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24화 (109/265)

< 124 >

카이누 리부스가 나오는 구름 위의 산책 다음으로 동민이 선택한 영화는 산드라 블락이 출연하는 당신이 잠자는 사이라는 멜로 영화였다.

지하철 매표소에서 일하며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산드라 블락은 매일 출퇴근을 하는 한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그가 철로에 떨어져 열차에 치일 뻔할 때 그를 구사일생으로 구해낸다.

그가 의식을 잃은 사이 그의 가족과 친척들이 병원으로 찾아오는데 산드라 블락을 그의 약혼녀로 착각하면서 일어나는 로맨스 코미디를 다룬 영화였다.

오해가 겹치면서 산드라 블락은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만, 환자의 가족들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의 남동생과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얼마 뒤 사고를 당했던 그가 깨어나고 당연히 그녀를 몰라보지만, 부분 기억상실증이라고 생각하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로 한다.

엔딩은 어떻게든 행복하게 끝이 나는데 사랑과 가족애를 다룬 연말에 보기 좋은 영화로 아주 저예산인 1,7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최종 1억 8,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초대박을 치게 된다.

“여기에는 1천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그럼 절반 이상인데 괜찮을까요?”

“제작비가 워낙 적으니 적당히 흥행만 해도 손해 보지는 않을 거예요.”

유명하지도 않은 영화에 1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자, 리오가 깜짝 놀라 하며 동민이 한국의 귀족이나 왕족이라고 착각을 했다.

그렇게 옆에서 구경을 하다가 길버트 그레이트에서 주인공 길버트로 출연한 조니 데브의 영화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짐 자머시 감독이 만드는 영화 이야기하는 거야?”

“응. 조니에게 들었는데 저예산 예술 영화라고 하던데? 서부극이라서 세트장 비용도 별로 안 든다고 들었어.”

“이번에도 흑백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 제작비가 적게 들긴 할 거야.”

조니 데브가 출연하기로 되어 있는 짐 자머시 감독의 데드맨은 새로운 장르의 서부극으로 평론가들 사이에서 꽤 높은 평가를 받게 되는 작품이었다.

조니와 아주 친한 동민은 그가 출연한다면 큰 수익을 보지 못하더라도 웬만하면 투자를 해 왔었는데 이번만큼은 투자를 할 생각이 없었다.

“조니가 많이 섭섭해하겠는걸?”

“제작비가 900만 달러라 부담이 안 되긴 하지만, 너무 실험적인 영화라 시장 반응이 좋지는 않을 것 같아.”

“조니는 작년에도 실험적인 영화를 찍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잖아.”

“작년에는 팀 볼튼 감독님이니까 그런 분위기를 잘 뽑아냈고, 팬층이 두터우니 괜찮았지만, 짐 자머시 감독님은 그러기 쉽지 않을 거야.”

조니 데브가 출연하는 데드맨은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900만 달러라는 부담 없는 예산으로 만들어지는데 결과는 총 1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면서 엄청나게 망해버린다.

본전치기도 아니고 제작비의 1/9 수준의 수익은 독립 영화보다 더 나쁜 성적이었다.

동민이 조니 데브가 나오는 데드맨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하자 조니와 함께 영화를 찍으면서 친해진 리오나르도가 시무룩해졌다.

“데드맨에 투자는 못 하지만, 대신 이제 재미있는 영화 보여 줄게. 그리고 오늘 들은 정보는 전부 대외비인 거 잊지 말고.”

“걱정하지 마, 내가 계약서를 많이 써 봐서 비밀 유지 사항을 잘 지킬 줄 알아.”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 주겠다는 말에 리오가 다시 신난 얼굴을 하였고, 동민은 드디어 액션 영화를 선택했다.

“우와! 이게 뭐야. 멕시코 마리아치 액션 영화네? 내용이 너무 황당한데?”

“쿠안틴이 엑스트라로 나오네요? 뱀파이어랑 인터뷰에 나왔던 안토니 반데라스가 주인공이고요.”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영화인데 B급 감성이 가득한 작품이 될 거예요. 난무하는 총탄과 피, 폭발로 생각 없이 간단하게 즐기기 좋은 영화가 탄생할 것 같아요.”

“세상에. 액션 영화인데 제작비가 7백만 달러밖에 들지 않는군요.”

멕시코에서 촬영하기도 하고, 엑스트라 악역들이 죄다 1인 다역으로 출연하면서 제작비를 엄청나게 절약하게 된다.

B급 영화 매니아인 쿠안틴은 직접 엑스트라로 출연할 만큼 로드리게스 감독의 영화에 큰 관심을 보인다.

아주 저예산인 7백만 달러로 만들어진 무법자는 미국에서만 2,5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해외에서는 그 이상을 회수하면서 제작비 대비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어들인다.

무법자가 별 내용 없는 단순 복수극이긴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 상당히 많은 오마주를 받게 되는데 기타 케이스에 총기류를 들고 다니는 아이디어는 이 작품이 원조였다.

마지막에는 기타 케이스가 기관총이 되기도 하고, 미사일마저 날아가면서 황당하지만,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닐과 리오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키득거렸고, 동민은 무법자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로맨스 영화 투자서만 보다가 B급이라고 해도 통쾌한 액션 영화를 보니 재미있네. 다음 영화는 어떤 거야?”

“이번에는 더욱 흥미로운 우주 이야기를 다룬 영화야.”

동민이 안토니 반데라스가 나오는 무법자 다음으로 투자할 영화는 포레스트 캄프로 미국의 국민 배우가 된 톰 행스크가 출연한 아폴론 13이었다.

아폴론 13호는 아폴론 12호에 이어서 세 번째로 달에 착륙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산소탱크 쪽에서 발생한 고장으로 우주선의 기능이 정지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우주공간에서 지상에 있는 나사 직원들이 도와주면서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는 내용이었는데 전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사실에 입각하여 제작되는데 진짜 아폴론 13의 사령관이었던, 짐 러블이 영화의 사실성을 직접 인정해 주기도 한다.

닐은 이미 아폴론 13 제작에 관해서 알고 있었고, 아직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리오는 시나리오를 읽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여기 보면 우주에서 촬영을 한다는데 정말이야? 진짜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서 우주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말이야?”

“우주까지 날아가는 건 아니고, 우주선 안에 세트장을 만들어 하늘에서 낙하하면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 촬영하는 거로 알고 있어.”

동민의 설명을 들은 리오와 닐이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 자유 낙하를 하면서 영화를 찍는다는 말에 황당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폴론 13은 역사상 최초로 실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 촬영하는 영화가 되는데 나사가 보유한 시험기 내부에 세트장을 만들어 자유 낙하를 하면서 영화 촬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장면이 무중력으로 촬영되는 것은 아니고, 절반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편집되어 만들어진다.

아무리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도, 실제로 우주선을 날리는 것보다는 싸기에 중요 장면만 하늘 위에서 직접 촬영을 하게 된다.

“휴스턴. 위 해브 프라블럼. 이 대사가 입에 착 감기는데?”

나사 방송에서 가장 유명한 말인 ‘휴스턴 위 해브 프라블럼’이 영화에도 나오면서 우주 도시 휴스턴의 명성을 다시 전 세계에 말리기도 한다.

아폴론 13은 나사의 시험 비행선을 날리면서 촬영하기는 하지만, 작은 우주선 세트 안에서 촬영하고, 나머지 장면은 나사 사무실이 전부이기에 생각보다 적은 5,2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다.

당연히 무중력 장면이 유명해지고, 톰 행스크가 출연한 아폴론 13은 크게 흥행하게 되고 북미에서만 1억 7,300만 달러, 해외에서는 1억 8,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총 3억 5,500만 달러라는 큰 흥행 수익을 올리게 된다.

“다니엘. 여기 국세청에 관한 농담도 있는데 정말 재미있네요. 안 그래도 다니엘이 벌어들이는 수익 때문에 국세청이랑 매번 싸우는데 그놈들은 우주까지 찾아와 세금을 받아 갈 놈들이에요.”

미국 국세청은 아주 엄격하고 확실한 징세 업무로 악명이 높은데, 영화 초반 비행사들이 방송으로 우주선 내부를 소개하다가 국세청에서도 방송을 보고 있는지 질문을 한다.

오늘 세금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바빠서 못 했다고 말하자 지상 관제 요원은 ‘국세청 놈들이 저기에 들이닥치겠네.’라고 농담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다행히 미국 영토 바깥에 머물러 있다는 명목으로 닉슨 대통령이 직접 신고 기간을 연기해 준다.

사실 이것도 실제 비행 때 휴스턴에 있는 지상 요원들이 비행사에게 했던 말이다.

“세금을 많이 내려면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하겠네요. 아폴론 13에는 제작비 중 2천만 달러를 지원하는 거로 하죠.”

“안 그래도 그 정도가 딱 한계선일 것 같네요.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리오나르도는 2천만 달러라는 이야기에 이제는 포기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동민에게 1억 달러 이상을 벌어줄 아폴론 13에 투자를 마치고, 다음으로 고민 중이던 영화를 두 사람에게 보여 주었다.

“이건 아직 투자를 해야 할지 결정내리지 못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크림슨 바다라. 잠수함 영화군요.”

“전쟁 영화야? 잠수함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크림슨 바다는 피처럼 붉은 적조를 나타내는 단어지만, 미 해군에서는 1급 위기 사태를 나타내는 뜻이었다.

거기에다 영화에 나오는 잠수함의 이름이 알라바마였는데 알라바마 대학교의 미식축구팀 이름이 알라바마 크림슨 바다였다.

“던젤 워싱턴이 주인공이네?”

“흑인 소령이 타는 잠수함 이름이 인종차별이 심한 주인 알라바마라니 아이러니하네요.”

크림슨 바다는 러시아 잠수함과의 전투와 3차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핵 미사일 발사를 두고 함장과 던젤 워싱턴이 대립하면서 일어나는 잠수함 내 사투를 다룬 영화였다.

긴박한 상황에서 긴장감이 넘치는 갈등으로 밀덕들에게도 꽤 인정을 받는 훌륭한 영화였다.

동민이 투자를 고민하고 있던 이유는 내년에 충분히 많은 숫자의 영화에 투자를 한 상황이고, 크림슨 바다가 5,3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를 들여 최종 1억 5,75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그럭저럭 흥행을 기록하기에 망설이고 있었다.

“스토리가 상당히 복잡한데요? 군사적 지식이 조금 필요하긴 하겠지만, 긴장감을 조성하기에는 아주 좋네요.”

“시나리오를 읽으니까 군사용어가 너무 많아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이런 영화는 눈으로 보는 거랑 글로 읽는 거랑 차이가 많이 나긴 할 거야.”

닐은 크림슨 바다에 투자하길 원하고 있었고, 리오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극장 매출은 제작비의 3배로 큰 재미를 보지 못 하지만, 2차 시장에서 꾸준히 수익을 거두기에 제작비의 1/10일 530만 달러만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시간이 꽤 늦었는데 리오는 집에 안 가도 괜찮아?”

“투자 결정하는 것도 은근 피곤하네. 옆에서 보기만 했는데도 머리가 멍해졌어. 이제 가야 할 것 같긴 한데 아직도 투자할 영화가 많이 남았어?”

“거의 끝나긴 했는데 오늘 액션 영화 하나만 더 결정하고, 나머지는 다음에 하려고.”

동민이 오늘은 하나만 더 하고 끝내겠다고 하자 리오나르도는 마저 보고 가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동민이 꺼낸 시나리오를 보고는 집에 안 가길 잘했다며 흥분하며 소리쳤다.

“우와! 이 영화에 투자하는 거야? 그동안 시리즈가 계속 나오지 않았는데 드디어 다시 만드는구나!”

< 12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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