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07화 (92/265)

< 107 >

주연 배우인 팀 로빈슨은 190 중반의 엄청난 장신이었다.

키가 큰 편에 속하는 모건 후리먼과 함께 촬영을 하는데도 팀 로빈슨이 더 커 보인다.

동민이 투자를 결심한 스티븐 킴 원작 영화는 쇼생크의 구원이었다.

주인공인 팀 로빈슨이 아내와 그녀의 바람 상대인 프로 골퍼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메인주 주립 교도소 쇼생크에 갇히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였다.

엄청나게 고평가받는 미래에 비해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미국에서 2,87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한다.

이후 해외에서 그나마 8,100만 달러를 거둬들이며 본전은 찾게 된다.

개봉 당시에는 큰 관심을 못 받지만, CMM의 창립자이자 케이블 업계의 거물인 테드 터너가 영화의 2차 판권을 사서 자신의 채널에 끝없이 틀어준 덕분에 입소문이 퍼지고, 비디오와 DVD 만으로 1억 3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게 된다.

쇼생크의 구원은 흥행에는 실패하지만,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아카데미 7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지만 하필 94년에 쟁쟁한 작품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서 상을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 필름 연구소 선정 역대 최고의 할리우드 영화 100에 72위에 오른다.

팀 로빈스와 모건 후리먼, 다른 배우들의 열연과 감동적인 스토리, 치밀한 연출, 뛰어난 색감까지 고려한 촬영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은 걸작이 만들어진다.

동민도 전생에 쇼생크의 구원을 좋아해 여러 번 보기도 했고, 팀 로빈슨이 감옥에서 탈출해 비를 맞는 포스터를 방에 붙여두기도 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하고 수상도 하지 못하였지만, 사람들이 뽑은 인생 영화로 항상 쇼생크의 구원이 손꼽힌다.

관객들의 투표 평점을 보여주는 IMDb Top 250 평점에서 수년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중국의 도우반 250, 러시아 키노포이스크 Top 250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한다.

한국의 영화 플렛폼에서도 1위를 차지할 만큼 대중에게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다니엘이 투자하는 걸 보니 예전의 스티븐 킴 소설을 영화로 만든 미주리처럼 흥행에 성공하겠네요. 여기에는 얼마나 투자할 생각이신가요?”

“쇼생크의 구원이 10월에 개봉하는데 워낙 쟁쟁한 영화들이 같이 나와서 아마 좋은 성적을 달성하기는 힘들 거예요. 그래도 작품이 워낙 좋으니 길게 보면 좋은 결과로 돌아오겠죠.”

아무래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보니 다른 장면이 꽤 있었는데 동민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주인공이 교도소에 오페라 아리아를 틀어주는 장면은 소설에는 없는 영화 오리지널 장면이었다.

감독이 촬영 중에 자주 오페라 아리아를 들었는데 이를 본 팀 로빈슨이 영화에 넣자는 의견을 내고 영화에 들어가게 된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인 앤디가 키가 작고 굉장히 마른 인물로 묘사되지만, 영화에서는 훤칠한 외모에 장신으로 나오고 모건 후리먼이 연기한 레드는 아일랜드계 백인으로 나왔다.

동민은 다시 쇼생크의 구원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읽어 보았는데 몇 번을 읽어도 죄수와, 간수, 사건의 조화가 아주 절묘하게 어우러져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명작에 투자를 마친 동민은 세기의 작품의 관심을 뺏어 버리는 영화 시나리오를 집어 들었다.

“인생은 초콜릿 박스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단다….”

“포레스트 캄프군요. 이 소설은 저도 재미있게 읽었네요.”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닐이 웬일로 읽어 보았다고 말했다.

소생크의 구원이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라면 포레스트 캄프는 더 많은 사람의 인생 영화였고, 특히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영화였다.

윈스터 프랜시스 그룸 주니어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톰 행스크 주연의 포레스트 캄프는 경계선 지능을 가졌지만, 열정적이며 가슴 따뜻한 캄프가 미국의 격동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헤쳐 나가는 내용이었다.

존 F. 케네디를 비롯한 미국 역대 대통령을 만나고, 엘비스 프레즐리에게 개다리 춤을 알려주기도 하고, 존 레논을 만나고, 탁구로 중국에 가는 등 영화에서는 포레스트 캄프가 미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등장해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나랑도 비슷하네.’

동민이 과거로 돌아와 할리우드의 굵직한 흐름에 한 발 걸친 것처럼 포레스트 캄프는 미국 과거사에 중요 순간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톰 행스크가 미국의 과거 영상에 등장하는 장면은 당연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를 했는데 아직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필름 한 장 한 장을 장인정신을 가지고 100% 노가다 수작업으로 만든 산물이었다.

주인공 포레스트 캄프의 이야기도 인상 깊지만, 주요 등장인물 대다수가 고난과 역경을 겪다 포레스트의 도움을 받아 좋은 결말을 맺는 내용이었다.

배트남 전생에서 다리를 잃고 방황하던 댄 중위가 포레스트와 새우잡이 배를 하면서 성공하고, 사과 농장이라며 컴퓨터 회사에 투자하는 내용도 재미있었다.

첫사랑 제니와의 힘겨운 사랑과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그녀가 남긴 포레스트의 아이를 만나는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영화에는 생략된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소설에서 포레스트는 우주까지 진출하게 된다.

동민이 시나리오를 읽다가 원작 소설의 내용을 확인하자 미래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웹소설의 전개와 상당 부분 닮아 있었다.

거기다 소설에는 속편도 있었고, 미래에 속편을 제작하기 위해 여러 소송을 거친 다음 제작에 들어가지만, 9.11 테러로 취소된다.

포레스트 캄프는 미국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 영화이다 보니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여 미국에서만 약 3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94년 티켓 판매 1위를 기록한다.

포레스트 캄프보다 2주 일찍 개봉하여 큰 화재를 모으는 전설의 애니메이션 사자왕과 흥행 경쟁을 벌이는데 아슬아슬하게 포레스트 캄프가 1위를 차지하지만, 해외 매출에서는 사자왕이 크게 앞선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쇼생크의 구원과 함께 경쟁하는데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편집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면서 쇼생크에게 무관의 영광을 안겨준다.

톰 행스크는 작년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연속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미국의 국민배우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

이 영화는 흥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Run! Forrest! Run!”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패러디 되고 군대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영화에서 포레스트 캄프가 차린 새우 회사는 실제로 레스토랑이 생기고 장사도 꽤 잘된다.

미국의 20세기 중후반에 모든 현대사를 몸소 체험하고 겪으며 성장한 캄프의 대서사시는 5,500만 달러에 제작되고, 총 6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영화관에서 상영이 끝난 이후로도 2차 시장에서 계속해서 소비가 되고 94년 북미 최고 흥행작인 만큼 두고두고 방송에 나오게 된다.

“얼마나 투자하실 생각이신가요? 이 영화는 제가 봐도 꽤 잘될 것 같네요.”

“파라마운틴에서 직접 투자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난처하다고 들었어요. 가능하면 3천만 달러까지 투자하고, 힘들면 최소 2천만 달러는 투입해 주세요.”

영화 역사에 남을 명작인 포레스트 캄프 투자에 사인했는데 1994년에는 엄청난 영화가 정말 많이 만들어졌다.

어쩌다 보니 동민이 출연하게 된 뱀파이어랑 인터뷰도 있고, 디주니의 대작인 사자왕, 짐 게리의 화려한 등장을 알리는 에이스 밴츄리, 마스크맨, 더머 앤 덤도 있었다.

거기에다 동민이 조감독으로 참여하기로 한 쿠안틴의 폴프 픽션도 화려하게 등장한다.

이렇게 쟁쟁한 경쟁자들 때문에 쇼생크의 구원이 힘을 못 쓰는데 아직도 동민이 투자해야 할 영화가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아직 많은 영화가 남아 있으니 스피디하게 진행합시다.”

“그러게요. 이상하게 올해는 유독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네요. 이번에는 어떤 영화에 투자하실 건가요?”

“이미 말했잖아요. 스피디.”

다음으로 동민이 선택한 영화는 네덜란드 출신의 할리우드 액션 영화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얀 드 봉 감독의 데뷔작이자 화려한 흥행을 기록하게 되는 스피디였다.

스피디는 할리우드 액션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신인은 아니지만, 인디 영화에 주로 나오던 카이누 리부스가 주인공으로 발탁되었고, 만년 조연이던 산드라 불독이 처음으로 여주인공을 맡은 영화였다.

전직 애틀랜타 경찰국 소속 경찰관 출신 폭탄 테러리스트의 음모에 맞서 시속 50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바로 터지는 버스에 올라탄 카이누 리부스의 활약이 펼쳐지는 화려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로 흥행 대박을 기록하면서 감독과 주연 배우 모두 할리우드 1급 스타와 감독으로 발돋움한다.

나름 저예산인 3천만 달러로 찍은 스피디는 전 세계적으로 3억 5,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12배에 가까운 수익을 낸다.

미국에서는 94년 흥행 7위를 기록하지만, 특이하게 일본에서는 흥행 1위에 오른다.

재미있는 일화로는 영화에서 카이누 리부스가 일본 시계 회사인 카시오의 브랜드인 G-SHOCK DW-5600C-1V를 차고 나오는데 땅바닥에 굴러서 흙 범벅된 터프한 이미지가 클로즈업되면서 시계의 판매량이 급증하게 된다.

원래는 무난하게 팔리고 있었고, 단종하기로 했던 모델이지만, 스피디에 나오면서 생산 시기를 늘리게 되고, 단종된 이후로도 복각판 모델을 다시 출시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게 된다.

잠시 시계 생각을 떠올리던 동민은 다시 영화 시나리오에 집중했고, 달리는 버스 위에서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이 어떻게 글로 쓰여 있는지 확인했다.

“카이누 리부스하면 리버 피닉서와 친하던 배우 아닌가요?”

“맞아요. 얼마 전에 드라큘라백작 영화에도 나왔어요. 연기도 잘하는데 마스크가 독특해서 이번에 주목을 받을 것 같네요.”

다행히 스피디는 얀 드 봉 감독의 입봉작이기에 투자를 하려는 이가 많지 않았고, 총 제작비 3천만 달러 중 2천만 달러를 투입할 수 있었다.

아직 파릇파릇한 카이누 리부스와 산드라 불독 덕분에 2천만 달러가 2억 2천만 달러로 불어나는 기쁨을 만끽한 동민은 드디어 끝이 보이는 작업을 이어 갔다.

“이 배우는 전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친구네요. 다니엘이 신경 써 주기에 잘될 것 같았는데 벌써 꽤 유명해졌어요.”

“내년에는 뱀파이어랑 인터뷰에도 나오고 이 영화에도 출연하는 걸 보니 확실히 자리를 잡을 것 같네요.”

동민이 고른 영화는 전성기의 꽃미모를 뽐내는 브래들리 피트가 나오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잘생긴 모습과 수염을 기르고 장발을 한 야성미 넘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며 수많은 여성의 가슴에 불을 지르게 된다.

제1차 세계 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삼 형제 집안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사실 스토리만 보면 아주 막장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영상미와 잘생긴 브래들리 피트의 금지된 사랑은 여성팬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그를 일약 미남 스타의 반열에 올리게 된다.

< 10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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