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화 선택을 내림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재벌들은 맨날 비싼 음식만 썰고 전담 셰프가 해 준 음식만 먹으려나?’
TV 드라마를 보면서 하곤 했던 상상.
하지만 내가 부자가 되어 보니 알겠다.
“보스, 제가 장담하는데 이 코리아의 치킨들을 미국에 수출하면 대박 날 겁니다.”
결국, 돌고 돌아 치킨이다.
입 주위에 뿌링클 양념을 잔뜩 묻혀 대며 말하는 에드.
나 이상으로 한국의 치킨을 좋아하는 그였다.
‘왠지 에드도 요새 살 찐 것 같은데…….’
나를 따라다니며 내가 먹는 걸 함께 먹어서 그런가.
처음 나와 계약을 맺었을 때만 해도 손으로 찔러도 조금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던 근육질의 에드도 요새는 살이 좀 붙은 느낌.
여하튼.
‘아무리 비싼 걸 먹어도 치킨만 한 게 없단 말이지.’
괜히 박재용 회장이 석방 후 가장 먼저 치킨을 시켜 먹었던 게 아니다.
어떤 일류 요리사에게 지시해도 나올 수 없는 특유의 그 느낌이 치킨에 있었다.
비싼 소고기나 참치, 기타 요리들로는 절대 충족할 수 없는 맛.
우우웅-
-제이슨: 보스, SW 인베스트먼트와 WS 매니지먼트의 이번 분기 수익이 1,45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20달러짜리 치킨을 먹으며 1,500억 달러짜리 보고를 들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한 느낌.
[뉴욕 증시 하루 만에 급락… 나스닥 4.99% 하락.]
[비트코인 9% 넘게 곤두박질… 불확실성이 시장 지배하고 있어.]
미국의 증시는 여전히 하락세였는데.
미 연준이 또다시 금리 인상을 발표한 덕분이다.
0.5%p, 두 계단을 한번에 올라가는 이른바 ‘빅 스텝’.
물론, 예상되었던 금리 인상이었던 만큼 시장에 이미 선반영되어 있기도 했다.
덕분에 인상 이후 첫날은 오히려 연준의 발표에 안도감이 생긴 건지 증시는 상승하며 마무리.
하지만 하루도 되지 않아 저렇게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어제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함은 물론 2%가량의 추가 하락까지.
‘그래도 이제 슬슬 반등 타이밍 같기도.’
확실히 미래 정보가 없으니 포지션 청산 타이밍을 잡는 게 참 어렵게 느껴졌다.
이미 충분한 수익을 거둔 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아직 더 벌 구석이 남아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음. 이제 슬슬 포지션을 청산하고 이익을 보죠.”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이슨에게 연락해 과감히 이쯤에서 정리하는 걸 지시.
테슬라 인수에 들어간 자금 때문도 있었지만 하락세가 길어지다 보니 다시 반등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싶었다.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하는 게 맞겠지.’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격언.
미래 정보를 쓸 수 없게 된 이후로는 최대한 저 말을 지키고자 했다.
* * *
[테슬라, 모델Y 주문량 지난주에 비해 85% 상승. 선우진 효과?]
[연말 출시 예정인 테슬라의 신 모델, “테슬라와 스웜카의 기술 모두 담은 역작 될 것.”]
[선우진의 테슬라 인수. 너무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울상 짓는 GM과 포드.]
테슬라 인수는 확실히 스웜카와 큰 시너지를 낳고 있었다.
스웜카를 구매하길 원하는 수요층들의 가장 큰 불만은 스웜카가 정식 출시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남았다는 점이었는데.
그사이에 테슬라 출시 예정이었던 신형 모델에 스웜카의 몇 가지 기술력을 더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되어 그 점이 바로 해결된 것.
[테슬라 모델 SW 사전 예약 신청.]
그러한 신형 모델 예약을 인수 이후 바로 받기 시작했는데.
계약금에 5,000달러가 필요했다.
기존 테슬라의 방식처럼 계약금을 내고 10일 내로 출고가의 반 이상을 추가로 입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5,000달러의 계약금만 내면 사전 예약이 완료되는 방식.
내가 인수했기에, 자금 관련해서는 머스크 시절의 테슬라보다 훨씬 자유로운 만큼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테슬라 ‘모델 SW’, 사전 예약 물량 일주일 만에 50만 대 돌파.]
[흥행 돌풍 예감. 역대급 인기의 모델 SW.]
그런 만큼 사전 예약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현 상황.
사실 주문량을 걱정하는 것보다 생산량을 기한 내로 맞출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게 먼저였다.
‘테슬라 인수 덕에 전기차 시장 석권이 몇 년은 더 빨리 앞당겨졌어.’
그탓에 GM가 포드 등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내연기관 회사들이 요즘 고민에 빠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안 그래도 테슬라가 건재한 가운데, 스웜카까지 뛰어들며 점유율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그런 테슬라와 스웜카가 사실상 한 회사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전기차 프로젝트들이 예상 대비 훨씬 낮은 수요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투자자들도 투자금을 늘리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해서 내연기관 자동차만을 생산할 수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어쩔 수 없이 전기차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전기차 사업은… 하나만 빼면 걱정 없겠네.’
물론… 전기차 사업이 아무런 장해 없이 승승장구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는데.
완전한 자율 주행이 언제쯤 가능할는지의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선결 과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선우진의 인수로 일시 중단된 테슬라의 상하이 메가팩 공장 건설 계획…….]
세계에서 전기차 시장이 가장 잘 발달한 건 놀랍게도 다른 나라가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이 수많은 공장으로 환경 오염 문제가 너무 심각한 나머지 내연기관을 사실상 건너뛰고 바로 전기차 단계로 들어갔기 때문.
작년, 중국 내의 자동차 판매량만 270만 대에 달할 정도였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
그런 만큼 전기차 회사라면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중국 시장이었다.
테슬라도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때 중국 시장의 전기차 수요에 큰 도움을 받았을 정도.
[“반은 중국인”… 중국에 바짝 엎드린 머스크 이번엔 중국 ‘반쪽’ 발언.]
[머스크, 중국 공산당 100주년에 “경제 번영 놀랍다” 칭송 트윗.]
괜히 지금까지 머스크가 저런 친중국 발언을 수차례나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도 그래야 할까?’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몇 년 전만 해도 나와 중국 당국의 사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중국에 연간 최소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하는 기업가.
거기에 중국 대중들의 나를 향한 인기까지.
당국의 입장에서는 나를 지원하는 게 그들의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지율에도 큰 도움이 됐었다.
그런 만큼 서로 호혜적인 관계를 꽤 오래 구축하고 있었는데.
‘미중 무역 전쟁 때부터 틀어지기 시작했지.’
뭐, 나로서는 당연한 일.
미중 무역 전쟁은 단순히 두 나라 간의 마찰이 아니라 앞으로의 세계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
그런 만큼 나도 미국의 편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차이나 머니로 달달하게 꿀을 빨았던 나였지만, 그게 언제까지나 지속될 거라 장담하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정부에 대한 믿음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미국은 그래도 대외적인 체면이 있으니 내가 퍼 주는 만큼 역으로 돌아오는 게 있지만, 중국은 그런 걸 신경 안 쓴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 사이가 좀 틀어지자마자 바로 관료들 일 처리가 늦어지기도 했고.’
더욱 윗선에서부터 지시가 들어온 터라 당서기 카드도 안 통했었다.
나도 중국을 통해 이득을 본 게 많았다지만, 그래도 내가 중국에 뿌린 돈이 지금껏 얼마인데.
사이가 조금 틀어졌다고 그런 적 없다는 듯이 입 싹 닫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 수밖에 없었다.
‘그걸 생각하면… 테슬라나 스웜카의 중국 투자를 늘리는 게 그리 큰 이득이 아닐 수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 관계가 날로 심화되는 상황.
반중국은 결국 미국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가치다.
실제로 반도체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 줬고, 아마 전기차에 있어서도 몇 년 내로 그렇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온다면 결국 나는 반도체에서 그런 것처럼 미국을 택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때 중국이 가만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스웜카 때문이었다.
중국의 내수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런 만큼 스웜카 또한 테슬라가 그런 것처럼 중국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진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中 전기차 보조금 올해 말 폐지 예정. 스웜카에 대한 지원책 따로 없어.]
중국 당국과 나의 관계가 예전만큼 못한 상황.
그래도 사전 접촉을 여러 차례 가져가면서 지원책에 대한 조건을 조율해 나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말이 갑자기 바뀌었지.’
스웜 반도체 때만 해도 공장 건설에서 중국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발표를 하자 정부의 대변인까지 나와 내 태도가 아쉽다며 설득하려던 중국이다.
[中, “선우진과 우리는 오랜 친구 사이” 선우진의 중화권 영향력 생각하면 스웜 반도체의 대중 투자 더욱 늘려야.]
[중국의 발전한 반도체 산업, 선우진과 훌륭한 시너지 낼 수 있어.]
[해외 기업 반도체 공장 유치 위한 지원책 발표한 중국, 사실상 선우진을 향한 중국의 러브 콜?]
반도체의 중국 내 수요가 꽤 크다고는 해도, 요즘은 오히려 반도체가 없어서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
중국에 안 팔아도 팔 곳이 전 세계에 넘쳐난다.
그렇기에 스웜 반도체에 있어서 중국의 내수 시장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느낌.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으니.
중국으로서도 나를 어떻게든 회유하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전기차에서는 자기네들이 갑이라는 생각이 든 걸까.’
전기차 시장은 반도체 시장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유럽과 미국에 아무리 열심히 전기차를 팔아 봐야 중국의 자체적인 수요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지금의 전기차 시장.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자기네들이 그래도 된다 느낀 건지 잘 얘기되고 있던 지원책들을 갑자기 철회하겠다던 중국이다.
그래서 안 그래도 스웜카의 진출 예정 국가 중 중국을 제외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테슬라를 인수하게 된 거다.
“상하이 메가팩 건설은 어떻게 할까요?”
“음.”
그러다 보니 테슬라의 중국 프로젝트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연간 1만 대나 생산이 가능한 테슬라의 메가팩 공장.
현재는 캘리포니아에만 메가팩을 보유 중인 테슬라인데, 원래는 상하이에도 새롭게 공장을 신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도중 내가 테슬라를 인수하게 되며 계획을 잠시 스탑시킨 것.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잠깐 그런 고민에도 빠졌지만…….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 건설된 기존 공장은 어쩔 수 없지만 신설하는 건 없도록 하죠.”
메가팩 공장 신설 계획은 취소.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50~60%에 달한다지만, 결국 언젠가는 반도체가 그런 것처럼 전기차도 전 세계가 소비 시장이 될 테니까.
‘그때 가서 중국 말고 다른 나라들에 다 팔면 되지.’
* * *
[애플·구글도 ‘脫중국’하더니… 이제는 선우진도? “테슬라 상하이 메가팩 공장 계획 없다.”]
[스웜카, “중국 진출은 아직 미지수. 외국 기업에 100% 지분 허용 및 세금, 재정 지원이 약속됐을 때만 진출할 것.”]
[美中갈등에 빅테크 공급망 재편.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가속화 이유.]
[중국 정부 대변인, “중국의 전기차는 세계적 수준. 스웜카 진출 필요 없다. 中 토종 브랜드들 건재해”. 실제 중국 소비자들 반응은? “뭔 개소리야? 제발 스웜카를 팔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