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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2화 (22/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2화

새해가 되면서 야구부의 얼굴들이 모두 바뀌었다.

새로운 신입생이 들어오고 2학년이던 선수들이 3학년의 자리를 채웠다.

자연스레 주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 정도면 되겠지.’

박규현 감독은 정리된 선수명단을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작년부터 준비한 덕분에 세대교체가 무리없이 이루어졌다.

오히려 자원이 넘치는 부분도 있었다.

‘다른 팀들은 포수난에 시달린다고 하던데. 우리 팀은 메인으로 쓸만한 녀석들이 둘이나 있군.’

그 둘이란 당연하게도 수호와 박현식이었다.

‘현식이 녀석은 확실히 선배에게 어릴 때부터 엘리트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기본기가 탄탄하단 말이지.’

박현식은 분명 장점이 많은 선수였다.

다른 팀에 갔다면 주전으로 마스크를 썼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성일고에는 수호가 버티고 있었다.

‘아쉽게도 올해는 수호를 메인으로 내세워야 한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수호였다.

아니, 청룡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좋았던 수비도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주전에서 아예 밀릴뻔 했었다.

그러나 그 뒤로 각성이라도 했는지 포텐셜이 제대로 터지면서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거기에다 대회 MVP까지 수상했으니 3학년 주전은 확보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박현식이 그걸 납득하지 못했다는 거지만 말이다.

‘잘 이해시켜야...’

우웅!!

그때 스마트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박규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받지 않을 순 없었기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예, 선배님.”

[현식이한테 들었다. 내 조카가 주전에서 빠졌다고?]

전화를 건 상대는 박현식의 삼촌이자 자신의 선배인 박대성이었다.

그가 어떤 이유로 전화를 걸었는진 불보듯 뻔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경쟁자가 다름아닌 한수호잖아요.”

[한수호건 뭐건! 그 녀석 아버지가 뭐 협회장이라도 된대?!]

“그게 아니라...작년 국대로 나가서 대회 MVP까지 수상한 녀석이에요. 걔를 어떻게 제외시킵니까?”

[허! 내가 널 얼마나 챙겨줬는데. 이제와서 형한테 이럴 수 있는 거냐?]

“잘 압니다. 그래서 현식이 고등학교 오자마자 제가 잘 챙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는 무리죠. 경쟁자를 이길만한 실력이 부족하잖아요.”

[너 지금 내 조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거야?! 너 형한테 이렇게 하고 계속 이 바닥에 붙어 있을 수 있을 거 같아?!]

“아휴...남들한테 다 물어보십쇼. 수호를 제외하고 현식이를 넣어야 하는지. 다 제 편을 들 겁니다.”

[너...너...!]

“선배님 정말 죄송한데. 이번에는 부탁 들어들이지 못할 거 같습니다.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

욕설이 들리긴 했지만, 박규현은 종료버튼을 누르고 그대로 덮어버렸다.

“하...망할새끼.”

전화를 끊은 박규현이 분노가 치밀었다.

자신이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 분노의 화살은 날아갈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밖에 누구 없어?!”

“예? 부르셨습니까?”

“가서 박현식이 데려와! 당장!!”

이 사단을 만들어낸 박현식에게 화살이 정확히 날아갔다.

* * *

성일고는 야구부가 있긴 했지만, 명문고까지는 아니었다.

프로선수를 간간이 배출했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았고 유명한 선수도 적었다.

당연히 후원회의 규모도 작아 지원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팀이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작년 청룡기에서의 깜짝 우승과 함께 수호가 국제대회 MVP를 따내면서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안녕하십니까?! 올해 성일고에 입학하게 된 이명훈입니다! 한수호 선배님과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 성일고에 지원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수호 선배님이 공을 받아주시면 영광일 거 같습니다!”

“한수호 선배님에게 배팅을 배우고 싶습니다!”

신입생 대면식에서 새로 들어온 선수의 대다수가 한수호를 언급했다.

그만큼 작년에 보여준 임팩트가 강했기에 나온 현상이었다.

“이열...한수호 스타 다 됐네.”

“우리 학교에 이렇게 많은 신입생이 들어오는 게 얼마만이냐?”

“이게 다 수호 덕분이지.”

“오랜만에 프로도 배출하지 않겠어?”

코치들과 선수들은 수호의 인기를 실감하면서 그의 위치가 바뀐 걸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선수들 사이에서만 끝난 게 아니었다.

“야야, 기자들 왔는데?”

“그러게. 이제 연습 시작했는데. 무슨 기자들이 저렇게 많이 와?”

“작년보다 훨씬 많아진 거 같지?”

“응. 작년에는 1-2명 왔을걸?”

“저기 스카우트분들도 계신다.”

“진짜?”

“어. 우리 외삼촌이 프런트쪽에 있어서 안면이 있거든. 타이탄스 스카우트분이야. 그리고 주위에 계시는 분들도 다들 스카우트 분들일걸?”

프로팀 스카우트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 훈련을 유심히 지켜봤다.

성일고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학교측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박 감독님.”

“예. 교장선생님.”

“우리 성일고 야구부가 생긴지 벌써 10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처음이에요.”

“잘 알고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를 잘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야구부가 더 유명해져서 계속 유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학교측에서도 수호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그의 입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수호를 주시하는 이들중에는 한선예와 박경태도 있었다.

“빨리 온 게 아니라니까요.”

“그러네.”

벌써 야구장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박경태는 한선예가 괜히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작년 임팩트가 강하긴 했나 보다. 기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스카우트들까지 리그가 시작되기도 전에 와서 지켜보는 거 보니까.”

“오랜만에 나온 대형타자니까요. 거기다 포지션은 포수잖아요. 안그래도 포수난이 허덕이는 프로리그에서 얼마나 안달이 나겠어요?”

“하긴...작년 스토브리그에서도 포수들이 돈방석에 앉았지.”

KBO에서 포수난이 심화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걸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포수라는 포지션이 워낙 힘들고 부상도 많은 곳이었기에 유망주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컸다.

물론 돈이 된다는 게 알려지면서 과거보단 나아졌다곤 하나, 여전히 포수 부족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거포형 포수가 나타났으니 프로팀들이 탐내는 건 당연했다.

“메이저리그도 주목하나보네.”

“한국지사 스카우트들이죠?”

“응. 아마도 본사에서 지시를 내렸겠지. 양키스랑 다저스는 물론이고 꽤 많이 왔는데?”

U18야구월드컵에서 수호에게 직접적인 관심을 나타냈던 두 팀을 비롯,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현장을 찾았다.

이것만으로도 수호가 현재 고교야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 저기 나온...”

그때 더그아웃을 통해 걸어나오는 선수가 보였다.

분명 수호의 등번호인 7번을 달고 있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쟤...수호 맞지?”

박경태의 의문에 한선예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거 같은데요...?”

“우리가 한수호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지?”

“작년 10월이 마지막이었죠.”

“그때부터 4개월이 지난 거네.”

“예.”

“그런데 저렇게 변할 수 있는 거야?”

박경태의 말에 한선예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만큼 수호의 변화는 변신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확실히 사이즈가 커졌어. 체중이 못해도 10kg은 증가한 거 같다. 거기에 키도 큰 거 같은데?’

한수호의 피지컬은 딱 보통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사이즈였다.

키는 180이 되었지만, 체중이 조금 덜 나가서 포수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4개월만에 본 수호는 증량에 성공한 모양새였다.

척 보기에도 몸통이 커지고 팔이 굵어졌다.

거기에 키는 더 커져서 야구부에서도 한손에 꼽을 정도의 신장을 가지게 되었다.

“요즘 애들이 빨리 크긴 하네.”

“아무리 빨리 커도 저 정도로 사이즈가 변하진 않죠. 아마 일부러 키운 거 같아요.”

“그렇다고 봐야되지만...저 나이대의 애들이 단기간에 저런 증량이 가능한가?”

“돈을 많이 쓰면 가능하죠.”

전문가를 24시간 붙이고 케어를 한다면 충분히 저 정도의 증량은 가능하다.

어린 나이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능이란 게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선예가 알기로 수호는 그럴만한 가정환경이 아니었다.

‘분명 부모님이 없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저런 사이즈를 만들 수 있는 거지?’

의문이 의문을 낳았다.

그리고 이런 의문들은 곧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증량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데. 무리하게 증량했다가 밸런스가 깨지거나 하면 안하느니만 못한게 된다.’

괜히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가서 증량을 시도하는 게 아니었다.

프로팀은 트레이너가 항시 붙어 있었고 먹는 것 역시 질이 달랐다.

그런 환경에서 증량은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아마추어 시절에는 기초를 배우고 그 뒤에 증량을 통한 파워나 부족한 스테이터스를 채우는 것이었다.

한선예가 혼자만의 생각으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을 때.

훈련이 시작됐다.

이미 기초훈련은 끝났는지, 수비훈련과 피칭훈련 그리고 타격훈련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수호는 타격을 위해 첫 번째로 타석에 들어섰다.

펜스에서 가까운 타석에 들어서자 확실히 그의 커진 사이즈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작년 U18야구월드컵보다 확실히 커졌어. 나만 느낀 게 아니야.’

한선예의 시선이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 있는 스카우트들 모두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와 수호의 변한 모습을 교차체크하느라 고개와 시선이 바빴다.

그 사이, 준비를 끝낸 수호가 타격자세를 취했다.

“간다!”

“예!”

배팅볼 투수를 자처한 투수코치의 외침과 함께 연습이 시작됐다.

투수코치가 뿌린 130km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의 중심을 향해 날아왔다.

치직-!!

그 순간 수호가 왼발을 내디디며 하체를 고정시켰다.

‘작년보다 허벅지가 커졌어. 하체의 안정감이 달라졌다.’

한선예는 그걸 보면서 수호의 바뀐 부분들을 체크했다.

뒤이어 고정된 하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골반이 정면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의 상체는 여전히 단단히 잠긴 상태였다.

골반이 온전히 정면을 바라봤을 때.

그의 상체가 빠르게 회전했다.

후웅-!!

상체가 돌아가면서 일어난 바람이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까지 느껴지는 듯 했다.

‘저런 회전력에도 머리가 단단이 고정되어 있다.’

상체를 빠르게 돌리면 강한 회전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머리까지 같이 돌아가면서 시선이 공에 고정되지 못하는 헤드업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호의 머리는 움직이지 않고 그의 시선은 공에 단단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수호의 스윙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배트는 언제 나와?’

그런 의문을 품는 순간.

부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배트가 돌아갔다.

그 속도는 눈으로 쫓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오른팔의 팔꿈치가 몸통에 붙은 채로 돌아가면서 엄청난 회전력을 만들어냈다.

반면 스윙의 궤적 자체는 간결하게 돌아감녀서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오~”

“와~”

공이 맞는 순간 구경하던 모든 이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그만큼 엄청난 타구가 만들어졌다.

단번에 담장을 넘어버릴 정도로 커다란 타구를 만들어낸 수호는 곧장 다시 타격자세를 취했다.

“코치님! 다음 공 부탁드립니다!!”

“어? 어어!!”

수호의 큼직막한 타구에 넋을 놓고 있던 투수코치가 정신차리고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있던 박경수가 한선예에게 말했다.

“와...타구 봤어? 벌크업을 괜히 한 게 아닌거 같은데?”

“...벌크업은 성공적이네요.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응? 무슨 소리야?”

“수호의 방금 스윙...”

한선예의 시선이 주위를 바라봤다.

몇몇 국내 스카우트들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빛이 방금 전과 달라진 걸 보고는 확신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흡사해요.”

한선예의 생각은 정확했다.

그리고 수호가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비슷한 스윙으로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딱!!

[오~나이스.]

[이번에는 나쁘지 않았네.]

[스윙에 괜한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좋다.]

[마지막까지 스윙을 가져가는 걸 잊지말고.]

[앞팔에 공간을 제대로 만들어야 해.]

[상하체를 연결시키는 것도 잊지 말고.]

수호의 스윙이 한 번 나오면 쏟아지는 레전드들의 훈수들.

그들 한 명, 한 명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였고 또한 죽은 뒤에는 저승에서도 현대야구의 지식을 배우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4개월을 시달렸으니 수호의 스윙이 메이저리그식으로 변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제야 좀 선배님들과 스윙이 비슷해지는 거 같네요.’

[ㅋㅋ 아직 멀었음.]

[아직은 국내레벨이다.]

[메이저리그 레벨로 올라서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함.]

‘예!’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딱!!

딱!!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릴 때마다 스카우트들의 눈빛에선 욕심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반드시 데려와야 해.’

‘한수호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메이저리그에 뺏길 수 없어!’

그를 영입하려는 욕심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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