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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1화 (21/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1화

U18야구월드컵이 마무리됐다.

한국이 일본을 4 대 1로 누르고 우승팀이 되었다.

대회 MVP는 당연하게도 한수호에게 돌아갔다.

[청룡기의 활약으로 깜짝 발탁된 한수호는 U18야구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타율, 장타율, OPS를 기록했다.

특히 홈런 3개는 대회 최다홈런으로 기록됐다.]

수호는 말 그대로 깜짝스타였다.

팬들은 물론 야구관계자들조차 그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기껏해야 고교야구에 관심 있는 이들이 청룡기 5연타석 홈런을 기억할 뿐이었다.

그런데 U18야구월드컵에서 대회 MVP를 따냈다.

한 번은 우연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두 번은 아니었다.

관계자들은 수호를 주시했고 언론 역시 그를 취재하기 바쁘게 움직였다.

골수팬들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커뮤니티에 올리며 서서히 수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호 본인도 귀국하고 자신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수호야! 이번 대회 진짜 대박이었다.”

“와~정말 멋졌어!”

“중계를 안해서 너무 아쉽더라.”

“기사 잘 봤다! 대단해!”

같은 야구부원들이 마주칠 때마다 칭찬을 쏟아냈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누.]

[ㄹㅇㅋㅋ]

[존재감 별로 없었는데. 이제 존재감 쩌네.]

[야야, 저기 걔다.]

저 멀리서 박현식이 걸어오고 있었다.

수호가 그의 존재를 눈치챘을 때.

박현식 역시 수호를 발견하고는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누가 봐도 티가 날 정도로 방향을 바꿨다.

그 모습을 보며 수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렇게까지 피할 일인가?’

[쪽팔리겠지 ㅋㅋ]

[국대로 뽑힌 애를 인맥으로 밀어내려고 했으니까.]

[야야, 내버려둬라.]

[평생 저렇게 살다 가겠지.]

[그것보다 이제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

요기 베라의 말에 수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국제전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아.]

‘경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으로 힘든게 느껴지더군요.’

[그건 네가 우리 능력을 너무 받아들여서 그런거다.]

U18야구월드컵에서 수호는 역대급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였다.

그건 레전드들 역시 같은 평가였다.

가장 대표적인 건 체력문제였다.

U18야구월드컵 같은 단기전에서는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

아직 1년의 절반을 플레이해야 하는 프로에서라면 문제가 드러날 게 분명했다.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건 체력강화군요.’

[1년 정도 각 잡고 하면 될 듯.]

[최소한 바로 메이저리그 올라가기 위해선 그 정도 해야지.]

[죽었다고 복창해라 ㅋㅋ]

[지옥훈련 가즈아-!]

미래가 불투명한 훈련은 그들의 말대로 지옥이다.

하지만 이미 레전드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답이 보였다.

그들의 훈련은 지옥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과 같았다.

* * *

고교야구는 9월이 되면 막을 내린다.

이후에 선수들은 부족했던 학업에 몰두하거나 팀 훈련이나 개인훈련을 하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U18야구월드컵을 통해 일약 스타가 된 수호 역시 내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내년에 드래프트지?]

‘네. 전면드래프트로 바뀌면서 9월에 실시합니다.’

[그럼 지금으로부터 11개월 남았네.]

[어차피 내년에 메이저리그 갈 건데. 그거 신경쓸 필요 있나?]

[내년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가서 현지적응 좀 하다가 곧장 트라이아웃 참가하면 될 듯.]

레전드들이 조언을 해준 덕분에 수호는 편하게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청사진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지. 하나라도 삐끗하거나 제대로 방향성이 잡히지 않으면 뜬구름 잡다가 끝날 수가 있다.’

이러한 조언들 아래 수호는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트레이닝의 베이스는 체력을 키우는데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힘든 건 스케줄임.]

[현재 메이저리그의 경기수는 162경기다. 1년 중 절반을 야구만 한다고 보면 되지.]

[넌 포수니까, 더 빡세겠다.]

[하체 제대로 기르지 않으면 배트 돌리다가 주저앉을 듯 ㅋ]

[그거 보면 여자들 다 떠나겠다.]

[실없는 소리들 하긴.]

[중요한 건 주전이 된다면 1년의 절반을 야구해야 한다는 거임.]

[그걸 견디기 위해서는 체력을 늘리는 게 필수지.]

회귀한 뒤로 수호는 꾸준히 심폐지구력을 늘리는 훈련을 해왔다.

덕분에 야구월드컵에서도 더 뛰어난 활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전드들의 성에는 차지 않은 듯 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돼.]

[고작 몇 경기 치르고 반짝하는 선수가 될래?]

[아니면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될래?]

‘당연히 후자죠.’

[그럼 뛰어.]

[더 열심히!]

[빡세게!]

[에헤이! 발 보인다.]

당장의 성공에 기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멈추지 않았다.

레전드들의 독려도 그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

그러나 더 큰 원동력은 즐겁다는 것이었다.

‘날 위해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게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전생에서 했던 일들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하고 싶어서 했던 일들은 아니었다.

그저 당장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했던 일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오직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었다.

거기에 미래에 자신이 어떻게 될 건지 경험했다. 그리고 뚜렷한 청사진이 있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이 겹쳐 수호는 강도높은 훈련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훈련을 견뎌내는 수호의 모습에 레전드들은 신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따라오네?]

[할 만 한가보다?]

[강도를 더 높여도 되겠는데?]

[스케줄을 좀 바꾸는 게 어떨까?]

[어떻게?]

[새벽에 심폐지구력 위주 훈련을 시키고 그 다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거야. 그리고 마무리로는 유연성 훈련을 겸하는 거지.]

듣기만 해도 토 나올 지경의 스케줄이었다.

반론하고 싶었지만, 점점 숨이 차올라 그럴 수 없었다.

그 사이 채팅창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거 좋네~]

[그렇게 가면 되겠다.]

[웨이트는 중량 얼마부터 가지?]

[일단 RM부터 재야겠네.]

[야야, 너 헬스장 등록도 하나 하자.]

[야, 너 우냐?]

[그거 땀이냐 눈물이냐?]

[좋아서 우는 건가?]

* * *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됐다.

수호는 방학기간동안 편하게 지냈던 고모의 집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데려다주지 않아도 돼?”

“기차타고 가면 바로 가는데요 뭐.”

“어휴...그래도 짐이 많잖아.”

“가게도 바쁘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미안한 표정을 짓는 고모를 보며 수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수빈이 잘 부탁할게요.”

“수빈이 걱정은 하지 마라. 넌 운동에만 전념하면 돼.”

“감사합니다.”

진심을 담은 조카의 말에 고모의 눈가가 젖었다.

‘오빠...오빠 아들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오빠가 떠올랐다.

처음 조카들을 거둘때만 하더라도 걱정이 많았다.

자식이 없던 두 사람이기에 더욱 걱정이 많았던 것일수도 있었다.

그런데 조카는 자신의 생각보다 더 의젓했다.

그리고.

“수호야, 너 또 커졌니?”

“응? 그런가요?”

키도 많이 컸다.

분명 작년에 봤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머리가 수호의 어깨에는 왔었던 거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가슴 부근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키가 큰 것도 큰 거지만...몸도 커진 거 같은데?”

“흐흐, 고모 음식이 맛있어서 살이 좀 불었나 보네요.”

“이 단단한게 어떻게 살이야? 다 근육인 거 같은데?”

“다 고모 덕분입니다.”

자신 덕분이라는 말에 고모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야! 기차 시간 놓치겠다!”

“예! 지금 가요!”

대답과 함께 수호가 30인치 캐리어를 끌고 한손으로는 더블백을 가볍게 들었다.

“너무 무겁겠다. 캐리어는 이리줘.”

“이 정도는 가벼워요. 가죠.”

정말 가벼운 듯 수호가 아무렇지 않게 짐을 옮겼다.

그런 수호를 보며 고모부가 놀란 듯 말했다.

“뭔 애 힘이 이렇게 좋아?”

“흐흐, 운동부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가볍게 짐을 옮긴 수호가 고모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트렁크에 짐을 실고 뒷좌석의 문을 열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수호의 여동생인 수빈이었다.

“학교 안갔냐?”

“바보! 나도 방학이거든?”

“아, 그렇지.”

시덥잖은 대화와 함께 목포역으로 향했다.

워낙 작은 도시다보니 역까지는 금방 도착했다.

짐을 내리고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기차가 도착했다.

“그럼 가볼게요.”

“그래.”

“운동 조심히 하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렴.”

“예.”

“오빠!”

자신을 부르는 동생을 바라봤다.

“꼭 프로 되는 거다.”

“오케이.”

너무나 담백한 작별인사와 함께 수호가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잠시 후.

기차가 출발하고 고모부가 먼저 몸을 돌렸다.

“차 먼저 빼놓을게.”

“그래요.”

둘만 남게 된 고모가 수빈이를 바라봤다.

멀어져가는 기차를 멍하니 보던 수빈의 큰 눈동자가 곧 촉촉하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잘 참았다, 우리 조카.”

“...응.”

수호가 성장한만큼 동생 역시 의젓해지고 있었다.

고모는 그런 두 남매를 보며 아파오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수빈이를 안아주었다.

* * *

겨울이 끝난다는 건 그동안 동면에 들었던 야구의 시즌이 도래한다는 소리와 같았다.

야구의 새로운 시즌을 눈앞에 두면서 한선예는 매우 바빠졌다.

“26시즌 프로야구 특별기획 어떻게 되고 있어?!”

“현재 준비중입니다.”

“뭐가 아직도 준비중이야! 빨리 마감 못해?!”

사무실은 새로운 시즌의 기획으로 고성이 매일 같이 오갔다.

한선예 역시 프로야구 기획에 참여했지만, 자신의 몫은 이미 넘긴 상태였다.

그리고 곧장 다음 기획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뭐하냐?”

“올해 고교야구에서 눈 여겨 봐야 하는 선수들 특집기사요.”

“이열...프로야구쪽은 끝낸 거야?”

“일주일 전에 마감했어요. 데스크에서도 승인이 났고요.”

“정말 머신이다 머신이야. 너 혹시 인공지능한테 기사 쓰게 하는 거 아니냐?”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농담이다, 농담. 어우~도끼눈을 뜨고 그래?”

박경수가 주춤 물러나자 한선예는 다시 모니터를 주시했다.

“그래서 우리 머신께서는 올 시즌 고교야구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하는 선수가 누구라고 생각하는데?”

“한수호요.”

대답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고민이라곤 1도 없었다.

실제 그녀의 모니터에는 작년 U18야구월드컵에서 홈런을 때리는 한수호의 사진이 떠있었다.

“아주 푹 빠졌구나. 누가 보면 아이돌 따라다니는 사생팬인 줄 알겠다.”

“그 정도로 뛰어난 선수니까요. 단점...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직 물음표인 부분만 느낌표로 바꿔줄 수 있으면 당장 프로에서도 뛸 수 있을 걸요?”

“물음표? 작년에 봤을 때는 완벽 그 자체 아니었냐?”

“분명 뛰어난 포텐셜을 지니고 있지만, 한 가지 의문부호가 붙는 부분이 있어요.”

“그게 뭔데?”

“바로 내구성이요.”

“아~”

박경수도 바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작년에 뛴 경기수가 압도적으로 적긴 했지. 주말리그에서 제대로 뛴 것도 아니고.”

“그 부분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있는 게 이번 시즌이 될 거에요.”

“그렇군. 프로팀에서도 많이 주시하는 거 같긴 하더라. 팔콘에서도 관심 많은 거 같고.”

대전 팔콘스.

프로야구팀 만년 꼴찌팀으로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지명권을 가진 팀이었다.

“글쎄요. 과연 팔콘스에서 데려갈 수 있을까요?”

“정말 재능이 있으면 팔콘스가 데려가겠지. 1지명권이 걔네들한테 있는데.”

“메이저리그로 직행할 수도 있죠.”

“음...과연 그럴까? 포스팅제도도 바뀌어서 이제 1년만 뛰어도 구단 허락만 있으면 바로 메이저리그 갈 수 있는데.”

메이저리그 직행에 다소 부정적인 박경수였다.

그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한선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당사자한테 물어보면 되죠!”

“응? 당사자? 지금?”

“네!”

행동력이 빠른 후배를 보며 고개를 젓던 그도 이내 한선예의 뒤를 따랐다.

“야야! 나도 같이 가!!”

궁금하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호의 행선지가 프로가 될 것인지 아니면 메이저리그가 될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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