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
‘하온이는 잠들었나?’
정이한은 손을 더듬어 침대 옆 협탁의 무드등을 켰다. 조도를 한껏 낮춘 조명이 은은하게 빛을 밝혔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건너편 침대는 미동도 없이 잠잠했다.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온 정이한은 곤히 잠든 진하온을 들여다봤다. 혹시라도 악몽을 꿀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어떤 게 너를 위한 걸까.’
진하온이 이상하다.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늘 이서호가 비밀번호를 잘못 눌렀을 때 진하온은 바짝 긴장해 있었다.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과 꽉 다물린 입술, 움켜쥔 주먹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진하온은 이서호가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처럼 맑게 웃었다. 그 예쁜 미소 앞에서 정이한은 하려던 말을 내리누른 뒤 별일 아니라고 거짓말했다.
최근 진하온은 처음 보는 스태프들과 인사할 때 조금 뻣뻣하게 굳는 경향이 있었다. 그때는 통상적인 긴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아닌 것 같았다. 정이한은 찰나의 시간에 자신이 틀렸기를 바라는 결론을 내렸다.
스토커 때문에 진하온에게 트라우마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하지만 그걸 물으면 하온이가 납치당했을 때를 떠올릴 것 아닌가. 뒤늦게 그 생각이 들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굳이 그때의 기억을 되살릴 필요는 없으니까.
정이한은 제 품에 안겨서 벌벌 떨던 진하온의 모습을 눈에 그린 듯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항상 밝고 활발한 아이였다. 무서울 것 따위 하나도 없어 보이는, 든든한 면도 있었다. 약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정신적으로는 무척 강한 그런 사람.
이따금 세상 풍파를 다 겪은 듯 초월한 것 같은 표정을 지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공포에 휩싸여 떠는 건 처음 봤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이한의 심장은 잔뜩 녹이 슨 것처럼 덜컥거렸다. 삐거덕거리는 심장이 그대로 멈출 것만 같았다.
‘혹시 유독 상주 형을 어려워했던 것도…….’
잠든 이가 깰까 봐 뱃속으로 삼킨 한숨이 가슴을 답답하게 꽉 채웠다. 아직 진하온은 제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다른 멤버들도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유찬 형이랑 강현이한테 상담해 봐야 하나.’
아니면 모른 척 입을 다물어야 하나.
이 일이 진하온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기에 섣불리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그 고민이 정이한의 잠을 앗아갔다.
제 일이라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진하온의 문제라면 달랐다. 정이한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일어나는 일은 사소한 것 하나 없이 모두 천금 같은 무게를 지녔다. 그저 곤히 잠든 얼굴을 보며 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밖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답답했다.
“……이한 형?”
들릴 리 없는 목소리에 처음에는 환청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이한의 그림자 밑에 누워있어야 할 이가 몸을 일으켰다.
“어? 미안. 내가 깨웠어?”
“왜 그러고 있어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졸음기가 가득해 흐릿한 눈동자가 정이한을 올려봤다. 그것마저도 참을 수 없을 만큼 예뻤다. 눈앞의 사람이 너무 소중하고 애틋해서 정이한은 더욱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고민은 무슨. 얼른 자. 깨워서 미안.”
슬그머니 등 돌리는 정이한의 팔목에 따스한 체온이 닿았다. 상대는 그다지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도 정이한을 꼼짝할 수 없도록 얽매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왜 잠을 못 자고 그러고 있어요. 아니면 혹시 어디 아픈가?”
자신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눈동자 안쪽이 시큰했다.
“고민 없어. 그냥, 하온이가 보고 싶어서 보고 있었어.”
“……네에? 이 새벽에요?”
“원래 새벽 감성이 짙은 법이잖아.”
진하온은 정이한의 말을 믿지 않는 듯 눈매를 좁혔다.
“그렇게 넘어가려고 하지 말아요. 제가 형을 한두 번 보나.”
“진짠데…….”
하품을 길게 한 진하온이 이불을 걷더니 바닥을 향해 다리를 내려놓고는 제 옆을 툭툭 두들겼다. 어떻게든 무난하게 넘기려고 했던 정이한은 홀린 듯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앉고 나서 아차 싶었지만, 이미 옆에 앉아 버렸다.
‘하온이 옆…….’
정이한에게는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나 다름없었다. 진하온은 이미 제게 고민이 있다고 확신한 것 같았다. 이렇게 된 거 뭔가 털어놓긴 해야 했다.
“자, 이제 말해봐요. 이 밤에 잠도 못 자고 저 보고 있었던 이유를요.”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 정이한이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작업이 좀 막혀서 잠든 하온이 얼굴 보면서 악상을 떠올리고 있었어.”
“……절 보면 그게 떠올라요?”
“응. 그럼. 하온이가 내 뮤즈인걸.”
“그, 어……. 그, 그렇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진하온은 무척 당황스러워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러더니 정이한 쪽으로 얼굴을 쭉 내밀었다. 내리깔린 눈꺼풀 아래로 풍성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게 꼭. 키스라도 해달라는 것처럼 보여서…….
“어, 왜, 왜 그러는데?”
“제 얼굴 보면 악상이 떠오른다면서요. 자요. 많이 봐요. 민망하니까 눈 감고 있을게요.”
“아니, 이건 좀, 다른 의미로 위험해서 안 될 것 같아…….”
정이한은 필사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진하온의 어깨를 잡아 밀어냈다. 거리가 조금 벌어졌는데도 도무지 심장이 진정되질 않았다. 얘는 가끔 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잊는 것 같아. 어쩌면 가끔이 아니라 자주.
“네? 뭐가 위험한데요?”
“키스…… 해달라는 것처럼 보여서.”
진하온의 눈이 대번에 두 배쯤 크기를 키웠다. 어둑한 조명 속에서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아니까 말하는 거지. 위험하다고…….”
“이제 전 몰라요. 얼른 잠이나 자요.”
진하온은 이불을 확 끌어 올렸다. 머리끝까지 덮인 이불이 볼록하게 솟았다. 정이한은 미소 띤 얼굴로 숨어버린 제 소중한 이를 바라보며 일어났다. 그때 슬그머니 이불이 다시 아래로 끌려 내려가며 흔들리는 눈동자가 정이한에게 닿았다.
“……그, 뽀, 그건 하지 말고, 보려면 봐요. 저는 잘 거니까…….”
부끄러워하면서도 저를 위해 얼굴을 내보이는 게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정이한은 진하온의 모든 걸 사랑했다.
‘내일 유찬 형이랑 강현이랑 먼저 이야기를 해 봐야겠어. 그다음에 정곤 형한테 말하자. 하온이를 위해 머리를 모아야지.’
정이한은 그렇게 다짐하며 눈을 감고 있는 진하온을 내려봤다. 잠이 오지 않는지 닫힌 눈꺼풀 위로 배회하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러다 정이한이 아직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가늘게 눈을 뜨고 살피다 정이한을 발견하면 황급히 눈을 꾹 감길 반복했다.
‘미치겠네. 너무 귀엽잖아…….’
저 반듯하고 예쁜 이마에 입 맞추고 싶다. 꽉 닫힌 눈꺼풀에, 오뚝한 콧등에, 부드럽고 폭신한 뺨에, 호선을 그리며 아름답게 휘어지는 턱 날에. 그리고…….
정이한은 진하온의 입술에 잠기기라도 한 것처럼 시선을 고정했다. 닿고 싶지만 참아야만 했다. 그래서 제 입술 대신, 진하온에게 닿을 수 있는 손을 뻗었다. 머리에 손이 닿자 움찔하고 긴장했다가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는 정이한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깨워서 미안. 나도 이제 잘 거니까 편하게 자.”
진하온의 한쪽 눈이 슬그머니 뜨였다. 가늘고 결 좋은 머리카락이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그 감촉을 즐기던 정이한이 허리를 세웠다.
“잘자, 하온아.”
“……형도 잘 자요.”
***
[비엘 립스틱:: 아름다움에는 남자도 여자도 없다. Full ver.]
─ 울레티비 광고 보겠다고 계속 엄마가 보던 드라마 껐다가 등에 엄마 손자국 문신 새겼는데... 풀버전이ㅠㅠ 풀버전이이이ㅠㅠㅠㅠ
┗ ㅋㅋㅋㅋㅋㅋㅋ 문신은 좀 지워졌나요ㅋㅋ
┗ 곧 파랗게 바뀔 예정이에욬ㅋㅋㅋ
┗ 앜ㅋㅋㅋㅋ
─ 여기인가요? 제 무덤이... 사망사유: 실혈사
─ 모델이 맛있고 립스틱이 친절해요
┗ 먹지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ㅋ
─ 여성 모델 누군가요?
┗ 디아스의 진하온입니다!
┗ 남자...? 아 설렜는데 ㅅㅂ
┗ 남자인거 알고 봐도 설레네 ㅅㅂ
┗ ㅋㅋㅋㅋㅋㅋ 어서오시게이
─ 우리 하온이 주머니에 넣고 세상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싶다ㅠㅠ...가슴 주머니에 넣었는데 얼굴만 쏙 나와 있으면 얼마나 커여울까ㅠㅠ
─ 입술 색 물들면서 성별 바뀌는거 ㄹㅇ 레전드다... 첨에 얼굴 풀샷 잡혔을 때는 모르다가 줌아웃 되면서 남자로 바뀐 거 알았음.. 우리 애 미모가 진짜 독보적이네ㅠㅠ 세계유산급 아니냐 나라는 뭐하냐 우리 애 유네스코 등재 안하고ㅠㅠ 반박 시 내 말이 맞음 딴건 양보해도 이건 양보 못 한다 내말이 무조건 맞음 유네스코 등재해줘라 빨리ㅠㅠㅠ
┗ 내가 본 건 글인데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건지 모르겠네...
┗ ㅋㅋㅋㅋㅋㅋㅋ 목소리도 모르는 사람 음성지원 돼서 당황
─ 알고리즘 미쳤네 내 취향이 여깄었네
─ 보고 또 보는데도 안 질려 항상 새롭게 예뻐ㅠㅠ
─ 어덕행덕하고 싶으면 진하온 파세요! 팬사랑에 진심인 멤버입니다ㅠㅠ 진짜 디어리 애정하는거 너무 잘 보이고, 팬서비스 얼마나 잘해주게요ㅠㅠ
─ 오늘도 리즈 갱신했네
[디아스] 하냥이 광고 조회수 ㄷㄷㄷ
올라간 지 몇 시간 안 됐는데
벌써 천만이 넘음 ㄷㄷㄷ
이거 억 돌파 각 아닌가?
─ 쌉가능일듯 ㅇㅇ
─ 영댓이 급속도로 늘고 있어 해외 알고리즘에도 떴나봐
┗ 하온이 미모로 세계 통일! 평화협정! 안보 강화!
┗ 뭔데 혼종이야ㅋㅋ
─ 디긩이들 유명해질수록 같이 늘어나는 외퀴들...
┗ 필수 불가결인 건 아는데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듯ㅠ
┗ ㅁㅈ 알페스 나페스 영상 써방도 없이 너튭에 그냥 올리는 외퀴 핵극혐
┗ oppa eng plz 꼴보기 싫다 진짜
┗ 무근본 망붕은 어떻곸ㅋㅋㅋㅋ 미친 진짜 지네 대통령은 왜 엮어 ㅅㅂ
┗ 대..뭐?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 구오빠 때 있었던 일이긴 한데 토하는 줄 알았음.. ㄹㅇ 혐오 영상으로 신고넣음
┗ 해외 팬들 외퀴라고 전부 싸잡는건 좀...
┗ 외퀴=외국인팬 아니고 외퀴는 외퀴임. 우리도 조용히 덕질 잘하는 해외 팬들 싸잡는거 아님.
┗ 윗윗댓님 지금 너튭가서 검색해봐요 왜 싫어하는지 알거예요ㅋ
─ 나 무한재생중인데 나 같은 사람 많나봄ㅋㅋㅋㅋㅋ
─ 이건 광고비 더 줘야 한다
[디아스] 에스트반이 디아스 안무 짠다는거 ㄹㅇ임?
강현x하온 아가페 커버 댄스 안무 창작한 그 에스트반 묻는 거 맞음 ㅇㅇ
─ 그래서 앨범 안 내는 건가? 헐헐헐 미친
─ 내년 대상 빌드업하려고 원기옥 모으나? 올해 신인상은 거의 확정이잖아
┗ 라원이랑 신인상 나눠 먹을듯?
┗ 콩깍지 빼고 봐도 우리 디긩이들 성적이 더 좋아서 디아스가 더 많이 받을 것 같은데
─ 쓴이는 질문을 했는데 왜 다들 ㄹㅇ로 받아들이고 있엌ㅋㅋㅋㅋ
┗ 근데 카더라가 좀 돌긴함ㅋㅋㅋ
─ 이거 찐같아. 에스트반이 원래 안무 까다롭게 주는 걸로 유명하거든. 디아스라고는 안 했는데 소통 라방하면서 한국의 아티스트를 위해 5인용 안무 짠다고 했어. 근데 아스트반이 우리 애들 커버 영상에 댓글 남겼잖아. 5인용인데 디아스 아니면 누굴 주겠어? 가슴이 뻐렁친다.. 안무 살짝 보여줬는데 진짜 몽환적이고 예쁘더라...
┗ 이거다!
┗ 설마 다음 앨범 섹시컨셉??!!
┗ 내년이면 하온이 슴살되니까 해금하고 섹시가즈아!
┗ 내 적금이 이번 달에 만기가 된 것은 앨범을 사라는 계시인가
┗ 난 그래도 컴백 하는 거 보고 싶었는데ㅠ
┗ 나도 그렇긴한데 디긩이들 건강이 우선이지..ㅠㅠ
┗ 지금 스케줄에 컴백 준비까지 하는 거면 개쓰알이지 아직 갓쓰알이니까 아마 올해 컴백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