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50화 (49/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50화

* * *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구장.

내셔널스 파크의 관중석이 가득찼다.

만원관중이 들어선 건 개막전 이후 두 번째였다.

오늘 경기가 이렇게 관심을 받는 건 역시 라이벌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망할 필리스 새끼들! 오늘이야말로 박살을 내주겠어!”

“소토도 돌아왔고! 올해야말로 우리 내셔널스가 위로 올라갈 시기야!”

“저기 필리건 새끼들이 또 찾아왔네.”

내셔널스 팬들의 강렬한 시선이 한쪽의 필리스 팬들에게 향했다.

“저 새끼들이 뭘 저렇게 꼴아보는 거야?”

“저것들이 우리한테 시비 거나 본데?”

“한판 하자는 거냐?!”

악명이 자자한 필리스 팬들도 그런 내셔널스 팬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두 팀의 팬들이 경기 전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구장에선 경기 준비가 한창이었다.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선 매디슨 감독이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올 시즌 내셔널스는 지구 최강의 전력을 확보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2020년 초반만 하더라도 동부지구 최약체에 포함되었다.

특히 구단주의 사업 문제로 인해 구단 매각이 진행되었고 주축선수를 모두 내다팔았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였던 후안 소토가 떠난 시기도 이때였다.

2024년 새로운 주인의 품에 안긴 내셔널스는 매년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스토브리그의 새로운 주인공이 되었다.

21시즌을 앞두고 리얼무토가 메츠로 떠날 거란 루머가 확산되던 시기도 이때였다.

“쟤네들 장난아니긴 하지.”

“작년에도 5억 달러나 쓰더니 올해는 FA계약에만 7억 달러를 넘겼지.”

워싱턴 내셔널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만 7억 달러, 한화로는 무려 8820억에 달하는 돈을 투자하면서 뉴욕 메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금액이 정말 장난 아니네요.’

[그만큼 돈이 많다는 소리겠지.]

[구단을 매입한 거 자체가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다는 거니까.]

[이야...그래도 우리 때랑은 금액이 넘사벽으로 차이나네.]

[요즘 애들은 억단위 계약이 기본인데?]

[우리도 이때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레전드들은 그 당시 최고연봉을 받았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연봉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접어든 이후였다.

당연히 그들이 받던 연봉과 지금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부상 조심하고 오늘 내셔널스 녀석들에게 한 방 날려주자!”

“오케이!”

“알겠습니다!”

경기 전 브리핑이 마무리됐다.

* * *

수호는 그라운드에 들어서면서부터 전운을 느낄 수 있었다.

‘와...메이저리그에서 이런 분위기는 처음 느껴보네요.’

[관중들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 분위기도 장난아닌데?]

[아무리 라이벌 관계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 분위기는 너무 심한데?]

[얘네들 무슨 일 있던 거 아님?]

레전드들조차 놀라게 만들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했다.

관중들은 물론 선수들 역시 서로를 노려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때 수호의 옆에 있던 하퍼가 말했다.

“오늘 경기 몸 조심해라.”

“예? 왜요?”

“작년 시즌 막판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거든. 그때 양팀 합쳐서 7명이나 퇴장 당했다.”

“7명이요?”

[헐...]

[심한데?]

[주먹다짐 제대로 했나 보네.]

[찾아보니까, 나온다. 필리스랑 내셔널스의 역대 최악의 벤치클리어링. 빈볼이 문제가 됐네.]

처음에는 고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두 팀의 라이벌 관계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보복성 빈볼이 이어서 나왔고 결국 그날에서만 세 번의 벤치클리어링이 발생, 선수와 코칭 스태프 합쳐 7명이 퇴장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두 팀의 라이벌 관계는 더욱 심해져 이제는 양키스와 레드삭스에 버금가는 라이벌리를 구축하게 되었다.

[그 사건은 물론 이제 내셔널스도 필리스와 비등할 정도의 전력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하긴 이전에는 내셔널스가 확실히 밀리는 모양새였지.]

[쓰는 돈도 차이가 있었고 말이야.]

[이제 제대로 라이벌 관계가 만들어진 셈이지.]

라이벌이란 것도 어느 정도 비등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필리스와 내셔널스는 압도적으로 필리스가 유리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구단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내셔널스는 지구 꼴찌를 도맡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주인이 바뀌고 팀이 강해지니 제대로 필리스와 라이벌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몸조심해라.]

‘예.’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처음에는 정상적인 경기가 흘러갔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내셔널스의 선발투수 조나단이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초반부터 조나단 선수의 구속이 잘 나오고 있습니다. 최고구속 98마일이 찍히는 싱커가 위력적이에요.)

내셔널스의 2선발 투수인 조나단은 작년 시즌 14승 9패를 기록하는 동안 탈삼진 210개를 잡아내며 커리어 하이시즌을 보냈다.

[저 녀석이다.]

[쟤가 작년에 사고쳤던 애임?]

[ㅇㅇ 제구가 흔들리면서 쟤가 최초의 데드볼을 던졌음.]

시즌 막판에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의 시발점이 되었던 조나단을 보며 수호가 물었다.

‘그럼 그 빈볼을 맞았던 선수가 누군데요?’

[지금 타석에 들어서는 놈.]

수호의 시선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는 브라이스 하퍼를 바라봤다.

‘하퍼요?’

[응.]

“헐...”

[더 헐이 뭔지 아냐?]

‘뭔데요?’

[다음 타석에서 쟤가 홈런 때리더니 배트플립 함.]

[ㅋㅋㅋㅋ 실화냐?]

[화끈하네.]

[더 화끈한 건 베이스 돌다가 1루수와 시비 붙었는데. 바로 라이트 스트레이트 꽂아버림.]

[MLB가 아니라 UFC였네 ㅋㅋ]

클럽하우스에서 잘해주었기에 브라이스 하퍼를 인성 좋은 선수로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메이저리그에서 그는 난폭하기로 유명했다.

필리스로 이적한 해에 내셔널스의 원정경기에서 야유를 쏟아내는 팬들에게 배트플립을 날린 건 유명한 일화였다.

‘그런 하퍼였으니 주먹다짐을 한 것도 이해가 되네요.’

[오늘 경기 정말 조심해야겠다.]

[자칫 잘못하면 전면으로 붙겠네.]

부디 아무 일도 없길 바랬다.

하지만 레전드들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쐐애애애액-!!

조나단이 하퍼에게 던진 초구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퍼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상체를 뒤로 젖혀 그걸 피했다.

“저 새끼가!”

“해보자는 거야?!”

필리스 더그아웃이 들썩였다.

선수들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이 일어났다.

내셔널스 역시 선수들이 달려 나올 듯이 움직였다.

[와우...벌써 터지네.]

[이야~1회부터 한바탕 하는 거냐?]

[야야, 최대한 늦게 나가라.]

레전드들의 채팅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때 하퍼가 손을 들어 필리스 더그아웃에서 나오려던 동료들을 제지했다.

갑작스런 그의 태도에 필리스 선수들이 하나 둘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오올~쟤가 웬일이냐?]

[이제 팀의 베테랑이 되었다 이건가?]

[확실히 쟤가 최고참 중 한 명이지.]

[나이 먹더니 철 들었네.]

레전드들도 놀라게 만드는 하퍼의 변화였다.

그의 제지가 있었기에 두 팀의 정면충돌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구심이 투수 조나단과 내셔널스 더그아웃에 경고를 내립니다!)

(만약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면 두 팀 모두에게 경고로 이어졌겠지만, 주장 브라이스 하퍼의 만류로 필리스는 경고를 받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브라이스 하퍼 선수가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요.)

(맞습니다. 그 역시 이제는 팀의 최고참이니까요.)

중계진들 역시 놀라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구심이 다시 경기를 재개시켰다.

“플레이볼!!”

경고가 나와서 그런 걸까?

아니면 하퍼가 벤치클리어링 상황으로 이어가지 않아서일까?

이후에는 조나단도 정상적인 투구를 이어나갔다.

‘다행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네요.’

[ㅇㅇ 하퍼가 잘 대응했네.]

[좀 아쉽다. 한 바탕 할 줄 알았더만.]

[그래도 주먹 다짐 하는 것보단 낫지.]

레전드들 역시 다행이란 반응이었다.

하지만 모든 레전드가 그러는 건 아니었다.

[한바탕 해야 재밌는데.]

[까비...]

[진짜 이대로 끝날까?]

타이콥이 올린 마지막 채팅에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

(투볼 원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조나단 와인드업!)

4구를 던지기 위해 와인드업에 들어간 조나단이 이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몸쪽을 파고드는 공에 하퍼의 눈빛이 돌변하더니 오픈 스탠스와 동시에 특유의 파워스윙을 내질렀다.

부앙!!

딱!!

(때렸습니다!!)

“와아아아아아!!”

관중은 물론 필리스 더그아웃 선수들을 모두 기립케 만드는 큰 타구가 만들어졌다.

그 순간, 수호의 눈에 타석에 서있는 하퍼가 보였다.

달릴 의지가 전혀 없이 타석에 우두커니 선 그를 보자 쎄한 느낌은 곧 불안으로 변했다.

‘설마...’

타구를 바라보고 서있던 하퍼가 배트의 헤드를 한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허공을 향해 내던졌다.

휘릭!!

허공에서 회전하던 배트가 땅에 떨어지자 그제야 하퍼가 천천히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저 개자식이!!”

내셔널스 더그아웃이 들썩였다.

* * *

배트플립.

한국에서는 빠던이라 불리는 일종의 세리머니였다.

이 세리머니는 한국에선 문화로 받아들여져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철저하게 금지된 불문율이었다.

선수들에게 불문율은 무척이나 중요한데, 때로는 규칙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불문율을 어기면 벤치클리어링이나 심하게는 주먹다툼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배트플립을 하지 않는다는 건 가장 중요한 불문율 중 하나였다.

(아~그라운드의 분위기가 다시 살벌해집니다!)

(브라이스 하퍼의 홈런과 함께 나온 배트플립이 내셔널스 더그아웃을 도발했어요!)

(2루 베이스에 도착한 하퍼! 하지만 유격수 마르티네즈 선수와 언쟁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심판이 빠르게 다가와 하퍼를 보내면서 충돌까진 벌어지지 않네요.)

그라운드는 금방이라도 충돌할 분위기였다.

양측 선수들은 언제든지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주먹다툼이나 몸싸움은 없었기에 아직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이전에 나왔던 구심의 직접적인 경고에 내셔널스 선수단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겠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을걸?]

[ㅋㅋㅋ 오늘 안에 벤치클리어링 일어난다에 한표 던진다.]

‘저도요...’

시한폭탄이 작동됐다는 걸 말이다.

* * *

수호는 첫 타석에서 중견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를 때리고 물러났다.

워낙 분위기가 살벌해서 제대로 타격에 임하지 못하기도 했고 타구의 방향이 나쁜 탓도 컸다.

그 뒤로 분위기는 살벌했지만, 경기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

‘이대로 끝나라...’

[그럴리 있겠냐?ㅋㅋ]

[이번 이닝이 가장 큰 문제지.]

[주인공이 또 입성하시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4회초.

2번 타자를 시작으로 필리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그리고 대기타석에는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브라이스 하퍼가 대기하는 중이었다.

그가 대기타석에 들어서자 내셔널스 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우우우우우-!!”

“배신자 새끼!!”

“이번 타석에는 제대로 보내버려!!”

“저 개자식 좀 보이지 않게 해라!!”

내셔널스 팬들의 야유는 고수위를 넘나 들었다.

그만큼 하퍼에 대한 증오가 대단한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 증오는 조나단 역시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었다.

첫 타자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조나단을 상대하기 위해 하퍼가 타석에 들어섰다.

(브라이스 하퍼의 두 번째 타석, 조나단 선수가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요.)

하지만 그 일은 벌어졌다.

조나단은 초구부터 아예 노리고 하퍼를 향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이번에도 머리를 노릴 거라 생각했는지, 하퍼가 뒤로 머리를 젖히려고 했다.

그러나 공은 하퍼의 머리가 아닌 정확히 허리 부근을 향해 날아왔다.

‘젠장!’

하퍼의 반응이 조금 느렸고 그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돌아서며 몸으로 공을 받았다.

뻐억!!

“악!!”

공이 직격했고 고통에 비명을 지른 하퍼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필리스 선수단이 일제히 더그아웃을 빠져나와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내셔널스 선수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두 팀의 벤치가 비어지면서 캐스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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