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제시카였지만,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표정이 너무 어색하잖니. 조금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렴. 몸도 너무 굳어 있구나.”
제시카는 비록 엑스트라이지만,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었다.
처음이라 연기가 부족할 수는 있지만, 엑스트라 역이라 큰 연기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은 웬만하면 연기력이 크게 티 나지 않는데 누가 보아도 로보트 같이 어색한 연기를 하고 있었다.
미래에도 특유의 발연기가 고쳐지지 않아 한창 인기가 높아지던 전성기에 연기를 줄이게 되는데 지금은 정말이지 지나가던 일반인에게 연기를 시켜도 더 잘할 것 같았다.
“제시카는 엑스트라를 맡아도 눈에 띄어서 주목받는구나.”
하지만, 콩깍지가 씌인 동민의 눈에는 그런 모습도 사랑스럽게 보였다.
영화 캠프 노웨어로 데뷔한 제시카 아르바는 같은 해 알렉스 맥의 비밀세상이라는 청소년 드라마의 엑스트라로 텔레비전 데뷔도 함께한다.
이후로 카메룬이 제작한 텔레비전 시리즈 엔젤 다크에 출연해 인기를 얻게 된다.
2005년 중반에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씬 도시와 환타스틱 넷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섹시아이콘으로 떠오른다.
여러 남성 잡지나 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100인 중 1위에 뽑힐 만큼 잘나가는 섹시 스타 중 1명이 된다.
제시카가 섹시 아이콘으로 성공하긴 하지만,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라 종교적인 이유로 노출을 거부한다.
영화 씬 도시에서 섹시한 카우보이 댄서로 나오기는 하는데 원래는 스트립 댄서로 출연하는 장면인데 그녀가 거부해 비교적 얌전한 복장으로 바꾸게 되었다.
카메룬은 미래 제시카 아르바를 엔젤 다크에 캐스팅할 아무도 그녀의 인종을 알 수 없다며 미래의 얼굴이라며 칭찬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멕시코계 미국인이고, 어머니는 캐나다계 미국인으로 덴마크와 프랑스계 혈통을 가지고 있어 제시카의 국적을 알 수 없는 외모가 만들어진다.
여러 인종이 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주면서 인기를 얻게 된다.
예쁘고 귀여운 외모와 귀엽지 않은 몸매로 주목을 받지만, 제시카는 심각한 발 연기로도 악명이 높아진다.
영어로 연기하는 서구권 배우들의 발 연기를 감지하기 힘든 한국인의 눈에도 아르바의 발 연기가 보일 정도로 심각하게 연기를 못한다.
당연히 미국에서는 그녀의 연기가 항상 논란의 여지가 되는데 골든 라즈베리상의 단골 후보가 되기도 한다.
연기를 못하기 때문에 맡을 수 있는 배역에도 한계가 있고, 좋은 역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인기와 인지도에 비해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좋지 못한 편이다.
그럼에도 꾸준한 자기 관리로 동안과 몸매를 유지하면서 나이가 들어도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 너무 유명한 배우가 되면 연기하느라 바빠지니까 가정에 소흘해 질 수밖에 없어. 연기를 못하는 건 오히려 더 잘된 거야.”
이미 제시카에게 푹 빠진 동민은 그녀의 단점을 오히려 좋은 쪽으로 해석하며 받아들였다.
그리고 제시카 아르바라고 하면 예쁘고 귀여운 외모에 핫한 몸매를 가진 할리우드 셀럽으로만 알고 있는데 거대 기업의 회장이 되어 활동하게 된다.
제시카 아르바는 친환경 생활용품 기업인 솔직한 회사를 창업한다.
그녀는 첫 아이 출산 이후 유아용품의 독성 물질 때문에 알러지가 생기게 되고, 유아용품의 독성 물질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관심이 생긴 제시카는 3년에 걸려 사업 파트너를 찾게 되고 이후로 화학 물질을 공부하고, 관련법을 개정하기 위해 사회활동을 시작한다.
제시카는 여러 차례 직접 회사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전문가들을 모셔와 5천억 이상의 투자를 받고 가치 평가 1조가 넘는 회사를 일구어 낸다.
보수적인 동민에게 제시카 아르바는 가정적이다 못해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 친환경 회사를 차려 버리는 완벽한 여자였다.
결혼 전에는 한두 번의 스캔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부터 관리하면 되는 것이고, 이혼하거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아주 아주 까다로운 동민의 기준에 통과한 제시카를 어려서부터 잘 관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빠. 나 연기 너무 못하는 것 같아. 감독님한테 지적받아서 너무 부끄러워.”
“괜찮아. 제시카는 연기가 처음이니까 당연한 거야. 앞으로 좋아질 거니까 걱정하지마.”
동민은 자신이 직접 연기를 알려 주겠다며 음흉한 생각을 했다.
뱀파이어랑 인터뷰 촬영을 하면서 현장 데이트를 하다 보니 시간이 빨리 흘렀고, 그동안은 별생각 없었는데 여자 친구가 생기니 불편한 것이 하나 있었다.
“브래들리는 무슨 차 타고 다녀요?”
“일할 때는 포드 SUV 타고 다니고, 개인적으로 타는 차는 올드 캐딜락 오픈카 타고 있어.”
“흠. 나하고는 안 어울리네요. 리버는요?”
“난 포르쉐 911 타고 다녀. 차 사려고?”
“아무래도 차가 필요한 것 같아서요.”
“그래. 데이트하려면 차가 필요하지. 자전거 타고 데이트할 수는 없잖아?”
동민은 자전거 뒤에 제시카를 태우고 세탁소에 함께 갔지만, 그녀의 집까지는 데려다주지 못했다.
아직 중학생인 그녀는 자전거 뒷자리도 좋아했지만, 이제 운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동민은 차를 사고 싶어졌다.
“첫차는 아무래도 콜로나나 시빅이 좋지 않나.”
“그건 보통 대학생 첫 차고 다니엘은 돈이 많으니 BMW나 벤츠로 가야지.”
“그래 운전할 줄도 모르는데 처음부터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사면 사고 난다고.”
전생에 운전을 했었던 동민은 고급 스포츠카를 사더라도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거기다 로스앤젤레스가 많이 막히긴 하지만, 한국의 골목에 비하면 운전하기도 편하고 도로도 넓었다.
“다니엘이라면 당연히 한국 차를 타야지. 이번에 새로 나온 도심형 SUV가 괜찮다던데?”
동민의 첫 자동차 이야기를 들은 탐 크루스도 합류해 어떤 차를 사야 할지를 두고 토론했다.
남자라면 모두 차에 관심이 있었고, 돈 많은 배우들이기에 특별한 차에 대한 지식도 상당했다.
특히 이중에서 바이크부터 전투기까지 가장 운전을 잘하는 탐 크루스가 참여하면서 대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돈 많은 동민이라면 벤틀리나 롤스로이스가 어울리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재규어가 좋긴 하지만, 첫 차로 추천하기에는 문제가 많긴 하지. 관리에 자신이 있다면 랜드로버도 좋지.”
“탐은 영국 차를 좋아하나 봐요.”
“이탈리아나 독일 차보다 중후한 멋이 있잖아. 엔티크한 멋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자주 고장이 나기도 하지.”
벤츠에서 나온 각진 군용 SUV G바겐 이야기도 나왔고, 미국을 대표하는 포드사의 픽업 트럭도 튀어 나왔다.
며칠간 동민에게 어떤 차를 사라며 수없이 많은 추천이 들어왔고, 일주일 뒤 동민은 이번 생에 처음으로 구입한 차를 몰고 나타났다.
“이야~! 끝내주는 녀석을 가지고 왔군.”
“구하기 어려웠을 건데 상태 좋은 걸 어떻게 산 거야?”
동민이 타고 온 차는 포드에서 만든 1970년산 중고 자동차였다.
“포드 머스탱 보스 429로군. 1970년 모델인가?”
“탐은 바로 알아보네요?”
“이 기념비적인 모델을 모르면 안 되지. 오리지널 보스 429는 총 1,358대만 만들어졌는데 나도 한 대 가지고 있지.”
보스 429는 나스카에 출전하기 위해 만든 특이한 모델이었다.
나스카의 승인 규정에 따라 나스카에 나가기 위해서는 500대 이상의 자동차가 동일한 엔진을 장착해 시중에 판매되어야만 했다.
그로 인해 포드 머스탱 보스 429에는 빅블록 V8 OHV 포드 385에서 파생된 앤진이 올라갔다.
양산형 차인 보스 429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실린더 해드와 흡기 매니폴드와 735 CFM 싱글 홀리 4 배럴 캬부레터가 장착된 7.0L V8엔진과 4단 수동 변속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보스 9이라고도 불리는 이 차는 가장 희귀하고 가치 있는 머슬카 중 하나로 이 차를 도둑맞은 은퇴한 전설의 킬러가 훔쳐간 도둑이 속한 조직을 괴멸시킬 정도로 특별한 차였다.
“이거 살 가격이면 더 좋은 신차를 살 수 있었을 건데 다니엘이 차를 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구나.”
“비싸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이 차는 계속해서 가치가 오를 테니 오늘이 가장 저렴한 가격일 거예요.”
포드 머스탱 보스 429는 비싸긴 했지만, 지금은 일본 버블 경제에서 만들어진 뛰어난 스포츠카가 나오는 시절이었고, 아직 아메리칸 머슬카의 가격이 폭등하기 전이었다.
수프라나 스카이라인 RX-7에 관심이 가기도 했고, 최근에 나온 NSX와 닷지 바이퍼에도 흥미가 갔지만, 시세를 알아보니 동민의 생각보다 아메리칸 머슬카의 가격이 너무 저렴했다.
“그래서 이 차 말고 몇 대를 더 구입했어요. 닷지 차저 R/T랑 쉐빌 SS도 샀고 1967년형 쉘비 GT500도 샀어요.”
전생에 질주의 분노 시리즈를 리뷰하다 보니 영화에 자주 나오는 아메리칸 머슬카를 조사하게 되었고, 동민은 그 가치와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도 비싸긴 했지만, 아직 구할 수 있는 상태가 좋은 매물들이 꽤 있었고, 미래에는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남은 매물 자체가 없기에 부르는 게 값일 차들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올드 머슬카는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매일 타고 다니려면 손이 많이 갈걸?”
“그래서 같은 차로 2대씩 구입했어요.”
동민의 이야기에 탐과 브래들리, 리버 피닉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갔다.
그들의 말대로 관리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올드 머슬카이긴 하지만, 돈이 많은 동민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차를 구해 준 닐이 드디어 비용이 발생한다며 좋아했다.
이번 기회에 웨어하우스를 하나 구입해 차를 보관하고, 매케닉을 고용하자면서 닐은 적당한 매물을 알아보고 있었다.
부르릉~!
대배기량 자연 흡기 엔진이 내는 거대한 배기음과 떨림이 동민의 가슴을 간질였지만, 뭐니 뭐니 해도 조수석에 앉아 있는 제시카 아르바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집까지 태워줘서 고마워요.”
“나도 제시카랑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같이 있어서 좋았어.”
딱히 차가 필요 없었던 동민이 과소비를 하게 만든 제시카는 집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지 않고 동민에게 고맙다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눈치가 없는 동민이라도 지금 상황과 분위기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용기를 내어 제시카에게 가까이 가자 동민을 바라 보다 살짝 눈을 감는 그녀였다.
“이 자식! 뭐 하는 거야!”
동민과 제시카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순간 그녀의 아버지가 집에서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동민은 제시카를 내려주고는 도망치려다 아버지에게 붙잡혔다.
“자네 뭘 하려 했던 건가?”
“제시카 눈에 뭐가 들어가서 불어주려고 했습니다.”
“정말인가? 내가 잘 못 본건 아니겠지?”
“아빠.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내가 불어달라고 했어.”
“이번은 믿도록 하지. 앞으로는 눈에 먼지가 들어가더라도 불어주지 말게. 그나저나 자네 멋진 차를 가지고 있군.”
동민은 결국 제시카의 아버지와 드라이브를 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 11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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