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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89화 (89/205)

<89화 거짓된 사도 함정 1>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나서는 정장을 입은 사내가 굳어진 표정으로 유리문을 열고 나왔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관심을 두지 않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건물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했는지 분통을 터트리며 외쳤다.

“아니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데.”

그렇게 분통을 터트리는 사내 앞에 검은색 차량이 소리도 없이 정차하더니 뒷좌석의 창문이 스르륵 열렸다.

“안녕하십니까. 변호사님.”

“누구······설마?”

당혹해하는 사내의 뒤로 운전수로 보이는 사람이 뒷문을 열더니 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사내는 내키지 않았지만 자신을 이렇게 불쾌하게 초대할 사람에 대해서 짐작이 같기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뒷좌석에 올라탔다. 뒷좌석 문을 닫은 덩치 큰 운전수가 다시 차량을 출발시켰다.

승용차를 탄 차량에 탑승하자 보이는 건 정장을 입고 손에는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보석 반지를 낀 선글라스를 쓴 중년 남성이었다. 정장을 입었지만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징계는 잘 끝나셨습니까?”

“과태료 처분 받았습니다.”

“잘 나왔군요.”

“잘 나왔다는 건···.”

“이번 건으로 꽤나 높으신 어른이 주시했던지 작게는 견책 아니면···.”

“아니면···?”

“등록취소까지 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이미 끝난 징계위원회라고 너무 가볍게 말하는 것 아닙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젠장 내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이차에 올라타지도 않았겠지···.’

분통이 터졌지만 정 실장의 태도만 봐도 이자들의 말이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정 실장 조차 이자들의 술수가 아니었다면 다른 사무실을 알아볼 예정이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 실장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사무실 문을 닫아야 했을 정도의 징계라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이런 사내의 분위기를 정장을 입은 보석 반지의 중년 남자도 느꼈는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저번에 한 번 언급한 것처럼 제가 아는 동생이 곤란한 일에 엮었는데 변호 좀 부탁드립니다.”

“변호가 필요하다는 그 동생분은 제가 어디서 만나면 되겠습니까?”

“저하고 같이 만나면 될 겁니다.”

“아니···변호사하고 의뢰인의······.”

변호사하고 의뢰인이 사적인 자리에서 둘만 만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변호를 제대로 하고 변호 대상의 사실을 사건에서 보이는 외면 말고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다.

사건이 형사사건인 경우에는 변호 대상자의 사적인 내밀한 부분까지도 변호사가 들여다보기 때문에 변호사는 변호를 위할 때 말고는 변호 대상자의 비밀을 말하고 다니면 안 된다는 법률이 있는 이유기도 했다.

‘물론 변호사가 변호 대상의 비밀을 알게 돼서 이용해 먹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런 변호사 접견을 누구를 동반해서 해야 할 경우는 심신상실이나 미성년자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물론 비밀은 지켜질 겁니다. 다만 제가 아는 동생이 아직 어리기도 하고 말실수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지켜보는 것뿐입니다.”

“그럼 사건 내용은···.”

“가서 들으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여러모로?”

사내는 보석 반지를 낀 중년남성의 말에 눈썹을 모으고 인상을 썼지만 이내 조용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침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희생양에서 적당한 변호사 하나 물어다 주는 모양새인데···어째서 굳이 곤란한 상황에 있는 나를 도와줘 가면서까지? 그렇다고 열심히 변호하라는 느낌은 아닌데···?’

사내도 생각이 길어졌기 때문에 검은색 차량이 고속도로를 타고도 한참 외곽으로 빠지는데도 침묵의 시간이 괴롭지 않았다.

외딴 시골이라기보다는 외진 곳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에 화려한 저택이 들어서 있었다. 외진 곳이어서 그런지 소음이 멀리서도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호호호···.”

“하하하···.”

“먹고 죽어.”

“와··우···죽이는데?”

승용차가 점차 화려한 저택에 다가와 갈수록 소음의 정체가 확실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내는 당혹성이 섞인 말을 내뱉고 말았다.

“저건···.”

“원래 제 동생들이 노는 걸 좀 좋아합니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서로 간섭받지 않고 즐기는 거죠. 범죄도 아니고 말입니다.”

보석 반지를 낀 중년 남자의 마지막 말에 사내는 여운이 남는지 길게 생각을 이어갔다.

‘마지막 만찬 같은 건가?’

사내는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건은 처음부터 맞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선택권이 없다는 게 이렇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나?’

다시는 이런 상황에 몰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번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저들이 깔아놓은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두 눈을 날카롭게 뜨기 위해서 노력했다.

대한 변호사협회에서 통보처분을 위해서 사내를 부를 때 정 실장과 동행하려고 했지만 꼭 맞춘 것처럼 사내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수임 사건이 발생해서 정 실장과 동행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상황조차 이자들의 술수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내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반쯤 헐벗은 젊은 여성이 윙크를 하면서 수영장에 뛰어들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가고 말았다. 그 뒤로 몇 명의 큰 덩치들이 눈이 풀린 채 수영장에 뛰어들었는데 잘 모르는 자신이 봐도 제정신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사내의 경계심 가득한 행동에 대해서 바로 옆에서 느껴질 텐데도 보석 반지를 낀 중년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화려한 저택의 서재로 보이는 곳으로 향하더니 가장 상석에 앉았다.

서재의 문이 닫히자 먼 곳까지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파티 소음이 일시에 사라진 것 같았다.

‘방음이···무슨 짓을 해놓은 거지?’

방음이 잘 된 서재에 불법적인 일로 한 재산 모은 걸로 보이는 보석 낀 중년 남성의 의미심장한 웃음에 사내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변호사 선생,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소···.”

“하하하. 제가요?”

“긴장하지 않았다면 더 좋고···.”

사내는 보석 반지를 낀 중년 남성에게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걸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서재 주변을 둘러보았다는 듯 말을 돌렸다.

“책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서재는 밖과 다르게 고풍스럽고 오래된 책들이 가득했다. 제목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하나둘 모으다 보니 이렇게 모이더군.”

“책을 자주 보시나 봅니다?”

“하하핫. 나를 지적으로 봐줘서 좋지만, 이 저택을 나에게 기증해 준 선생이 책도 돈이 된다고 말했거든. 그래서 모으는 거지. 저 책은 무슨 초판본인가? 그래서 수집가에게 팔면 수천만 원은 우습다는군.”

“그럼 이 저택 주인분은···.”

“그게 궁금한가?”

보석 낀 중년 남자의 의미심장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재의 문이 열렸다. 운전수가 언제 준비해 왔는지 살벌한 인상과 다르게 안정적으로 식기 및 술잔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이 술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면 꺼내는 특별한 술이지.”

“하··하···그 색부터가 풍미가 있어 보이긴 하네요.”

“가격을 들으면 더 놀랄 거요."

“가격이···?”

“맥○렌 55년 한 병에 1억 정도 하지. 지금은 더 올랐을 거요.”

사내는 보석 반지를 낀 중년 남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걸 잊을 정도로 홀릴 정도로 양주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던 보석 반지를 낀 중년 남자는 이내 사내 앞에 한잔을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한잔 따랐다. 사내는 한 병에 1억이나 한다는 술을 맛본다는 생각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크으···이제까지 내가 먹던 술은 다 뭐지?’

사내의 눈이 풀리면서 몽롱한 꿈속을 거니는 듯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느낀 순간 필름이 끝나듯 정신을 잃었다.

‘으윽···뭐지? 어제 비싸다는 양주를 한잔 마시고 바로 필름이 끊긴 건가?’

사내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는 신경질적으로 허공에 손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정신 차렸어요? 여기 물···.”

바로 옆에서 들리는 달콤한 여성의 목소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목이 마르고 머리가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벌컥벌컥.

사막에서 일주일간 헤매다 만나는 감로수를 마시는 것처럼 달콤하고 계속 지끈거리던 머리를 맑게 해줬다.

사내가 눈을 돌리자 어제 들어섰던 서재와 다른 풍경의 방안이었다. 인테리어를 볼 때 어제의 화려한 저택의 방중 하나로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자신의 옆에서 수발을 들어주는 여성이 어제 저택 입구에서 봤던 수영장의 그 여성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사내가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하기 전에 방안의 사내가 일어난 걸 알았다는 듯 방문이 거칠게 열리며 운전수가 한밤중에 우연히 마주치면 경기를 일으킬 얼굴을 들이밀었다. 사내가 깜짝 놀라자 간단하게 고개로 인사를 하더니 서재로 안내했다.

사내가 침대에서 일어나자 아쉽다는 듯 사내의 등에 두른 팔을 푸는 여성의 묘한 웃음에 사내는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서재에 도착하자 어제와 같은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석 반지를 낀 중년 남자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어···그러니까···.”

“변호사 선생 생각보다 아주 호탕한 남자더군.”

“네?”

“공부만 하는 샌님인 줄 알았는데 아주 대단했어.”

“그게 무슨 말씀인지···.”

운전수가 중년 남성의 눈짓이 흐릿한 영상에서 캡처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사내에게 보여줬다. 그 사진을 본 순간 사내는 온몸이 빙하 속에 갇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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