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34화 (19/265)

< 034 >

드류라는 이름을 듣고 자세히 보자 술을 마시려고 했던 여자아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스필버그 감독이 찍은 외계인 영화에 주인공 여동생으로 나와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된 드류 배리무어였다.

드류 배리무어는 무려 1860년대부터 이어져온 유서 깊은 배우 집안 출신으로 어머니 제이드 배리무어는 가업을 잇기 위해 드류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기며 배우로 키웠다.

생후 몇 개월이 되지 않았을 때부터 여러 광고를 찍었고, 아역 배우로 유명해 지자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은 그녀는 아홉 살 부터 파티에 다니면서 흡연과 음주를 시작하게 된다.

국민 여동생인 그녀가 일탈을 하자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고, 백악관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 들여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의 주도하에 드류가 출연하는 금연 공익광고를 찍었다.

하지만 그녀의 일탈은 멈추지 않았고, 스필버그의 연말 파티에 찾아와 술을 마시려 하고 있었다.

“드류. 내가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니.”

“딱 한 잔만 마시려고 했어요. 정말이에요.”

스필버그는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 보다 옆에 있는 동민과 크리스티안을 발견했다.

“그래. 모범적인 크리스티안이랑 애늙은이 다니엘이라면 드류를 보살필 수 있겠구나. 그녀는 슬프게도 또래 친구가 없단다. 드류와 함께 놀아줄 수 있겠니?”

“네 감독님. 제가 그녀를 보살피겠습니다.”

크리스티안 베일은 바로 대답을 하였고, 동민은 왠지 피곤한 일에 얽힌 것 같은 기분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니엘. 네가 가장 어른스러우니 믿고 맡기마. 나는 애석하게도 오늘 너무 바빠서 그녀 옆에 있을 수가 없구나.”

눈치가 빠른 스필버그는 동민이 별로 내켜하지 않자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고 드류 배리무어를 넘겨주고 떠나갔다.

스필버그가 떠나자 귀엽게 생긴 드류가 띠꺼운 표정으로 동민에게 뭐라고 했다.

“야! 네가 왜 내 술을 뺏어 가는 건데?”

“성장기에 음주할 시 뇌 발달에 지장을 끼치고 기억력, 학습능력 저하를 일으키지. 호르몬 분비에도 이상이 생겨 성장 호르몬의 이상 분비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

“뭐라고?”

“마시지 마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동민은 드류 배리무어와 크리스티안 베일을 데리고 수영장 한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넌 부모님도 없이 혼자 왔어? 왜 술을 마시는데 부모님이 가만히 있는 거야?”

“아빠는 다른 사람들이랑 노느라고 못 본지 오래 되었어. 엄마는 같이 파티 왔는데 이야기 하느라 항상 바빠.”

방금 전 까지는 동민도 흥분해서 깜빡하고 있었는데 진정하고 나니 드류 배리무어의 불우한 유년시절이 기억났다.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 하지 못하게 되고 부모님의 이른 이혼과 철없는 엄마의 욕심으로 그녀는 심한 일탈을 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되고 정신병원에서 지내게 되는데 직접 보니 그녀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많이 힘들였겠다. 나도 비슷한 상황이긴 한데 나보다 더 심한 것 같네.”

다행히 크리스티안이 그녀를 이해해 주었고, 둘은 은근 통하는 것이 많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두 사람이 같이 어울렸다고 했지?’

스티브 스필버그의 주선으로 두 사람이 데이트 겸 영화를 보았다고 했는데 베일이 피 튀기는 공포영화를 선택하는 바람에 영화만 보고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기억이 났다.

동민이 베일을 보자 너무 교과서 적인 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드류를 감당하기엔 어려워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또 내가 갱생시켜야겠네.”

잠시 고민하는 사이 드류가 누군가 두고 간 담배에 불을 붙이려 했고, 눈에서 불꽃이 타오른 동민이 그녀를 수영장으로 던져 버렸다.

“꺄! 왜 이러는 거야!”

“정신 안차려! 이제는 담배까지 피려고? 그러다 진짜 골병난다.”

결국 동민은 드류 배리무어를 관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베일에게 물에 빠진 그녀를 도와주라고 한 뒤 스필버그 사단에 속해 있는 크리스 콜럼버스를 찾아갔다.

“감독님 입봉 축하 드려요. 흥행 결과도 괜찮던데요?”

“다니엘이구나. 축하해 주어 고맙다. 너도 많이 컸구나.”

그렘린과 구리스에서 각본으로 참여했던 크리스 콜럼버스는 올해 야행이라는 작품으로 감독에 데뷔했다.

그와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야 했기에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일부러 인사를 하려 왔다.

파티가 끝나고 다음날 동민은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는 네가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맙구나. 드류가 참 착한 아이인데 항상 마음이 쓰이는 구나.”

“감독님 제 친구 중에 앤젤리나라는 아이가 있어요.”

스필버그는 존 보이트의 딸이라고 하자 알아 들었다.

“그녀도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제가 태권도장을 보내면서 많이 좋아졌거든요. 그래서 드류도 태권도를 시키고 싶은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스필버그 감독은 동민이 시킨대로 드류의 엄마 제이드 배리무어에게 액션 영화를 찍어야 하니 드류를 태권도장에 보내자고 했다.

감독의 말이라면 꿈뻑 죽는 그녀는 다음날 드류를 태권도장에 등록 시켰다.

“다니엘. 오늘 누가 태권도장에 새로 왔는지 알아?”

“응.”

“바로 어? 안다고?”

“드류 배리무어 등록했지?”

앤젤리나가 태권도장이 끝나고 세탁소로 찾아와 드류 배리무어가 등록했다고 알려 주었다.

“그 녀석 정신이 조금 이상한 것 같으니 잘 보살펴 줘.”

드류 배리무어를 아이 인성교육에 특화 되어 있는 K 태권도에 등록시켰지만, 그래도 걱정 되어 동민이 직접 도장을 방문했다.

앤젤리나가 동민의 지시대로 드류 배리모어를 옆에서 챙겨주면서도 겨루기 때는 묵사발을 내고 있었다.

보기보다 승부욕이 강한 드류였고, 계속 자극하자 결국 불타오르며 이를 갈고 태권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태권도 사범님은 아이들에게 드류를 특별 대접 하지 말고 똑 같은 일원으로 받아들이라고 했고, 그녀도 조금씩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 시작했다.

가끔 다투기도 했지만, 발차기를 몇 번 주고받으니 금방 풀리고 친해졌다.

“그런데 넌 왜 여기 왔냐?”

“스필버그 감독님이 앤젤리나랑 같이 너한테 가라고 하시던데?”

동민이 세탁소에서 숙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앤젤리나가 드류 배리무어와 함께 찾아왔다.

그녀는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이 세탁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갈 거라고 했다며 앤젤리나와 함께 동민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했다며 말했다.

“그 아저씨 역시 여우였어. 내가 귀찮아하는걸 알고 이러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드류가 부모님으로부터 법적인 독립권을 받아 내고 스필버그가 그녀의 대부가 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어쩔 수 없이 다 함께 저녁을 먹었고, 드류는 처음 보는 한식을 보고 투덜거렸다.

“이런걸 어떻게 먹어. 햄버거나 피자 스테이크 없어?”

“넌 몸 안에 안 좋은 게 많아서 디톡스 해야 하니 군말 말고 먹어.”

동민이 두부조림과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권했고, 두류가 계속 징징거리자 앤젤리나가 발로 그녀를 툭하고 찼다.

“알겠다고 먹으면 될 거 아니야. 이 달걀요리는 맛있네.”

태권도 도장에서 몸을 써서 배가 고팠고, 달걀말이를 시작으로 조금씩 다른 반찬도 먹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자 금방 한식에 적응했고,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먹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 다음 주면 개학인데 넌 어느 학교 다녀? 나랑 다니엘은 같은 할리우드 초등학교에 가는데.”

“난 학교 안가. 거긴 멍청이들만 있어서 가기 싫어. 학교 말고 대신 촬영장으로 가.”

앤젤리나는 드류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고, 그녀를 보살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세탁소에는 식구가 늘어났고, 드류는 세탁소에서 따뜻한 밥과 김치를 먹으며 빠르게 안정되어 갔다.

시간이 또 빠르게 흘러 88년이 시작되었고, 작년에 투자했던 영화에서 수익금이 들어와 투자를 위한 여유자금이 생겼다.

“요청하신 데로 총 제작비 2천 8백만 달러 중 10%인 280만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주연 배우가 과도한 출연료를 받아 가던데 괜찮을까요?”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그 사람이랑 이미지가 잘 매칭 되어서 괜찮을 거예요. 이제 슬슬 배우 몸값이 오를 때도 되었죠.”

동민이 투자한 영화는 새로운 액션 시리즈물로 아놀드, 실배스타 스텔론, 해리슨 포드, 리차드 기어에게 출연 요청을 했지만, 모두 퇴짜 맞는 바람에 드라마 배우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던 중 브루스 윌리스가 물망에 올랐고, 그의 에이전시가 터무니 없게 할리우드 최고 수준인 500만 달러라는 출연료를 요청한 것이다.

원래라면 성사되지 않을 요청이 폭스의 사주인 루퍼드 머독이 수락하면서 영화가 만들어 지게 되었다.

이후 할리우드 배우의 몸값이 오르는 원인중 하나가 된 사건이었다.

문제는 출연료를 브루스 윌리스 한 명에게 몰빵하다 보니 나머지 배역에 돌아갈 예산이 부족해 졌고, 어쩔 수 없이 연극판에서 배우를 대거 투입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 지지만, 다이하드는 람보나 코만도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유형의 액션 영화 장르를 만들게 되고 이후 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흥행역시 2,800만 달러가 투입 되지만, 총 1억 4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기에 나쁘지 않았다.

다음으로 투자한 칵테일은 뻔한 내용이지만, 톱건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탐 크루스의 출연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1,1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억 7천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한다.

동민은 총 제작비의 20%인 220만 달러를 투자했고, 예상 수익은 3천만 달러 이상이었다.

탐 크루스와 약속한 데로 레인 맨에도 투자했는데 제작비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레인 맨은 뛰어난 작품성으로 아카데미 최우수상,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베를린 영화제의 황금곰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흥행도 크게 성공하게 된다.

북미에서만 1억7,500만 달러의 티켓을 판매하고, 해외에서도 1억8천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다.

약 3억 6천만 달러의 20%인 7천만 달러가 동민에게 돌아올 예정이었다.

“이 영화는 배급사인 폭스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고, 저희 파라마운트 투자사에서도 기대하지 않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거기다 감독이 여자잖아요.”

“잘 되었네요. 여긴 투자 금액을 조금 더 늘려야겠어요.”

“가족용 코미디가 잘 되면 큰 금액을 벌긴 하니 이번에도 다니엘을 믿어야겠네요.”

개구쟁이 소년이 하룻밤 사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후 겪는 내용의 영화였는데 동민은 총 제작비 1,800만 달러중 절반인 9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너무 많이 투자하시는 걸 보니 이 영화도 크게 히트 치겠네요.”

“이 영화는 촬영 현장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절반이나 투자하시니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동민은 영화 유명 장면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되는 젓가락 행진곡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레었다.

< 03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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