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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23화 (23/250)

회귀자의 연예계 공략법 (23)

그 사실을 알고 이지유가 선택한 것이 이곳에서 봉사하는 것이었다.

너는 가짜로 했지만, 나는 진짜로 할 것이라는 묘한 라이벌 의식으로 말이다.

잠시 후.

주원영 원장이 들어가 아이들에게 조곤조곤 설명을 시작했다.

손님들이 왔으니 잘 협조해 달라는 내용 같았다.

설명을 마친 주원영 원장이 들어오라 손짓했다.

신호를 받은 도훈과 이지유는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들어갔다.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선물을 안고 들어간 도훈과 이지유.

아이들이 둘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와아.”

“형아, 누나!”

아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도훈과 이지유가 선물을 내려놨다.

그들은 이름이 적힌 선물을 각자에게 나눠 줬다.

미리 주원영 원장과 상의하고 준비한 선물이었기에 아이들은 조용히 선물을 풀어 보기 시작했다.

도훈과 이지유를 향했던 관심이 모두 선물로 쏟아졌다.

그때 어떤 아이가 스티커를 가져오더니 선물로 받은 인형에 그것을 붙였다.

인형을 번쩍 치켜든 아이가 힐끔 도훈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어?”

아이의 눈이 점점 커졌다.

눈이 한계까지 커졌을 때 아이의 입이 열렸다.

“슈퍼맨 아저씨다!”

“저엉말?”

“지인짜야.”

아이가 도훈을 가리켰다.

즉시 방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모두가 도훈을 향해 뛰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때 도훈이 손바닥을 보였다.

“얼음!”

순간 아이들이 멈췄다.

씩 웃은 도훈이 다시 외쳤다.

“땡!”

아이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다시 얼음을 외쳤다.

도훈은 씩 웃으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한 아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툭툭.

아이의 눈빛이 떨렸다.

도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움직였다.”

“앗.”

아이가 입을 벌렸다.

순간 이지유의 입가에서 킥킥대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웃음을 시작으로 아이들도 웃기 시작했다.

웃음이 잦아들 때쯤 도훈이 말했다.

“너희는 날 슈퍼맨 아저씨라고 생각하지?”

“네.”

“맞아요, 사진에서 봤어요.”

“저는 확대해서 봤어요.”

아이들은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검지로 도훈을 가리켰다.

도훈이 미간을 좁히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너희가 생각하는 슈퍼맨 아저씨가 맞아.”

“…….”

표정과 말이 상반되자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이내 뜻을 알아채고 소리를 질렀다.

“와아!”

“진짜다!”

그들의 환호성에 도훈은 피식 웃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공연 팀에서 관객을 통제하는 일도 전생에는 했었다.

그때 팬들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훨씬 쉬웠다.

도훈은 손가락을 튕기며 아이들에게 외쳤다.

“내가 슈퍼맨 아저씨면 저 누나는 누구게?”

“저 누나는 TV에서 본 것 같아요.”

“그래, TV에서 본 누나 맞는데 사실 정체를 숨기고 있지.”

“정체요?”

“사실 저 누나는 원더우먼이란다.”

순간 어떤 아이는 환호성을 어떤 아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상황은 종료되었고 도훈과 이지유는 아이들과 자리를 했다.

아이들과 만난 이지유는 시름을 잊은 듯 같이 어울렸다.

“수아야, 여기 봐.”

“네, 언니, 헤헤.”

“철수는 이것 좀 써 보고.”

“이거 제 거예요?”

“응, 정말 잘 어울린다.”

아이들도 친언니 혹은 친누나처럼 이지유를 따랐다.

이 모습은 전생과 다름없는 모습.

잠시 뒤.

한참을 아이들과 어울리던 이지유가 조용히 도훈에게 다가왔다.

“저, 준비한 거 지금 시작할까 하는데요.”

“준비한 거라고? 혹시 아까 말한 춤?”

“네, 맞아요. 그런데 춤만이 아니에요. 저 라이브로 노래도 불러 줄 거예요.”

이지유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도훈은 의심스러운 듯 턱을 만지며 물었다.

“흠, 간만에 라이브야, 삑사리 안 낼 자신 있고?”

“그야…….”

“여기서 삑사리 내면 동심파괴인 거 알지?”

도훈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이지유가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 있게 답했다.

“안 낼 거예요. 내가 황리나보다는 더 잘한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 줘야죠.”

“알았어, 그럼 믿을게. 잠시만 기다려. 내가 원장님께 얘기하고 올게.”

“네, 실장님.”

이지유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훈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멀어지는 도훈의 등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친숙함을 느꼈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 온 가족 같은 편안함이라니…….

생각해 보니 오늘도 뭔가 이상하긴 했다.

아이들을 처음 다뤄 보는 솜씨가 아니었다.

듣기로는 아직 미혼이라고 했는데 조카들이 많은 걸까?

오늘따라 자신의 매니저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듯 솟아올랐다.

* * *

잠시 후.

방 안에는 미니 무대가 만들어졌다.

높다란 무대는 아니지만, 아이들은 뒤로 물러나서 턱을 괴고 기대감 가득 찬 눈으로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벽에는 하얀 천이 드리워져 있어서 제법 구색을 갖추었다.

옆쪽에는 음향기기 대신에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는 제법 큰 스피커가 있었다.

이지유는 망토까지 걸친 채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저 망토 안에는 나름 준비한 무대 의상이 있었다.

말도 안 했는데 준비한 것을 보면 아마 여기 오면서 준비를 한 것처럼 보였다.

분위기를 바꿀 겸 오자는 의도였는데 나름 마음이 무거운 것 같았다.

스피커의 전원과 볼륨을 조절하고 난 이지유가 도훈에게 다가왔다.

이지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블루투스를 켰다.

옆에서 지켜보던 도훈이 물었다.

“이런 것도 준비해서 다녀?”

“추억이잖아요. 초기에 데뷔할 때는 저희가 MR을 준비해서 유에스비에 넣고 다녔어요.”

“뭐, 그땐 스마트폰도 없었으니…….”

도훈이 피식 웃었다.

그때 주원영 원장이 다가와 물었다.

“이제 시작할까요?”

“네, 준비됐습니다!”

이지유가 씩씩하게 답하며 망토를 벗었다.

순간 블앤 초창기에 입었던 플레어 치마에 하얀 셔츠가 드러났다.

메이크업만 제대로 하고 왔다면 지금 올라오는 걸 그룹에 밀리지 않을 외모였다.

핸드폰에 저장된 MR을 저장하려 할 때였다.

이지유가 갑자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 모습에 도훈이 달려갔다.

“왜 그래? 혹시…….”

“아, 잠시만요.”

“너, 혹시 이번 일로 무대 공포증 같은 거 생긴 거야? 솔직히 말해야 해.”

도훈이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지유를 바라봤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지금은 도훈과 시선을 못 마주치고 있다.

도훈이 초조한 눈빛으로 대답을 재촉하자 이지유가 마지못해 말했다.

“그런 거 없어요.”

“그럼 카메라…….”

도훈은 슬쩍 한민국을 바라봤다.

한민국이 눈치 빠르게 들고 있던 캠코더를 슬쩍 치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지유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지금 아이들 앞에서 공연하는 게 문제가 아니야, 혹시 모를 문제가 있으면 그냥 털어놔.”

“그게…… 저 잠시만 다녀올게요.”

말을 마친 이지유가 재빨리 어디론가 사라졌다.

도훈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듯 멍하니 이지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때 주원영 원장이 다가와 도훈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도훈이 고개를 돌리자 주원영 원장이 웃는다.

“실장님 ‘모솔’ 맞죠?”

“네?”

도훈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주원영을 바라봤다.

모태 독신인 건 반박할 수 없었다.

전생은 일로 시작해서 일로 끝난 인생이었다.

도훈의 표정을 본 주원영이 재미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니, 표정 보고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모솔 맞죠, 호호.”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지유가 아픈 거랑 제가 모솔인 게 무슨 상관이죠?”

“다 큰 처녀가 화장실 간다고 큰 소리로 말할 수는 없잖아요.”

“아, 화장실이요?”

“네, 화장실이요.”

주원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도훈은 황당한 표정으로 이지유가 빠져나간 문을 바라봤다.

5분 정도가 지나자 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도훈은 주원영 원장에게 말했다.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그동안 아이들한테 잘 얘기 좀 해 주세요.”

“화장실인데 제가 갔다 오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원장 선생님.”

“그동안 아이들 좀 부탁해요.”

주원영 원장이 아이들을 가리키자 도훈이 물었다.

“간식이라도 나눠 주고 있을까요?”

“아까도 주셨잖아요, 그냥 동화책이나 읽어 주세요.”

“동화책이라…….”

“우리 애들이 구연동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요즘 문화센터 나가서 배우고 있어요. 비슷하게라도 읽어 주시면 좋아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원영 원장은 도훈에게 동화책 하나를 건네고는 밖으로 나갔다.

앞줄에 아이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구연동화 안 해 주세요? 슈퍼맨 아저씨.”

“아, 구연동화…….”

도훈은 슬쩍 말끝을 흐리며 문을 돌아봤다.

전생에도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를 들려준 적은 없었다.

차라리 노래를 부르라면 어떻게든 소화할 수 있었다.

프로듀싱도 자신의 몫이었으니까.

구연동화라는 것이 입으로 모든 대역을 연기해야 하는 것.

연기력은 꽝이었던 도훈이었다.

도훈의 표정을 본 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슈퍼맨 아저씨도 못 하시는 게 있는 거예요?”

“강수야, 아저씨가 못 하는 게 어디 있어! 그렇죠, 아저씨?”

순간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도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숨소리만 쌔근쌔근 들릴 정도로 주변은 고요해졌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도훈은 일단 주원영 원장이 주고 간 동화책을 펼쳤다.

제목은 아기 돼지 삼 형제.

뭐, 이 이야기를 모르는 친구는 없을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였다.

지난번 다미를 구했을 때와 같은 이질적인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사고 당시에는 워낙 정신이 없었기에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지를 알지 못한 채 그냥 능력을 쓰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알 것 같았다.

그냥 능력이 아니라.

전생에 자신이 길러 낸 연예인들의 능력이 분명했다.

그것이 자신의 수첩에 쌓였고.

수첩은 자신에게 무한한 능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도훈은 지금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수첩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았다.

쿵. 쿵.

도훈의 심장이 기관차의 엔진처럼 폭주하기 시작했다.

끝없이 솟아나는 연기를 향한 욕구.

그런데 지금 올라오는 능력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수많은 대본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한다.

그 대본을 읽는 가느다란 손가락.

분명 여자였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니 자신에게 생긴 능력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자신과 함께했던 친구들의 능력을 도훈이 공유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아직 누군지 모르는 연기자의 능력을 공유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순간 도훈의 입이 본능적으로 열렸다.

“아기 돼지 삼 형제는 각자 집을 짓기로 했어요…….”

동화책을 읽으면서도 도훈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읽는 것 같지가 않아서였다.

덤프트럭이 덮쳐 올 때 몸을 날렸을 때 자신의 감각이 아닌 것 같았던 때와 똑같았다.

마치 다른 이가 자신의 몸에 빙의한 듯한 느낌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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