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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스틴은 1980년 뉴욕소나타라는 영화 각본을 만들었다.
원래는 스포츠 선수와 여자 댄서의 사랑이야기로 진지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러브 코미디를 쓰게 되었고 그저 그런 흥행을 기록했다.
배급사와의 마찰으로 각본을 자신의 의도와 달리 여러 번 고치긴 했지만,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 라즈베리 상에서 최악의 각본상을 받게 되었다.
댄스 영화에 빠져있던 그는 이후 어릴 적 경험을 토대로 보수적인 마을에서 춤으로 인한 기득권 갈등을 담은 영화를 만들려 했지만, 1984년 비슷한 이야기의 ‘자유의 댄스’가 크게 성공 하면서 버그스틴의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려했던 MGM이나 유니버셜이 주저 없이 영화 제작을 포기했다.
이후 버그스틴은 각본에다 에로틱한 춤을 추는 내용으로 바꾸느라 1년을 허비하게 되고, 각본을 가지고 메이저 영화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모든 메이저 영화사에게 무시를 당하고, 중소업체 수십여 곳에서도 모두 거절당하게 된다.
“솔직히 내용도 그냥 그렇고 제작사가 저예산 영화를 만들어 비디오로 만드는 곳인데 괜찮을까요? 영화감독도 다큐멘터리 감독이 자나요.”
“에밀 아돌리노 감독은 백남준 설치 미술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연출할 만큼 예술성이 뛰어난 감독이에요. 장편 극장영화는 처음이지만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잘 모르겠네요. 다니엘이 하고 싶다는데 그렇게 해야죠.”
닐의 말대로 쉬운 투자는 아니었다.
춤과 음악을 통해 꽃피는 두 남녀의 고난과 사랑을 그린 영화인데 5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 지고, 주연은 유명한 배우도 아니었다.
동민이 3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최대 지분과 판권까지 가지게 되었지만, 제대로 된 홍보 없이 흥행을 내는 건 정말 어려웠다.
“음악 프로듀서 지미 아이너가 무진장 고생하고 있더군요.”
“버그스틴이 고집이 있어서 같이 일하기 쉽지는 않을 거예요.”
영화에 60년대 음악이 많이 들어갔기에 판권사를 하나하나 직접 찾아가 영화에 사용하는 허가 받았다.
주제곡을 만드는데도 아이너 음반회사 소속의 작곡가에게 싸구려 에로 영화에 곡을 쓰기 싫다며 거부당했지만, 겨우 설득해 The Time of My Life라는 곡을 받아 냈다.
미국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찍었기에 금방 영화가 완성 되었고, 홍보 차 칸 영화제에 출품했다.
그동안 동민 대신 열심히 뛰어다니며 고생한 닐이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동민에게 감상을 말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던데요? 저도 봤는데 꽤 재미있었어요. 제목이랑 내용이 매칭이 안 될 거라 생각 했는데 교묘하게 잘 섞었더군요.”
“순진한 시골 처녀가 에로틱한 춤을 추는 내용인데 시골 풍경이랑 잘 조화를 시켰더라고요. 더티 댄싱이라니 제목이 조금 이상해도 관심은 집중 되는 것 같아요.”
19금 판정을 받은 더티 댄싱은 큰 홍보 없이 입소문을 타더니 관객이 꾸준히 늘어났고, 결국 미국에서만 6,4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1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2억 1천만 달러가 넘는 대박을 거둬들이게 된다.
OST 역시 엄청나게 팔리면서 꽤나 큰 추가 수익을 안겨준다.
남자 배우인 패트릭 스웨이지는 이 영화로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사랑과 영혼을 찍으면서 최절정의 인기를 누리게 된다.
입소문으로 관객이 모이는 만큼 영화가 롱런하기 때문에 닐은 아직 동민이 얼마나 벌어들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2억 달러면 500만 달러의 40배에 달하는 금액인데 이것저것 재한다고 해도 동민은 1억 달러를 훌쩍 넘는 수익금을 받게 된다.
더티 댄싱의 매출이 순조롭게 성장하는 걸 확인한 동민은 행복한 기분으로 학교를 다녔고, 금방 여름 방학이 찾아왔다.
“다니엘. 이번 여름 방학에는 한국 안가? 나 데리고 가기로 했잖아.”
“미안. 올 여름에는 드라마에 나가기로 해서 한국 가기는 힘들 것 같아. 대신 내년에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니까 그때 꼭 같이 가자.”
앤젤리나가 작년에 조니 데브와 함께 한국에 다녀온 걸 기억하고 놀러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케빈은 12살 촬영을 해야 했기에 한국에 갈 여유가 없었다.
“그럼 드라마 촬영장에 구경 하러 가도 괜찮아?”
“내가 결정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감독님한테 물어 볼게.”
순간 앤젤리나를 케빈은 12살 드라마에 출연 시킬까 생각 했지만, 순한맛 드라마에 나오기에는 앤젤리나의 비주얼이 너무 강렬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위니와 앤젤리나를 한 자리에 둔다는 건 위험하다는 경고가 울렸다.
“앤젤리나는 여름에 뭐 할 거야?”
“한국에 놀러 못 가면 여름 연기 학교에 갈 것 같아. 이제 6학년으로 올라가니까 미리 준비하기로 했어.”
동민의 영향 때문인지 앤젤리나는 어린 나이에 연기자의 길로 방향을 잡았다.
원래도 연기 생활을 일찍 시작하니 그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앤젤리나와 방학에 어떻게 지낼 건지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한창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조니 데브가 세탁소로 찾아왔다.
“앤젤리나도 있었네. 다니엘, 오늘은 새로운 친구들을 데리고 왔어.”
동민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에 푹 빠져 있는 조니 데브는 21세기 점프 스트리트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데리고 세탁소에 찾아왔다.
평소 여기저기 김치를 먹이는 걸 좋아하는 동민이기에 오는 사람 막지 않았고, 조니 데브의 친구들을 환영했다.
“어서오세요. 오늘은 조니 형이랑 잘 지내라는 뜻으로 제가 식사 대접 할게요.”
세탁소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휴게실은 식사하기 좋게 바뀌어 있었다.
“오늘 메뉴는 조니 형이 좋아하는 철판 닭갈비에요. 마지막에 볶음밥도 먹어야 하니 고기는 조금 모자라게 먹어요.”
미리 양념을 한 닭고기를 왜 세탁소 휴게실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철판에 양배추와 여러 야채를 올려 익혀 주었다.
닭고기가 적당히 익어가자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뿌렸고, 늘어나는 치즈를 보며 다들 감탄했다.
“맵긴 한데 이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맥주랑 같이 먹으면 완벽하다니까.”
“오늘은 맥주 대신 막국수가 있으니 코리안 누들 샐러드랑 같이 건강하게 먹어요.”
동민은 인원수도 많고 앤젤리나도 있기에 오늘은 술을 못 마시게 했다.
함께 닭갈비를 먹고 있는데 이상하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저 형은 누구에요?”
“이번에 단역으로 나온 친군데 엄청 열심히 살고 있더라고. 이봐 브랜든, 어떤 알바 해 봤다고 했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 영화 엑스트라는 당연히 했고, 스트리퍼의 리무진 드라이버랑, 냉장고 배달이 얼마 전에 했던 아르바이트였어.”
브랜든이란 이름을 듣고 동민은 설마 하며 그를 자세히 보았고, 누군지 알아보고는 깜짝 놀라했다.
‘저 사람이 21세기 점프 스트리트 드라마에 나왔구나.’
세기 점프 스트리트가 한국에서는 방영되지 않았기에 동민도 자세히 알지는 못했고, 조니 데브가 처음으로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름 잘 나가던 틴에이저 드라마이다 보니 미래에 유명한 배우가 꽤나 많이 출연했었다.
그는 미주리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다 영화에 꽂혀 때려치우고 로스앤젤레스로 이사 왔다고 했다.
올해 처음으로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는데 코미디 영화 헝크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했다고 자랑했다.
브랜든의 이야기를 듣다가 동민의 옆에서 얌전히 닭갈비를 먹고 있는 앤젤리나를 보았는데 그녀는 조니 데브의 친구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다.
조니 데브와 친구들도 아직 초등학교 5학년인 앤젤리나에게 관심을 비치지 않았지만, 동민은 브랜든과 앤젤리나가 한 자리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 살짝 긴장 되었다.
‘잘생기긴 했는데 아직은 조금 촌스럽고, 이상하게 가난해 보이네.’
조니 데브가 데리고 온 미주리 출신의 친구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로 성장하는 브랜든 피트였다.
브랜든은 88년에 첫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다크 사이드 오브 선이라는 영화에 출연하지만, 유고슬라비아에서 촬영한 이후 내전으로 인해 필름이 유실되면서 97년에나 개봉되게 된다.
89년에 커팅 클래스라는 슬래셔 호러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이름을 알리게 되는 건 91년에 개봉하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에 출연하면서 부터이다.
아직은 장발에 촌스럽고 발음도 조금 특이해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다시 보니 확실히 브랜든 피트가 맞았다.
‘앤젤리나와 나중에 결혼하게 될때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려나?’
할리우드 스타일대로 결국 이혼하긴 하지만, 두 사람은 나름 오랜 기간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할리우드 대표 부부로 파파라치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된다.
갑작스러운 브랜든 피트의 등장으로 동민이 잠시 딴 생각을 했지만, 별다른 티를 내지 않고 볶음밥까지 만들어 먹였다.
“너도 올 여름에 드라마 촬영 한다고 했지? 연기 연습 도와줄까?”
“단역으로만 나가기로 해서 딱히 연습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작가가 나한테 맞춰서 역을 만든다고 했으니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이야~ 역시 다니엘이네. 작가가 맞춰주다니 부러워.”
다들 동민이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하니 관심을 가졌고, 케빈은 12살이라는 가족 드라마에 나간다고 알려 주었다.
역할은 단역이지만, 조니 데브 말고는 모두 조연급이라 오히려 동민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드라마 이야기를 한참 하다 다들 돌아갔고, 동민에게 촬영장에 놀러오라며 맛있는 닭갈비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지금까지 꽤 많은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을 만나왔지만, 이렇게 갑자기 브랜든 피트를 만나자 동민의 기분이 이상했다.
‘뭐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겠지. 난 그냥 형 동생으로 친하게 지내야겠다.’
기분은 이상했지만,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 동민이었다.
며칠 뒤 케빈은 12살 촬영 스튜디오에 가자 스태프들이 동민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동민은 3화부터 나오기에 주연급 아이들은 이미 며칠 전 부터 함께 촬영을 시작했다.
주로 주인공 케빈과 폴이 많이 나왔고, 중간 중간 위니가 등장해 스토리에 흥미를 더해 주었다.
‘크면서 조금 아쉽게 성장하긴 하지만, 확실히 이때 위니가 예쁘네.’
동민은 연기하고 있는 첫사랑 위니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다니엘~! 오늘은 너도 촬영 있는 거야?”
“응. 자주 나오는 게 아니라서 가끔씩 촬영하러 오기로 했어.”
“매번 같이 찍으면 좋은데 아쉽다.”
위니가 살갑게 대해주자 동민이 금방 해벌쭉 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을 지켜본 케빈과 폴이 동민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때 마쳐 동민이 출연하는 장면 녹화가 시작 되었고, 공부 잘하는 범생이 동양인의 역할이기에 어렵지 않게 OK사인을 받았다.
“다니엘은 연기가 능숙하구나. 지금까지 NG가 한 번도 없네.”
“연기하기 쉬운 역할을 주셨으니까 그렇죠. 시나리오도 이해하기 쉽게 써주셔서 도움이 되었어요.”
동민이 어른들의 관심과 귀여움을 받자 케빈이 다가와 인사했다.
“저번에 보긴 했는데 정식으로 소개할게. 난 주인공 케빈이야. 넌 구리스에 나왔던 데이타 맞지?”
< 02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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