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화. 뭔 산적이 이래? (3)
꿀꺽. 꿀꺽. 꿀꺽.
“카아아아아아!”
육소병. 아니, 임소병이 호쾌하게 물을 마시고는 입가를 슥 훔쳤다.
그 모양새가 참 뭐랄까…… 참…….
‘청명이 놈이 술 마시는 꼴 같네.’
‘뭔 물을 저리 호쾌하게 마셔.’
“아이고, 죄송합니다. 안 하던 짓을 하려다 보니. 이거 참.”
히죽 웃은 임소병은 조금 전 위엄 넘치던 모습이 거짓인 양 처음과 같은 말투로 말을 건넸다.
이렇게 나오니 화산의 제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럼…… 그쪽이……. 아니, 그쪽께서…….”
뭐라고 불러야 하지?
하지만 백천이 딱히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임소병이 깔끔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예. 제가 녹림왕입니다. 임소병이라고 하지요.”
“그럼 아까 그 기침도 다……?”
“아, 그건 정말입니다. 제가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
그때, 처음 녹림왕 행세를 하던 장한이 후다닥 들어오더니 임소병에게 탕약을 내밀었다.
“약 드실 시간입니다.”
“물 먹기 전에 가져왔어야지! 이 미련곰탱이 같은 놈아!”
“……죄송합니다.”
“쯧.”
임소병은 짜증 어린 눈으로 탕약 사발을 들더니 한 번에 쭈욱 들이켰다. 그러더니 그릇을 거의 던지듯 도로 건네고 노려보았다.
“우욱, 진짜. 감초 좀 더 넣으라고 몇 번을 말하느냐!”
“……감초가 많이 들어가면 약효가 떨어진다고 하잖습니까.”
“빌어먹을. 약효 찾다가 병으로 죽기 전에 입이 써서 죽겠다.”
임소병은 더 말 섞기도 싫은 사람처럼 손을 휘휘 저어 장한을 물렸다.
“비켜 봐. 손님 계시잖아.”
“예.”
장한은 다소곳이 뒤로 가 시립했다.
화산의 제자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이게 대체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러니까 저 야수궁주 형제 같은 사람이 아니라, 저 곧 쓰러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서생이 녹림왕이라는 거지, 지금?
그런 그들의 심정을 짐작했는지, 임소병이 히죽 웃었다.
“놀라셨죠?”
“아…… 그게…….”
“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게 다 먹고살려고 하는 짓이다 보니.”
궁금증을 참지 못한 조걸이 슬쩍 물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을…….”
“좋은 질문입니다. 딱 좋은 질문이에요.”
촤악!
부채를 쫙 펼친 임소병이 얼굴을 반쯤 가렸다.
“여러분은 여기에 들어오기 전에 녹림왕이 어떤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그야…….”
화산의 제자들은 각자 생각했던 녹림왕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거대한 덩치.
호방한 목소리.
거친 수염과 호피…….
“어…….”
“그거죠! 그거죠!”
임소병이 거보라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사람들이 녹림왕에게 원하는 그런 형태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만났더니, 말라비틀어진 멸어(蔑魚: 멸치)같은 놈이 나와서 내가 녹림왕입네 하면 어떻겠습니까?”
“어……. 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긴 한데.”
“우습게 본다 이 말입니다! 우습게!”
임소병이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을 퍽퍽 쳤다.
“뭔 녹림왕을 덩치로 뽑는 것도 아닌데! 덩치 좀 작고 사람이 좀 말랐다고 그렇게 우습게 본다니까요!”
아…….
화산의 제자들이 이해했다는 듯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산적이 다 큰 덩치에 호피만 입고 다니는 게 아닌데!”
그때, 가만히 임소병의 말을 듣던 청명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그건 산적들이 대개 그렇게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짐승 가죽 두르고 다녀서 벌어진 일이잖아요.”
임소병은 열을 식히려는 듯 너덜너덜한 부채를 마구 흔들어 대었다.
“안 그러면 영업이 안 된다는데 어쩝니까. 그래도 좀 깔끔하게 입고 다니라고 하는데 말을 들어 처먹어야……. 에잉! 이거 하나하나 바꾸는……. 에에에취이! 에이! 빌어먹을 꽃가루 같으니. 쿨럭! 쿨럭! 크하핫!”
그는 말을 하다 말고 금방이라도 허파 한쪽을 뱉어 낼 것처럼 기침을 해 댔다. 입을 틀어막고 기침을 하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호리병을 잡아 거칠게 물을 들이켰다.
“크흠.”
그러고 나서야 진정이 된 그는 태연히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적당히 녹림왕스러운 놈을 대신 내세울 수밖에 없었지요.”
“아아. 그게 저분이고요?”
“예. 녹림십영 중 하난데……. 뭐 그런 것까지 아실 필요는 없을 테고.”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저분, 그러니까 장한에게로 향했다. 임소병의 등 뒤에 선 그는 마치 신장 같았다.
‘확실히 저쪽이 녹림왕스럽네.’
‘선입견이 무섭다더니.’
그때 부채를 탁 소리 나게 접은 임소병이 흥미롭다는 듯 청명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도장께서는 제가 녹림왕이라는 걸 어찌 아셨습니까?”
“뭐,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청명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강한 사람이 더 약한 사람한테 굽실댈 필요는 없죠.”
“…….”
순간 임소병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내 무위를 꿰뚫어 봤다라…….’
그런 것조차 숨기지 못하면서 이런 연기를 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애초에 그가 익힌 것은 겉으로는 그 무위를 드러내지 않는 무학이었다. 웬만한 고수라도 그의 무위를 알아채는 건 쉽지 않은 일일진대…….
‘저 어린 소도장이 그걸 꿰뚫어 봤다는 말이렷다?’
그의 입가가 비틀리듯 말려 올라갔다.
“이거, 처음부터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재롱을 부린 격이 되었군요. 허허. 이리 부끄러울 데가 있나.”
하지만 말과는 달리 그는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다른 이유를 들어 봐도 되겠습니까?”
“딱히 대단한 건 아니에요. 애초에 녹림왕이라는 자리가 덩치 좀 크다고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 사람은 그리 똑똑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
임소병이 묘한 눈으로 청명을 훑어보았다.
“화산신룡……. 화산신룡이라. 사람들은 화산신룡 청명 도장의 드높은 무위와 잠재력을 칭송합니다만, 이제 보니 도장께서는 진짜 도사시군요.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을 본다. 그게 도를 좇는 이들의 본연의 모습이겠지요.”
백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지금 여기서 뭔가 깊은 오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촤악!
임소병이 부채를 펴 들고는 눈을 반짝였다.
“저도 제 정체를 간파하는 사람을 만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귀한 손님을 만났으니, 당연히 그만한 대접을 해 드려야겠지요. 원하시는 게 뭡니까?”
청명이 이제야 좀 신이 나는 듯 씨익 웃었다.
“말이 통하네요. 뭐 별건 아니고, 적당히 몇 가지 같이해 보고 싶은 건데.”
“어떤?”
“그 전에.”
청명이 어깨를 으쓱한다.
“산채들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도 같은 게 있을까요?”
“……방금 지도라 하셨소?”
“네.”
“흐으으음.”
임소병이 살짝 고민하는 낯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가짜 녹림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줄 알고는 있는 것이냐! 산채의 위치를 모두 내어 주었다가 그게 관에라도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가져와, 지도.”
“……예?”
“지도 가져오라고.”
“노, 녹림왕이시여! 그건…….”
“거, 씨!”
임소병이 눈을 험악하게 부라리자 가짜 녹림왕이 움찔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그러더니 덩치에 걸맞지 않은 속도로 부리나케 튀어 나갔다. 임소병이 살짝 피곤한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이해 좀 해 주십시오. 천생 신력을 타고난 놈인데, 이럴 땐 좀…… 영 우둔한 면이 있어서.”
“데리고 다니려면 답답하실 것 같은데?”
“끄응. 좀 그런 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사람마다 다 필요와 쓰임새가 다른 법이죠. 저래 봬도 제법 도움이 되긴 합니다.”
“그렇긴 하죠. 저도 그런 거 하나 데리고 다니느라 귀찮아 죽겠거든요.”
청명이 슬쩍 뒤쪽을 돌아보았다.
“뭐? 왜 날 봐!”
백천이 발끈하자 청명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냥 팔자려니 해야죠.”
“동감입니다.”
뭔가 속이 터지고 억울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차마 경거망동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청명의 어깨에 올라탄 백아 놈이 이쪽을 자꾸 힐끔대는 게, 이상하게 자꾸 웃고 있는 것 같아 더 성질이 뻗쳤다.
“여, 여기!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다시 안으로 뛰어 들어온 거한이 그들의 앞에 지도를 펼쳐 들었다.
“흐음. 역시나.”
지도를 확인한 청명은 재미있다는 듯 눈을 빛냈다.
“보면, 산채라는 게 정말 중요한 곳에만 있네요.”
“그야 당연한 일이죠. 산채라는 건 산을 오가는 이들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산에 산채가 들어섰다는 소문이 퍼지면 사람들은 다른 길로 돌아가려 하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임소병이 씨익 웃었다.
“그렇기 때문에 목이 중요하지요. 산채는 얼마나 좋은 목에 자리하느냐가 구 할. 산적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곳을 피해 돌아가느니 차라리 적당히 돈 푼 좀 쥐여 주더라도 통과하는 게 이득이다 싶은 요지에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청명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하자면, 중원에서 제일 중요한 물류의 요지에는 전부 녹림의 산채가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렇지요, 그렇지요. 이해가 빠르십니다.”
이는 결국, 앞으로 유령문이 물건을 옮길 때도 녹림의 산채가 있는 곳들을 통과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조건을 바꾸죠.”
“조건요?”
“단순히 통과하는 권한뿐 아니라, 산채를 숙소로 쓰게 해 주세요.”
“……숙소?”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임소병의 눈이 커다래졌다.
“녹림칠십이채를 객잔처럼 쓰겠다는 겁니까?”
“네.”
“……아니, 그게 뭔…….”
임소병이 멍한 얼굴로 말끝을 흐리자 청명이 혀를 찼다.
“우리 특급배송 기사들이 발은 빠른데 무공은 영 약하거든요.”
“……그래서요?”
“그런 이들이 제일 위험할 때가 바로 쉴 때와 잘 때죠. 뛰어다닐 때는 워낙 발이 빠르니 도망치는 데 별문제가 없지만, 휴식을 취할 때 누군가 마음먹고 노리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흐으음.”
“처음에야 그런 이들이 없겠지만, 이게 소문이 나면 날파리가 꼬이지 않는다는 법이 없어요. 신투니 강도니 하는 놈들이 떼거지로 달라붙을 수도 있어서.”
“그놈들을 찾아서 응징하는 게 도장께 그리 어려운 일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효율의 문제죠. 제가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때려잡는 것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거든요. 벌어지고 나서 수습하느니, 애초부터 조심하는 게 낫죠.”
“……말은 다 맞는 말인데.”
그래서 나온 발상이라는 게, 녹림을 객잔으로 쓰겠다?
‘아니, 아니. 이거 의외로 합리적이야.’
산채라는 이름에서 오는 거부감을 빼고 보면, 거기만큼 안전한 곳도 없다. 명성 자자한 고수들도 웬만해서는 산속에서 녹림과 싸우려 들지 않으니까.
그러니 어쩌면 산과 들에서 가장 안전한 거처는 산채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내 이름으로 명령을 내리면 우리 식구들이 물건을 탐내지도 않을 거고?”
“그게 요점이죠.”
“호오오오.”
녹림의 산채들은 천하에 퍼져 있다. 저 도장의 말대로 발 빠른 이들이라면 사나흘 열심히 달리고 산채에 들러 쉬어 가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하하핫!”
크게 웃음을 터트린 임소병이 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청명에게로 다가갔다. 뒤에 있던 백천과 일행이 살짝 움찔했지만, 임소병은 더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청명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이거 도사라고 해서 고리타분한 양반들일 줄 알았더니, 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이 임모, 다시 보았습니다.”
“헤헤. 그것도 선입견이죠.”
“크으으으! 그렇지요, 그렇지요! 평생 선입견에 시달리던 제가 역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니. 군자로서 부끄럽습니다!”
그 말에 화산의 제자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군자?’
‘그렇다네요.’
‘뭔 산적이 이래?’
산적이 군자면 해적은 용왕쯤 되나?
딴죽을 걸고 싶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지만, 차마 저 사이비 도사와 사이비 산적의 대화에 낄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저희는 보호와 쉴 곳을 제공하면 된다?”
“겸사겸사 꼬리를 달고 들어올 때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알아서 처리해 주시고요.”
“그럼 도장께서는 저희에게 적당한 보상을 해 주시고?”
“서로 만족할 수 있을 정도는 해야죠.”
“합리적입니다! 아주 합리적이에요! 도장께서는 정말 무인답지 않게 합리적인 분이시네요. 하하하……. 콜록! 콜록! 에헤이!”
허리를 부여잡고 기침을 해 대는 임소병을, 화산의 제자들이 흐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혜연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도사와 산적의 결탁이 참혹하기만 한지 연신 불호만 외어 댔다.
“크흠. 크으으으흠!”
크게 목을 가다듬으며 기침을 다스린 임소병은 이내 히죽 웃었다.
“그런데, 도장께서 이 일을 제안하시는 이유가 단순히 그것뿐만은 아닌 것 같은데?”
“뭐, 그건 나중에 또 이야기할 때가 있겠죠.”
“간을 보시겠다?”
“서로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건 그렇지요. 낄낄.”
“낄낄낄낄.”
잠깐의 긴장감이 무색하게, 임소병과 청명은 서로를 보며 잔망스럽게 웃어 댔다.
‘이게 뭔 역적 모의여?’
‘진짜 죽이 잘 맞네.’
크게 웃어젖히던 임소병은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고는 몸을 획 돌렸다. 그리고 도로 의자에 돌아가 앉더니 더없이 나른한 얼굴로 몸을 기댔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간만에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참 좋습니다. 우리는 돈만 벌면 되는 일이니 나쁘지 않은 제안입니다. 다만…….”
그의 얼굴에 스민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녹림의 생리라는 게 그렇습니다. 이득을 추구하지만, 합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면이 있지요. 이럴 때 녹림의 율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강자존(强者尊). 강한 자가 옳지요.”
“흐음?”
“어떤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묻는 임소병의 목소리는 흡사 다른 사람인 양 일변했다.
“그대들은 스스로가 이 녹림과 함께 일을 벌일 자격이 있다 자신하는가?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할 용기가 있는가?”
그의 몸에선 거악과 같은 기세가 뿜어졌다.
‘뭐?’
‘흡!’
화산의 제자들이 움찔하여 뒤로 주춤 물러났다.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절대고수의 기세는 그들이 감당하기에 너무도 포악하고 거칠었다.
그런데 그 순간.
“쯧.”
청명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거악처럼 밀려오던 기세가 한풀 꺾이며 숨 쉬기가 편해졌다.
청명은 빤히 녹림왕을 보며 말했다.
“녹림의 율법이 뭐라고요?”
“강자존이지.”
“그거 참 재미있는 말이네요.”
청명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마침 화산도 같거든요.”
“아니야, 이 미친놈아!”
“화산은 도가문이라고! 강자존은 뭔 놈의 강자존이야!”
“아, 시끄러워!”
끝내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일행의 반란을 가볍게 잠재운 청명은 임소병을 향해 말했다.
“증명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증명해 주죠. 다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저는 살살 하는 법 같은 건 모르거든요.”
백천은 청명의 말을 들으며 흐뭇하게 웃었다.
‘대가리 깨겠다는 거네.’
어구, 우리 청명이.
이제 말도 돌려 할 줄 아네.
기특하다.
……기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