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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28화 (17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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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먹으라는 말에 그를 멍 하게 바라보고 있던 신지가 무의식적으로 김치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멀리서 달려온 수많은 여학생이 신지를 밀치고 김치를 퍼 먹었고, 입에 시뻘건 김치를 묻힌 채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자 소름이 조금 돋았다.

살짝 위기를 느낀 동민이 어서 출발하자고 했고, 식은땀이 흐른 탐 크루스도 가와사키 GPZ-900R을 출발시켰다.

“하하. 네 덕분에 재미있는 경험을 했구나.”

“저도 피곤한 문제를 해결하긴 했는데 조금 과했다는 기분이 드네요.”

“마지막에 김치를 손으로 퍼먹는 여자아이들은 나도 무섭더구나.”

할리우드 초등학교에 김치 좀비를 탄생시킨 탐 크루스는 할리우드 세탁소 직원 휴게실에서 동민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탐, 상추나 깻잎에 쌈 싸먹어 봐요. 이렇게 먹으면 더 맛있어요.”

숙모가 직접 쌈을 싸서 탐 크루스에게 주었고, 그가 양 볼을 부풀린 채 맛있다며 쌍따봉을 날렸다.

이번에는 탐 혼자 왔기에, 숙모와 미쉘 누나가 같이 밥을 먹으러 왔고, 삼촌은 혼자 남아 세탁소를 지켰다.

“베이컨이 이렇게 맛있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네요. 한국 사람은 이렇게 맛있게 먹는 법을 어떻게 아는 거죠?”

“호호. 입에 맞다니 다행이네요. 항정살이랑, 목살도 드셔보세요.”

숙모는 탐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신선한 최상급 돼지고기를 구해 오셨고, 미쉘 누나도 학교를 빨리 마치고 세탁소에 밥 먹으러 왔다.

아직 20대 중반의 파릇파릇한 탐 크루즈를 바라보는 두 여자의 눈에서는 꿀이 떨어졌고, 삼겹살 냄새를 맡으며 카운터를 지키는 삼촌의 눈가엔 눈물이 살짝 맺혔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늘은 혼자 계시네요?”

“앤젤리나 왔구나. 다니엘은 휴게실에서 밥 먹고 있으니 어서 가 보거라.”

세탁소 휴게실에 들어가자 탐 크루스와 숙모가 소주를 마시고 있었고, 동민은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었다.

“앤젤리나 왔구나. 여기 앉으렴.”

미쉘 누나도 앤젤리나를 여러 번 보았기에 두 사람은 친한 사이였고, 동민의 옆자리에 그녀가 앉았다.

“미쉘 언니 얼굴이 빨간데 괜찮아요?”

“엄마가 고등학생이니 한 잔은 괜찮다고 해서 소주를 마셨더니 그런가봐.”

기분이 좋아진 숙모가 누나에게 소주를 한 잔 주었고, 소주를 맛 본 미쉘은 이런걸 왜 마시냐며 엄마와 톰을 이상하다 생각했다.

앤젤리나는 톰을 보고 살짝 상기 되었지만, 어려서 부터 배우를 많이 보기도 했고, 세탁소에서 워낙 많은 영화 쪽 사람들을 접했기에 그와 함께 삼겹살을 먹으면서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세상에 김치를 삼겹살 기름에 구우니 이런 맛이 나는군요.”

“양파랑 마늘도 같이 쌈에 싸서 먹어봐요.”

삼겹살 파티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탐이 동민에게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작년은 정말 대단했지. 잊지 못할 한 해였어.”

“탐 삼촌이 가야할 두 방향에서 모두 성공한 것 같아요. 톱건 에서는 화려한 액션을 보였고, 칼라오브머니에서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으니까요.”

“톱건은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과 폴 뉴면 씨에게는 많이 배울 수 있었지.”

칼라오브머니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영화로 남심을 자극하는 미국판 당구 타짜 이야기였다.

남성잡지에서 항상 언급될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인데 은퇴한 나인본의 전설 폴 뉴면과 스승을 뛰어넘게 되는 젊은 제자 탐 크루스간의 성장과 경쟁이 흥미롭게 펼쳐졌다.

“성인영화를 너무 많이 보는 거 아니니? 하긴 너랑 이야기 하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더라.”

“하하. 여기 있으면 영화 이야기가 워낙 많이 들어와서 그래요. 그런대 올해는 영화 안 찍을 거예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긴 하는데 고르는 게 쉽지 않네.”

작년에 좋은 작품을 두 편이나 찍으면서 일약 라이징 스타가 된 탐 크루스는 다음에 찍는 작품으로 반짝 스타가 아닌 할리우드 대표 스타로 자리 잡게 된다.

“좋은 작품이 분명 있을 거니 급하게 고르지 말고 천천히 고민해 봐요.”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좋은 작품이 있긴 한가 보구나. 그러지 말고 힌트라도 주렴.”

“바텐더 영화랑, 장애인 영화 시나리오가 좋던데 둘 다 욕심 낼만 했어요. 한 번 고민해 봐요.”

탐은 88년에 칵테일을 만드는 영화에 출연해 다시 흥행을 기록하고, 서번트 증후군에 걸린 더스틴 호프먼의 동생으로 출연한 영화가 각종 상을 휩쓸면서 연기력을 확실하게 인정받게 된다.

“두 영화 모두 소재가 특이한데 재미있을 것 같네. 집에 돌아가면 시나리오 찾아 봐야겠다. 제안이 들어온 시나리오만, 100편 가까이 되어서 다 읽기도 힘들어.”

“힘들어도 읽다 보면 시나리오 보는 눈이 생길 거예요.”

“어린 네가 매니저 같은 말을 하는구나. 그런데 톱건에 투자해서 번 돈을 플래툰에 투자했다면서? 네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탐은 제작자와 감독들 사이에서 투자 신동 동민에 관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비결이 뭐야? 또 여기서 정보를 취합했다고 말할 거지?”

“잘 아시네요. 스튜디오에 세탁물 배달하러 가다 보면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해요.”

“그래서 올해는 어디다 투자할거야? 나도 재미 좀 보자.”

“삼촌은 연기에나 집중해요. 투자 하는 것 보다 연기로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예요.”

동민은 어떤 영화에 투자 했는지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탐은 어차피 소문 다 날건데 미리 알려 달라고 때를 썼다.

“알겠어요. 이번에는 예산이 늘어서 여러 영화에 투자할 거예요. 가장 먼저 러셀 웨폰이라고 형사물에 투자했어요.”

“멜 깁슨이 주인공인 영화지? 그냥 평범한 범죄물 영화 같던데?”

“미치광이 형사 마틴 릭스랑 평범한 로저 머터프리라는 대조적인 캐릭터의 궁합이 좋더라고요. 아마 새로운 형사 버디물을 개척할 것 같아요.”

러셀 웨폰은 1,500만 달러로 만들어져 북미 6,500만, 해외 5,500만 달러라는 흥행을 기록하고 총 1억 2천만 달러의 티켓을 판매한다. 톱건 이나 플래툰에 비해 저조한 수익이긴 하지만, 이정도만 해도 할리우드에서는 대성공에 속하는 흥행기록이다.

“이 영화는 딱히 흥미가 가지 않아. 다른 영화는 어떤 거야?”

“다음 영화는 삼촌이 좋아할 내용이네요. 위험한 정사라는 영화에 투자했어요.”

위험한 정사는 사이코 스릴러 영화로 마이클 더글라스가 글랜 클로즈와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이었다.

87년도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는 영화로 화끈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결론은 바람피우면 X된다는 내용이었다.

정신병 있는 여자와 불장난 치다 가정이 거덜 나는 내용으로 보는 내내 심장이 조려지고, 여러 남성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교육적인 영화였다.

“시나리오 찾아 봐야겠다. 제목은 아주 마음에 드네. 그런데 네가 이런 시나리오 읽어도 정말 괜찮은 거야?”

“이런 시나리오 탐 삼촌보다 훨씬 더 많이 읽어봤으니 걱정 하지 마세요.

불륜 영화를 소개하는 동민을 탐이 걱정스럽게 바라보았지만, 애늙은이인 동민은 별다른 기색 없이 다음 영화를 소개했다.

“이 영화는 흥행은 자신 없는데 스토리가 너무 좋아서 투자하는 거예요. 중국 청나라 황제에 관한 내용이에요.”

처음에는 중국에서 촬영하고, 대부분 동양인이 출연하는 영화라 탐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스토리를 듣더니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중국의 어린 마지막 황제 이야기라니 너무 매력적인데? 대 서사시 같은 영화구나.”

“중국 영화인데 이탈리아 감독에 미국에서 제작하는 영화라 국적 불명이긴 해도 이번이 아니면 만들어 질 수 없는 영화라 투자하기로 했어요.”

마지막 황제는 담담한 스토리 진행으로 지루한 영화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비주얼과 뛰어난 음악, 압도적인 스케일로 긴 러닝타임이 아쉽지 않을 만한 명작으로 만들어진다.

중국인이 나와서 전부 영어로 이야기 하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중국 공산당으로 부터 자금성에서 촬영을 허가 받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각종 상을 휩쓸긴 하지만, 특이한 주제인 만큼 대대적인 흥행에는 실패해 4,400만 달러라는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제작비가 고작 240만 달러 들어갔기에 확실히 대박이었다.

마지막으로 동민이 심열을 기울여 투자하고 있는 영화가 하나 더 있었지만, 아직 진행 중이었고, 워낙 우여곡절이 많아 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앤젤리나까지 배 터지게 먹은 삼겹살 파티가 끝나자 탐이 숙모와 미쉘에게 고맙다며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사인 해주었고, 올해는 여유가 있으니 종종 놀러 오겠다며 돌아갔다.

다음날 동민이 살짝 긴장하며 학교에 가자 난리가 나 있었다.

“다니엘. 탐 크루스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탐 오토바이 뒤에 타다니 진짜 부러워.”

아이들이 동민에게 찾아와 질문을 퍼 부었고, 또 다시 학교의 스타가 되어 있었다.

살짝 시들하던 김치 열풍에 기름을 들이 부어 활활 타올랐고, 김치를 잘 몰랐던 저학년도 김치를 먹기 시작했다.

동민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들어 시끌시끌한 가운데 신지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분명 내가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탐 크루스가 오토바이를 타고 오다니. 패배를 인정하겠다.”

“키트를 타고 여기까지 온 데이비드 핫셀호프 한테 미안해지네. 너도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패를 가지고 왔더라.”

아버지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면서까지 준비한 신지는 강력한 탐 크루스의 등장에 자신감을 상실해 버렸다.

동민은 맵찔이면서 약속대로 김치를 먹은 신지에게 칭찬을 하며 대인배로서의 면목을 보였다.

“너도 고생했으니 인정하는 의미로 나도 일본 음식을 먹도록 할게. 내가 날 생선은 잘 못 먹는데 초밥을 가지고 오면 특별히 먹어볼게.”

“정말? 그런데 저번에 초밥이랑 라면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새우나 장어 같이 익힌 초밥을 말한 거였어. 날 생선은 싫어하는데 네가 김치를 먹었으니 나도 도전해 볼게.”

“그래. 내가 일본 최고 장인한테서 초밥을 공수해 올게. 분명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야.”

동민은 초밥 킬러였지만, 상심한 신지를 위해 못 먹는다는 거짓말을 했다.

‘잘사는 녀석이니 유명 명인한테 부탁하겠지? 스시 장인 지로상 초밥 먹어보고 싶었는데 기대 된다.’

이번 대결은 신지를 두 번 등쳐먹는 동민의 승리로 끝났고, 한동안 얌전해진 신지 덕분에 다시 평화로운 학교생활이 이어졌다.

“다니엘. 드디어 제작사를 구했습니다. 예산을 저희가 대부분 부담한다고 했는데도 참 어렵더군요.”

한동안 동민의 지시로 바빴던 닐이 기쁜 표정으로 세탁소에 찾아왔다.

동민이 점찍은 시나리오에 투자해 영화를 만들려 했지만, 메이저 영화사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중소 제작사에게도 거절당했다.

수십여 곳의 제작사에 거절을 당하고는 겨우 베스트론 비디오라는 영화사가 아닌 비디오용 영화를 만드는 회사와 계약 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 작가 버그스틴 씨 때문에 고생 많았겠네요.”

“말도 마세요. 어찌나 고집이 세던지 요구 사항이 너무 확고해서 몇 번이나 다 된 계약도 깨지고, 겨우 제작사를 찾을 수 있었네요.”

그렇게 동민에게 큰돈을 벌어줄 영화가 소리 소문 없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028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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