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9 >
뉴욕 맨해튼에 있는 미국을 상징하는 월드트레이드 센터는 2001년 9월 11일 알 카이다로부터 비행기 테러 공격을 받게 된다.
아직 1993년 2월이기에 동민은 전혀 테러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뉴스에서 예상하지 못한 뉴스가 흘러 나왔다.
“알 카에다? 뭐하는 녀석들이기에 미국 본토에 테러를 한 거지?”
“아프가니스탄의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사람이 만든 반군단체예요.”
“아프리카스탄? 거긴 또 어디 있는 나라야? 넌 그런 테러리스트 단체를 어떻게 아는 거야?”
알 카에다의 탄생에는 미국이 큰 영향을 끼쳤는데 초반에 자신들을 지원해 준 미국에 테러를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그룹이었다.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냉전 체제에 있던 미국은 소련에 대항하는 반군에게 대량의 무기를 지원하게 된다.
엄청난 지원으로 강력한 무자헤딘(반군)이 생겨났지만, 전쟁이 끝나자 모두 실업자가 되어 버린다.
이를 본 오사마 빈 라덴은 새로운 무자헤딘을 만들고 이렇게 알 카에다가 창설되었다.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생 이후 미국은 중동에서 몇 사건을 터뜨리게 되고, 걸프전 때는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에 군대를 주둔시키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인 일을 보고 극대노한 무자헤딘 단체들은 알 카에다를 중심으로 반미로 전한하고, 미국에 여러 번 테러를 자행하는데 93년 세계무역센터가 첫 번째 테러였다.
“아! 다행히 지하 주차장에서 폭탄 테러를 저지른 거네요. 난 비행기가 빌딩을 박은 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뭐?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한다고? 영화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동민이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9.11 이야기를 흘려버렸다.
“그 정도로 놀랐다는 이야기예요. 미국 본토에 공격을 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당황한 동민이 말을 얼버무렸고, 다행히 뉴스에서 현장 영상을 보여 주면서 조니 데브의 관심이 분산되었다.
세계무역센터는 자본주의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자유의 여신상, 할리우드와 함께 미국의 상징이기도 했다.
테러리스트의 입장에서는 어그로를 끌기에 아주 좋은 목표물이었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알 카에다는 테러를 자행하게 되었다.
알 카에다의 수석 요원 람지 유세프는 1990년부터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훈련을 받고, 92년 9월부터 차례로 밀입국을 시작했다.
입국하자마자 람지 유세프는 테러에 쓰일 대형 사제폭탄을 제작하고, 일당들은 뉴저지에 거주기를 잡고 테러를 준비한다.
오늘인 93년 2월 26일 람지 유세프와 에야드 이모일은 세계무역센터 지하 2층 주차장 화물 공용창고 근처에 밴을 주차 후, 폭탄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도망친다.
다행히도 1번 타워와 3번 타워 사이 아래 차를 주차하고 도망치는데 타워 바로 아래 주차를 했다면 건물 전체를 붕괴시킬 만큼의 폭탄이 실려 있었다.
폭발로 인해 지하 2층과 지하 1층 사이에 30미터짜리 구멍이 생기고, 충격으로 인해 지하 5층까지 바닥이 주저앉게 된다.
폭발이 주 전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건물에 정전이 발생하고, 유독가스가 환풍구를 통해 올라가는 바람에 사람들은 호흡 곤란 증세를 일으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폭발 규모에 비해 사망자가 적은 것이었는데, 지하 주차장에 있던 6명만 사망했고, 지상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 이후로도 알 카에다는 미 대사관과 구축함에 테러를 가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 하자 다시 세계무역센터에 테러를 저지르게 된다.
동민은 거대한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충돌하는 장면이 떠올랐고,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
아무리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도 동민 혼자서 커다란 미래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갑작스럽게 여러 생각이 떠오르면서 동민은 고민에 빠졌고, 다음 날까지도 계속 여러 방안을 생각했다.
“아직 8년이나 남았고,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도 아니니 그때 상황에 맞춰서 행동하는 거로 하자. 일단은 눈앞에 닥친 것부터 해결해야지.”
동민이 기억하는 테러가 일어나려면 8년이나 남았고, 그때가 되면 대학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테니 다시 고민하기로 했다.
당장 올해만 해도, 마이클 잭선이나 리버 피닉서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이 있었다.
동민은 당장 해야 할 일 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사랑의 성촉절 반응이 꽤 괜찮은데요? 가볍게 봐도 재미있는데 다니엘이 말해 준 대로 의미를 생각하며 보니 더 재미있더라고요.”
사랑의 성촉절은 2월에 개봉하면서 동민이 투자한 93년 영화 중 첫 시작을 알렸다.
“헤럴드 레이미스 감독님이 각본을 잘 만들어서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미국 처음 왔을 때 뵌 적이 있는데 옛날 기억이 나네요.”
헤럴드 레이미스는 동민이 미국에 처음 왔을 당시 빌 머레이와 덴 에크로이드랑 함께 유령 버스터즈 촬영 의상을 찾기 위해 세탁소에 왔었다.
그들로부터 선물 받은 뮤온 트렙과 프로톤 팩은 세탁소 로비에 지금도 진열되어 있었다.
사랑의 성촉절 주인공인 빌 머레이와 헤럴드 레이미스는 오랜 인연으로 이번 영화도 함께 만들었지만, 촬영하면서 두 사람은 크게 다투고 절교한다.
이후 헤럴드 레이미스가 병으로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병원에 들러 인사를 하지만, 절친 이었던 둘은 이 영화 이후로 수십 년간 얼굴을 보지 않는다.
“혹시 빌 머레이랑 헤럴드 레이미스가 싸웠다던데 무슨 이유인 줄 알아요?”
동민은 전생에 두 사람이 싸운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정확한 자료가 없어 알지 못했고, 이번에는 영화계 소식통인 닐에게 물어 보았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친하다 보니 빌 머레이가 촬영동안 감독인 헤럴드 레이미스의 지시를 잘 듣지 않았나 보더라고요. 감독이 현장을 장악해야 하는데 빌 머레이에게 휘둘리다가 둘이 크게 다퉈서 영화가 중단될 뻔했었대요.”
유명한 배우일수록 다루기가 어렵다더니 이번에도 인지도가 높은 빌 머레이와 마찰이 있었던 것 같았다.
예전에 배드맨 1편을 찍을 때도 팀 볼튼 감독이 잭 니콜스 때문에 고생했다고 하더니 슈퍼 스타를 감독이 원하는 대로 연기하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카메론 감독님이랑, 쿠안틴은 배우를 잘 휘어잡기로 유명하니 두 사람에게 요령을 물어봐야겠네.’
사랑의 성촉절이 개봉하고 얼마 후 짧은 봄방학이 시작되었고, 동민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을 만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감독님. 촬영은 잘 진행되고 있으시죠?”
“로빈스 윌리엄 씨가 연기를 너무 잘 하고 현장 분위기를 띄워줘서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단다.”
“하긴 다른 사람이 이 역을 맡았으면 사이코 스릴러 영화가 되었을 거예요. 로빈스 윌리엄 배우가 대단하긴 하네요.”
중년 남자가 여자 가정부 할머니로 변장해 아이들만 있는 집에 잠입한다는 것은 엄청난 범죄이고 영화 마지막에 법원에서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며 아이들을 다시 못 보도록 조치를 당하기도 한다.
꽤나 심각한 이야기인데 영화를 맛깔나게 살리는 로빈스 윌리엄의 내공이 대단했다.
동민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옆에서 불조심 여사 촬영을 지켜보았는데 필름이 돌아가지 않는 동안에도 로빈스 윌리엄은 재미있는 농담과 몸개그로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다.
“다니엘. 저번에 선물로 주었던 게임은 정말 고마웠다. 포장도 뜯지 않고 콜랙션으로 모셔 두었지.”
“좋아하실 것 같았어요. 이번에도 선물을 챙겨 왔어요.”
게임 덕후로 유명한 로빈스 윌리엄을 위해 한정판 게임을 선물로 주었다.
“이건 일본 닌덴토 본사에서 직접 구해 온 거예요. 한정판에다 지금은 비매품이라 다른 데서는 못 구하실 거예요.”
“젤다의 전설, 오리지널판이구나. 고맙다. 이건 감동적이네.”
딸의 이름을 젤다로 짓고 광고까지 찍을 정도로 젤다에 진심인 로빈스 윌리엄은 정말로 고마워했고, 동민에게 보답을 하겠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꼭 연락하라고 했다.
며칠간 촬영을 지켜보며 크리스 감독을 도와주다 샌프란시스코까지 온 김에 오랜만에 스티븐 잡스를 찾아갔다.
“잘 지내셨어요? 요즘은 많이 바쁘신지 연락이 없으시네요?”
“다니엘이구나. 그동안 많이 자랐네. 이제 키가 꽤 컸구나.”
예전에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 간 이후로 처음 본 스티븐 잡스는 피곤이 쌓였는지 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크서클이 진한데 안 좋은 일 있으세요?”
“하하. 그게 사실 재정 상황이 좋아지질 않는구나.”
“세계 최초로 장편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만드시고 계시니 당연히 어렵겠죠. 그래도 디주니랑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계약하셨잖아요.”
원래 퓍사는 디주니 스튜디오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하면서 제작은 퓍사, 배급과 마케팅은 디주니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퓍사보다 아쉬울 게 없는 디주니는 IP를 소유하고 수익의 12.5%를 픽사에게 지불하며, 제작권을 보유하고, 앞으로 2편 더 제작할 권리를 가지며, 약간의 위약금을 물고 언제라도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있다는 조건의 계약을 맺게 된다.
하지만 동민이 참여를 하면서 IP소유는 디주니가 가지게 되었지만, 수익의 25%까지 퓍사에게 주는 것으로 바뀌었고, 앞으로 1편만 더 제작할 권리로 바뀌었다.
어차피 디주니의 대주주가 된 동민이기에 큰 상관은 없었지만, 퓍사의 지분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약자인 퓍사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다.
“제작비는 계속 들어가는데 딱히 수익이 나오는 곳이 없으니 유지하기가 쉽지 않네.”
“디주니에게 계약금 받지 않으셨어요? 제작은 얼마나 진행된 거예요?”
퓍사에서 만든 장난감 이야기는 아직도 스토리를 계속해서 수정하고 있었고, 변경되지 않을 배경 장면과 캐릭터만 먼저 CG로 만들고 있었다.
“시행착오를 계속 겪다 보니 제작비가 계속 늘어나네. 오죽했으면 풀 앨런이나 래리 엘리슨에게 회사를 매각할까 고민도 했다니까. 두 사람은 회사에 와서 실사도 하고 갔어.”
“마이크소프트의 풀 앨런이요?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애풀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라서.”
스티븐 잡스가 마이크소프트 이야기를 하자 윌 게이츠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영화와는 별 관련이 없는 사람이기에 딱히 접점이 없었고, 대신 마이크소프트의 주식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직 윌 게이츠가 세계 1위 부자 순위에 올라가지 않았으니 주가가 계속 오르겠지? 마이크소프트 윈도우 95가 나온 이후로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니 빨리 주식을 사야겠다.’
그동안 영화에만 집중하느라 주식은 워런트 버핏과 디주니에만 투자하고 있었는데 만 16살이 넘은 지금은 다른 곳에도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마이크소프트를 기억나게 해 준 스티븐 잡스에게 감사의 뜻으로 제작비를 지원해 주었고, 오마하에 있는 워런트 버핏에게 전화를 걸었다.
< 099 > 끝
ⓒ 아마기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