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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166화 (166/304)

166화 왜곡 각성 (3)

* * *

김신령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은 시점에 강후와 소환수의 훈련이 끝이 났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김신령은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강후의 움직임을 쫓고, 소환수와의 전투를 흥미롭게 살피느라 눈 돌릴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마른 침을 삼키다가 목이 너무 따가워서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그만큼 넋을 잃고, 입을 벌리고 지켜봤다는 것이니까. 그랬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확실히 운은 아니야.’

김신령은 예리한 안목으로, 강후가 보인 실력이 절대 우연과 운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파악했다.

우연으로 큰 힘을 얻은 헌터도 짧은 전투에서 파괴적인 힘을 능숙히 보여 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장기전은 이야기가 다르다. 연륜이 필요한 장기전은 반드시 숙련된 경험이 필요했다.

강후는 철저하게 후자였다.

오히려 소환수의 움직임을 하나의 재료로 삼아,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교재로 썼다.

김신령 본인이 강후가 필요해서 불렀던 것인데, 오히려 반대가 된 느낌이었다.

그의 성장에 거꾸로 도움을 준 느낌이랄까? 그래서 묘한 감정이 계속 교차했다.

“참나.”

김신령이 소환수의 상태창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전부 다 ‘회복 중’이라는 표시만 적혀 있다. 소환수 모두가 강후와 싸우다가 쓰러졌단 뜻이다.

실전만큼 전력으로 소환수를 다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쯤이면 강후가 자신을 상대로 ‘버티기’쯤은 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레벨의 차이를 생각하면, 버틸 수 있다는 자체로도 대단한 셈.

김신령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강후를 향해 박수를 치며, 힘주어 말했다.

“좋아. 너무 좋아. 눈이 호강한 시간이었어. 필요 이상으로 고생을 한 건 아닌가 싶은데?”

진심이었다.

조금도 여유를 부리지 않고, 전력으로 훈련에 임해 준 강후가 너무 고마웠다.

물론 그만한 대가가 약속되었으니 하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김신령은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윈-윈이니까 전력을 다했을 뿐입니다. 소환수가 전부 수준급이네요. 놀랍습니다.”

강후는 김신령의 소환수들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것을 느끼고는 몇 번이나 놀랐다.

관리에 소홀했다고 하기에는 각 소환수의 성장 상태가 너무 좋았던 것이다.

학습도 일부분의 문제가 있었던 점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전투 감각은 좋았다.

동료로서 탐날 정도였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같이 던전에서 호흡을 맞춰 보고 싶었다.

“정말 흥미로워. 스승이 누군지 내게 말해 달라고 하면, 그건 큰 실례겠지?”

“솔직하게 말씀드릴까요?”

“그럼 나야 고맙지.”

“없습니다.”

“거짓말.”

“정말입니다.”

강후의 답을 듣자마자 바로 거짓말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김신령은 믿기지 않았다.

이런 수준급 암살 실력이 스승도 없이 올라온 경지면, 좋은 스승이 하나만 붙어도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보다 더 파괴적인 힘을 가진 암살자가 될 것이다.

“내 소환수들은 전부 레벨 250에서 300급의 헌터는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야.”

“그렇더군요.”

“그런 소환수를 상대로 멋지게 장기전을 치러냈어. 이게 독학이라니. 믿어야 되는 거야?”

“믿으시고 안 믿으시고는 자유지만, 제 대답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스승은 없습니다.”

김신령의 놀라는 반응이 강후는 참 재밌었다. 한편으로는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도 좋아졌다.

“어쨌든 고마워. 이제 약속을 지킬 시간이네. 준비는 됐지?”

“물론입니다.”

“잠깐 기다려. 보안용 창고에서 챙겨와야 할 것 같거든.”

“네. 기다리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와 있어. 벽난로 앞에서 몸을 좀 녹이고 있어도 좋고.”

“사양 않죠.”

강후가 김신령을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벽난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김신령이 지하로 한참을 내려가서는 올라오지 않았다.

가까운 지하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지하에서도 훨씬 더 깊은 곳으로 가는 모양이다.

그녀가 하는 일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은 없는 구조였다.

보안을 1순위로 생각하고 신경 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과한 것이 부족한 것보다 백배 낫다.

‘3등급이나 4등급쯤.’

강후는 그쯤을 예상했다.

김신령이 파괴된 무기를 공짜로 가져온 것도 아닐 테고.

분명 어느 정도 값을 쳐서 가져왔을 텐데. 그렇다면 강후에게 아주 비싼 아이템을 주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4등급의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3등급도 이제 두 번 본 사이에서는 사치다.

어차피 강후가 이곳에 온 이유는 김신령과의 인맥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

파괴된 무기를 얻겠다는 목적은 작은 핑계에 가까웠다. 틀어져도 아쉬울 것 없는 무게랄까?

이미 목적은 달성했다.

김신령은 소환수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싸워 준 자신에게 꽤 만족하는 눈치였다.

감정을 숨길 수 없는 그녀의 눈빛과 말이 증명하고 있었다. 신뢰와 호감이 묻어나는 것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땀이 식으면서 살짝 으슬거리던 몸이 벽난로에 잔뜩 데워져, 오히려 더위를 느끼기 시작할 즈음.

김신령이 단검 하나를 들고 와서는 강후를 향해 무심하게 휙 던졌다.

검집에 담겨 있는 단검이라 아무렇게 받아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봐. 파괴된 무기라서 실전에서는 못 써. 하지만 네 무기에 먹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야.”

“감사합니다. 잠시.”

강후가 검집을 벗기고 아이템을 손에 쥐는 순간.

“……?”

상태창에 표시된 아이템의 등급을 보고 깜짝 놀랐다. 4, 3등급도 아닌…… 2등급이었던 것이다!

무려 1,000억 원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준 것이다.

물론 파괴된 무기라서 매입가는 훨씬 낮았겠지만, 어쨌든 초기 가치는 무조건 천억 원이었을 터다.

“어때 보여?”

“2등급 아이템 아닙니까?”

“응, 맞아.”

김신령은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저급하게 돈 자랑을 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럼 자기가 이 정도도 못 쓸 것 같았냐는 그런 느낌이었다. 가진 자의 여유 같은 느낌이랄까?

“값을 정말 많이 쳐주셨네요.”

“매입가는 얼마 안 해. 파괴된 무기라는 사실을 잊지 마. 민망할 정도로 고마워하진 말고.”

김신령이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돌려서는 충분히 물이 우러나온 차를 들이켰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강후가 어떤 반응인지, 표정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켜보기라도 하련만.

그녀는 별생각 없는 듯했다.

“그럼 바로 먹이겠습니다.”

“어. 그렇게 해.”

【왜곡 각성 – 동일 계열의 무기를 타락한 신념을 활용해, 스탯 일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총 5회의 흡수가 가능하며, 해당 무기의 총 스탯량이 높을수록 흡수량이 증가합니다.

흡수하려는 무기에 타락한 신념을 가져다 대면, 왜곡 각성이 활성화됩니다.】

강후가 마지막으로 툴팁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바로 왜곡 각성을 진행했다.

설명대로 파괴된 무기에 단검인 타락한 신념을 가져다 대자, 왜곡 각성이 즉시 활성화됐다.

망설일 것 없는 진행.

결과가 바로 나왔다.

기존에 근력 300, 민첩 300 스탯이었던 파괴된 무기를 타락한 신념에 먹인 이후.

타락한 신념의 스탯 상승치가 근력 350에서 440으로, 민첩은 0이었지만 90으로 올랐다.

도합 180 스탯이 오른 것이다.

애초에 무기로서는 아무 가치가 없는 재료를 써서 올린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매우 큰 이득이었다. 심지어 강후는 이 과정에서 한 푼의 투자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어때? 한 30% 오르지?”

“정확합니다. 근력 90, 민첩 90이 올랐네요.”

“잘됐네. 매입가는 궁금해도 물어보지 마. 죽어도 안 말해 줄 거니까.”

“말씀 안 해 주셔도 됩니다. 일부러 좋은 쪽으로 부풀려서 상상을 많이 해 드릴 거니까요.”

“은근히 당돌한 말이네. 선심이라도 써 주겠다는 거야?”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는 겁니다.”

“하여간 말은 청산유수야. 능청스럽게 대답을 왜 이리 잘해?”

“자주 대화를 해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지실 겁니다.”

강후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까운 박동재와 정유리가 항상 강후의 ‘재미없는’ 대화를 지적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김신령은 아직 자신에 대해 몰라도 많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만 봐서 그럴 것이다.

“앞으로도 소환수 훈련에 종종 도움을 줬으면 해. 다른 방식으로도 만날 일이 있었으면 하고?”

“다른 이슈가 있습니까?”

“뭐…… 내가 세공하거나 개조한 단검을 테스트해 볼 기회를 갖는 다거나?”

“테스터?”

“그런 셈이지. 그때마다 합당한 대가는 지불할 테니까, 그쪽으로는 걱정하지 말아.”

“좋습니다. 연락하시면 일정 조율해서 만나죠.”

“응. 고생했어.”

“단검 감사히 잘 썼습니다.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자주 보자구.”

“네.”

그렇게 김신령과의 만남은 끝이 났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경험 중, 가장 손쉽게 스탯을 올린 경험이 됐다.

무기를 먹이고, 즉각 스탯 변화가 일어났으니 말이다. 성장이 이렇게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그녀의 저택을 나온 강후는 바람도 쐴 겸, 저택 앞의 잘 닦인 길을 따라 걸었다.

한데 바로 그때.

타락한 신념에 관련된 상태창의 하단에서 서서히 모습이 드러나는 글자가 보였다.

아까 무기를 먹인 직후에는 없었는데, 뒤늦게 색이 입혀지며 글자가 보이고 있었다.

【특수 조건을 달성하여, 새로운 옵션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정해진 대기 시간이 지난 후에 활성화됩니다.】

“이건 처음 보는데.”

원작에서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이슈였다.

주인공 장시환에게는 타락한 신념처럼 다른 무기를 먹이는 형태의 아이템은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 내용에서 주인공 외의 다른 인물의 아이템 설명을 다룰 일은 많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서술로 언급된 적은 없었다.

한 번쯤 구상하면서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지만, 구체화된 내용으로 서술한 적은 없었다.

‘이것도.’

무의식의 영역일 것이다.

완전히 베일에 가려진 구조다.

특수 조건이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았고, 정해진 대기 시간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다.

철저히 시스템의 페이스대로 흘러가는 내용이다.

‘앞으로 아이템을 먹이는 분야에 대해서도 연구가 좀 필요할 것 같네. 여긴 미지에 가깝다.’

공부할 부분이 늘었다.

이 거대한 세계관을 조형한 것은 분명 원작자였던 자신이 맞다.

하지만 모든 그림을 그려놓지는 않았다. 일부는 여백으로 남기고, 생각할 여지를 남겨뒀었다.

그 여백이 지금 ‘새로운 옵션’처럼 빈자리를 채우면서 나타나고 있다.

소설 속 세계는 다뤄지지 않은 세계에 대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만들 필요도 없지만.

빙의한 이 세계는 모든 빈칸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 빈칸에 대한 대답은 무의식 속에서 찾아야 한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애매하고도 모호한 경계면에서 말이다.

그때.

【히든 스킬 ‘광기의 흡혈’을 획득한 헌터가 등장했습니다.】

히든 스킬의 소유자에게만 공유되는 히든 스킬 알림이 떴다.

지금 이 순간.

지구의 어딘가에서 흡혈에 관련된 히든 스킬 하나가 등장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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