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htung Panzer! (3) >
일제판 3호 전차, 3식 전차의 등장은 가뜩이나 겨우 일본군을 막고 있던 중국에게 새로운 근심거리였다.
유럽과 미국이 보유 중인 전차들과 비교하면 3식 전차의 성능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지만 상대는 중국. 94식 경장갑차 같은 탱켓들을 상대로도 쩔쩔메는 국민혁명군에게 3식 전차는 중전차나 다름없었다.
"지나 놈들이 도망친다!"
"네놈들은 이런 거 없지?"
3식 전차가 나타났다 하면 국민혁명군 병사들은 도망치기 바빴고, 일본군은 퇴각하는 국부군을 마음껏 유린했다.
그러나 3식도 무적은 아니어서, PaK 36이나 화염병 공격을 받고 격파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대전차화기 부족에 시달리는 국민혁명군에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보다 더 강력한 화력에, 긴 사거리를 가진 대전차화기가.
장제스는 독일에서 해답을 구하고자 했다. 마침 유럽에선 전쟁도 끝났고, 독일은 주변국들을 대상으로 무기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참이었다. 독일과 접촉해 새로운 지원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 하에 장제스는 독일로 특사를 보냈다.
***
1940년 11월 25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장제스의 특사는 '중국의 힘러'라는 다소 섬칫한 별명이 붙은 장제스의 최측근 다이리였다.
중국의 게슈타포라 할 수 있는 남의사의 수장을 맡으며 중일전쟁에서 활약한 다이리는 장제스와 단독으로 대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는데, 장제스가 그를 얼마나 신임했냐면 1946년 비행기 사고로 다이리가 사망하자 통곡하며 난징의 한 거리를 그의 자를 따 '우농로'로 개칭하며 그를 추모했을 정도였다. 훗날 국공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국부천대를 하게 되자, 타이베이의 거리 이름을 우농로로 바꿔 그를 추모했다.
자신이 신뢰하는 최측근을 특사로 보낸 걸 보니 중국이 회담에 얼마나 진심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소."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총통 각하."
나와 다이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다이리는 내게 장제스의 친필편지를 건네며, 중국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지 하소연했다. 그의 설명이 없어도, 나 역시 지금 중국이 어떤 고난을 겪고 있는지 알고 있다. 국토의 알짜배기 땅들은 모두 일본의 수중에 떨어졌으며 해안선은 봉쇄당하고 일본군은 날마다 임시 수도 충칭을 포함한 중국의 도시들을 폭격하며 무자비한 살상을 이어오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일본군이 3식 전차를 투입하자 기갑부대는 커녕 대전차화기조차 변변찮은 국민혁명군은 큰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다이리는 내게 장제스가 일본군을 압도할 수 있는 무기를 원한다고 차분한 어투로 이야기했다.
"위원장께서는 독일이 보유한 우수한 무기, 특히 일본군의 '3식 전차'를 일격에 격파할 수 있는 대전차화기를 원하십니다."
첩보에 도가 튼 전문가답게, 그는 3식 전차가 내가 일본에 넘긴 3호 전차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제작한 전차라는 것을 아는지 3식 전차를 말할 때 유독 힘을 줘서 말했다.
나는 차를 마시다 말고 다이리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서 나에 대한 원망이나 책망의 기색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도 중국인이니, 내심 이번 건에 대해선 나에 대해 섭섭한 감정이 없지 않겠지. 내가 일본에게 넘긴 설계도를 토대로 만들어진 전차가 조국을 유린하고 있으니, 아무 감정이 없을리가.
크릭스마리네의 재건을 위해선 필요한 대가였으니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내심 장제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나는 궁색한 변명 대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3식 전차..... 그 건에 대해선 내 할 말이 없소. 미안하오."
내 입에서 사과의 말이 나오자 다이리는 당황했다. 내가 자신에게 사과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변명을 하자면, 내가 일본에게 3호 전차의 설계도를 넘긴 것은 우리 해군의 재건에 일본의 기술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오. 하지만 그 결과 수많은 중국인들이 죽게 되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 내가 말하기에도 민망하지만, 부디 이번 일로 독중관계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구려."
"무, 무슨 그런 말씀을! 중국의 어느 누구도 감히 히틀러 총통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독일만큼 중국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난징 학살도 독일의 폭로가 없었다면 영원히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다이리의 시선은 전보다 확실히 부드러워졌다. 역시 3식 전차 건으로 내게 섭섭한 감정이 있었던 게 확실했다.
나는 다이리에게, 국민혁명군이 사용 중인 PaK 36보다 강력한 PaK 38 대전차포와, 판처파우스트에 밀려 채용이 거부된 게베어그라나텐게레트(Gewehrgranatengerät, 총류탄발사기)와 흡착지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
다이리는 판처파우스트의 판매도 원했지만, 나는 여러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판처파우스트는 힘들 것 같소. 우리 독일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손에 넣은 귀중한 무기라, 함부로 판매하긴 곤란하오."
"그렇습니까?"
다이리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사실 판처파우스트의 판매를 거부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중국에게 섣불리 판처파우스트를 판매했다가 일본이나 소련에 유출되면 어쩌나 우려스웠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노획당하거나, 부패한 군인이나 관료가 몰래 돈을 받고 외국에게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판처파우스트가 일본과 소련의 손에 넘어간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소련과는 우호관계를 이어오고 있지만 훗날 모종의 사유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소련군이 국방군과 SS의 전차를 향해 판처파우스트를 발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실제 역사에서 독일이 흡착지뢰와 설계도를 유보트에 실어 본토로 보내줬어도, 기술력 부족으로 복제는 커녕 자돌폭뢰라는 해괴한 모방품이나 만들어낸 일본이 판처파우스트를 손에 넣는다고 그것을 완벽하게 복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암만 기술력이 딸려도 적어도 비슷한 원리의 무기를 만들어낼 능력이 일본에겐 있었다.
비록 원판보다 성능이 달리는 다운그레이드라고 해도, 자돌폭뢰나 수류탄 따위를 들고 미군 전차에게 돌격해야 했던 일본군에겐 엄청난 도움이 될 터. 당연히 미군의 피해는 역사보다 더 커질 테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독립이 조금이나마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전쟁이 길어진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고통받을테고.
내가 살아숨쉬는 한 그 꼴은 못 보지.
사실 그렇게 따지자면 PaK 38이나 총류탄도 팔면 안 되지만, 그래도 앞의 놈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력에 가격도 저렴하고, 제작도 전차나 대전차포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판처파우스트는 너무 불안하다. 고로 판처파우스트는 패스.
다이리는 대전차화기 외에 다른 무기도 원했는데, 특히 MP40을 원했다. 국민혁명군에게 대전차화기와 더불어 가장 필요한 무기 중 하나가 바로 단기간에 강한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 기관단총이었다. 때문에 다이리가 MP40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했다.
"허허, 독일에 오기 전에 준비를 철저히 했나 보오. 어째 우리 무기에 대해 나보다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소."
"전시이니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협상 끝에 나는 중국에 MP40 5만 정과 MG34 1만 정을 팔기로 합의했다. 직접 판매 말고도 중국 현지에 MP40 생산공장을 짓는 것도 허가했고, 공장 건설에 필요한 기술자들은 내년 봄에 중국에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다이리는 고개를 숙이며 내게 고마워했다.
"그리고 전차에 관해서 요청드리고 싶습니다만."
"그래. 전차가 가장 중요하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시오? 말해보시구려."
"위원장께선 독일의 4호 전차와 헷처, 자주포를 구매하길 원합니다."
"흠, 구체적인 수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셨습니다. 우선 60여 대 가량을 원합니다."
우선은 60대라, 흠.
"대금의 절반은 2년 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절반은 10년 안으로 지불하겠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한동안 말이 없자, 다이리가 서둘러 덧붙였다.
"....좋소. 그렇게 하지!"
4호 전차 10대와 헷처 20대. 그리고 그릴레와 베스페 각각 15대씩. 전차, 자주포 외에 정찰장갑차 50대와 Bf109와 슈투카, He111까지 원했다. 다만 자금의 문제로 항공기들은 전차와 달리 대량으로 구매하지 못하고 손에 꼽을 수량 정도만 주문했다.
내가 살던 시대의 중국은 넘치다 못해 줄줄 흐를 정도로 돈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1940년의 중국은 가랑이 찢어질 정도로 가난한 나라다. 전쟁이 터지기 전에도 살림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는데, 전쟁까지 터지면서 국토가 초토화되고, 해안지대의 90%를 일본에게 빼앗긴 탓에 다수의 국민들이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해지고 말았다. 다이리도 이 점을 매우 통탄스러워했다.
"전시만 아니었다면 전차와 항공기 수백 대를 주문했을텐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일본이 처들어오지 않았다면, 굳이 전차와 항공기를 수백 대씩이나 살 일도 없을 것 같다만. 아무튼 협상은 잘 마무리되었고, 중국이 구매하기로 한 기갑차량과 항공기, 그리고 국민혁명군에게 장비 사용법을 가르칠 교관과 병사들은 내년 봄에 보내주기로 합의했다.
"4억 중국 인민들은 결코 총통 각하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행 열차에 오르기 전 고별만찬에서 다이리가 한 말이었다. 독일에 온 목적을 달성해서인지 다이리의 표정은 처음 봤을 때보다 한결 밝았다.
장제스의 요청으로 PaK 38과 총류탄, 흡착지뢰, 소화기와 기술자들은 열차에 실어 함께 보냈다. 열차에 실을 수 있는 수량은 소량에 불과했지만, 이조차 절실하게 필요할 정도로 중국은 사정이 좋지 않았다.
다리이와의 만남 이후, 나는 구데리안으로부터 '그것'들이 완성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
1940년 12월 4일
독일 쿠머스도르프 시험장
"그래, 이거지! 바로 이게 전차지!"
그것들을 보는 순간, 전기에 감전된 것마냥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나치 독일이 만든 역작이자 연합군 전차병들에게 죽음의 사신으로 군림했던 5호 전차 판터와 6호 전차 티거가 내 눈앞에 있었다.
이 아름다운 직선과 경사면의 접합체를 보라! 위풍당당한 주포와 바위조차 가루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은 궤도는 또 어떻고!
이게 바로 예술이지! 도화지에 점 하나 찍어놓고 예술이라고 우기는 작자들의 졸작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말이다.
판터와 티거 외에도 쉬르첸을 장착한 4호 전차 H형과 훔멜의 차체에 15cm 평사포를 탑재해서 만든 호르니세(Hornisse, 말벌) 자주포, 네벨베르퍼 다연장로켓을 올린 판처베르퍼도 함께 도열되어 있었지만, 내 눈에는 판터와 티거만 보였다.
판터와 티거의 시제품은 두 달하고 2주 전에 나왔지만, 앞에 전시된 이놈들은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고 테스트 중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한 최종 완성품이었다. 아직 도색 처리가 되지 않아 강철 본연의 색인 회색 그대로였지만, 이건 이거대로의 멋이 있었다.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겠지."
나는 먼저 판터부터 살폈다. 샷 트랩(Shot Trap, 포방패 부분에 맞고 도탄된 포탄이 아래로 굴절되어 상부장갑을 때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포방패 하단에 턱이 추가된 판터 G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실제 판터보다는 크기가 조금 작았다. 36톤이라는 중량을 맞추기 위해선 원본보다 크기를 작게할 수밖에 없었는데, 차체 높이가 조금 낮아졌고 차체 길이 역시 원본과 비교해서 조금 줄어든 티가 났다(이 부분은 티거도 똑같았다).
"차체 전면 80mm 경사장갑은 140mm 두께의 수직장갑에 맞먹는 방호력을 낼 수 있으며 포탑과 차체 측면장갑은 50mm, 후면은 40mm, 차체 하부 측면장갑은 45mm입니다. 영국군이 사용하는 킹스 대전차소총을 전방위에서 방호할 수 있는 수치죠. 상부장갑은 4호 전차와 동일하게 16mm로 맞췄습니다."
판터의 개발과 양산을 맡은 MAN사의 관계자가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판터의 제원에 대해 설명했다.
"판터에 탑재된 75mm KwK 42 전차포는 3km 밖에 있는 표적도 명중시킬 수 있으며, 39형 철갑탄(PzGr 39)으로 2km에서 126mm의 장갑판을, 40형 철갑탄(PzGr 40)은 같은 거리에서 145mm를 관통했습니다."
40형 철갑탄은 텅스텐 탄심 관통자가 들어간 철갑탄으로, 경심철갑탄이라 부르는 놈이다. 일반 철갑탄보다 관통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근거리를 넘어가면 포탄의 속도가 급격히 감소하여 관통력이 일반 철갑탄 이하로 격감하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갑의 연합군 전차들과 싸워야 했던 독일군은 없어서 못 쓴 귀하신 물건이기도 하지.
그런데 나의 독일은 예전부터 중국과 소련, 스페인, 포르투갈로부터 텅스텐을 들여오고 있는데다 전쟁도 끝났으니 텅스텐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 즉, 귀하신 경심철갑탄을 많이 많이 만들 수 있다는 말씀.
"포탄은 몇 발이나 적재할 수 있나?"
"65발입니다."
65발이라. 실제 판터가 대략 80여 발을 실고 다녔으니 확연히 적은 수치다. 차체가 원본보다 작아졌으니, 탄약 적재량도 줄어드는 게 당연지사. 그러니 불만은 없다.
이외에도 실제 판터와 다른 점이라면, 차체 전면의 기관총과 포탑의 공축 기관총이 MG34가 아닌 MG40이라는 것(MG34도 장착할 수 있기는 하다)과, 보기륜의 두께를 키워 실제 판터처럼 세 겹이 아닌, 두 겹이라는 것이었다.
기술자들이 하중 분산과 험지주파에 효과적인 교차식 로드휠을 포기할 수 없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방법으로, 정비병들 입장에선 이것도 지랄맞게 복잡하겠지만 실제 판터보다는 정비에 시간과 노력이 덜 소요될 터였다.
엔진은 원본과 동일하게 700마력짜리 마이바흐 HL230 엔진이 탑재되었다. 관계자 왈, 55km/h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으며 연료만 충분하다면 정비 없이 최대 2000km를 자력주행하는 게 가능하단다.
이 정도 성능이면 동시대 중형전차 중에서 GOAT, 왠만한 중전차조차 압살하는 게 가능하다.
이 총통은 기쁘다!
티거도 판터처럼 중량이 48톤으로 줄어든만큼 탄약 적재량이 92발에서 76발로 줄었다. 교차식 로드휠도 세 겹에서 두 겹으로 바뀌었고, 문제 많기로 말 많았던 원통형 큐폴라가 아닌 신형 큐폴라에 최후기형에서야 적용된 단안식 조준경을 달고 나왔으며 차체 하단 상부장갑은 60mm에서 30mm로, 차체 상부는 26mm에서 20mm, 포탑 상부는 각각 40mm에서 25mm로 변경되었다. 엔진은 판터와 동일한 HL230.
"88mm KwK 전차포는 39형 철갑탄 사용 시 2km에서 117mm, 40형 철갑탄으론 140mm를 관통할 수 있습니다, 총통 각하."
"음, 판터에 장착된 75mm 주포보다 관통력이 조금 떨어지는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실망스럽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록 관통력에선 티거의 88mm 주포가 판터의 75mm 주포보다 떨어지지만, 유탄은 구경이 더 두꺼운 88mm 포가 더 큰 위력을 지녔다. 그리고 2차대전 종전까지 정면에서 88을 막을 수 있었던 전차는 IS-2, M26 퍼싱, M4A3E2 점보 셔먼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왠만한 전차는 단 일격에 격파할 수 있었단 소리.
"판터와 티거가 세상에 나왔으니, 못해도 3년은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구려. 하하하하."
"3년이라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구데리안이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거렸다. 참, 이 양반은 내가 아는 역사를 모르지.
"우리 기술자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말은 아니지만, 소련과 미국도 우리처럼 전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소. 예상컨데 앞으로 3년이나 4년 뒤엔 놈들도 우리 전차와 맞먹는 성능의 전차를 내놓을 것이오. 그걸 염두에 두고 한 말이외다."
"그래도 3년은 너무 짧은 것 같습니다."
형씨가 뭘 몰라서 그래. 1년 단위로 무기가 바뀐 희대의 전쟁이 2차대전이라니까?
하긴 소련, 미국과 전쟁 중이 아니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강철 야수들에 밀려 소외되었던 4호 전차와 호르니세, 판처베르퍼까지 다 살펴본 뒤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한 연회장으로 이동했다.
연회장으로 이동 중에 외무차관 에른스트 폰 바이츠제커가 다가왔다(리벤트로프는 이틀 전부터 휴가 중이다).
"총통 각하, 일본 대사로부터 회담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일본 대사가? 언제 보자고 하던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만나길 희망한답니다."
도고가 갑자기 나를 만나고 싶어하다니. 어째 느낌이 으스스한데....
"혹시 전에 중국 대표단과 만난 일 때문에 그런 건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연관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요청을 거절할까요?"
".....아냐. 굳이 거절할 필요까진. 이틀 뒤에 만나자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
불길한 예감이 틀린 적이 없다고,
이번에도 내 예상은 정확하게 들이맞았다.
"총통께 이 소식을 전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무척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 도고는 딱딱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아, 아. 물론이오. 대사 마음은 내가 자~알 이해하고 있소이다."
일본과의 어몽어스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