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33화 (18/265)

< 033 >

어느덧 미국에 온지 4년이 지났고,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연말이 찾아오자 동민을 초대하는 파티가 생겨났다.

할리우드 하면 친목 모임과 파티가 넘쳐나는 화려한 동네였다.

지금까지는 동양인에 어린 동민을 초대하는 곳이 없었지만, 이제 6학년이 되어 어느 정도 성장 한 데다 은근 영향력까지 생겨 동민은 여러 곳에서 초대를 받았다.

“웬만한 스타보다 스케줄이 바쁘시군요.”

“나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네요.”

초대의 절반은 파라마운트 투자사를 통해 왔기에 닐이 매니저처럼 옆에서 스케줄 정리를 도와주고 있었다.

“이번 연말에는 동민이 얼굴 보기가 힘들겠구나. 그래도 외박은 안 되니 집에 들어와서 자거라. 닐 잘 부탁합니다.”

삼촌은 세탁소를 지켜야하고 그런 자리에 따라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기에 닐이 동민을 데리고 보호자 역할로 파티에 참석하기로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닐 이라면 믿으니까 이상한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주세요.”

대부분의 초대는 거절 했지만, 몇 명의 유명 감독과 제작사의 초대는 참석해야 했다.

할리우드 파티에서는 여러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일어나기에 삼촌이 걱정했지만, 그동안 동민을 지켜보고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보내주기로 하였다.

“다니엘 정말 우리 파티에는 못 오는 거야?”

“형은 평소에 자주 보니까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형 친구들이랑 여자도 많이 올 건데 제가 끼이면 불편할 거예요.”

“다니엘을 불편해 하는 녀석이 있으면 내가 쫓아 낼 거야!”

조니 데브가 직접 찾아와 자신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와달라고 했지만, 척 보아도 광란의 파티가 될 것 같아 핑계를 대고 거절했다.

시나리오 작가들 파티는 비교적 정상적일 것 같아 잠시 들리기로 했고, 영화사들 모임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가장 친한 카메룬 제임스 감독의 파티와 안 오면 실망할 거라고 협박한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 파티에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연말은 정신없겠네요.”

“이정도면 정말 적게 가는 겁니다. 할리우드 사람들은 연말을 불살라 버릴 정도로 파티를 많이 하지요.”

탐 크루스와 슈워츠 아놀드제네거도 자신의 파티에 동민을 초대했지만, 다른 배우가 삐질 것 같아 영화사와 투자자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고 거절했다.

“동민이가 옷발이 잘 받는구나.”

“삼촌이 잘 만들어 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미국으로 건너와 고기를 많이 먹었더니 전생보다 다리가 길어졌다.

동민이 파티에 참석한다고 하니 삼촌이 실력을 발휘해 직접 정장을 만들어 주었고, 고급 원단으로 맞춤 제작을 해서 그런지 꽤 멋있었다.

“오늘은 영화사 파티에 간다고 했지?”

“여러 영화사 대표와 관계자들이 모이는 파티라고 하니 비교적 얌전 할 거예요.”

삼촌에게 인사하고 영화사에서 주최하는 연말 파티로 향했다.

돈이 많은 영화사들이라 그런지 베버리힐즈에 있는 고급 부띠크 호텔을 빌려 연회를 했고, 발레 주차를 맡기고 들어가자 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파티가 열려 있었다.

“파라마운트 투자사 VIP 멤버시군요. 음료와 음식은 전부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니 편하게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영화 비지니스 모임이라 그런지 배우는 일부러 부르지 않았고, 회사 중역들이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동민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닐 밖에 없어 어린 동양인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파라마운트 투자사 대표님부터 만나러 가시죠.”

닐을 따라가자 턱시도를 입은 백발 중년의 백인 남자가 있었다.

“대표님. 이쪽이 저희 회사 VIP 이신 다니엘 군입니다.”

“드디어 천재적인 투자자를 직접 뵙게 되었군요. 매번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어 진즉에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마이크 테일러라고 합니다.”

파라마운트 투자사 대표는 회사에 막대한 수수료를 벌어준 동민을 존경스럽게 바라보았다.

“저야 말로 투자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직 인종차별이 흔한 시대였지만, 돈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꽤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파라마운트 투자사의 대표가 어린 동양인 남자아이에게 굽실거리자 사람들이 속닥거렸다.

시선이 집중 되는 게 느껴진 동민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옮겼다.

“이거 생각보다 많이 피곤한 자리네요.”

“사교의 장이자 비즈니스의 최전선이니까요. 앞으로 자주 불려 다니실 겁니다.”

그나마 닐이 옆에서 동행하며 보조를 해 주었기에 적당히 주변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영화배우나 감독이 아닌 업계 사람들이다 보니 아는 얼굴은 없었고, 동민은 테라스에서 과일 펀치 음료를 마시며 열기를 식히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다니엘 맞구나? 네가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야?”

“아. 신지였구나. 초대 받아서 오긴 했는데 넌 아버지 따라서 왔겠네?”

서니 픽처스가 막대한 자본으로 올해 미국 할리우드에 회사를 설립했기에 모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아빠 옆에서 열심히 인사를 하던 신지는 진이 빠져 테라스로 잠시 도망갔다가 동민을 발견한 것이다.

“옷 좋아 보인다. 넌 배우 아니었어? 어떻게 여기 온 거야?”

“투자사에 아는 사람이 좀 있어서 왔어. 안 그래도 답답했는데 잘 됐다.”

동민이 유도심문으로 서니 픽처스의 내부 정보를 신지에게 물어보고 있는데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가 달려왔다.

“오빠! 아빠가 빨리 오래.”

“가기 싫은데··· 알겠어.”

“어머? 혹시 다니엘 선배 아니신가요?”

“응 넌 신지 여동생이니?”

“저는 아스카라고 해요. 학교에서 유명한 다니엘 선배를 여기서 보네요.”

아스카는 신지와 2살 차이나는 여동생으로 같은 학교 4학년이라고 했다.

평소 집에서 신지가 동민 흉을 많이 보았기에 아스카도 동민에게 관심이 있었고, 학교에서 평판이 좋고 친오빠를 괴롭히는 동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입으시니 멋있으시네요. 우리 오빠랑 같은 나이인데 키도 훨씬 크시고요.”

“야!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빨리 아빠한데 가자.”

“그럼 학교에서 봬요.”

두 사람이 돌아가자 동민도 따라가 누가 봐도 일본인 같은 서니픽처스 대표의 얼굴을 확인했다.

미국 주류 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는 그를 보자 조금 부럽기도 했지만, 미래에는 한국 콘텐츠가 인정받는 날이 오기에 동민은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닐이 동민에게 어땠는지 물어 보았다.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네요. 평범하고 예의도 차리는 것 같았어요.”

“비즈니스 모임이니라 이정도면 할리우드 파티중 가장 얌전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성년자 출입이 아예 불가능한 파티가 대부분이에요.”

닐이 막장 파티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었고, 미국에 적응했다고 생각한 유교보이 동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크리스마스 당일은 삼촌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고, 이후로 동민은 여러 연말 파티에 불려 다녔다.

“오늘은 스필버그 감독님의 파티에 참석하는 날입니다.”

“닐도 매번 고생이 많네요.”

“아닙니다. 저도 덕분에 인맥도 늘리고 있고, 추가 수당도 잘 받고 있습니다.”

닐은 동민을 만나면서 승진도 하고 월급도 대폭 올랐기에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의 연말 파티는 그의 집에서 열렸는데 수백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저택이었다.

“다니엘! 와줘서 고맙구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여기 선물이요.”

당연히도 동민은 선물로 김치를 가지고 왔다.

김치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특별히 먹기 쉬운 오이소박이로 준비했다.

“하하. 이건 주방장에게 건네주도록 하마. 내가 오늘은 조금 바쁘니 안내해줄 친구를 소개해주마.”

스필버그 감독이 누군가를 불렀고 10대 초반의 백인 남자아이가 다가왔다.

“크리스티안. 이쪽은 다니엘이라고 한단다. 중요한 손님이니 내가 안내해 줄 수 있겠니?”

“알겠습니다. 감독님. 반가워 난 크리스티안이라고해.”

“안녕 난 다니엘이야. 태양의 제국에 출연한 배우 맞지?”

스필버그 감독이 소개시켜준 남자아이는 육체의 연금술사로 성장하는 크리스티안 베일이였다.

미국인인줄 알았는데 베일은 영국 출신이었고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영국 악센트가 남아 있었다.

“너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영화에 출연 했었니?”

“구리스에 나왔었어.”

“아! 그래. 데이타 맞지?”

벌써 구리스에 출연한지 3년이나 흘렀고, 그동안 키도 많이 자랐기에 지금은 사람들이 대부분 못 알아보았다.

베일은 자기 또래의 배우가 나타나자 기분이 좋은지 스필버그의 집을 구경 시켜 주었다.

스필버그의 저택에는 그의 영화에 쓰였던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동민은 정신없이 스필버그의 저택을 구경했다.

“이번에 네가 출연한 영화 봤는데 연기 정말 잘하더라.”

“고마워. 힘들긴 했는데 감독님이 잘 지도해 주셔서 그런 것 같아.”

태양의 제국 영화평은 극과 극으로 갈리고, 흥행도 그저 그랬지만, 13살 소년의 연기력은 만장일치로 극찬을 받아 전국 비평가협회에서 청소년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게 된다.

“오디션 경쟁률이 엄청났다고 들었는데 몇 명이나 왔었어?”

“4천명이 넘게 오긴 했는데 다행히 스필버그 감독님의 부인이랑 작년에 드라마 아나스타샤에서 만난 적이 있어 추천 받아 오디션을 잘 보게 되었어.”

베일과 대화하다 보니 그는 아직 영국 본머스라는 도시에 살고 있었고, 연기를 하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동민은 수년간 무명생활을 하다 대기만성 형으로 성장하고 영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베일이 마음에 들었다.

그와 함께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유교보이 동민의 눈에 믿지 못할 관경이 들어왔다.

양아치 같이 생긴 남자가 동민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샴페인을 따라 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설마 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여자아이가 샴페인을 마시려 하자 동민이 달려가 술을 뺏어 버렸다.

“꺄! 지금 뭐하는 거야!”

“너야말로 어려 보이는데 술을 마시면 안 되지!”

“이리 내! 마실 거란 말이야!”

여자아이가 술을 마시겠다며 잔을 뺏으려 하자 동민이 샴페인을 바닥에 뿌려버렸다.

“악! 내 술!”

“이봐 동양인 꼬마. 너 지금 뭐하는 거냐?”

“당신이야 말로 아이한테 술을 주는 게 정상이라 생각해요?”

“이런 건방진 동양인 같으니.”

술을 권했던 남자가 동민의 뺨을 때리려 손을 휘둘렀고 고개 숙여 피한 동민은 태권도 뒤돌려 차기로 그의 얼굴을 날렸다.

쿠당탕!

“너 이자식! 내가 누군 줄 알아!”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는데 파티의 주인인 스티브 스필버그가 달려왔다.

“무슨 일인가?”

“감독님. 별일 아닙니다. 건방진 동양인 꼬마에게 충고를 해주려는데 이 녀석이 저를 발로 차는 바람에 넘어졌습니다.”

대충 상황을 파악한 스필버그 감독이 다가와 그 남자의 뺨을 때리더니 집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드류. 괜찮니? 다치지 않았고?”

“전 아무러치 않아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스필버그 감독이 술을 마시려던 여자이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 033 > 끝

ⓒ 돈많을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