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화. 뭔 산적이 이래? (4)
청명이 고개를 슬쩍 들며 임소병을 빤히 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직접 한판 하실 건가요?”
그 말에 임소병의 눈에 일순 섬뜩한 광채가 번뜩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니. 나는 보다시피 몸이 약해서.”
그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몸짓이 묘하게 흐느적대는 것이, 지켜보는 이들을 절로 힘 빠지게 만들었다.
“몸 쓰는 건 영……. 콜록! 콜록! 맞지가……. 콜록! 아이코, 기침이야…….”
“…….”
어, 확실히…….
칼이라도 휘둘렀다간 그 자리에서 피 토하고 쓰러질 것 같긴 했다.
청명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약한 것치고는 세 보이시는데.”
“세 보이는 것치고는 약해요.”
“음, 그것도 맞는 말이고.”
여태 잠자코 있던 혜연이 참다못해 화산의 제자들에게 물었다.
“……시주들은 저 두 분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십니까?”
그 말을 들은 조걸이 작게 속삭였다.
“스님.”
“예.”
“어차피 모를 거면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십시다.”
“…….”
딱히 대답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혜연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임소병은 곤란한 낯으로 슬쩍 청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래도 제가 명색이 녹림왕인데, 어린 도사와 드잡이해서 좋을 게 없지 않겠습니까.”
“그게 뭐 그리 체면 깎아 먹는 일인가요?”
청명이 의아해하며 묻자 임소병이 눈알을 부라렸다.
“제가 지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집니까?”
“…….”
천하의 청명도 이 말에는 딱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거 진짜 골 때리는 양반이네?
“안전제일. 세상은 안전제일인 법이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좋은 건 문제가 생길 만한 건을 원천 차단하는 겁니다!”
더없이 단호하게 말한 임소병은 이마를 살짝 긁적였다.
“끄응. 그러니 여러모로 제가 직접 나서기는 좀 그렇고. 그럼 적당한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흐음, 누구랑…….”
“그럼 뭐 고민할 필요 있겠어요? 보아하니 저 양반이 좀 먹어 주는 것 같은데.”
“누구요?”
“뒤에 계신 분요.”
임소병이 가짜 녹림왕을 흘끗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뭔가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잠깐 고민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구석으로 가 청명에게 손짓했다.
“잠시 이쪽으로.”
“네?”
“이쪽. 이쪽으로.”
청명은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그는 벽 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청명에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몸을 은밀히 숙였다.
“이보시오, 도장.”
“네.”
“도장이라면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외다. 기본적으로 산적이라는 놈들은 머리까지 근육으로 차 있단 말이오. 일단 생각이란 게 일절 없다고.”
“그거 녹림왕이 해도 되는 말이에요?”
“사실인데 뭘 어쩌겠소. 저놈들은 명령을 들으면 그 의도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그 명령이 마음에 드는가만 생각하지.”
“…….”
“그래서 내가 이런 빤한 짓거리를 하는 거외다. ‘녹림왕의 명령으로 친하게 지내라고 한 놈들이 나름 센 것 같다’와. ‘녹림왕께서 저 센 놈들과 친하게 지내라고 하셨다’는 비슷한 것 같아도 완전히 다른 뜻이란 말이오. 적어도 이 녹림에서는.”
“거참 미묘하네요.”
“의외로 단순한 게 더 미묘한 법이오.”
그러니까 결국은 자신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인정한 강자일수록 친근하게 대한다는 소리다.
‘사파가 원래 그렇지 뭐.’
머리에 문자가 틀어박히면 거부감을 보이지만, 주둥아리에 죽빵이 꽂히면 이해가 빠른 족속들이 사파 아닌가.
응?
화산도 그렇지 않느냐고?
……일단 그건 넘어가고.
임소병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저놈이 겉으로 보기에는 우둔해도, 무학이 낮은 건 아니란 말이오. 저놈은 신력을 타고났소, 그야말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 불릴 만하지.”
“개새끼?”
“기개세! 기개세! 개새끼가 아니라 기개세!”
“아, 기개세요. 네네.”
“쿨럭! 쿨럭! 흐, 흥분했더니, 또 기침이……. 쿨럭!”
바로 앞에서 임소병이 기침을 해 대자 청명이 영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슬쩍 뒤로 뺐다.
하지만 임소병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쑥덕거렸다.
“소도장께서는 나름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 같지만, 저놈도 녹림에서 굴러먹을 만큼 굴러먹은 놈이오. 게다가 아둔하기가 그지없어서 적당히 져 주라는 명령을 실행할 능력이 없지. 그럼 소도장이 온전히 제 힘으로 저놈을 꺾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되죠.”
“……아니, 내가 말했다시피 그게 그리 쉽지가…….”
“하면 된다니까요?”
“…….”
임소병이 살짝 무거운 눈으로 탐색하듯 청명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씨익 웃었다.
“이거 제가 쓸데없는 소리를 한 모양이군요.”
“네. 뭐 확실한 게 좋은 거긴 하니까요.”
두 사람이 히죽거리며 웃는 모습에, 화산 제자들의 안색이 살짝 질렸다.
“아무리 봐도 음모를 꾸미는 현장인데.”
“그런데 그게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일단 여기 산채 아닙니까?”
“그렇지?”
“청명이 놈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도 들고.”
“…….”
도사 놈이 산적 두목이랑 시시덕거리며 음모를 꾸미는데, 그 모습이 이상하지 않다는 게 제일 큰 문제였다.
“그럼 그렇게…….”
“잠시!”
그때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짜 녹림왕이 커다랗게 고함을 질렀다. 아니, 사실 본인은 그냥 말을 하는 것뿐인데, 워낙 목소리가 우렁차다 보니 고함처럼 들렸다.
“녹림왕이시여! 지금 저를 저 도장과 싸우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음?”
장한(壯漢: 허우대가 크고 힘이 세찬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왕이시여! 왕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저의 당연한 도리이나, 제가 괜히 저 어린 도사와 붙어 왕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까 걱정입니다!”
임소병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주든가.”
“그건 안 될 노릇입니다! 어디 사내가 신성한 승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이 번충(繁沖)! 그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임소병이 청명을 쿡 찔렀다.
“보셨죠? 보셨죠? 저런다니까요, 저놈들이. 내가 저 망할 놈들 때문에 위장병이 다 왔습니다, 위장병이!”
“……아니. 그렇게 힘들면 왜 산적질을…….”
“배운 게 그건데 어쩝니까? 먹고는 살아야죠. 썩을 인생 같으니.”
임소병이 얼굴을 감싸 쥐었다.
“여하튼……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뭐.”
청명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왕 보여 주는 거 확실하게 보여 줘야죠.”
“지당하신…….”
그때 번충이 다시 소리를 질러 댔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이 번충이 저런 쥐방울만 한 도사와 승부를 겨룬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쥐방울?”
듣는 쥐방울의 고개가 삐딱하게 꺾였다.
동시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천과 다른 제자들의 얼굴이 일순간에 파래졌다.
‘어……. 저러면 안 되는데.’
‘아저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청명을 아는 이들은 거한의 발언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일단 저놈은 도발을 걸면 안 되는 놈이다. 안 먹혀서가 아니다. 오히려 심각하게 잘 걸려들기 때문이다.
“쥐방울한테 얻어맞으시면 면이 안 사실 텐데? 괜찮으세요?”
청명이 입꼬리를 삐딱하게 끌어 올리며 말하자 번충이 코웃음을 쳤다.
“어린놈이 허명을 얻더니, 겁이 없는 모양이구나.”
“아, 그건 오해예요.”
“음?”
“저는 허명이 없을 때부터 겁 대가리가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좀 유명해졌다고 허파에 바람이 들어간 건 아니라는 의미죠. 원래 그랬으니까요.”
그 말에 백천 일행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지.”
“생각해 보면 오히려 겁 대가리는 그때 더 없었습니다. 지금은 철든 거죠.”
번충이 눈을 끔뻑였다.
‘뭐지, 이놈들은……?’
아까부터 느끼는 건데, 이놈들의 태도는 도무지 산적 소굴에 들어온 도사들의 것이 아니었다.
웬만큼 강호에서 굴러먹은 이들이라도, 녹림의 산채에서 녹림왕을 대면한다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하며 긴장을 숨기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태연자약한 정도를 넘어서, 이곳이 제 안방인 양 굴고 있지 않는가? 심지어 녹림왕이 없는 산채라 해도 보일 만한 태도가 아닐진대…….
다른 곳도 아닌 도관에서 나온 놈들이 저런 태도라니.
도무지 화산이라는 문파를 이해할 수 없는 번충이었다.
하지만 저들의 태도가 어떻든, 결국 그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정녕 제 주제를 깨닫고 싶다는 것이로구나. 나와라. 그리 원한다면 내가 친히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주마.”
“아, 사지요? 네, 뭐. 사지 좋죠.”
청명이 흐뭇하게 웃었다.
“가요, 가요. 얼른 끝내자고요.”
청명의 만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화산의 제자들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사람들은 금세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비무라고?”
“갑자기 무슨 비무래?”
“철신장(鐵神將) 번충 님이 그 화산파의 화산신룡과 한판 붙는다더구만!”
“화산신룡? 그 천하제일후기지수라는?”
산채가 금방 후끈 달아올랐다.
녹림은 여전히 힘의 율법이 통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크고 작은 분쟁이 있을 때마다 직접 힘을 겨뤄 시시비비를 가르는 일이 잦았다.
평범한 문파에서는 잘 벌어지지 않는, 서로 전력을 다하는 비무에 그만큼 익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녹림에서도 이만한 명성을 가진 이들의 비무를 구경하는 게 흔한 일일 수는 없었다.
“녹림십영 중 하나인 철신장 님과 강호 최고의 신진고수라는 화산신룡의 비무라니!”
“죽더라도 이건 보고 죽어야 해!”
몰려나온 이들이 산채의 마당에 득시글거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 청명과 번충이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백천은 옆에 앉은 임소병을 향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저…….”
“예?”
“녹림…….”
“아아.”
임소병이 손가락을 자신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는 병서생이라 불러 주십시오.”
“……예?”
그러더니 주위를 슬쩍 살핀 뒤 말했다.
“평범한 녹림도들은 제가 그거란 사실을 모르거든요.”
“예?”
백천은 황당한 기색을 숨기지도 못했다. 하지만 임소병은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물론 번충이 가짜 녹림왕 행세를 한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진짜 녹림왕이 이곳에 있다는 건 모르지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적을 속이려면 아군도 속여야 합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왕이라는 존재는 좀 신비스럽고 신출귀몰한 게 좋지 않습니까?”
“…….”
확실히 이 양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이설이 가만히 입을 뗐다.
“그런데.”
“네?”
“번거로운 일이 많을 텐데요.”
“아아.”
임소병이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습니다. 녹림십영은 녹림왕의 호위이기는 하지만, 이 많은 산채들을 관리하기 위한 녹림왕의 대리인들이기도 하니까요. 대부분의 산채들은 녹립십영 중 하나만 방문해도 녹림왕이 직접 방문한 것처럼 예의를 다하는 편입니다.”
“음.”
“그러니 의미가 있죠.”
“네?”
임소병이 살짝 날카로운 눈으로 청명과 번충을 바라보았다.
“다시 말하자면 녹림십영은 그만큼 녹림에서는 인정받는 고수들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이 중 하나를 화산신룡 청명 도장께서 꺾을 수 있다면 녹림은 그를 강자로 인정하고 친구로 받아들일 겁니다. 강한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요.”
백천이 고개를 갸웃한다.
도무지 이들의 사고방식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녹림왕이 직접 저리 말하는데 틀린 소리일 리도 없었다.
“그럼 녹림십영이 녹림 최고의 고수들인 건가요?”
“아아, 그건 아닙니다. 녹림십영은 말 그대로 녹림왕의 호위이자 대리인일 뿐입니다. 녹림의 근본은 산채이고, 녹림 최고 고수들은 상위 십이 채의 채주들이지요.”
“아…….”
“하지만 녹림십영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평범한 후기지수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번충을 당할 수 없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백천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렇겠죠. 평범한 후기지수라면.”
“평범한 인간이라면.”
“사람이라면.”
“……예?”
임소병이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지만 백천은 대답 대신 다시 한번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평범한 문파로 치자면 저 녹림십영 번충이라는 분은 일대제자 중 상위 고수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으음. 비유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비슷하긴 할 겁니다.”
“……잘못 붙었네.”
“그러게.”
“……아까부터 대체 무슨 말씀들을?”
임소병의 의아한 시선을 보며 화산의 제자들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곧 알게 될 거다. 곧.
“지금이라도 물러난다면 사지는 멀쩡히 보내 주마.”
“거 아까부터 자꾸 사지, 사지 하시는데. 그러다가 어깨 돌아가면 좀 아프실 텐데?”
“이놈이?”
번충이 눈을 부릅떴다.
“네놈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다.”
“네?”
“명성이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지. 허명이라 해도 이유 없이 붙지는 않는다. 그러니 네놈은 분명 강하겠지.”
“호오?”
청명이 번충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우둔한 사람 같았는데 그래도 눈치는 있다는 건가?
“하지만 그래 봐야 온실에서 자란 명문의 후예. 실전에서 나를 당할 수는 없다. 그 얇아 빠진 검은 내 몸에 생채기를 낼 수는 있을지언정 내 뼈를 끊지는 못할 것이다.”
“아, 그래요?”
“내 손에 붙잡히는 순간 네 몸뚱이가 얼마나 연약한지 알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거라.”
“호오?”
청명이 슬쩍 고개를 내려 암향매화검을 바라보았다.
“흐으음. 고민이네.”
당조평이 만들어 준 검이 무시받은 느낌이었다. 평소의 청명이라면 여기서 곧장 검을 뽑아서 그 날카로움을 증명했겠지만…….
그는 결국 검을 풀어 검집째 뽑아냈다.
“음?”
그리고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다.
쿠웅!
검집이 바닥에 박혀 들어갔다.
“……뭐 하는 짓이냐?”
그 영문 모를 행동에 번충이 고개를 갸웃했다.
청명은 씨익 웃었다.
“보아하니 힘에 좀 자신이 있으신 모양인데요.”
그리고 두 주먹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무기 내려놓고 힘으로 붙어 보죠.”
“…….”
번충의 얼굴에 황당함이 스쳤고, 이내 그 위로 분노가 뒤섞였다.
“힘으로?”
“네.”
“검수가 지금 나와 힘으로 맞붙겠다는 거냐?”
“물론 검을 들면 쉽겠지만…….”
청명이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제가 성격이 좀 나빠서요. 상대가 자신 있는 쪽으로 깨부수는 게 취향이거든요. 힘에 자신 있으신 것 같으니 어디 한번 힘으로 덤벼 보세요.”
“…….”
번충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불꽃 같은 노기가 넘실거렸다.
“가, 감히 나를 놀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그가 괴성을 내질렀다.
“이 쥐방울 같은 놈이 감히!”
그 큰 덩치로 얼굴을 붉게 물들인 꼴이 수라나찰과도 같았다. 그리고 위압감 역시 대단했다.
“죽여 버리겠다!”
번충은 폭발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청명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