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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인생 다시 산다-36화 (36/205)

<36화 유산2>

점차 시계바늘은 돌아가고 방문객이 뜸해진 사이 어느새 나는 잠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이 굳어진 듯 지하 장례식장 특유의 답답하고 먹먹한 공기가 차갑지만 시선한 공기로 바뀐걸 느낀 순간.

나는 익숙한 공간에 서 있는걸 알 수 있었다.

차갑지만 인정 깊은 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대백공은 소리 없이 하지만 옆에 다가왔다는 존재감을 나타냈다.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는 삶들이 어느 순간 만나 인연이 생기고 헤어지며 결국 흘러가는 것이 인간들의 인생이지.”

“외할아버지는 행복하셨을까요?”

“인간의 행복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아니겠느냐?”

“행복기준이요?”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못했다만···그 평탄치 못한 삶 사이에 행복한 순간이 없었을까?”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최소한 마지막 가는 길은 그의 이름처럼 후회하지 않고 갔으니···.”

“회귀 전 외할아버지는 어떻게 가셨을까요?”

“이미 지나온 길을 돌아보지 말게나 어린 친구. 단지 내가 해줄 말은 그의 삶의 특이점이 발생했고 덕분에 자네에게 또 다른 혜택을 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일세.”

“그 어떤 보상보다 외할아버지와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흘러간 인연은 결코 잡을 수 없는 법이지.”

흐르는 계곡물을 보며 그 끝을 가늠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정리할 때까지 대백공은 말이 없었다.

“자네의 마음이 아픈 만큼 그 보상도 후할 것이네. 이곳에 더 머물기에 지기 손실이 많아···.”

울컥거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무슨 보상입니까?”

“자네 외할아버지 덕분에 인간들의 기준으로 둔당에 지주나 다름없는 땅을 소유하게 되었지. 그 덕분에 쓸 수 있는 술법을 걸어주겠네.”

“지주만 사용할 수 있는 술법이요?”

“그렇지. 자네를 이 땅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판단한 이들이 많아졌네. 덕분에 가능한 술법이라네.”

“···.”

“무릇 지킬 것이 많아지는 지주들은 금고를 만들기 마련이지. 이 술법은 지주가 자신의 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고일세. 사용방법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게야.”

머릿속에 금고의 사용방법과 함께 주의사항이 갑작스럽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건···다른 사람들이 제가 금고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금고는 사용하지 못하는 겁니까?”

“정확하게는 금고에 대한 인식이 지주와 멀어져 사용중지 기간이 생기게 되는 걸세. 많은 이들이 알게 되면 될수록 그 기간이 길어져 결국 사용을 못 하게 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야.”

“다른 주의사항도 있나요?”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를걸세. 그중 가장 주의해야 하는 건 남들 눈에 띄면 안 된다는 것과 자신의 물건이 아닌 것은 금고에 보관할 수 없다는 걸일세.”

“자신의 물건만 보관이 된다는 건···.”

“남의 것은 금고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이지. 거기에 살아있는 것도 안됀다네.”

“그런···.”

내가 머릿속에 갑작스럽게 들어온 금고라는 술법에 대해서 고심하는 사이에 대백공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멀어지면서 말했다.

“더는 여유가 없군. 자네 자당의 특이점 보상으로는 자네가 일어난 다음 처음 온 손님일세.”

“어르신 또 다른 보상이라뇨?”

나는 대백공을 외치던 상태 그대로 깜짝 놀라듯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보이는 건 방문록 접수대에 기대어 잠들었다 깨어난 것인지 눌린 뺨과 내 외침에 깜짝 놀란듯한 외삼촌이 보였다.

“너무 곤하게 자는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는데 불편한 자세로 자서 피로가 안풀리나 보구나. 안에 들어가서 쉬다가 나오면···.”

“아···제가 잠깐 잠들었나봐요. 외삼촌도 눈좀 붙이셔야죠. 전 괜찮으니까 먼저 자고 이따가 교대해주세요.”

“괜찮겠어?”

“잠깐 자는 사이에 꿈을 꿨는데···바로 자기 무섭네요. 먼저 쉬다 오시면 그때 잘게요.”

“주인이가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한 모습인걸?”

외삼촌은 내 어깨를 탁탁 두드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피 한잔을 가져오더니 말했다.

“많이 피곤하면 바로 호출해. 외과 전문의로 십 년이면 호출기 소리에는 어떻게든 반응하니까.”

“알겠어요. 들어가서 좀 쉬다가 오세요. 그래야 저도 편하게 교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수고해.”

외삼촌이 주고 간 커피를 마시면서 몸을 녹이고 있던 때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장례식장 밖 복도도 필요한 조명 외에는 켜지 않아 사람이 분비던 때와 다르게 쓸쓸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어머니는 괜찮으실까?’

의연하게 괜찮은 것처럼 보였던 어머니는 숨죽여 눈물만 흘리다가 탈수 증상으로 외할아버지 병상으로 쓰던 병실에 놓인 가족실에서 수액을 맞으면서 주무시고 있었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을 텐데···.’

언제나 나와 주신이 앞에서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을 쓰는 사이 조용한 복도를 가로지르는 발걸음 소리에 나는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장례식장 복도를 걸어오는 구두 소리는 사람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켰다.

‘또각또각···.’

불안감에 증폭된 상상력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방문록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지만···그것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긴장한 상태였다.

검은색 가죽장갑이 눈앞에 나타나자 자리에서 튕겨나듯 일어났다.

하얀 부의금 봉투를 들고 있는 가죽장갑을 지나 검은색 양장을 입은 단단하지만 고아해 보이는 나이 지긋한 여성이 눈앞에 있었다.

“어···.”

“천오뇌 씨···장례식장이 맞나요?”

“네···. 저희 외할아버지 되세요.”

“아···.”

나는 내 모습을 뚫어지게 살피는 나이 지긋한 여성의 시선을 비끼면서 조심스럽게 부의금 봉투를 받고 방명록을 작성해달라고 펜을 그녀에게 넘기려고 했다.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조용히 펜을 내려놓고 뒤돌아섰다.

‘대백공이 말한 방문객이 이 할머니인 건가?’

나는 이대로 바로 돌아서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서 아무 말이나 던지고 말았다. 그 뒤 귓불이 붉어지면서 얼굴이 홧홧해지는 것 같았지만 이대로 보내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방명록은 작성 안 하셔도 상가집에 오셨으면 육개장 한 그릇은 드시고 가세요.”

잠깐 고민하는 듯하던 할머니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슬픈 듯 기쁜 듯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일해주시는 분들도 다 들어간 것 같은데···.”

“제가 할 수 있어요. 어디에 있는지 다 확인해 뒀거든요.”

“그럼 부탁할까요?”

나는 할머니가 앉아 있는 자리에 밑반찬과 간단한 과일 그리고 떡이나 부침개 등을 올리고 따뜻한 육개장을 가져다드렸다.

나는 할머니가 천천히 식사를 시작하는 걸 보고는 외삼촌이 커피를 내려다 준 곳으로 향했다.

‘여기였던 것 같은데···.’

장례식장에서 나가자 밤샘 근무를 서고 있는 간호사들이 간간이 왔다 갔다하는 휴게실이 보였다.

“저···.”

지나가는 간호사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따뜻한 커피를 한잔 받아든 나는 내가 왔던 장례식장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나이 지긋한 여성은 계속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니 식사를 하는지 생각을 하는지 멍하게 외할아버지의 사진을 보는 시간이 길어져만 갔다. 나는 그런 그녀의 상념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시선을 피하면서 상에 커피를 올렸다.

“이 커피는···.”

“육개장 드시고 후식으로 입가심하시라고 가져왔어요.”

“아···. 시간이 늦어서 카페도 문을 다 닫았을 텐데···.”

“다행히 휴게실에 커피 내리는 기계가 있더라고요.”

“이렇게까지···.”

“일부러 먼 곳에서 와주신 것 같아서 최대한 대접하고 싶었어요.”

장례식장에 사람한명 없는 시간대에 온건 일부러가 아니라면 바로 출발해도 도착시간이 늦어지는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먼곳이라···.”

커피를 내려다보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내가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일어나려고 한 순간.

머리가 아찔해지면서 익숙해지지 않는 둔통이 나를 덮쳤다. 동시에 움직이는 사진과 같은 이미지와 대화가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지나가기 시작한다. 젊은 아니 앳된 여성이 간난쟁이를 아프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미야···.”

“우에에엥···.”

앳된 여성이 이름을 부르기 무섭게 간난쟁이가 울기 시작하자 당황하지 않고 따뜻한 물에 중탕을 하고 있던 젖병을 꺼내와 입에 물려주면서 등을 쓸어주기 시작했다. 아이는 칭얼거리지 않고 젖병의 분유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연미는 착한 아이네···.”

거의 다 먹은 젖병을 내려놓고 소화 시키기 좋게 아이를 세워서 안은 후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방안을 빠져나와 마당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집은 기와집이 아닌 2층 현대식 주택이었다. 정원 한편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나무들이 저마다를 뽐내며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정원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는 남성을 보더니 누가보더라고 기분좋아지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가기 시작했다.

반가운 이를 발견해 발걸음이 빨라질 법도 했지만 간난쟁이에게 충격이 갈까 처음에 움직이던 그 속도 그대로 남성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누구지? 부부인가?’

나의 상념이 끝나기도 전에 대화가 시작되었다.

“일화?”

“네. 오라버니 오늘은 일찍 들어오셨네요.”

“일이 일찍 끝나서.”

“우리 연미를 네가 돌봐준 거야? 고맙다. 하지만 넌···.”

“괜찮아요. 제가 좋아서 돌본거에요.”

“나는···.”

“알아요. 오라버니한테는 연미 뿐인거.”

‘뭐? 연미라면···어머니 이름인데?’

내 상념이 지나가기 무섭게···남성은 진중한 표정을 짓더니 앳된 여성을 향해서 말했다.

“난 내가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돌본 여동생 같은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저는···.”

“나는 민며느리라고 들어온 네가 내 동생과 결혼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힘들 때 피할 곳이 필요 했던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면 좋겠다.”

앳된 여성은 간난쟁이를 향한 얼굴을 결코 남성을 향해서 돌리지 않고 그저 서 있기만 했다.

‘뭐지?’

이제까지의 장면은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지나가는 장면과 대화를 따라잡기 힘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빠른 대화가 아닌데도 이해 가지 않았다.

“바람이 차네요. 먼저 들어가 볼게요.”

‘민며느리가 뭔데?’

나의 의문은 풀릴 여지도 없이 장면이 바뀌었다. 앳된 여성이 있는 작은 방.

‘창고인가? 방금 정원이 있던 마당에서 봤던 느낌하고 완전히 다른데?’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작은 방 침대 위 멍하니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아직 전부 조립되지 못한 인형 같았다.

‘쾅’

갑작스럽게 열린 방문 앞에는 그녀의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앙칼지게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또 오빠한테 꼬리쳤다며?”

조립되지 못한 인형은 스스로가 아픈 걸 못 느끼는 걸까? 그저 멍한 표정으로 앙칼지게 소리치는 아이를 쳐다보고 있기만 했다.

“너···너···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거지새끼를 엄마가 데려왔으면 밥값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오빠 소식도 없는데···그 사이를 못 참고 큰오빠한테 꼬리를 쳐?”

“···.”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조립되지 못한 인형을 쓸모없다는 듯 쳐다보던 여자아이는 발로 앳된 여성을 차버리더니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방문을 닫아버렸다.

방문 밖에서 큰소리에 놀라서 달려온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이내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아···.”

“아······.”

가슴에 무언가 복받치는 듯 가슴을 두들기는 소리는 점점 커져가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들리지 않는 비명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가운 눈보라가 치는 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던 그녀의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깜짝 놀란 그녀가 이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학습된 무기력일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건 긴 한숨뿐이었다.

“미안 놀랐지. 지금이 아니면 전해주기 힘들 것 같아서···.”

정원에서 마주쳤던 남성.

‘이거···외할아버지 젊었을 때인가?’

내 기억 속 외할아버지는 고생을 많이 해서 다른 평범한 사람들보다 나이도 더 들어 보이고 이곳저곳에 흉터도 많은 중년의 아저씨였다. 하지만···.

‘이 여자의 시선에서는 따뜻하고 다정한···사람인 거지?’

“왜 소문이 이상하게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여기서 좋은 꼴은 못 볼 것 같으니 이 집에서 나가서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 이 말은 진심이야. 내 동생이 행방불명된 지금 네가 민며느리로 들어왔다고 해도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결혼하기로 약속했던 집 아들이 행방불명이라는 이유로 내가···그···.”

“남편 잡아먹는 괴물?”

“그래 그런 비난을 받을 이유도 없고 나 때문에 안 좋은 소리 듣는 것도”

“꼬리친다고요?”

“그래. 넌 연미를 잘 돌봐줄 뿐인데 다들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자리 잡을 때까지 쓰라고 준비한 건데 부족하면 나중에 연락해라. 내일 일찍 출발해. 하아···. 내 동생이지만 오희가 저렇게 날뛰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오라버니에게 잘 보이려고 한 게 꼬리친 거라고 하면 저 꼬리친 거 맞아요.”

“뭐?”

“전 얼굴도 모르는 오남 씨가 아니라 마음 따뜻한 오라버니가 좋아요. 그게 숨긴다고 해도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고 말았나 봐요.”

“이화야··넌···지금 너무 힘든 상황이라 판단이 잘 안되는 거야. 나 같은 애 딸린 홀아비 말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야···.”

“애 딸린 홀아비가 좋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넌 초혼이고···.”

“오라버니도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연미도 오라버니 친딸은 아니······.”

이제까지 부드러웠던 인상이 거짓말처럼 굳어지면서 외할아버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연미는 내 친딸이야. 그런 소리 말아라.”

“죄송해요. 전 그저 저도 친딸처럼 키울 수 있다고 말하는거에요.”

“하아···.”

외할아버지는 어린 여동생 보는 듯 앳된 여성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쭈그리고 앉아 말했다.

“이렇게 나이 차이 많이 나고 여기저기 험한 일 해서 흉한 나보다는 너처럼 마음씨 곱고 착한 아이는 나 같은 아저씨 말고 좋은 사람 만나야 돼. 집에서 나간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너 바느질 솜씨 좋다고 양장점 기술자 자리 알아놨으니깐. 거기에서 일하면 돼. 집하고 그런 건 내가 구해놨으니까 거기에서 숙식 해결하면 되고···지금 일화 너는 삶이 너무 힘들어서 판단을 못 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럼 삶이 나아지고 저도 오뇌 오라버니처럼 나이 먹으면 그때는 그때 판단은 들어 주실 건가요?”

“그래. 그럴 거니까. 우선 여기부터 피하자. 내 동생이지만 오희가 너무 응석받이여서 너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으니까.”

그 뒤로도 그저 멀리서 자신을 여동생처럼 돌봐주는 외할아버지를 아프게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그저 계절이 바뀌듯 세월이 흐르듯 장면이 바뀌어도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곧은 시선이 나를 바라보고 나서야 나는 장례식장으로 내 시야가 돌아온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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