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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3화 (13/265)

< 013 >

촬영이 예상보다 길어졌지만, 여름 방학이 3개월이 넘기에 개학하기 바로 전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숙모가 싸 주신 김치와 반찬도 사람들을 먹이다 보니 예상보다 너무 빨리 떨어졌고, 동민도 볼 겸 두 번이나 세탁소 차를 몰고 촬영장에 가져다 주셨다.

여러 일이 있었던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자 4학년으로 진학했고, 다른 친한 친구들과는 다른 반이 되었지만, 존은 여전히 같은 반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존은 여름 방학에 뭐했어?”

지난 학기에 김치를 먹이며 인성교육을 했더니 존이 동민을 보고 한국어로 90도 인사를 했다.

미국에서 슬슬 K 태권도장이 생기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는데, 미국 교육 시스템에 아주 잘 적응하기에 존과 똘마니들에게 태권도 기본동작을 알려주며 써먹었더니 잘 먹혔다.

“여름휴가로 샌디에고 다녀왔어. 지난달에 했던 래슬매니아 봤어? 헐크 호건 완전 멋있었는데. 더블 T도 강하고. 그 분들 또 안 오시는 거야? 저번에 하늘로 던져줬을 때 재미있었는데.”

“전국 투어 준비 중이라서 바쁜 거로 알고 있어.”

다행히 아직은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이라 동민의 방학은 궁금해 하지 않았고, 최근에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마친 래슬매니아 이야기만 했다.

지금은 동민의 유교 주입으로 비교적 얌전해 졌지만, 원래부터 일진기가 있었던 존은 래슬링을 광적으로 좋아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존은 똘마니들을 소환해 함께 래슬링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어? 그렇게 하면 위험해. 진짜로 치는 게 아니고 미는 듯 한 느낌으로 팡 하고 치는 거야. 손뼉 치는 것처럼.”

아이들이 조금 위험하게 놀자 안전 교육을 하며 요령을 조금 알려 주었다.

동민 역시 래슬링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4학년 꼬마들 보다는 잘 알았고, 유명한 기술 몇 가지는 흉내를 낼 수 있었다.

“이건 더블 드래곤 플라이 라는 기술이야. 그건 스크류드라이버.”

빽드롭이나 태클 같은 것도 가르쳐 주었고, 가장 중요한 리액션을 알려 줬다.

“맞으면 버티지 말고 반탄력으로 크게 모션을 취해주는 게 중요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뭐다?”

“낙법!”

“그래. 낙법을 잘 해야 안 다친다.”

아직은 혈기도 넘치고 회복력 좋은 가벼운 어린 몸이라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가장 먼저 낙법부터 알려 주었다.

존이 새로운 기술을 알려달라고 해서 래슬링 매트가 있는 학교 체육관에서 존의 다리를 잡고 빙글빙글 돌다 멀리 던져 버렸다.

“하하하. 다니엘, 이거 너무 재미있어. 난 래슬링이 너무 좋아!”

동민도 처음에는 아이들과 래슬링을 하는 게 유치하다 생각했지만 어느새 푹 빠져 버렸고, 함께 땀 흘리며 놀면서 더 친해졌다.

“으아아아아~ 나 존 팰릭스 시나가 나가신다!”

존이 소리를 지르며 포효 했고 존의 풀 네임을 처음 들은 동민이 깜짝 놀랐다.

“존, 네 성이 시나였어?”

“응 풀 네임은 존 팰릭스 안토니 시나 주니어야. 이탈리아 쪽이라 성이 특이하지?”

존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미래에 유명한 프로래슬러 챔피언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아직은 벌크업과 거리가 먼 몸이었지만, 이목구비가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어쩐지 어린게 힘이 무식하게 좋다고 했더니 이유가 있었구만. 이 녀석도 유명해 지니까 더 열심히 김치를 먹여야겠다.’

이후 존의 래슬링 특훈을 도와주며 더욱 적극적으로 김치를 먹였다.

아이들과 놀며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금방 시간이 흘렀고 편집을 마친 구리스의 시사회가 열렸다.

“오랜만이네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내가 영화에 나온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언제 영화 개봉 하냐고 물어봤는데 이제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야.”

“다니엘, 김치는?”

주인공 마이키는 영화 이야기를 했고, 뚱보 청키는 김치 먼저 물어 보았다.

방학동안 많이 친해진 아이들과 학교 이야기를 하며 간식으로 오이 소박이를 먹다보니 스필버그 감독이 찾아왔다.

“고생 많았구나. 너희들이 열심히 연기해 준 덕분에 영화가 아주 잘 만들어졌단다.”

밝은 표정의 스필버그 감독과는 대조적으로 편집을 하느라 며칠간 철야 작업을 했던 리처드 도너 감독의 얼굴은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와 있었다.

“상영시간이 한정되어있다 보니 편집된 장면이 꽤 있단다. 열심히 연기했던 장면이 없더라도 아쉬워하지 말거라.”

리처드 도너 감독은 아쉬운 듯 말했지만,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전생에서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지금은 미국 문화도 이해하고 있고, 자신이 직접 연기한 추억도 있기에 100배 더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가 끝나자 같은 감정을 느낀 아이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마이키와 청키는 마지막 장면이 끝나자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초대 받은 기자도 영화가 대박 날 거라는 예상을 했고, 흥분한 채 감독에게 질문을 하다 아이들에게도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촬영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처음 보물선을 보고 감동했던 거랑 대왕 문어랑 싸운 장면이요.”

아이들은 느낀 그대로를 말했지만, 편집 된 대왕 문어 장면을 보지 못한 기자가 어리둥절해 했고, 리처드 도너 감독은 난처함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시사회가 끝이 나고, 동민이 리처드 감독에게 다가가 말했다.

“감독님, 영화 너무 잘 봤어요. 편집 너무 잘하셨던데요?”

“고맙구나. 네 역할이 컸다. 후 작업 하는데 스텝들이 네 칭찬을 많이 하더구나. 편집된 장면이 조금 있긴 하지만, 아쉬워하지 말거라.”

“영화가 너무 잘 나와서 괜찮았어요. 상영 시간이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래서 그런데 일정 매출을 달성하면 감독판으로 더 길게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영화가 성공하고 팬층이 생기면 더 길게 감독판을 만들어 보는 걸 추천했고, 리처드 도너 감독도 관심을 가졌다.

“좋은 생각이구나. 스필버그 감독님과 한번 이야기 해 봐야겠다. 잘 지내고, 또 보자구나.”

“네 감독님도 잘 지내시고, 세탁소에 한 번씩 놀러와 주세요.”

도너 감독과 작별 인사를 하고 스필버그 감독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감독님, 백투더 미래 촬영은 잘 되고 있으세요?”

“거의 마무리 되었단다. 일부 편집도 시작했고.”

“저 와의 약속 잊지 않으셨죠?”

“그래 이야기한 매출을 달성하면 차를 한 대 주도록 하마 2대 만들었으니 아마도 문제없을 거다.”

다시 한 번 스필버그 감독에게 드로이안 시간여행 자동차를 강조했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넘어갔다.

스필버그 감독은 60년대에 대뷔를 하고 75년 죠스로 감독으로서 이름을 알린 다음, 82년 E.T.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게 되었다.

매년 한두 편씩 영화를 만들다가 올해는 4편이나 만들었는데 직접 연출을 맡은 영화는 컬러 퍼플이라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흑인 노예 영화였다.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았지만, 높은 작품성으로 많은 찬사를 받는 작품을 직접 연출했다.

인디아나 존슨의 어린이 버전인 구니스는 각본만 담당했고, 백투더 미래와 피라미드의 공포는 제작에만 참여하여 총 네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흥행작을 자주 만들기는 하지만, 중간 중간 자신의 철학을 담은 전쟁 영화와 인권 영화를 많이 만들기도 한다.

동민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존경스러운 감독이었기에 오랜 시간 대화를 했고, 시간이 늦어 그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며칠 뒤 학교에 가자 아이들이 동민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져있었다.

“다니엘 네가 영화에 나온다는 소문이 들려서 어제 구리스 보러 갔는데 너 맞지? 언제 영화 찍은 거야? 정말로 너야?”

“응. 나야. 여름 방학에 촬영했어.”

가장 먼저 한국인 아이들이 달려와 영화 이야기를 했고, 다음으로 존과 패거리들이 달려와 방방 뛰며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모험과 악당, 보물까지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할 만한 소재가 넘쳐 났기에 넋을 읽고 영화를 보기도 했고, 거기에 친하게 지내고 있는 동민이 나오자 흥분이 치사량을 넘어선 것이다.

“우와~! 다니엘! 정말 슬로스는 무섭게 생기도 힘이 쌔?”

“난 가슴에서 펀치 나오는 거랑 소매에서 틀니 나오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

“네가 함정에 떨어질 때는 너무 놀라서 소리 질렀다니까.”

“신발에서 기름 나오는 것도 멋지더라.”

“안드레아는 진짜 예뻐?”

동민이 금방 아이들에게 둘러 쌓였고, 질문이 쏟아져 내렸다.

“악당들이 뒤에서 따라올 때 내가~. 거기 있는 해골들은 전부 진짜 사람이었어. 대왕 문어와 싸우기도 했는데 못 봤지?”

동민이 현란한 혓바닥으로 영화 촬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이 홀린 듯 들었다.

원래도 전교 1등에 특이한 아이로 학교에서 나름 유명했던 동민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가 되어버렸다.

남자아이들은 모험 놀이를 하며 뛰어다녔고, 여자아이들 사이에선 동민의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후훗. 내가 한류 스타 1호가 되는 건가?”

미래에는 수많은 한인 스타가 생겨나지만, 지금 만큼은 동민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동양인 남자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 영향인지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김치를 먹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제 엄마랑 한인마트에 가서 김치를 샀어.”

“나도 가 봤는데 거긴 들어가자마자 김치 냄새가 나더라.”

“처음엔 마늘냄새가 강했는데 먹다 보니까 괜찮더라고.”

평소 친구들에게 강제로 김치를 먹이고 전파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아 왔기에 아이들이 따라서 김치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이렇게 된 거 학교 급식에 아예 김치를 추가해 달라고 해야겠다.”

김치를 먹는 아이들이 생겨났다고는 해도 트랜드에 민감한 일부 아이들이었고, 동민의 김치 추가 요구는 가볍게 무시 되었다.

“아직은 무리인가? 오늘은 내가 물러서지만, 언젠가 꼭 미국 전역에 김치를 전파하고 말겠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구리스의 인기가 조금 사그라지자 가을 추수감사절을 노린 백투더 미래가 개봉했다.

백투더 미래는 아이들은 당연하고 어른까지 열광했고, 순식간에 전 미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영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동민도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았는데 ‘이것이 바로 PPL이다.’라고 아주 작정하고 스폰서를 받아 만든 티가 났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도요타 자동차 광고가 나왔고, 친구들은 주인공 마티를 캘빈 클라인 이라고 적힌 속옷을 입었다며 캘빈 클라인이라고 불렀다.

주인공은 콜라 말고 펩시만 찾아서 마셨고, 신고 있는 나이키 신발도 여러 번 클로우즈업 되는데 미래에서는 ‘니케’라고 부르며 이상한 신발을 신고 있다며 놀림을 받았다.

현재와 미래라는 차이를 이용해 절묘하게 PPL을 넣었고, 아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 모습에 동민이 감탄했다.

“이게 PPL이지. 스필버그 감독이 돈 받아내는 법을 잘 알고 있구나.”

동민이 잘 알고 있던 대로 영화는 엄청나게 유행을 했고, 순식간에 티켓 판매 2억 달러를 달성했다.

백투더 미래의 돌풍에 기뻐하고 있는데 세탁소로 파라마운트 투자사 사원이 직접 찾아왔다.

“다니엘 군. 성공적인 투자를 축하드립니다. 예상하셨던 것 이상으로 결과가 나오고 있군요. 저희 회사에서 최고 수익률을 달성하셨기에 직접 찾아뵈러 왔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결과를 한 번 확인해 볼까요?”

< 01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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