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8 >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기 싫어하는 마이클이 네버랜드에서 영상 촬영을 허락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평소의 마이클이라면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을 거지만, 예술적 자질이 뛰어난 음악계 후배이자 귀여운 아이들이 단체로 자신을 둘러싸자 잠시 이성을 잃고 말해 버렸다.
“마이클. 그럼 네버랜드가 전국 방송에 나오게 되는 건데 괜찮아요?”
“음… 그건 난처한데? 그럼 전부 말고 일부만 공개하는 거로 해서 하면 괜찮지 않을까?”
워낙 미디어로 고생하고 있는 마이클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을 기대 넘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변호사랑 매니저가 알아서 잘 처리 하겠지. 일단 진행하는 거로 하자.”
마이클의 입장에서야 일이 번거로워지는 것이었지 동민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네버랜드가 대중에게 공개 되고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아이들이 방문하게 되면 8월에 사고가 터지는 조르단과 덜 친해져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수도 있었다.
‘돈 먹는 하마인 네버랜드도 적당한 타이밍에 처분하라고 해야겠네.’
성추행 고소 이후로 조금씩 발길을 멀리하게 되는 네버랜드는 엄청난 연간 유지비로 인해 1인 중소기업을 넘어 1인 대기업인 마이클 잭선 마저 파산에 빠트릴 정도가 된다.
동민은 마이클의 인기가 꺾기기 전에 적당한 가격에 처분하라고 설득하려고 했지만,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왜 이렇게 마이클을 신경 쓰는 거지? 나중에 상황 보고 행동해야겠다.’
동민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사이 마이클은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아이들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갔다.
그렇게 연습과 촬영을 하다 보니 겨울 방학이 금방 끝났고, 봄학기가 시작되었어도 계속 디주니 스튜디오로 나가야 했다.
아이들 중 절반은 동민과 같이 계속 학교를 다니면서 촬영을 임했고, 연예계로 진로를 정한 아이들은 홈스쿨링을 하며 스튜디오로 출퇴근을 했다.
“다니엘은 왜 계속 학교에 다니는 거예요? 지금 바로 데뷔해도 될 것 같은데.”
이제는 꽤 친해진 라이온 고즐링과 캐나다에서 온 그를 자신의 집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는 저스틴 팀벌랙이 동민에게 물어 보았다.
“난 가수나 배우를 할 생각이 없어. 영화감독이 목표인데 여기 피디님이 꼬드겨서 나오게 된 거야.”
“그래도 춤이랑 노래 실력이 아까운 걸요.”
“너희들은 잘 생긴 앵글로색슨이니까 대중에게 인기 있겠지만, 동양인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야. 가수나 배우 중에 유명한 동양인 있어?”
“브루스 리랑 제키 첸 있는데.”
“그 사람들은 액션 배우니까 가능한 거야. 아! 나 젯리한테 직접 무술을 배우긴 했지.”
동민이 중국의 무술 챔피언에게 직접 배웠다고 말해 주자 남자아이들이 관심을 가졌고, 그동안 아침마다 연습해 왔던 동작을 보여 주었다.
“와! 다니엘. 총알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무리. 총은 나도 무섭다고.”
마이클이 와서 인맥 자랑의 정점을 찍은 동민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인이 되어 있었다.
저스틴 팀벌랙과 라이온 고즐링과 친해졌더니 같은 기수인 브리트니 스피어와 크리스티나 아구에로도 동민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다니엘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쭉 살았어?”
“아니 나는 한국에서 살다가 삼촌이 여기 있어서 이사 왔어. 여름 방학마다 한국에 돌아가.”
동민은 요즘 드라마에 나오면서 조금 유명해진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와 이미 유명한 드류 배리무어를 한국에 초대했던 이야기를 해 주자 4인방도 가보고 싶다며 부러워했다.
“너희들 스케줄이 바빠서 한국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일단 한국 말고 세탁소에 놀러와 재미있는 거 많이 있어.”
동민이 삼촌의 세탁소에 유명 배우들이 자주 놀러온다고 말 하자 다들 관심을 가졌고, 같은 기수라는 핑계로 4명을 세탁소로 초대했다.
“우와. 유명 배우들의 사인이 엄청 많네?”
아이들은 세탁소를 둘러보며 신기해했고, 배우들의 사인과 세탁소를 구경하는 동안 동민은 아이들이 좋아할 음식을 만들었다.
전생에서는 이렇게 요리를 잘하지 않았는데 미국에서 한식을 전파하기 위해 워낙 이것저것 만들어 보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요리사 못지않은 실력이 생겼다.
“우와! 치킨이다.”
“이건 한국 스타일의 양념치킨인데 무 피클이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어.”
치킨의 영혼의 파트너인 치킨 무도 괜찮지만, 고급스럽게 동치미를 준비했고, 아이들은 처음 먹어 보는 한국 양념치킨에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
“분명 후라이드 치킨인데 맛이 다르네? 이건 어디서 파는 거야?”
“한국에서 배워 온 레시피로 직접 만든 거야. 미국 치킨은 너무 짜고 기름져 먹기 부담스럽길래 만들어 봤지.”
이제 미국인을 어떻게 유혹하는지 노하우가 축적된 동민은 아이들을 금방 한국 음식에 빠져 들게 만들었고, 치킨을 먹은 다음은 눈꽃빙수까지 만들어 주며 한국에는 아주 맛있는 것이 많다며 약을 팔았다.
아직 13살의 순진한 브리트니 스피어와 크리스티나 아구에로, 저스틴 팀벌랙과 라이온 고즐링은 마이클 잭선과 친한 동민의 이야기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이후로도 미래의 슈퍼스타들에게 한국 뽕을 열심히 주입하며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덧 약속한 날짜가 지났고, 동민은 드디어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을 졸업하게 되었다.
“더 친해져야 하는데 아쉽네.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해야지.”
아무래도 4인방과는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거리감이 조금 있었고, 앞으로 종종 디주니에 들러 인사를 하면서 친분을 쌓아갈 계획이었다.
“다니엘. 동양인 멤버가 꼭 필요한데 더 출연하면 안 되겠나? 지금도 절반만 나오니 학교와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지 않은가?”
“다른 것도 할 게 많아서 안 돼요. 지금까지도 피디님 때문에 억지로 나온 거라고요.”
담당 피디는 약속대로 동민이 김치를 먹는 장면을 방송에 넣어 주었고, 목적을 달성한 동민은 더 이상 춤을 추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 했다.
“아예 처음부터 동양인 멤버가 없었더라면 모르겠지만, 빈자리가 생기면 대중의 반응이 나쁠 걸세. 자네의 인지도가 막 올라가고 있는데 지금 그만두면 아쉽지 않겠는가?”
대중의 과도한 관심이 싫었던 동민은 피디의 말을 듣고 더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정 그러시면 제가 괜찮은 후임을 소개해 드릴게요.”
오디션을 다시 보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자신을 대체할 인물을 넣어 주기로 했다.
“디주니 미미 하우스 클럽은 전통과 역사가 있는 프로그램이라 인사 청탁은 안 되네.”
“서니 픽처스 자녀인데 아쉽네요. 나이도 딱이고, 외모도 괜찮은데.”
동민이 서니 픽처스 사장의 자녀라고 하자 잠시 고민을 하던 피디가 개인 오디션을 한번 보자고 말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난 네 여동생을 불렀는데 너는 왜 온 거야?”
“그야 당연히 오빠로서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왔지.”
동민이 추천한 사람은 신지의 여동생인 아스카였다.
아스카는 연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이 아닌 할리우드에 살다 보니 딱히 활동할 기회가 없었다.
신지 때문에 종종 그녀를 보아왔던 동민은 이런 사실을 알고 그녀를 추천했고, 아스카는 기뻐하며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이에 지극히 평범한 사춘기의 오누이 관계인 신지는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디주니 스튜디오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라며 아스카와 함께 온 것이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너도 같이 오디션을 보는 게 어때?”
“나보고 디주니 프로그램에 나가라고? 말도 안 되지.”
“그래 넌 못 할 것 같았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나도 아주 어렵게 들어왔지. 피디님이 제발 나와 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동민은 신지가 춤을 추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를 도발했고, 안 그래도 동민에게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던 신지가 미끼를 물어 버렸다.
“네가 했는데 나라고 못 할 줄 알아? 나의 실력을 보여주지.”
동민이 피디에게 가서 말하자 그도 한 명보다는 두 명이 좋을 것 같았고, 거기다 오누이라고 하니 더 잘되었다고 신지도 오디션을 보게 했다.
“신지가 노래랑 춤 잘하니?”
“글쎄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아마 최악일 걸요?”
동민이 우수한 성적으로 오디션을 끝낸 예쁘게 자라난 아스카에게 신지의 실력을 물어 보았다.
아스카의 말대로 신지는 음치에다 몸치였고, 오랜만에 동민을 진심으로 즐겁게 해 주었다.
“크크크. 아스카 오디션 장면 녹화본 받아 갈 건데 혹시 필요하면 복사해 줄게.”
“네. 꼭 복사해 주세요. 이건 평생 놀릴 수 있겠네요.”
당연하게도 신지는 오디션에 떨어졌고, 아직 중학생인 아스카는 동민을 대신에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 합류하게 되었다.
역사가 깊은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이지만, 내년에 없어지니 아스카에게도 부담되지 않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다니엘. 계속 같이하면 안 돼? 꼭 나가야 해?”
“응. 나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계약해서 어쩔 수 없어. 대신 자주 놀러 올 테니 잘 하고 있어.”
디주니 클럽의 아이들은 동민의 탈퇴를 아쉬워했다.
같은 기수의 4명도 나가지 말라며 매달렸지만, 앞으로 자주 놀러 오겠다고 약속했고, 세탁소도 가까이 있으니 초대 하겠다며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어휴. 힘들었네. 이제는 춤추고 노래 안 해도 되겠지?”
고등학생이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도 힘든데 아저씨의 정신이 들어 있는 동민에게는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래도 목적대로 4인방과 친해졌고, 지나고 나니 나름 추억이고 할 수도 있었다.
“벌써 끝났다고? 진즉에 보러 갔어야 했는데 아쉽네.”
“정 아쉬우면 조니가 디주니 영화 촬영하면 되겠네요. 제가 구경하러 갈게요.”
“내가 디주니 영화에?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동민을 놀리기 위해 세탁소로 찾아온 조니 데브가 하차 소식을 듣고 아쉬워했다.
자신은 디주니 영화에 출연할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했지만, 미래에 딸바보가 되는 그는 자녀를 위해 디주니 영화에 출연하게 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적 선장이 된다.
아직은 자녀가 없고 한 참 뒤인 98년에야 프랑스 모델과 결혼하면서 아빠가 되기에 지금 그의 모습에서는 딸바보를 상상하기 힘들었다.
거기다 딸을 위해 바비 인형을 사 주다가 딸이 나이가 들면서 인형에 흥미를 잃는데 조니 데브가 인형에 빠져 들어 엄청나게 수집하는 일화도 떠올랐다.
지금은 락 음악을 좋아하는 혈기 왕성한 조니 데브였고, 올해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와 함께 촬영할 길버트 그래이트 준비 중이었다.
그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세탁소에 틀어져 있는 텔레비전에서 긴급 뉴스가 흘러 나왔다.
“뉴욕 멘하탄에 있는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공격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테러 단체인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공격을 받았다고? 아직 9.11이 오려면 몇 년이나 남았는데 역사가 바뀐 건가?’
< 098 > 끝
ⓒ 아마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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