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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48화 (47/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48화

* * *

마크가 매디슨의 사무실을 찾았다.

“시간 되십니까?”

“예. 무슨 일입니까?”

“한수호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누고 싶어서 왔습니다.”

“한수호요? 일단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은 마크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한수호에 대한 이야기라니. 어떤 부분입니까?”

“이제 고작 4경기이긴 하지만, 그의 활약이 고무적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훌륭한 성적입니다. 데이터가 좀 쌓이는 걸 보고 싶을 정도에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그를 다른 포지션에 출전시키는 건 어렵겠습니까?”

“다른 포지션이요?”

“예. 시즌 초반부터 J.T를 지명타자로 돌리긴 애매합니다. 그래서 수호를 지명타자로 내보낼 생각도 해봤지만, 일단 그를 테스트해보고 싶습니다.”

“음...”

매디슨도 동의하는 바였다.

수호의 나이는 어리다.

다른 포지션을 받아들이는데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포지션 체인지를 시킬 생각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시도해보는 게 좋았다.

“그럼 어떤 포지션을 생각중이십니까?”

“내야쪽을 생각중입니다.”

“1루와 3루겠군요.”

“그중에서 먼저 테스트해보고 싶은 곳은 1루입니다.”

필리스의 1루는 공백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2024년까지는 리스 호스킨스가 지키고 있었지만, FA로 떠난뒤에는 이렇다할 주인이 없는 상태였다.

“저는 J.T를 1루나 DH쪽으로 돌릴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존심이나 앞으로의 교통정리를 생각하면 수호를 다른 포지션에서 테스트해보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의 공격 시너지를 생각한다면 확실히 그편이 나을 거 같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연습에 그 부분을 체크해서 테스트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보고서에 올리겠습니다.”

“훈련이 끝나는대로 직접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마크가 돌아간 뒤.

홀로 남은 매디슨은 불현듯 마크와의 대화가 편했다는 게 떠올랐다.

‘저 녀석이 부임하고 이리도 편하게 대화한 적이 있었던가?’

단언컨데 없었다.

그동안에 마크에게 자신은 이전 단장이 데려온 감독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팀을 위한다는 건 같다는 소리군.’

수호라는 공통점이 생기면서 마크에 대해 생각이 바뀌는 매디슨이었다.

* * *

다음 날.

수호는 연습을 앞두고 매디슨에게 의외의 제안을 들었다.

“1루 수비요?”

“그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미리 해두는 거니까. 너무 큰 의미는 두지 말도록 해.”

“아, 예. 알겠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는 했지만, 의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교통정리 하려는 듯?]

[하긴 J.T가 포수로 나간다고 널 계속 대타로 쓰는 건 비효율적이지.]

[대타 3번동안 4타수 3안타면 어떻게든 선발로 내보내고 싶을 듯 ㅋㅋ]

[거기에 장타율도 미쳤잖아.]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무력시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1루수를 해본적이 없습니다.’

[그건 그렇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나?]

‘예?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포지션에서 수비를 하는 건 문제죠.’

[일반적이라면 그렇지만, 너한테는 빙의란 게 있잖아.]

[그러네.]

[너 포수도 수십년동안 안 하다가 회귀하고 다시 한 거잖아?]

‘아...’

답을 찾은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채팅이 바빠졌다.

[이번에는 내 과거 보실?]

[에헤이! 이번에는 내 차례지!]

[1루수라면 나 아니냐?]

[뭐래? 이번에는 내 차례다.]

명예의 전당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저승튜브다.

그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능력이 다시 세상에 나타나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승튜브에 접속해 수호의 성장을 지켜보는 거였다.

덕분에 수호의 머리는 더욱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첫 1루수는 당연히 게릭 아니냐?]

베이브 루스의 채팅에 채팅창이 조용해졌다.

[그건...]

[그렇네.]

이내 모두 동의하기 시작했다.

레전드들에게도 동의 받을 정도의 역대급 1루수.

[루 게릭 : 응? 이번에는 내 차례냐?]

루 게릭으로 결정했다.

* * *

1939년 7월 4일.

양키스타디움에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중이 찾았다.

그라운드에는 양키스와 워싱턴 세너터스(미네소타 트윈스의 전신)의 선수들이 모였다.

그외에도 뉴욕 시장 피오렐로 라과디아 등 유명인사들도 참석했다.

그들이 이렇게 모인 건 단 한 선수를 위해서였다.

그 남자가 홈플레이트에 설치된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 섰다.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남자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7년 동안 야구장에 있으며 여러분들로부터 호의와 격려만을 받아 왔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시작한 그의 연설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모든 말이 끝나자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대단하다...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박수를 받는 인생이라니...’

자신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인생이었다.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으면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걸까?

그때 정장을 입은 거구의 사내가 남자를 향해 걸어왔다.

수호 역시 익히 알고 있던 남자였다.

자신이 그가 되기도 했었기에 모를 수 없었다.

“루스.”

바로 베이브 루스였다.

남자에게 다가온 야구의 신이 말없이 그를 안아주었다.

“고생했네. 자네와 함께 선수로 뛰었던 게 내 최고의 자랑이야.”

“나 역시 마찬가지일세. 정말 고맙네.”

야구의 신에게조차 인정받은 남자.

메이저리그 최초의 영구결번이자 36살에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전설이 된 선수.

루 게릭이 된 수호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빙의를 종료합니다.]

* * *

수비훈련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본인의 포지션에 맞는 위치에 서서 수비훈련에 전념했다.

매디슨도 그라운드에 나와 선수들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특히 그가 신경을 쓰고 있는 건 1루수였다.

‘다음 차례로군.’

1루 베이스 쪽에는 수호가 미트를 착용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1루 수비는 웬만큼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수호 정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기본은 해줄 거야.’

1루수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수비 난이도가 낮은 포지션이다.

하지만 포구 능력만큼은 그 어떤 포지션보다 중요했다.

그렇기에 포수로서 뛰던 선수가 운동능력이 떨어지거나 혹은 무릎부상 등으로 포지션을 바꿔야 할 때 1루수로 많이 가는 이유였다.

수호를 1루로 보낸 이유도 그의 높은 포구능력 때문이었다.

“다음!!”

그때 수비코치의 외침과 함께 수호가 1루 베이스에 들어섰다.

그가 들어서자 훈련하던 몇몇 베테랑들이 그를 주시했다.

그중에는 J.T리얼무토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리얼무토의 곁으로 하퍼가 다가왔다.

“경쟁자가 다른 포지션 수비를 하니까, 신경이 쓰이나봐?”

장난기 어린 하퍼의 말에 리얼무토가 피식 웃었다.

“경쟁자라고 하기에는 이제 막 데뷔한 햇병아리다.”

“하지만 시즌 초반의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경계해야 할 대상 아닌가?”

“인상적이긴 하지. 하지만 그뿐이다.”

리얼무토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어느덧 13년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기간동안 필리스의 안방마님으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기에 나올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하퍼는 알고 있었다.

‘신경쓰지 않기는...수호가 오고나서 누구보다 더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으면서.’

수호의 등장은 리얼무토에게도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는 걸 말이다.

하퍼는 돌아서는 리얼무토를 바라보다 다시 수호를 바라봤다.

“잘한다! 우리 루키!”

느닷없는 하퍼의 응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수호였다.

하지만 이내 훈련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 * *

그날 경기가 끝나고 매디슨은 마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상밖으로 수호의 1루 수비가 안정적입니다.”

“정말입니까?”

“예. 포구 능력이야 원래 뛰어났던 선수이니 1루에서도 큰 무리없이 해내고 있습니다. 예상밖이었던 건 핫볼도 잘 잡아낸다는 겁니다.”

핫볼이란 매우 빠른 공을 의미한다.

이런 핫볼이 가장 자주 날아오는 곳이 바로 3루와 1루였다.

3루를 핫코너라 부르는 이유도 핫볼이 자주 날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1루 역시 핫코너의 일종으로 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좌타자가 많아지면서 1루쪽으로 당겨치는 타구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핫볼의 비중도 높아지면서 1루수가 처리하는 핫볼의 비중이 3루수 수준까지 높아졌다.

“오호, 확실히 선구안이 좋다고 느꼈는데. 반사신경도 뛰어난가 보군요.”

“예. 그 외에도 대시, 송구, 베이스 커버 등. 대부분의 능력이 수준급입니다. 정말 1루수를 처음 한 건가 싶을 정도로요.”

“음...아마추어 시절에 연습을 했던 걸까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공식전 전적을 확인했습니다만, 포수로만 출전을 했더군요.”

1루 수비난이도가 어렵지 않다고는 하지만, 바로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주는 건 어렵다.

그런데 수호가 그걸 해내고 있으니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걸 해결하는 건 급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 바로 출전시켜도 되겠습니까?”

“일단 출전시키고 문제가 생기면 교체시키는 방향으로 가도 될 거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경기부터 그를 출전시키는 걸로 하죠.”

“예.”

1루수로서 수호의 출전이 결정됐다.

* * *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4차전.

필리스의 홈 8연전 중 마지막 경기에 팬들이 몰려들었다.

필리스의 강성팬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선수들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지는 게 말이 돼?”

“말이 안 되지. 이게 다 도널드 때문이야.”

“하퍼와 J.T가 출루에 성공해도 그 녀석이 더블플레이를 만들면 흐름이 끊겨버리니 원.”

도널드는 필리스의 1루수였다.

작년까지는 다른 선수가 1루수를 맡았지만, 워낙 공격스탯이 나빠 도널드로 교체했다.

한 방을 가진 선수였지만, 배드볼히터 기질이 강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 단점이 최근 경기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었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타율은 1할대에서 허덕였고 장점인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수비에서도 문제를 보여주며 필리스 팬들의 야유를 한몸에 받는 중이다.

“차라리 리얼무토를 1루로 돌리고 수호를 포수로 출전시키는 게 나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타격감이 뜨거울 때 더 많은 기회를 줘서 그 감각을 이어가게 해줘야 하는 게 좋다고!”

“어? 수호다?”

“그래, 그 수호가 선발로 나와야 좋은 거...”

“1루로 가는데?”

“응?”

“뭐?”

“쟤가 왜 저기로 가?”

마스크가 아닌 모자를 쓰고 1루 베이스에 선 수호의 모습에 필리스 팬들의 눈이 커졌다.

놀란 건 중계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 한수호 선수가 1루수로 선발 출전을 하는군요.)

(아무래도 리얼무토 선수와의 포지션 문제로 1루로 보직을 변경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한수호 선수가 1루수로 출전한 기록이 없는데. 괜찮을까요?)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일단 지켜봐야겠죠.)

(선수 경력 처음으로 선발로 출전한 한수호 선수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가 시작됐다.

[첫 선발 경기 시작됐고요~]

[긴장하는 건 아니지?]

‘얼마나 많이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긴장을 하겠습니까?’

매디슨에게 1루 수비 이야기를 듣고 수호는 곧장 루 게릭과 동기화를 택했다.

이후 휴식시간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비를 연습했다.

그 결과 수비연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실전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근데 그거 단점이 너무 큰 듯.]

[ㅇㅈ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

[그래도 사기적인 건 맞지.]

[하긴, 혼자 있을 때도 연습할 수 있으니.]

촤앗-!!

그때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수호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어디든 뛰어갈 수 있게끔 양쪽 다리에 균형을 맞추었다.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좌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 타자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딱!!

당겨친 타구가 경쾌한 소리와 함께 1루 방향으로 날아갔다.

낮게 그리고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를 잡는 건 어려워보였다.

그 순간, 수호가 타구를 향해 몸을 날리며 손을 뻗었다.

퍽!!

미트에 꽂히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공이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잡았습니다!! 한수호 선수!! 핫볼을 몸을 날려 잡아냅니다!)

(대단히 멋진 다이빙캐치였습니다! 타구속도가 101마일에 달했는데.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저 공을 낚아챕니다!)

초구부터 나온 수호의 호수비에 경기장이 달아올랐다.

“한수호 최고다!!”

“뭐야?! 1루 수비도 잘 하는 거였냐?!!”

“왜 이런 애를 이제야 내보낸 거야?!”

“한! 한! 한! 한!!”

그를 연호하는 필리스 팬들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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