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50화 (3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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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팬텀으로 찾아간 금용에게 전생에는 없었던 그의 숨겨진 작품을 받게 되자 조금씩 전생과는 미래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 되었다.

그 동안은 성실히 학교에 다니며 세탁소에서 지냈고, 적극적인 개입 없이 수동적인 투자만 했기에 큰 역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감독들과 작가를 만나다 보니 세부적인 미래가 변하고 있었다.

동민은 원고를 받고 금용에게 감사하다며 만수무강하시라는 뜻으로 어렵게 구한 한국 산삼을 선물해 주었다.

“오! 이것은 내 소설에 나오던 영약보다 귀한 것이로군. 섭취하게 되면 내공이 반 갑자는 늘어나겠네.”

“설마 정말로 무공을 익히신 거예요?”

“하하. 농담일세 소설이 유명해 지면서 무공인 몇 분을 직접 만나보긴 했지만,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

금용은 직접 만나본 중국의 은둔 고수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당연히 일부분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신필 금용이 해 주자 그 조차도 너무 재미있고 사실처럼 들렸다.

그와의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 동민은 부모님과 함께 잠시 한국으로 갔다가 미국으로 향했다.

“한국과 홍콩 여행은 좋았니?”

“네. 이번에는 홍콩 유명 배우들을 만났어요.”

할리우드 유명 배우를 자주 본 삼촌도 성용과 주연발을 만났다는 말에는 부러워했다.

한국과 홍콩에 다녀왔더니 길었던 여름 방학도 거의 끝나 있었고, 학교로 돌아가기 전 미국 동부 델라웨어에 있는 촬영장에 방문했다.

“여기가 세인트 엔드류 스쿨이군요. 역사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학교네요.”

닐과 함께 죽은 시인의 사회 촬영장에 온 동민은 피터 위어 감독과 먼저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뵙는 군요. 다니엘의 소문은 저도 들어 보았습니다. 이번에 제 영화에 투자하신다고 해서 흥행에 대한 걱정은 안하고 작품성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이라면 알아서 잘 만드시겠지만, 저를 너무 믿지는 마세요.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감독님과 잘 어울릴 것 같아 투자한 거예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을 만큼 시나리오 자체가 훌륭했다.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감독상에는 후보로 올라가긴 하지만, 수상을 하지는 못하고 영국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음악상을 받게 된다.

피터 위어 감독과 영화 이야기를 나눈 동민은 드디어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을 보러 갔다.

“여기서 보기 힘든 어린 친구가 왔구나. 촬영장에는 어떻게 들어온 거니?”

“다니엘은 우리 영화에 가장 큰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라네. 할리우드에서 감독들 사이에서 유명하지.”

피터 위어 감독이 로빈스 윌리엄에게 동민을 소개시켜 주었다.

동민이 투자자라는 이야기를 듣자 그가 방긋 웃으며 악수를 했지만, 조금은 불편해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2년 전에 굿모닝 베트남은 재미있게 보았어요. 팬이라서 억지 부려 여기까지 찾아왔네요.”

로빈스 윌리엄에게 인사를 건넨 동민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국에서 어렵게 구한 일본 직구 닌텐도 게임기와 일본 한정판 젤다의 전설을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오~! 이것은 젤다의 전설2 링크의 모험 한정판이 아닌가? 이건 나도 구하지 못 한 건데.”

로빈스 윌리엄의 얼굴이 밝아지더니 폴짝폴짝 뛰며 진심으로 좋아했다.

열렬한 게이머로 유명한 그는 새벽까지 배틀필드나 콜 오브 듀티 멀티플레이를 즐기기도 하고 둠과 퀘이크의 팬이기도 한데 여러 게임쇼에 직접 참가할 만큼 게임을 좋아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역시 즐겨 하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자 유저들이 그를 NPC로 만들어 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게 되고, 결국 그는 바람 형상의 정령의 모습으로 구현된다.

“젤다라면 86년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좋아했지. 이 게임은 시간이 흘러도 명장으로 길이 남을 걸작이야. 링크와 함께 모험을 떠나면 정말 행복해 지지.”

로빈스 윌리엄은 초기작부터 시작한 젤다의 전설 골수팬으로 올해 낳은 딸의 이름을 아예 젤다로 지어 버렸다.

미래에는 딸 젤다와 함께 닌텐도 젤다의 전설 광고에 출연하기도 할 정도다.

“근래에 받은 선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군. 역시 성공적인 투자자는 달라. 어리지만 반짝이는 영특함이 있어.”

기분이 좋아진 로빈스 윌리엄이 스탠드업 코미디의 대가답게 다양한 애드립을 구사하며 수다를 떨었고,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궈졌다.

대부분 로빈스 윌리엄을 유명 배우로 알고 있지만, 전문 성우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아주 오랜 기간 활동하기도 한다.

유명세를 얻은 후에도 꾸준히 코미디 클럽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코미디 쇼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굿 모닝 배트남을 촬영하면서 젊은 군인들이 해외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후로 해외 미군 주둔지를 찾아다니며 장병을 위한 코미디 쇼 투어를 꾸준히 하게 된다.

로빈스 윌리엄과 함께 이야기 하면서 웃고 있는데 피터 감독이 이제 촬영을 시작해야겠다며 동민에게 보고 가라고 했다.

“할리우드에서 여기까지 찾아 왔는데 촬영 장면은 보고 가야겠지?”

“피터 감독님의 작업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저야 감사하죠.”

피터 감독은 철학적인 장면과 사람의 감정을 잘 잡아내는 감독이었는데 확실히 스필버그 감독과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촬영이 끝나고 동민은 준비해 온 양념 돼지갈비 바베큐를 함께 먹으며 김치를 전파했다.

“할리우드에 가면 꼭 들리겠네.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는 처음 먹어 보는군.”

“새로운 게임도 구해 둘 테니 놀러 오세요.”

로빈스 윌리엄은 떠나는 동민에게 세탁소로 찾아가겠다고 했다.

다음 방문지인 뉴욕에 도착한 동민은 닐과 함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촬영장으로 향했다.

이제 개학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동민은 감독과 주연 배우들만 만나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분은 영화의 최대 투자자이신 다니엘 이십니다. 한국인이시죠.”

닐이 직접 동민을 소개했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에 촬영하는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의 여제로 등극하는 맥 라이언은 한창 리즈 시절의 외모로 귀여우면서 예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잘 나갈 그녀이지만, 계속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반복 출연하면서 나이를 먹게 되고 이미지 변신에 실패 하면서 왕년의 인기가 무색할 만큼 커리어가 무너져 버리게 된다.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흥행 보증 수표가 되는데 미국 쇼에서 한국에 대한 망발을 하면서 인기가 한 순간에 증발하게 된다.

외국에는 별 관심이 없는 미국인이 한국을 잘 모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기에 미리 조심하라며 동민이 한국인 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래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 한다면 그건 동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미팅을 마친 동민은 바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고, 그렇게 정신없이 바빴던 89년의 여름 방학이 끝이 났다.

“어떻게 방학보다 학기가 더 편하네.”

중학교 2학년으로 진학한 동민은 방학동안 부쩍 성장한 친구들이 신기해 보였고, 자신도 꽤 키가 자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미국에서 살아서 그런지 다리가 이전보다 더 길어진 것 같아.”

전생보다 좋아진 비율에 만족하며 점심시간에 김용에게 받은 소설을 읽었다.

그의 소설은 전부 한자로 쓰여 있었고, 나름 한문에 능숙한 동민은 겨우 절반만 이해할 수 있었다.

옥편을 찾아가며 분석하자 조금씩 내용이 눈에 들어왔고 읽다보니 재미있는 내용에 푹 빠져 버렸다.

세탁소에 돌아가서도 김용의 소설을 열심히 번역하고 있는데 우울한 얼굴의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찾아왔다.

“감독님 괜찮으세요? 영화 성적이 별로라서 그래요?”

“이렇게 큰 손해를 본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너무 힘드네.”

카메룬은 축 처진 모습으로 세탁소 휴게실로 들어가더니 팔꿈치로 소주병을 두드린 다음 깡소주를 들이켰다.

“그러다 속 버려요. 이거 귀한 건데 같이 드세요.”

“이건 조금 징그럽게 생겼구나. 무슨 음식이니?”

“꼼장어라는 건데 소주랑 같이 먹으면 그렇게 맛있데요. 저희 아버지가 즐겨 드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거북해 하던 카메룬은 꼼장어 볶음을 먹어 보더니 소주를 더욱 빠르게 마시기 시작했다.

“이게 전부 네가 투자하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 에어리언 까지는 잘 투자하던 녀석이 돈이 부족하다고 투자를 꺼려할 때부터 느낌이 이상하더군. 그래서 더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는데 결과가 형편없이 나왔어.”

“대신 컴퓨터 그래픽에 경험이 생기셨잖아요. 다음 작품은 분명히 흥행에 성공하실 거예요. 앞으로 감독님이 직접 촬영하시는 작품은 무조건 투자할 테니 기운내세요.”

사실 카메룬 감독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흥행 감독으로 어비스 한 편을 빼고는 전부 성공하게 된다.

직접 찍은 영화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지만, 이상하게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대부분 참패하게 된다.

동민도 카메룬이 직접 연출하는 영화에만 투자하겠다고 했으니 손해 보는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투자한 컴퓨터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이 비싸게 팔린다고 하더라. 역시 넌 뭔가 있었어.”

“정 못 믿으시겠으면 시나리오 확인 없이 미리 투자할게요.”

“정말이지? 다음 영화에는 꼭 나한테 투자해야 한다.”

카메룬 제임스가 다음으로 만드는 영화는 2년 뒤에 개봉하는 털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이었다.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흥행이야 당연한 것이고, 카메룬 감독에게 촬영 현장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조금 수상하긴 하지만, 나만 믿고 시나리오도 없는데 투자한다니 기분은 좋네.”

“이번은 운이 없었던 거고 작품은 엄청 좋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그렇고, 배우랑 스태프가 힘들어 하던데 성질 좀 낮추세요.”

카메룬은 할리우드에서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함께 가장 괴팍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유명했다.

어비스 촬영 때 그의 포악무도함과 완벽함이 극에 달했는데 여주인공인 메리 메스트란토니오는 자신은 물고기가 아니라며 카메룬에게 쌍욕을 퍼 부었고, 주인공 에드 해리스는 밤마다 꿈속에 카메룬이 나타나 호통을 쳤다고 했다.

스태프들도 개고생을 하긴 했는데 카메룬이 먹고 잘 때만을 빼고는 항상 물속에서 촬영하기에 별다른 불평을 하지 못했다.

덕분에 어비스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스태프를 가장 혹독하게 굴린 영화라는 이름을 달게 된다.

독불장군 카메룬이 성격을 완전히 바꾸게 되는 사건이 있는데 NASA 과학자들과 함께 심해 탐사를 다녀 오면서 다른 사람이 된다.

그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유대감을 탐사 과정에 배웠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깨닭는다.

“무슨 소리야. 말 안 들으며 아무리 유명 배우라도 혼내가면서 가르쳐야지.”

카메룬 제임스 감독은 성질을 낮추기엔 아직 한창 피 끓는 청춘이었다.

< 050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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