 덕담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샌드 시계 사람들과 인사하고,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시간은 보낸 후 논산 육군 훈련소로 출발했다.

“여긴 왜 따라오는 거예요?”

“너희 부모님이 가시길래 나도 궁금해서 따라와 봤어. 이런 경험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조용히 입대하려고 했는데 글렀네….”

아빠의 차를 타고 논산 훈련소로 가는 동민의 옆에는 아직 한국에 남아있던 리버 피닉서가 앉아 있었다.

“저기 사람들이 많이 가는 불고기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밥 먹을까?”

“아니에요. 저기 말고 시내에 있는 동네 중국집에서 밥 먹고 가요. 마지막으로 중식이 먹고 싶어요.”

전생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부대 앞에 있는 식당에서 불고기 정식을 먹었는데 두고두고 후회했던 기억이 떠올라 한동안 먹지 못할 중식을 먹으러 갔다.

“사장님. 짜장면, 짬뽕, 탕수육, 양장피, 유린기, 마파두부, 가지튀김 주세요. 마파두부에는 고기 넣지 말고 만들어 주시고요.”

“네. 군만두는 서비스로 드리겠습니다.”

누구보다 김치를 사랑하는 동민도 민간인으로서 마지막 식사는 조금 특별하게 먹고 싶었고, 오랜만에 중식을 종류별로 시켜 가족과 함께 먹었다.

리버 피닉서가 고기를 못 먹기에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마파두부와 가지튀김을 주문했고, 군인이 아닌 동네 주민을 상대로 장사하는 식당이라 그런지 맛도 꽤 괜찮았다.

“아빠. 서류는 확실히 제출하셨죠?”

“잘 이야기해 뒀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정도면 내가 이야기 안 해도 자동적으로 국군홍보대에 뽑혀 갈 거야.”

아무래도 군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다 보니 엄한 곳으로 차출되지 않도록 아빠에게 인맥을 써 달라고 했다.

뱀파이어랑 인터뷰에 출연하고, 샌드 시계에 나오면서 군 장교들도 동민을 잘 알게 되었고, 미국에서 영화 쪽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기에 홍보대로 차출되겠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서대진과 아이들이 활동으로 다져놓은 아빠의 인맥으로 확실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그건 엄마가 확실히 이야기해 뒀으니 걱정하지 마렴. 넌 다치지만 않고 무사히 나오면 될 거야.”

의외로 엄마가 아줌마들 모임에서 알게 된 장군의 아내에게 동민의 이야기를 많이 해 두었고, 리버 피닉서를 보여주는 조건으로 동민을 국군홍보원 국방홍보지원대로 넣어주기로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옆에서 가지 튀김을 먹고 있던 리버 피닉서가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잠깐 눈치를 보았지만, 다시 밥에 마파두부를 비벼먹었다.

“아빠는 살짝 의심스러웠는데 엄마가 그렇다면 확실하겠네요.”

“그럼. 우리 아들은 엄마만 믿으렴.”

확실히 아들 걱정은 엄마가 하는 것이었고, 아빠는 자기 때는 군대가 더 길고 힘들었다며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라고 별거 없을 거라 말하다 엄마한테 한 소리를 들었다.

민간 사회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논산 훈련소로 가자 주차 요원이 차량 통제를 도와주었고, 사람들은 리버 피닉서와 함께 등장한 동민 가족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 샌드 시계에 나왔던 독사 아니야?”

“리버 피닉서랑 같이 있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은데?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잘생겼네?”

잔인한 킬러 독사로 샌드 시계에 출연한 동민의 존재도 이목을 끌었지만, 95년도에 훈련소 입소장에 쉽게 볼 수 없는 금발의 미남 외국인이 등장한 것이 더 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웅성웅성~

훈련소 입소장 한쪽에 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다른 유명인도 입대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제시카가 삼촌과 함께 동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제시카가 달려와 동민에게 안겼고, 짧아진 머리를 보고는 눈물을 글썽였다.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삼촌이 데리고 오신 거예요?”

“제시카가 계속 세탁소에 찾아와 우는 바람에 데리고 왔단다. 나도 네가 군대 가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고.”

“흐흑. 오빠 안 가면 안 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자.”

“금방 끝나고 돌아갈 거야. 조금만 기다려 줘. 편지 자주 하고.”

부모님은 삼촌과 제시카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동민을 놀래켜 주기 위해 일부러 말을 안 하셨다.

제시카를 토닥거리고 있는데 또 다른 외국인이 다가와 말했다.

“아무래도 여자 친구가 있으니 저는 눈에 안 들어오시는군요. 저도 같이 왔습니다.”

“와줘서 고마워요. 닐. 앞으로 닐이 가장 많이 면회를 와야 하니까 빨리 한국 군대에 익숙해지세요.”

동민과 10년 가까이 함께 일해 온 닐 역시 입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함께 날아왔고, 동민은 그에게 선물 받아 차고 있는 손목시계를 보여주며 고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여기까지 찾아와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연병장에 모이라는 방송이 나왔고, 동민은 마지막으로 모든 이들과 포옹을 나누고는 달려갔다.

“뒤로 돌아! 방문해 주신 분들께 경례!”

“충성!”

가장 규모가 큰 논산 훈련소에서는 입소 행사를 가족들에게 보여 주었고, 마지막으로 경례를 하고는 훈련소 막사로 이동 했다.

기본적인 물품을 받고 막사로 들어가 입고 온 옷과 가져가지 못하는 물품을 모두 소포상자에 담아 보냈다.

쿰쿰한 냄새가 나는 훈련복을 입고 있으니 살짝 짜증이 나면서 군대에 두 번 입대한 상황에 현타가 왔지만, 훈련소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기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런 모습이 멋있어 보였는지 아직 어리버리한 입소 동기들이 동민을 멋있다며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훈련소 정도는 처음 입대한 민간인들에게나 무섭고 어렵지 두 번째 경험하는 동민에게는 조금 지루하고 답답할 뿐이었다.

교육을 받지 않아도 웬만한 것은 조교만큼 할 수 있었고, 전생에 비해 체력이나 운동 신경도 훨씬 좋아져 아주 모범적인 훈련생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가지 단점은 너무 뛰어나다 보니 분대장을 시키는 바람에 귀찮아졌지만, 동민의 분대에 있는 훈련병들은 군대 2회차인 동민의 능숙한 모습에 신뢰를 보내며 잘 따르고 있었다.

“김동민 훈련병은 미국에서 왔습니까?”

“네. 군복무를 마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샌드 시계에 나왔던 그 독사가 맞으십니까?”

같은 내무반에 있는 훈련소 동기들은 틈만 나면 동민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였고, 미국에서 온 데다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그를 특별하게 생각했다.

거기다 입소 날 어려 보이지만, 아주 예쁜 외국인 여자 친구가 찾아왔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 되었다.

처음에는 동민도 동기들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함께 훈련을 받다 보니 금방 친해졌고, 여러 가지 군대 꿀팁을 알려줬다.

“아직도 화장실을 성공하지 못해서 걱정입니다.”

“훈련소 음식에 변비약과 성욕 억제약을 탄다더니 사실인가 봅니다.”

단순히 힘들고 체력이 바닥이라 활기찬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고, 많이 먹어도 음식의 에너지를 쪽쪽 뽑아 쓰기에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지 못한 것이지만, 모든 것이 새롭고, 처음인 훈련생들을 달라진 자신의 몸에 조금씩 걱정을 했다.

“나는 성공했는데 요령을 알려줄게. 양팔을 뻗어 화장실 양쪽 벽을 밀면서 힘을 주면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설마 그런 방법으로 볼일을 볼 수 있는 겁니까?”

“한번 시도해봐.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작은 조언으로 막혀 있던 혈을 뚫은 훈련생들은 동민을 더욱 은인으로 모셨다.

이미 훈련소 경험이 있고, 전생에 비해 육체적인 조건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동민을 가장 편하게 해 주는 것은 샌드 시계에 출연했다는 것이었다.

훈련생들은 내무반에서 텔레비전 시청이 불가능했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샌드 시계 시청을 하지 못했지만, 군 간부들은 서울에 있는 군인들이 녹화해준 비디오테이프를 받아 거의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었다.

“김동민 훈련병. 따라 오도록.”

“135번 훈련병 김동민! 네! 알겠습니다!”

동민이 조교를 따라간 곳은 논산 훈련소 소장의 방이었고, 그곳에는 논산 훈련소의 고위 간부들이 모여 샌드 시계를 함께 보고 있었다.

“오! 정말로 독사로군. 여기 앉게나. 지금 막 틀었으니 함께 보세.”

“네! 알겠습니다!”

동민은 훈련병의 신분으로 투 스타 옆에 각을 잡고 앉아 샌드 시계를 함께 시청했다.

다른 간부들도 동민을 신기하게 바라보았고, 소장이 중간중간 드라마에 관련해 질문을 했다.

“자네 몸이 날렵하던데 무술을 배웠나?”

“네! 이염걸에게 직접 배운 중국 무술을 오랫동안 수련해 왔습니다.”

동민이 이염걸에게 직접 배웠다고 하자 홍콩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군인들이 감탄하며 어떻게 배우게 되었는지 물어 보았다.

아무래도 군대이다 보니 살짝 살을 붙여 성용의 소개로 이염걸을 만나 잠시 함께 지냈던 것을 알려 주었고, 다들 동민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자네는 드라마의 엔딩도 알고 있겠군.”

“네! 그렇습니다!”

“아니야. 궁금하긴 하지만, 직접 보는 것이 더 재미있겠지.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야 이야기해 주게나. 고연정과 최만수도 직접 만나 보았겠군.”

동민은 꽤 친해졌다며 고연정이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은데 군대에 있어서 아쉬워했다는 것과 최만수가 휴가 나오면 술을 같이 마시자고 했다고 말했다.

“훈련 성적도 자네 기수에서는 최고라고 하더군. 이렇게 훌륭한 훈련병에게는 포상을 내려야 하니 앞으로 저녁에 이곳에서 함께 드라마를 보도록 하게. 야간 근무는 열외시켜 주겠네.”

훈련소장의 눈에 들면서 안 그래도 쉬웠던 훈련소 교육이 더욱 편해졌고, 금방 시간이 흘러 기본 군사 훈련을 모두 수료했다.

< 13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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