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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4화 (14/265)

< 014 >

파라마운트 투자사 신입 사원인 닐은 처음에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추천해준 투자자를 만나 보라는 지시에 기분이 좋았었다.

어린 투자자라고 했지만, 카메룬 감독이 추천한 이가 아닌가.

하지만, 동민을 직접 만나자 왜 신입 사원인 자신에게 이 일을 맡겼는지 알게 되었다.

미팅 장소가 멋있는 사무실이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동네 세탁소인데다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같아 보이는 동양인 꼬마가 고객이라는 말에 표정 관리를 못 할 뻔 했지만, 동민과 대화를 할수록 보통 꼬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시다 시피 투자하신 2만 달러는 지금 15배인 30만 달러가 되었습니다. 아직 국내와 해외에서 영화가 상영중이고 아직 시작하지 않은 국가도 있기에 20배까지는 수익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럼 총 수익금이 40만 달러가 되는 거네요?”

만 달러면 쉽게 1달러 당 1천원으로 계산해도 4억이라는 큰돈이었다.

거기다 85년도에 40만 달러라면 할리우드에 있는 적당한 집을 구입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티켓 판매 수익정산금이 40만 달러 정도 되겠지만, 판권의 지분을 가지고 계시기에 라이센스 판매나 2차 저작을 통한 수익을 매년 배당 받으실 수 있습니다.”

백투더 미래의 경우 롱런을 하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기 때문에 꾸준한 수입이 들어온다는 이야기였다.

파라마운트 투자사의 닐이 밸런스 시트를 꺼내 종이 위에 직접 기입한 숫자를 보여주었다.

‘아! 아직 액셀이 없는 시대구나.’

삼촌도 두꺼운 장부에 직접 손으로 매출을 기입하기에 자영업이라 그런가 보다고 생각 했는데 투자사 직원까지 종이에 빽빽하게 숫자를 기입한 것을 보고 고생 했을 것이 눈에 보였다.

순간 마이크로 소프트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식은 잘 모르기도 하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영화에 안정적으로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다음 달까지 대략 40만 달러가 정산될 예정인데 이 금액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삼촌은 40만 달러라는 이야기에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 조카가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투자는 다른 이야기이기에 자본금 100달러를 날리더라도 투자의 무서움을 배우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해 내버려 두었건만 애늙은이 같은 조카는 100 달러로 40만 달러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삼촌. 이 돈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을까요?”

“그래. 네 돈과 능력으로 번 것이니 네가 쓰고 싶은 대로 사용하 거라. 다만 거기서 큰돈을 쓴다면 네 부모에게 허락은 받아야 할 거다.”

다행히도 근면성실하고 정직한 삼촌은 조카의 코 묻은 돈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그의 허락 하에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음. 그러면 10만 달러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드리고 싶어요. 20만 달러는 또 영화에 투자하고 10만 달러는 삼촌에게 드릴게요. 저한테 들어가는 돈도 꽤 많을 건데 이 정도는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니다, 네 부모에게 보내는 건 찬성이지만, 내가 받을 수는 없을 것 같구나.”

“저 때문에 식비도 많이 나가잖아요. 앞으로 김치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으니 받아 주세요. 김치 값이라고 생각하지면 돼요.”

동민이 만나는 사람마다 김치를 퍼주는 바람에 식비 지출이 3배 이상 늘었고, 계속 늘어나는 건 사실이었다.

다행히 세탁소에서 많은 돈을 벌고 모았기에 아직까지는 별 문제 없었지만, 이렇게 계속 김치를 퍼 주다 보면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결국 동민의 귀여운 협박에 삼촌이 받아 들였고, 동민은 삼촌에게 무한 김치 지원을 받기로 했다.

“훌륭한 아드님 아니 조카를 두셨군요. 할리우드에 한해 제작되는 영화만 300편이 넘는데 거기서 가장 성공한 영화에 투자하는 것도 능력인데 심성까지 좋네요.”

따르르릉~

닐과 삼촌이 동민 칭찬을 하고 있는데 세탁소 전화기가 울렸다.

“할리우드 세탁소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네. 알겠습니다. 지금 옆에 있으니 바꿔드리겠습니다. 동민아, 스필버그 감독님이 널 찾으시구나.”

“여보세요?”

“다니엘이니? 잘 지내지?”

“지금 파라마운트 투자사에서 이번에 백투더 미래 수익금 설명해 주러 와서 이야기 중이었어요.”

“하하. 그래, 네가 말한 대로 매출이 엄청 나더구나. 나도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대단하구나.”

스필버그 감독이 말을 살짝 돌리다 직접 전화한 목적을 말했다.

“너에게 주기로 한 자동차가 말이다.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구나. 주연 배우도 원했는데 연출 감독과 배급사에서 한대씩 가지고 가기로 했단다.”

“그래도 감독님이 저한테 주기로 약속 하셨잖아요.”

“그래서 고민하다 결국 똑 같은 것으로 2대 더 만들기로 했다. 촬영에 쓰인 것은 아니지만, 만들었던 친구가 직접 다시 만드는 것이니 똑 같거나 2번 연습을 했으니 오히려 완성도가 더 좋을 거다.”

“어쩔 수 없죠. 감독님도 입장이 있으니 이번에는 넘어가 드릴게요. 대신 다음에 다른 부탁 한 번 들어 주셔야해요.”

“하하. 다른 아이도 아니고 네가 그렇게 말하니 무섭구나. 그래 어려운 부탁이 아니면 들어주도록 하마.”

스필버그 감독과의 통화가 끝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닐이 감탄하며 물었다.

“스필버그 감독님과도 친분이 있으시군요. 카메룬 제임스 감독님의 추천으로 저희 회사에 소개를 받기도 했고, 이거 정채가 궁금해지는 고객님이시네요.”

“별거 없어요. 세탁소에 있다 보면 손님 대부분이 영화쪽 사람이기도 하고, 구리스 찍으면서 더 친해졌을 뿐이에요?”

“구리스는 저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백투더 미래에 나오던 타임머신을 받으시는 것 같던데 정말인가요?”

닐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 보았지만, 동민은 씩 웃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린이지만 꽤 큰 고객이었기에 닐은 더 자세히 묻지 않았고, 남은 20만 달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 보았다.

“20만 달러는 다시 영화에 투자하려고 해요. 삼촌 그래도 괜찮죠?”

“그래. 절반은 나와 동생에게 줬으니 그건 네 마음대로 하거라. 혹시나 회수를 못하게 되면 이번에 받은 돈을 돌려주도록 하마.”

영화에 투자해 전액 회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꽤 많이 있었다.

성공하면 수익이 크긴 하지만, 그만큼 돈을 날릴 위험도 높은 것이 영화 투자였다.

“그럼 제작 준비 중인 영화 리스트가 있나요? 투자할 영화를 정해두긴 했는데 그래도 어떤 영화가 만들어 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네요.”

아직 신입 사원이라 빠릿한 닐은 다행히 리스트를 가지고 왔고, 동민에게 서류를 넘겨주었다.

리스트를 살펴보자 관심이 가는 영화가 꽤 있었지만, 역시 동민이 찍어둔 영화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이 영화에 투자하고 싶어요.”

“흠. 이 영화라면 분명 성공하긴 하겠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부와 해군에서 지원을 해 주는 것 때문에 그런 거죠?”

“그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희 회사 보다 세탁소에서 중요한 정보가 더 나오는 것 같군요. 그런데 주연 배우가 올해 영화에서 제작비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동민이 투자하기로 한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올해 레전드라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판타지 영화에 출연했다.

유니콘과 마왕, 용사가 나오는 전통 판타지로 3천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 뛰어난 영상미를 완성시켰지만, 총 수익은 1,500만 달러로 쫄딱 망해 버린 것이다.

“괜찮아요. 남자가 환장하는 소재로 범벅을 했는데 망할 수가 없는 영화잖아요. 거기다 토니 스콧 감독님이라면 뛰어난 색감과 영상미를 만들어 내실 거예요.”

“그렇군요. 아직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니 초기 투자로 더 많은 배당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투자를 하면 영화 시나리오를 받아 본다거나, 감독이나 배우를 만나 볼 수는 없나요?”

“보통은 힘들지만, 가끔 투자 유치 미팅을 하기도 하니 그때 참석하실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파라마운트 투자사의 닐이 투자 관련 서류와 계약서를 만들어 다시 방문하겠다며 돌아갔고, 삼촌은 이상한 조카를 대단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네 아빠는 그렇게 영특하지 않았는데 제수씨를 닮았나 보구나. 그녀석이 장가 하나는 참 잘 갔네.”

“하하. 아빠가 어려서 부터 영화를 많이 보여주셔서 그래요. 삼촌 덕에 할리우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스튜디오에 매일 가던 게 좋은 영향이 있은 것 같아요.”

조카가 미국에서 적응이나 잘 할 수 있을까 하며 걱정했던 삼촌은 1년도 안 되어 학교에서 최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미국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걸 넘어 유명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엄청난 투자수익을 만드는 동민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나마 여러 신기한 사람과 사건 사고가 일상인 할리우드라 쉽게 받아 들였지, 평범한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동민과 함께 어떻게 부모님께 돈을 송금할지 이야기 하고 있는데 또 다시 그를 찾는 전화가 왔다.

“카메룬 감독님? 웬일이세요? 이번에 람보2는 대박 나셨다고 들었어요.”

“너만 하겠냐? 털미네이터에는 투자하더니 람보2에는 투자 안 해서 섭섭하게 생각했는데 백투더 미래로 대박을 내 버렸네?”

,500 만 달러를 들여 만든 람보 2는 카메룬 특유의 화끈한 액션과 특수 효과로 3억 달러를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배가 넘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긴 했지만, 백투더 미래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년에는 에일리언즈 감독을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역시 할리우드 세탁소만 한 소식통은 없구나. 아직 결정 난 건 아니란다. 제안이 들어오긴 했는데 전작이 워낙 훌륭해서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하는구나.”

“잘되면 1편을 성공시킨 리들리 스콧 감독님 덕이고 망하면 카메룬 감독님 탓이라는 거죠?”

“그래 정확하게 알고 있구나.”

에일리언 원작은 스페이스 호러물로 액션 보다는 공포 위주의 연출이었다면 에일리언즈 라고 복수로 재목이 붙여진 후속편은 에일리언과 전쟁을 하는 화끈한 액션물로 만들어진다.

몇 비평가들은 카메룬 감독의 대표작이라고 까지 말하는데 털미네이터나 타이탄익, 아봐타 같은 대작과 비교해야하니 그만큼 명작이라는 말이었다.

“저는 카메룬 감독님과 리들리 감독님의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전작과 많이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 질 건데 오히려 더 재미있을 것 같네요.”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도 욕심이 나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더구나. 내가 SF랑 특수효과에 일가견이 있지 않니. 그래 이 영화는 내가 찍어야겠다.”

“잘 생각 하셨어요. 감독님이 맡으신다니 저도 투자를 해야겠네요.”

“다른 영화에 투자한 다더니 나한테도 투자해 주려고?”

“어떻게 벌써 아셨어요?”

“너를 파라마운트 투자사에 소개해준 사람이 누구였지? 내가 투자하는 이야기는 다 듣고 있단다.”

“앞으로는 비밀 유지 계약서도 써야겠네요?”

카메룬 감독은 혹시 동민이 이상한 영화에 투자할 까봐 걱정되어 보호자 역할로 확인한 거라며 다른 곳에는 공개하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조만간 들르도록 할 테니 오랜만에 직접 보고 이야기 하자구나.”

“네 김치 준비해 둘게요. 연락 주세요.”

< 01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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