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77화 (62/265)

< 077 >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은 그동안 맥컬리 퀄컴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후속작 내용을 알려주었다.

“맥이 다니엘 이야기도 많이 하더군. 이번 촬영에도 자네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어.”

“연말이면 제가 조금 바쁘긴 하지만, 촬영 기간이 겨울방학이랑 겹치니 시간 내어서 방문하도록 할게요.”

크리스 감독과 나혼자 집에 2편 이야기를 하다 투자 관련해서 논의를 마치고 그가 현장 준비를 해야 한다며 뉴욕으로 떠났다.

지난 1편의 경우 상황이 맞아떨어져 100%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1편의 성공으로 2편 역시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주변에서 투자하고 싶다는 압박이 많이 들어왔다.

제작사와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편이 좋기에 동민은 총 제작비 2,000만 달러의 절반을 부담하기로 했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제작사에게 양보했다.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2편 역시 3억 6천만 달러라는 수익을 거둬들이며 15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게 된다.

크리스 감독이 돌아가고, 쿠안틴과 함께 개들의 저수지 영화 편집 작업을 마무리 지어 갈 무렵 아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동민아. 현철이가 멤버를 모아서 이제 데뷔한다는구나.”

“정말요? 잘되었네요. 제가 말한 대로 하셨죠?”

“원하는 건 다 들어주고, 지원만 하고 있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내가 현철이가 만든 음악을 들어 봤거든. 그런데 좀 이상해.”

음악이 뿅뿅거리고 노래는 부르지 않고 말을 빨리 한다며 듣기 불편하다고 아빠가 투덜거렸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할 스타일이에요. 미국에서는 이미 그런 음악이 대세니까 한국에도 넘어갈 때가 되었어요.”

불평하는 아빠에게 전혀 이상할 것 없다며 믿고 더 지원을 해 주라고 했고, 밴드 이름을 물어보았다.

“서태진과 아이들이라는데 이름도 영 이상하더구나. 거기다 다른 멤버 두 명은 노래도 거의 안 하고, 춤만 춰.”

“그래도 춤은 잘 추죠?”

“아주 날아다니던데? 볼거리는 많더라.”

아빠에게 의상과 헤어에 신경 써 달라고 했고, 겨울에 잠깐 가고 싶지만,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와의 통화가 끝나고 현철에게도 전화를 걸어 데뷔 축하를 했다.

“3인조 그룹으로 간다면서요? 이야기 들어 보니까 형이 리더인데 가장 나이가 어리던데 괜찮아요?”

“문제없어. 형들이 춤이랑 컨셉, 스타일에만 관여해서 음악적으로는 아무런 참견 없이 내가 하자는 대로 따르니 오히려 더 좋아.”

“아빠가 형 노래를 별로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대박 날 것 같네요.”

동민의 농담에 현철도 웃었고, 노래는 완성되었지만, 안무와 컨셉을 정해야 하기에 정식 데뷔는 언제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와 밴드 이야기를 하다 현철이 동민이 만들고 있는 영화에 관해서도 물어보았다.

쿠안틴과 맨땅에 헤딩 하면서 만들고 있는 영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더니 뜬금없이 부탁을 했다.

“나중에 내 뮤직비디오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겠네. 그러고 보니 마이클 잭선이랑도 친하지? 그 사람한테 뮤직비디오 만드는 방법 물어봐.”

“어? 괜찮겠어요? 가능하긴 한데 저도 한번 고민해 볼게요.”

현철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살짝 당황했지만,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그와의 통화를 마치고, 세탁소에서 학교 숙제를 하고 있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할리우드 세탁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헬로우?”

“어… 거기 동민이 있습니까?”

동민이 영어로 전화를 받았는데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갑작스러운 한국어가 들려왔다.

“아! 네 제가 동민인데 누구세요?”

“아이고, 순간 영어로 말해서 깜짝 놀랐네. 영어 엄청 잘하는구나. 나 공주 고등학교 야구부 호찬이 형이야.”

“형! 미국 왔어요?”

여름 방학에 잠시 들러 세탁소 쿠폰을 주었던 박호찬이 한미일 청소년야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고 전화를 했다.

“미국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좋네. 같이 온 녀석들한테도 친한 동생이 있다고 했거든. 이번에 시합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있다고 하니까 올 수 있어?”

박호찬은 미국 지리를 몰라 다른 도시로 이동 하는 게 얼마나 힘들지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청소년 야구대회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었고, 동민이 있는 할리우드에서 1시간 정도만 차로 이동하면 도착할 거리에 있었다.

“평일 오후니까 학교 끝나면 바로 갈게요. 조금 늦을 수도 있어요.”

“그래. 그럼 그날 보자.”

유교보이 동민은 웬만하면 결석이나 조퇴를 하지 않는 바른 청소년이었지만, 이날은 특별히 오전 수업만 받고 조퇴를 해 박호찬이 있는 경기장으로 갔다.

“갑자기 관심 없던 스포츠에 흥미가 생겼어요? 그것도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청소년 경기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래요. 닐은 평소에 스포츠 많이 봐요?”

“많이 보는 건 아니고, 야구랑, 농구, 미식축구 정도만 챙겨보고 있어요.”

동민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많이 보는 것 같았는데 스포츠 시장이 워낙 방대한 미국이라 이 정도면 평균이라고 그가 말했다.

동민이 알고 있는 팀이라고는 한국인 선수가 활약하던 팀밖에 없었고, 스포츠보다는 영화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했었다.

하지만, 조만간 박호찬을 시작으로 코리안 특급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기에 국뽕 클럽 회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앞으로 어떤 인물을 어떻게 만날지 생각하고 있는데 닐이 조수석에 앉아 있는 동민에게 서류뭉치를 내밀었다.

“슬슬 내년에 투자할 영화도 정하셔야죠. 올해는 털미네이터 2에 거의 올인하긴 했는데 최근 수익 단위가 워낙 높아서 결과적으로는 이전과 거의 비슷한 금액이 들어오고 있네요.”

올해는 예전과 대비해 그렇게 많은 영화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내실이 탄탄한 영화 위주로 투자했다.

거기다 한국에서 아빠가 차린 영화 수입사가 잘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심리적 부담이 줄었고, 작년에 설립한 영화 투자 법인도 어느덧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내년에 투자할 영화는 다 정하셨나요?”

“내년에는 올해랑 다르게 조금 많은 영화에 투자할 생각이에요. 몇 영화는 흥행이 의심되긴 하지만, 워낙 작품이 좋아 보여서 투자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동민은 92년에 만들어질 수많은 영화 중 일단 고민하고 있던 애매한 영화를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얼마 전 닭갈비가 먹고 싶다며 찾아왔던 탐 크루스와 니콜 키크만 부부가 나오는 저 멀리라는 영화였는데 영국 식민지 시절 아일랜드 이민자의 삶을 다룬 역사 영화였다.

제작 전부터 꽤나 관심을 받으며 6천만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지만, 미국에서 총 수익이 6천만 달러를 못 넘기고 그나마 해외 판권으로 적자는 모면하는 성적을 달성한다.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어가기에 꽤나 멋있는 장면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률이 너무 떨어졌다.

친한 크루스 부부를 위해 겨우 본전치기하는 영화에 투자하기는 힘들 것 같았고, 대신 탐이 나오는 다른 영화에 투자하기로 했다.

“탐이랑 니콜이 나오는 저 멀리에 투자는 안 하는 거로 하고, 대신 탐이랑 데미 모어가 나오는 어 리틀 굿 맨에 투자하는 거로 해요. 제작비가 4천만 달러이니 천만에서 2천만 사이로 가능한 금액으로 투자해 주세요.”

해병대 법정 다툼을 주제로 한 이 영화는 한창 잘나가고 있는 탐 크루스와 데미 모어 그리고 연기의 달인 잭 니콜스가 출연했다.

군 내부 비리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총 2억 5천만 달러의 티켓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흥행에도 성공하게 된다.

어 리틀 굿 맨의 투자를 결정하고, 동민이 다음 영화를 서류를 보고 있는데 힐끔 확인한 닐이 말했다.

“이탈리아 영화 각색한 작품이네요. 나쁘지는 않은데 특별한 점도 모르겠던데요?”

“스토리는 그냥 그렇긴 한데, 몇 장면이 눈에 확 들어와서요. 고민이 되긴 하는데 알 파치너를 믿고 투자하는 거로 하죠.”

동민이 확인하고 있던 서류의 영화는 마틴 브래스 감동의 향기로운 여인이라는 영화였다.

알 파치너가 전역한 시각 장애인 군 장교 연기를 했는데, 페라리 질주 장면과 아주 유명한 탱고 장면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스텝이 엉키면 바로 그게 탱고에요.”라는 대사와 젊은 여성과 레스토랑에서 탱고를 추는 장면은 아무리 다시 봐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흥행 역시 나쁘지 않았는데 3천 1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4천만 달러의 티켓 수익을 벌어들이고, 소문이 퍼지면서 2차 비디오 대여 시장에서도 꽤 좋은 성적을 거두어들인다.

“이 영화는 1천만 달러만 투자하는 거로 해요.”

제작비의 30%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였지만, 카메룬의 털미네이터 2 제작비를 경험했더니 1천만 달러 정도는 별로 큰 금액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두 편의 영화 투자가 결정되었고, 쿠안틴의 영화인 개들의 저수지에도 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하긴 했지만, 독립 영화인 만큼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다음으로 고려하고 있는 영화가 동민을 가장 괴롭히고 있었는데 루이스와 델마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린 브래들리 피트가 나오는 영화였다.

동민이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전생에 포스터를 집에 붙여 둘 정도긴 했지만, 흥행 면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작품이었다.

“이건 고민이 되네요. 영화는 아름다울 것 같은데 솔직히 흥행은 별로 못 할 게 뻔히 보여서요.”

“적자를 보지는 않겠죠?”

“수익은 어느 정도 나올 거예요.”

잠시 고민하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플라이 낚시를 환상적으로 보여 주며 가족 간의 사랑과 아픔, 인생의 참 의미를 잔잔하게 그려내는 흘러가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총수익이 4천 3백만 달러밖에 되지 않지만, 제작비가 1,200만 달러밖에 들지 않았고, 2차 매체에서도 꽤 오래 매출을 만들어 내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금액이었지만, 투자를 진행했다.

“닐. 미성년자 관람 불과 영화 촬영장에 내가 가도 문제 없는 거죠?”

“털미네이터 2 촬영장도 매일 갔으면서 왜 그래요? 미성년자가 못 보는 영화라도 미성년자 배우들은 많이 나와요.”

동민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번에 투자할 영화는 꼭 현장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나도 이제 고등학생이니 배드신 장면 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오~ 그런 이유였군요. 스릴러 영화 같던데 꽤나 농밀한 배드신이 있긴 하더군요.”

닐이 쑥스러워하는 동민을 조금 놀렸지만, 사실 동민이 보고 싶은 건 배드신이 아니라 여주인공이 형사들에게 취조를 당하는 장면이었다.

“제목이 아주 자극적인데요? 여주인공은 누구로 한다고 하나요?”

“아직 여주인공이 정해지지는 않았는데 폴 호벤 감독님이랑 같이 일하려면 보통 여배우로는 힘들겠죠. 거기다 콘티가 아주 노골적이라 노출을 할 배우를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서류에는 킴 베신져에게 배역을 제안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녀가 대본을 읽고는 “이런 저급한 작품엔 출연하지 못한다.”면서 강력하게 거절하게 된다.

폴 호밴 감독이 워낙 수위가 높은 장면을 이대로 찍겠다고 강조하는 바람에 배우들이 계속해서 거절하게 되고 결국 14번째 순위에 있던 샤론 스톤스가 제안을 받아들이며 영화를 찍게 되고, 그녀는 세계적인 섹시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동민은 그녀가 섹시하게 다리를 꼬는 장면을 상상하자 10대의 혈기가 반응을 일으켰고, 잠시 애국가를 부르며 마음 수련을 해야만 했다.

< 077 > 끝

ⓒ 아마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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