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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도 잘하는 놈이 잘한다-250화 (250/267)

250화 경쟁사 신작이 기대됨

테슬라 인수.

충동적으로 든 생각인 건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머스크에게 장난삼아 연락한 건 아니다.

정말로 인수하려는 의향이 있기 때문.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른 분들은?”

스웜카를 시작한 건 나지만 혼자 하고 있는 건 아닌 만큼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들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가진 회의.

한데 날 보는 눈길들이 영 이상한데…….

“…지금 그러니까, 돈 아낄 곳도 아니라 쓸 곳을 고민하시다가 시총 5천억 짜리 테슬라가 눈에 들어오셨다 이거인 거죠?”

오성의 박 회장의 물음.

역시 나와 가장 오랫동안 같이 일해 와서 그런가 파악하는 게 빠르다.

“네.”

“…….”

“…이번 주가 폭락으로 큰돈을 버셨단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수천억 달러 수준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예, 남들 다 잃는 시기에 혼자만 돈을 벌어서 기분이 좀 그렇긴 한데. 그렇게 됐더라고요.”

“…….”

‘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장 회장과 구 회장.

하지만 박 회장은 그런 모습이 조금 덜했다.

그동안 내게 꽤 익숙해진 건지, 그는 그저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나쁘지 않은 결정 같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부동의 1인자죠. 경쟁차들이 뛰어들고 있다고는 해도 테슬라가 구축한 인프라나 기술력은 확실히 타사 대비 우위에 있고요.”

“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물론 테슬라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충분히 스웜카가 보완할 수 있을 테고요.”

블룸버그가 몇 년 전 테슬라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가 있다.

거기서 나온 테슬라 제품의 가장 큰 문제로는 단차, 도장 품질, 소음, 진동, 음성인식 등의 품질 이슈가 꼽혔는데.

전기차 기술력에 있어서는 경쟁사들 대비 우위에 있는 테슬라였지만, 마감이나 도장 등의 ‘자동차’로서의 기본적인 품질에서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었다.

‘그건 스웜카의 제조 기술로 해결이 가능하지.’

미래차가 합류하며 기본적인 기술을 제공했고, 거기에 추가적으로 채용한 수천 명의 기술자와 연구원들이 밤낮으로 연구 개발에 매진하며 품질을 신경 쓰고 있다.

특히 테슬라와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적 품질 향상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스웜카의 내구 품질 기술은 이미 미래차보다 우위에 있는 상태.

‘당장 그 기술력을 테슬라 제조 공장들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최근에 제조업을 시작하고 알게 된 건데.

이게 사실 마감 품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노하우’였다.

간단한 종이접기를 해도 아주 조금만 삐뚤어져 결과물이 어긋나는 것처럼, 성공적인 마감 품질을 위해서는 품질에 대한 전 과정이 제대로 안정화되는 게 필요하다는 것.

IT 테크 기업처럼 운영되는 테슬라 같은 회사가 기초 품질에 있어서 미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미래차가 그런 점에 있어서는 테슬라보다 월등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볼보나 도요타, GM 같은 곳에서 품질 관리 인력을 데리고 와도 되고.’

물론, 자동차 제조 공정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생각한 거니, 실제로는 저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테슬라는 매력적인 매물인 건 사실.

‘내가 인수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엄청나게 뛰지 않을까.’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는 나를 비롯한 여러 세력의 공매도 때문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오너 리스크.

트위터 인수 금액 마련하겠다고 테슬라 지분을 팔아 치우고, 허구한 날 트위터에서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머스크 탓에 하락한 시총이 적어도 1,000억 달러는 되지 않을까.

그런데 테슬라의 주인이 일론 머스크에서 선우진으로 바뀐다고?

내가 이런 말하기는 좀 뭣하지만 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테슬라 매수세가 치솟을 거다.

즉,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머스크에게 지분 가격을 넉넉히 쳐주더라도 그걸 단박에 회수할 수 있다는 뜻.

게다가 무엇보다 스웜카 공장이 완공되고 출시되기까지 남은 1년 6개월.

그걸 테슬라를 통해 빠르게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또다른 매력 요인이었다.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경쟁 업체를 내 걸로 만든다는 의의도 있고.’

결국 내가 전기차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건 차를 많이 팔아 돈을 벌자는 게 아니다.

내 최종적인 목표는 사람들의 일상 생활 전부를 아우르는 거대한 플랫폼.

아침에 일어나 스웜폰을 들고, 스웜카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궁금한 게 생기면 우리의 검색 엔진을 쓰고, 여가 시간에는 우리의 영화, 게임 등을 즐기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단번에 전기차 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는 건 적잖은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여하튼.

“그래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제가 스웜카를 버리려는 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고요. 결국 메인은 스웜카가 될 겁니다. 미래차가 기아를 인수했다고 미래차를 버린 게 아닌 것처럼요.”

지금 상황이 자신들에게 어떤 이익이 될지 가늠하는 건지 열심히 생각에 빠진 듯한 장 회장과 구 회장.

박재용 회장이야 뭐,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 의견이라면 일단 믿고 따라올 것 같고.

다른 회장님들 생각은 어떠려나?

‘물론… 사실 어떻게 생각하건 상관없이 내 마음대로 할 거지만.’

* * *

[또다시 벌어진 오너 리스크?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테슬라 주가 출렁! “테슬라는 조만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거야.”]

-아, 이 새끼 또 ㅈㄹ이네.

-누가 쟤 입 좀 막아 주면 안 되냐?

-머스크 빨던 테슬람들 다 어디 감? ㅋㅋㅋㅋ 이제는 입 닫으라 그러네.

-요즘 근데 하는 짓이 짜증나긴 함 ㅋㅋ

[(속보) 선우진, 테슬라 전격 인수! 일론 머스크, 지분 1.8% 남기고 전량 넘겨. 인수 가격은 미공개.]

[전기차 시장. 선우진의 손에 들어가다? 스웜카 출범뿐만 아니라 테슬라 인수까지?!]

[일론 머스크 트윗에 인수 소식 사실이라 확인. “내가 말했지?” 자신은 앞으로 오랜 목표였던 우주 산업에 집중할 거라 밝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임 이거?

-ㅆㅆㅆㅆㅆㅆ쑤아리! 테슬라 쏜다!

-내가 테슬라 다시 1조 달러 시대 온다 했제!

-시발ㅋㅋㅋ 5분 만에 27% 뛴 거 실화임?

-이러면 근데 스웜카는 어떻게 됨?

* * *

오랜만에 찾은 써밋-MGM.

<마지막 마법사>가 처음 영화로 만들어질 때만 해도 이곳을 가끔씩 찾으며 시나리오 라이팅 작업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일이 많아지다 보니 그 이후로는 담당 각본가들에게 전격으로 맡겼고, 써밋-MGM을 찾는 경우도 일 관련해서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추진하는 사업 영역이 늘어나면서 아예 뜸해졌고.

‘많이 바뀌긴 했네.’

써밋 엔터를 막 인수했을 때에는 그저 층 한 개를 쓰는 적당한 규모의 제작사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주위 건물까지 사들여 한번 밀고 새로 지은 고층 건물을 전부 쓰는 써밋-MGM이었다.

초창기 나와 안면을 익혔던 직원들도 대부분 관리직이 되었고.

“음. 시나리오 괜찮네요. 진행하시죠.”

“알겠습니다.”

오늘 써밋-MGM을 찾은 용건은 바로 <찬탈자>의 영화화.

이미 티모시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로 영상화가 된 <찬탈자>였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버전이 아니라 영화 버전으로도 만들어 달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찬탈자>! 팬들의 염원 실현되나. 드디어 영화로 나온다?!]

[써밋-MGM, <찬탈자> 영화화 작품 계획 중… 주연은 여전히 티모시 샬라메가 말게 될 것으로 보여.]

그래서 결국, 추진하기로 했다.

<찬탈자>의 영화화.

다만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갔던 드라마와는 달리 독립적인 작품, 일종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될 계획이었다.

각본을 쓰는 것도 내가 아니라 영화 전문 각본가였고.

소셜 네트워크로 오스카 트로피를 쥐었던 아론 소킨.

역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각본가답게 내가 쓴 <찬탈자>와는 다르지만, 무척이나 완성도 높은 각본을 뽑아냈더라.

나는 그저 나온 각본의 초안을 읽어 보고 진행 여부를 승인하기만 했을 뿐이다.

물론 메일로 받아 읽어 보고 승인 여부만 전달하면 됐지만, 오랜만에 회사가 어떻게 바뀌었나도 볼 겸 오늘 써밋-MGM을 직접 찾은 거다.

“요즘 회사 상황은 어때요?”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써밋-MGM과 20세기 스튜디오의 협력 구조도 꽤 잘 돌아가고 있고요. 뭐, 이제는 디즈니 정도만 빼면 할리우드에서 저희와 어깨를 견줄 수준이 되는 곳도 없다 봐도 무방합니다.”

“디즈니… 디즈니 상황은 어떤가요? 블랙팬서 촬영이 끝났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예. 저도 편집본을 입수해서 봤는데, MCU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렌트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디즈니로 얘기가 흘렀다.

어떻게 보면 할리우드에 남은 유일한 경쟁사인 디즈니.

파라마운트나 소니 등은 더 이상 우리와 경쟁할 체급도 되지 못했다.

그런 만큼 남은 곳인 디즈니에 여러모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는데.

“애니메이션 기반 실사 영화가 나온다고요? 하긴. 디즈니도 더 이상 마블에 의존해서는 안 되긴 하죠. 물론 마블 자체도 예전만 못하지만…….”

디즈니가 꽤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마블 외의 신작이 있다는 소식도 듣게 됐다.

뭐, 그들의 또다른 최대 IP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기반인 만큼 적어도 평타는 치겠지.

‘확실히 그런 게 디즈니의 장점이란 말이야.’

역사가 짧은 써밋-MGM으로서는 가지지 못한 장점.

MGM을 흡수하면서 얻게 된 007시리즈나 과거 명작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저렇게 시대를 넘나들며 매번 사랑받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탓에 예전 개봉작들을 리메이크해서 내놓기도 어려웠고.

아무튼.

“아, 잠시만 기다려 보십쇼, 보스.”

뭔가 생각났다는 듯 트렌트가 태블릿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내게 웬 영화의 스틸컷을 슬쩍 보여 주고는 반응을 살피기 시작한다.

뭐, 퀴즈라도 하자는 건가?

“음. 이 영화는 뭐죠?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신작인가요?”

떠오르는 호러 영화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일전, 써밋 엔터 시절 배급 계약을 치른 이후 써밋-MGM이 되고 나서는 지분까지 획득하며 써밋-MGM의 산하 제작사가 된 곳이었는데.

블룸하우스에서 나온 호러 영화들은 대부분 개봉 성적뿐만 아니라 스웜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둥 효자 역할을 제대로 해 주고 있었다.

가볍게 볼 영화를 찾을 때 나도 블룸하우스의 영화를 애용하는 편.

‘아… 물과 관련된 신작인가? 하긴. 예로부터 물과 공포는 서로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였지. 육상동물인 인간이 어쩔 수 없이 가지는 물과 심해에 대한 초자연적 공포는…….’

그때, 순간 들려온 말에 상념이 끊겼다.

“…이게 신작입니다.”

“예?”

이게 신작이라고? 그러니까 블룸하우스의 신작…….

“아까 말씀하신 디즈니의 신작 영화. 이게 그거입니다.”

…이 아니라 뭐?

이게 디즈니의 신작 영화라고?

아니, 아까 분명.

“디즈니 애니메이션 기반 실사 영화라 하지 않았나요?”

이런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있었나?

걔네가 언제부터 공포 쪽에도 손을 댔었대?

이런 의문을 해결해 준 건 트렌트의 이어진 말이었다.

“맞습니다. 인어공주. 이 영화의 제목이죠.”

“……?”

인어…….

“…공주?”

그냥 인어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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