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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39화 (38/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39화

* * *

팝타임.

포수가 공을 받고 던져 2루수의 글러브에 도달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으로 평가받는 팝타임이 1.9초 후반이다.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리얼무토조차 연습경기에서 조니를 잡아내는 걸 어려워하는데.’

21세기 최고의 공수겸장 포수라 평가받는 JT리얼무토의 경우 커리어 평균 팝타임이 1.88초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조니를 잡아냈다고?’

수호의 팝타임이 몇초였는지 정확한 체크는 어려웠다.

하지만 최소 1.8초 후반을 형성했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앞서 던졌던 송구했을 때의 팝타임은 분명 1.9초대였다. 그런데 단번에 0.1초를 줄였어.’

팝타임을 줄이는 건 어렵다.

단순히 어깨가 좋다고 해서 줄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공을 빼는 동작인 익스체인지부터 발놀림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수호는 그걸 해냈다.

‘놀랍군.’

많은 루키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놀라움을 만드는 루키는 매우 적었다.

수호는 최소한 그런 능력을 가진 루키였다.

* * *

수호의 도루저지로 2회는 무실점으로 마무리됐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잭 휠러가 수호의 어깨를 툭 쳤다.

“조니를 2루에서 잡아내다니. 대단한데?”

“다 선배의 딜리버리가 훌륭한 덕분이죠.”

“뭐라고? 하하!”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짓는 잭 휠러를 뒤로 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수호는 프로텍터를 벗었다.

[미리 스텝을 옮긴 건 잘했다.]

[바로 거기까지 생각하다니. 똑똑하네.]

‘이게 다 선배님들의 기억을 본 덕분이죠.’

[하긴, 우리도 도루를 잡아내기 위해서 정말 노력했었지.]

[우리 때는 전문적인 게 아니라 그냥 감으로 했었으니까.]

레전드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수호가 조니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스텝을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포수가 2루에 송구할 때 준비동작 중 하나인 스텝을 미리 밟아두면서 시간을 단축시켰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었다.

‘이번에는 잘 던져졌지만, 이걸 자주 쓰기에는 무리가 있겠어요.’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지지.]

[거기에 공이 뒤로 빠질 가능성도 크다.]

자주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일단 코치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는 것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 * *

잭 휠러는 5회까지 72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성적은 5이닝 1실점 3피안타 2볼넷을 기록, 나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가 교체되면서 수호 역시 마스크를 벗었다.

‘한수호의 첫 번째 연습경기는 성공적이야.’

한선예는 노트에 기록해둔 수호의 기록을 확인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두 번의 도루저지야. 조니 로버트를 잡아낸 건 정말 충격적이었어.’

수호는 4회에 한 번 더 도루저지에 성공하면서 두 번의 도루를 모두 막아냈다.

‘조니 로버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루만 놓고 보면 톱클래스의 선수야. 한수호의 송구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한 거야.’

2022년 CBA가 개정되면서 메이저리그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에 하나가 도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베이스가 커지면서 도루를 메이저리그 팀들은 도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늘어났고 새로운 형태의 스타가 탄생했지.’

주루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되었고 포수의 송구능력 역시 가치가 상승했다.

그런데 수호는 그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타격도 나쁘지 않았어.’

수호는 두 번의 타격기회에서 하나의 안타와 볼넷을 기록했다.

‘이왕이면 특기인 장타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수호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장타력이었다.

고교야구와 U18월드컵에서 보여준 괴물 같은 장타력을 보여주었다면 더욱 가치가 올라갔을 텐데.

하지만 이내 한선예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막 프로가 된 선수에게 내가 뭘 바라는 거지?’

지금도 놀라운 기록이었다.

더 많은 걸 바라는 건 욕심일 뿐이었다.

* * *

첫 번째 시뮬레이션 게임이 마무리됐다.

경기가 끝나고 수호는 잭 휠러의 손에 이끌려 인근의 식당으로 향했다.

“여기 스테이크가 아주 맛있어.”

“오~잭! 오랜만에 왔군.”

“이제 막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으니까요. 스테이크 하나는 500g짜리로 주시고 너는 얼마나 먹을래?”

“저도 그 정도로 부탁하겠습니다.”

“같은 걸로 두 개 주세요.”

“오케이! 끝내주게 만들어 줄테니까. 앉아서 기다려!”

두 사람이 창가에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자주 오는 식당인가요?”

“캠프 때는 가끔 와. 아니면 겨울 휴가 때 가족들이랑 한 번씩 들리는 정도지. 한국에서 왔다며?”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넘어온 거야?”

“예. 제안이 와서 승낙하고 바로 넘어왔습니다.”

“실력을 봤을 때 마이너리그에서 좀 구르다가 온 녀석인지 알았는데. 설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왔을 줄이야. 놀라운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아니야. 자네 정도의 실력이라면 당장 메이저리그에 올라와도 이상할 게 없어. 특히 수비쪽에서는 부족한 게 없어 보여.”

잭 휠러는 베테랑이다.

그동안 많은 포수와 호흡을 맞추었다.

그중에서도 수호는 수위권에 드는 능력을 지닌 포수였다.

“구단이 생각이 있다면 자네를 시범경기까지 테스트할 거야.”

“그럴까요?”

“내가 구단 관계자라면 반드시 그럴 거야. 아직 미지수인 부분이 많으니까.”

“미지수인 부분이라면?”

“하나는 일정함이지. 한 경기에 반짝하는 선수는 얼마든지 있어. 그런 선수들은 반짝스타가 되는 법이 많지. 하지만 구단이 좋아하는 선수는 계산이 서는 선수야.”

잭 휠러의 조언이 계속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

구단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클럽하우스에서의 룰 같은 것들이었다.

[오호~저렇게 바뀌었군.]

[우리 때는 저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클럽하우스 문화도 많이 바뀌었구나.]

레전드들도 잭 휠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선배님들도 몰랐습니까?’

[ㅇㅇ 몰랐지.]

[훈련방법이야 책이나 인터넷 보면 논문 같은 것도 있으니까. 그걸로 공부하면 된다지만, 클럽하우스 문화는 아니거든.]

[정리된 게 없지.]

레전드들이 아는 지식은 어디까지나 공개된 것들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 문화는 거기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면 알기 어렵다.

기껏해야 스타 플레이어들의 인터뷰에서나 조금씩 언급될 뿐이었다.

그렇기에 잭 휠러의 조언은 수호에게 또 다른 정보가 되었다.

“자! 플로리다 최고의 스테이크가 등장했습니다!”

그때 주인장이 두 개의 커다란 접시를 가져왔다.

스테이크는 그냥 고깃덩이만 있는 게 아니라 티본스테이크로 보기만 해도 먹음직해보였다.

“오늘은 내가 사는 거니까. 먹고 싶은만큼 먹으라고.”

“잘 먹겠습니다!”

주인장의 말대로 플로리다 최고의 스테이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스테이크 중에는 최고로 맛있었다.

* * *

수호는 두 번째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기회를 얻었다.

“한수호! 대타 준비해!”

“예!”

이번에는 포수가 아닌 대타로서의 출전이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타출전이 이상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의 타격실력을 점검하기에는 주자가 없는 게 더 나았다.

준비를 끝내고 더그아웃을 나선 수호가 대기타석에서 준비에 들어갔다.

‘이전 게임에서는 투수의 공에 너무 휘둘렸어.’

[정확히는 프로의 공을 처음 봐서 적응하지 못한 거지.]

[그렇다고 해도 고작 더블A 투수에게 안타밖에 뽑아내지 못한 건 실망이지.]

[아마추어 때와는 애들의 무브먼트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명확했다.

아마추어의 패스트볼과 달리 프로의 패스트볼은 일단 지저분했다.

수직 수평 무브먼트가 모두 일어나면서 정상적으로 들어오는 공이 없었다.

디셉션의 수준도 달랐다.

거기에 딜리버리까지 일정해버리니 아마추어 때처럼 노리고 때리는 게 어려웠다.

그때 테드 윌리엄스가 말했다.

[네가 상대한 건 더블A수준의 투수였다.]

맞는 말이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그보다 더 뛰어난 투수가 발에 채일만큼 많다는 걸 잊지마.]

그의 말이 비수가 되어 꽂혔다.

‘여기에서 막힐 순 없지.’

수호가 각오를 다지고 타석으로 들어섰다.

그의 시선이 투수에게 향했다.

‘좌투, 앞선 타자들을 상대했을 때 구속은 평균 93마일이 나왔다. 최고구속은 97마일까지 찍혔어.’

어제 상대했던 투수보다 구속이 더 좋았다.

‘브레이킹볼은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고.’

슬라이더가 날카롭게 꺾여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제구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오늘 경기 4이닝을 던지면서 벌써 볼넷이 4개였다.

매 이닝 사사구를 하나씩 내주고 있다는 뜻이었다.

구속은 좋지만,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

그게 수호의 분석이었다.

분석을 끝낸 수호가 타격자세를 취하자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했다.

뒤이어 와인드업에 들어간 투수가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공을 뿌렸다.

* * *

퍽!!

“볼.”

투수가 공을 던지는 걸 본 매디슨이 첫 번째 시뮬레이션 게임의 데이터를 확인했다.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은 보여줬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아.’

루키가 첫 실전게임에서 안타를 뽑아낸 건 아주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다.

‘수비만 놓고 보면 당장 빅리그로 올려도 될 거 같은데...’

매디슨 감독은 수호의 수비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메이저리그에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고 두 번째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대타로 내보낸 이유였다.

퍽!!

“볼.”

‘공을 잘 보는군.’

첫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패스트볼이었다.

그걸 그냥 흘려보낸 수호는 두 번째 바깥쪽에서 존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에도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

일단 침착하다는 것에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선구안이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매디슨이 수호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을 때.

“흡!!”

기합소리와 함께 투수가 공을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에서 시작해 몸쪽으로 붙어 들어왔다.

일명 크로스파이어로 불리는 궤적을 그리며 들어오는 96마일의 공.

웬만한 아마추어 타자들은 반응조차 어려운 공이었다.

매디슨은 수호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때 수호가 시동을 걸었다.

콰직!

그의 스파이크가 땅을 내디뎠다.

보통의 스퀘스 스탠스가 아닌 앞발이 뒷발보다 뒤에 위치한 오픈 스탠스를 취한 수호의 몸이 빠르게 회전했다.

휘릭!!

강렬한 회전과 함께 힘을 실은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돌았다.

후웅!!

뒤이어 히팅포인트를 통과하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타구는 단숨에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허...”

보고 있던 매디슨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타구였다.

‘크로스파이어를 저렇게 넘겨버린다고?’

타격에 물음표가 있었던 수호다.

하지만 지금 보여준 스윙은 그 모든 물음표를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보고 싶다.’

과연 수호의 지금 이 모습이 반짝하고 나타났다 사라질 모습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보여줄 모습인지.

‘만약 이 모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매디슨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야구에는 만약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건 오로지 누적된 데이터일 뿐이다.

그 데이터를 위해서라도 수호를 더 내보낼 필요가 있었다.

타닥!

홈플레이트를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수호를 보며 매디슨이 손을 내밀었다.

“나이스 홈런!”

짝!

비록 시뮬레이션게임이지만, 첫 번째 홈런을 터트린 수호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두 번째 시뮬레이션게임까지 끝낸 매디슨은 그날 저녁, 단장 마크를 찾았다.

“감독님이 직접 오시고 웬일이십니까?”

“부탁할 게 있는 사람이 찾아오는 법이죠.”

부탁이란 말에 마크가 자리를 권했다.

“감독님의 부탁이란 말에 벌써부터 떨리는군요. 이번에는 누굴 내려보낼 생각입니까?”

“내려보내는 게 아니라 데려가고 싶습니다.”

“이건 또 예상밖의 대답이네요. 데려가고 싶은 선수라니. 감독님의 마음을 산 선수가 누굽니까?”

“한수호입니다.”

한수호라는 이름이 나오자 마크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루키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의 시뮬레이션 게임의 결과를 알지 않습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인상적이더군요. 5타석 4타수 3안타 그중에 홈런 1개에 2루타 1개라니. 장타력도 훌륭하네요.”

“더 뛰어난 건 수비입니다. 조니 로버트를 2루에서 잡았어요!”

“로버트가 전력을 내지 않은 건 감독님도 잘 아실텐데요?”

“그렇다고 그를 잡아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니 로버트는 로스터에 든 선수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전력을 다낼 이유가 없었다.

그건 다른 로스터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었다.

심지어 시범경기라 하더라도 전력을 낼 선수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조니의 도루를 막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도 맞았기에 매디슨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강건한 모습 때문이었을까?

잠시 고민하던 마크가 입을 열었다.

“안됩니다.”

단호한 대답에 매디슨의 얼굴이 굳었다.

“분명 뛰어난 성적이지만, 고작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그 성적에 고양될 이유는 없습니다. 예정대로 마이너캠프에 합류를...”

“시범경기까진 지켜보지.”

그때 단장실의 열린 문을 통해 한 남자가 들어왔다.

“데이브. 선수단 구성은 제 권한입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아직은 내가 자네 상사라네.”

필리스의 사장 데이브 돔브로스키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기존 계획을 바꾸어 한수호를 마이너캠프로 보내지 않고 최소한 이번 캠프기간동안에는 메이저 캠프에 동행시키겠네.”

데이브의 결정에 마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그를 싱글A로 보내겠습니다.”

선전포고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마크를 뒤로 하고 데이브는 매디슨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고맙네, 데이브.”

“하하! 오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어야지. 하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네. 이제 내겐 힘이 얼마 없어.”

레임덕이 되어버린 친구의 씁쓸한 목소리에 매디슨은 말없이 그의 등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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