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62화 (47/265)

< 062 >

베버리힐즈의 친구들이라는 드라마 시나리오를 읽고, 동민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베버리힐즈의 아이들은 시즌10까지 만들어 지며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는 하지만, 유교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선정성 이유로 시즌 3까지만 방영한다.

전생에 드라마를 보았던 추억이 있기에 처음에는 기대하며 시나리오를 확인했었는데 기억 보다 훨씬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에 충격을 받았었다.

미국에 넘어 온지 꽤 시간이 흘렀기에 이 정도 문화 차이는 쉽게 받아들일 줄 알았지만, 한국에서 오래 살아온 전생의 영향인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드라마이다 보니 자극적이고 일상과는 다른 과장된 내용이 들어 있었고, 동민이 직접 경험해 본 미국 초, 중학교와 가끔 수업을 들으러 가는 고등학교는 미디어와 달리 평범하고 아이들은 착하고 순수했다.

당연히 조숙한 친구들이 한둘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같은 나이의 한국의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확실히 미국 고등학생은 얼굴이 많이 늙어 보이긴 하지.”

처음에는 미국 고등학생을 보고 성인인지, 미성년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겨우 외모를 보고 나이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베버리힐즈의 친구들 시나리오를 보고 복잡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 로스앤젤레스의 해변으로 갔다.

“그래. 이것 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영화에도 많이 투자했는데 이정도로 충격 받으면 안 돼지. 올해는 수익률이 좋은 영화에 많이 투자 했으니 드라마는 잠깐 쉬어야겠다.”

해변에서 출렁이는 가스··· 아니 파도를 보며 복잡했던 마음이 멍해 지는 것을 느낀 동민이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망원경 좀 빌려줘. 또 버티다가 바다에 빠지지 말고.”

그러자 옆에서 해변에 위험에 처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던 신지가 투덜거리며 망원경을 넘겨주었다.

동민은 신지에게 건네받은 망원경으로 혹시나 붉은색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바다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세밀하게 살펴보며 말했다.

“여기 자주 오나보네? 아예 지정석까지 만들어 놓고.”

“핫셀호프랑 친해서 잘 지내나 보러 오는 거야.”

“하긴 첫키스를 경험 시켜준 사람인데 자주 보러 와야지.”

예전에 동민 때문에 바다에 빠졌다가 핫셀호프에게 인공호흡을 받았던 신지를 놀렸다.

신지가 울컥 했지만, 핫셀호프 말고 여배우들을 보러 왔다고 말 할 수 없기에 분을 삭이고 있었다.

“옆에 있는 꼬마는 누구야?”

“슈스케라고 하는데 해변을 지키는 숭고한 임무를 알려주기 위해 데리고 왔어.”

“그래. 숭고하긴 하지. 표정 관리 하는 법부터 알려줘.”

슈스케라는 꼬마가 너무 해벌쭉한 표정으로 쌍원경을 보고 있어 주의를 주었다.

“슈스케도 서니 집안 사람이야?”

“아니. 이 녀석 아빠는 닌덴토 미국 지사장이야. 가끔 베버리힐즈에 있는 우리 집에 놀러 오는데 오늘은 바다바람도 쐴 겸 같이 왔어.”

닌덴토 사장 아들이라는 말에 음흉한 꼬마로 보였던 슈스케가 달라 보였다.

닌덴토는 아타리 쇼크로 인해 폭망해 버린 북미 게임 시장에 경쟁자 없이 자리를 잡더니 닌덴토 엔터태인먼트 시스템 NES라고 불리는 게임기로 북미 시장을 점령해 버렸다.

패미컴과, 게임보이, 슈퍼패미컴까지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700명의 사원으로 경상이익 1천억엔을 넘겨 버리는 기록을 달성하며 미국 비디오 게임시장 점유율 85%의 절대 갑의 왕좌에 오른다.

하지만, 너무 잘나가서 그런지, 서니에게 제대로 갑질을 하게 되고,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서니는 닌덴토와 진행하던 프로젝트 플레이 스테이시온을 독자 노선으로 전환하여 서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를 따로 설립하게 된다.

게임 시장 역시 영화 못지않게 거대한 시장이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시장이었지만, 동민은 골수까지 영화광이라 게임 쪽으로 투자를 넓힐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조만간 시작 될 프로젝트로 탄생하는 캐릭터에는 관심이 많았기에 슈스케를 통해 한 발 걸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슈스케라고 했지? 할리우드 배우 직접 보니까 어때?”

“신기하긴 한데 난 현실 배우 보다 만화 캐릭터가 더 좋아.”

슈스케는 닌덴토의 후계자로서 100점 만점짜리 대답을 했고, 동민은 그와 친해 지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고 촬영에 임하는 여배우를 보며 어린 나이어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는 그를 보자 다시 가능성이 보였다.

“그래도 좋아하는 배우는 있지?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어?”

“난 푸른 라군에 나왔던 브룩 힐즈를 보고 싶어.”

큰 키와 인형 같은 얼굴로 유명세를 타던 브룩 힐즈는 잠시 방송 활동을 쉬고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딱히 그녀와 접점이 없는 동민은 앤젤리나나 드류를 소개시켜줘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브룩 힐즈를 좋아하는 걸 보니 별 반응이 없을 것 같았다.

최근에 만났던 샤론 스톤스가 이 녀석 스타일인 것 같지만, 아직 유명하지도 않고, 멕시코에 있으니 만나러 가기도 힘들었다.

‘노란색 전기 몬스터가 정식으로 나오기 전에 가지고 와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우연히 만난 슈스케로 전 세계 어린이를 감전시켜 자신의 팬으로 만드는 닌덴토 출신의 무섭운 노란색 전기 몬스터가 생각났다.

동민도 띠부실을 모으겠다며 적지 않은 나이에 편의점을 돌아다녔을 정도로 그 몬스터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전 세계 미디어 믹스 총매출 1위(1,200억 달러)를 달성하게 되는데 별들의 전쟁과 동민이 인수한 마블 코믹스를 합친 것 보다 훨씬 많은 매출이었다.

미국에서 판권을 모으기 시작한 동민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상품이었고, 96년에 첫 게임이 발매되기에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내년에 개발이 시작되는 만큼 빨리 선점 할수록 유리했다.

“그런걸 왜 물어 보는 거야? 소개라도 시켜 주려고?”

“응? 뭐 궁금할 수도 있지. 브룩 힐즈는 나도 몰라서 안 돼.”

“나 한 테는 그런 거 안 물어 보더니 실망이야.”

동민이 처음 보는 슈스케에게 관심을 보이자 의외로 신지가 섭섭하다며 투덜거렸다.

포키몬스터에 관한 희망을 포기하려는 순간 신지가 구원의 손길을 보냈고, 동민의 눈에도 슈스케가 신지를 잘 따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럼 넌 어떤 배우 좋아하는데?”

“난 브룩 힐즈 처럼 섹시한 배우 보다는 피비 케이츠나, 제니퍼 코넬리 처럼 귀여운 스타일이 좋아.”

신지는 귀여운 스타일이라고 했지만, 얼굴만 귀여울뿐 몸은 전혀 귀엽지 않는 배우를 좋아했다.

피비 케이츠는 작년에 16살 연상인 케빈 클라인과 결혼 해서 신혼을 즐기고 있었고, 제니퍼 코넬리는 열정의 정오라는 아주 화끈한 영화를 촬영 중이었다.

피비는 어릴 적 그렙린 촬영장에서 만났었고, 스필버그 파티에서 본 적은 있지만, 딱히 친하지는 않았고, 제니퍼 코넬리는 직접 만나 보지도 못했다.

“스필버그 감독님한테 부탁하면 만날 수는 있을 건데 오래 걸리고, 다른 배우 중에 바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보러 갈래? 직접 보면 엄청 예뻐.”

“그래? 도대체 누구기에 네가 예쁘다고 하는 거야?”

동민은 궁금해 하는 신지와 슈스케를 데리고 가위손가락을 촬영 중인 팀 볼튼과 조니 데브를 찾아갔다.

“나 영화 세트장엔 처음 와 봐.”

“배드맨을 만드신 팀 볼튼 감독님이라고 해서 기대 했는데 생각보다 세트가 작은데?”

작년에 블록버스터 영화였던 배드맨으 대 성공으로 유명해진 팀 볼튼 감독의 새로운 영화 촬영장에 간다고 하자 신지와 슈스케가 기대했는데 생각 보다 초라한 가위손가락 현장으로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다니엘 친구들이니? 촬영장에 친구를 데리고 오는 건 처음이구나.”

“평소 보던 친구들이 아니고 새로운 친구네?”

동민이 드류와 앤젤리나, 리오나르도, 토미 맥과이어와 친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팀 볼튼과 조니 데브는 처음 보는 신지와 슈스케를 반겨 주었다.

두 사람은 아직은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조니 데브가 특수분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했고, 조니의 새로운 여자 친구인 위노 라이더를 보고는 순진하고 착한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누나 너무 예뻐요.”

“비틀 쥬스 때부터 팬이었어요.”

위노 라이더는 팀 볼튼 감독과 비틀쥬스를 찍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작년에는 헤더스와 열정의 로큰롤 두 편을 찍었다.

두 영화의 시사회장에서 조니 데브를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우연인지 이번 영화에서도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이번 가위손가락이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고, 조니 데브와 위노 라이더 역시 본격적인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후 90년대 X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아주 잘 나가다가 2001년 디자이너 샵에서 비싼 옷과 악세사리를 절도하다 잡히게 되고, 법정에서의 잘못된 대처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이후 다시 재기하기 위해 여러 작품에 기웃 거리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다가 넷후릭스에서 만드는 오묘한 이야기에서 엄마 역할로 열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동민은 위노 라이더의 미래를 떠올리다가 “어떻게 평범한 인생을 사는 배우가 이렇게 드물지?”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막 20살의 위노 라이더는 눈부신 외모를 뽐내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 별다른 호응을 하지 않았던 신지와 슈스케는 이미 그녀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있었다.

“다니엘. 네가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걸 보니 보통 꼬마들은 아닐 것 같은데? 옷도 비싼걸 입었고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구나.”

“역시 감독님은 안목이 예리 하신걸요?”

조니 데브는 신지와 슈스케를 보고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팀 볼튼 감독은 두 사람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신지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갑 친구인데 서니 픽처스 사장 아들이에요. 슈스케는 오늘 처음 봤는데 닌덴토 미국 사장 아들이고요.”

두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팀 볼튼 감독이 세트장을 마음껏 둘러 볼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었다.

영화 촬영장을 재미있게 둘러보고, 예쁜 위노 라이더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신지와 슈스케가 동민에게 고마워했다.

“너 생각보다 좋은 녀석이었구나.”

“오늘 재미있었어요. 다음엔 저희 동네에 신지 형이랑 같이 놀러 오세요.”

“이 정도야 별거 아니야. 다음에도 기회 되면 또 불러 줄게. 나도 일본 놀러 가면 너희들이 가이드 해줘.”

신지와 슈스케는 꼭 일본에 놀러 오라며 자기 집에 초대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과의 만남을 끝으로 길었던 여름 방학이 끝이 났고, 동민은 중학교 3학년이 되어 학교로 돌아갔다.

“다니엘. 슈스케가 안부 물어 보더라. 내년에 정말 일본 놀러 갈 거야?”

“여름 방학엔 보통 한국에 들어가니까 일본은 금방 갈 수 있을 거야. 너도 일본 가는 거지?”

포획이 힘들어 보였던 포키몬스터가 가시권 안에 들어왔고, 동민은 천천히 계획을 세워갔다.

< 06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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