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239화 (239/269)

239화 기만, 포위, 섬멸이지. (3)

피에 취한 야만인들 몇 명이 광기 어린 눈을 빛내며 지셀을 기다렸다.

대다수 야만인들은 여전히 방패병들을 공격하는 것에만 정신을 팔고 있었다.

척! 척! 척!

지셀이 달려오는 속도에 맞춰 페르디움의 방패병들이 조금씩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지만, 그걸 눈치채는 야만인은 한 명도 없었다.

두두두두두!

이미 훨씬 더 많은 수의 기마병들이 돌격해 오는 것도 막아 낸 야만인들이다. 하나 정도 달려오는 건 우습기만 했다.

지셀은 건방진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는 야만인들을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그는 상대가 건방지면 건방질수록 좋아했다. 그 자존심을 깨부수는 즐거움을 알기에.

콰아아앙!

“크아아악!”

지셀은 순식간에 야만인들에게 다가가 진영을 뚫고 들어갔다. 야만인들은 몸으로 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셀의 움직임이 너무나 빠르고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야만인들이 많이 뭉쳐 있다 보니 아무리 지셀이라도 결국 돌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놈은 혼자다!”

“빨리 죽여라!”

“대충 처리하고 앞쪽으로 몰려가!”

야만인들이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움직였다. 상대가 좀 강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겨우 한 명. 그 정도야 전사 몇 명이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착각이었다.

부우우웅!

퍼퍼퍼퍽!

지셀이 말 위에서 창을 크게 휘두르자 사방에서 달려들던 야만인들의 목이 동시에 날아갔다.

그야말로 신기에 이른 창술.

그 모습에 뒤에서 달려오던 야만인들도 깜짝 놀라며 멈칫했다.

“읏차!”

그 틈을 이용해 말에서 내린 지셀은 창을 휙휙 돌리며 말했다.

“내가 너무 빨리 오긴 했네.”

혼자 너무 빨리 움직인 게 문제였는지, 아직 펜리스의 기사들은 이곳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지셀은 혀를 차며 웃었다.

“쯧쯧, 아직도 훈련 부족이라니까.”

기사들이 들으면 억울해할 발언이었다. 그가 앞서나갈 때 길리언마저도 너무 빠르다고 몇 번이고 만류했는데, 그걸 다 무시하고 혼자 달려온 건 지셀이었으니까.

전생에도 지셀이 이렇게 혼자 적진에 뛰어든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수하들이 제발 좀 같이 가자고 지랄해도 지셀은 언제나 가장 앞서 나갔다.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이것이야말로 대륙 7강으로 불리던 용병왕의 신조였으니까.

휘이익!

지셀이 수하들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잠깐 뒤를 돌아본 사이, 야만인 전사 하나가 그의 등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땅!

창으로 가볍게 막은 지셀은 바로 야만인의 손에 들린 도끼를 빼앗았다.

“어?”

야만인은 어떻게 무기를 뺏겼는지도 모르고 당황해 눈만 동그랗게 떴다.

퍼억!

지셀은 뺏은 도끼로 야만인의 머리를 찍어 박살 내며 중얼거렸다.

“음, 이거 손맛이 좀 괜찮은데?”

묵직함이 마음에 든 지셀은 창을 버리고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하나 더 주워 들었다.

양손에 도끼를 하나씩 든 지셀이 이를 보이며 씨익 웃었다.

“자, 다시 시작해 볼까?”

그 여유로운 모습에 야만인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 건방진 놈!”

“감히 전사의 무기에 손을 대다니!”

“네놈 시체를 찢어 신께 제물로 바치겠다!”

야만인들이 고함을 지르며 몰려들었다. 하지만 두 개의 도끼를 사정없이 휘두르는 지셀의 공격에 모두 머리와 몸이 쪼개졌다.

그렇게 난리를 피우니 앞쪽에서 방패병을 상대하던 야만인들도 하나둘씩 고개를 돌렸다.

“저 새끼 뭐야?”

“언제 뒤에 온 거지?”

“빨리 죽이고 움직여!”

곧 주변에 있던 야만인들이 모두 지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사람으로는 도무지 지셀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덤벼드는 수는 점점 많아져 갔다.

“크아아아악!”

콰앙! 콰앙! 콰아앙!

도끼가 휘둘러질 때마다 전사들의 비명이 크게 울렸다.

그래도 주변의 야만인들은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끊임없이 지셀에게 덤벼들었다.

지셀이 죽이는 전사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 주변을 둘러싼 전사들의 수도 많아졌다.

야만인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지셀을 보고 즈발터가 검을 움켜쥐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란돌프가 옆에서 그의 팔을 덥석 잡고 말했다.

“지금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약속대로 대공자를 믿고 기다리십시오! 지금 가 봐야 오히려 방해가 될 겁니다!”

“하지만 지셀이 혼자 있잖아!”

“저기 기사들이 오고 있잖습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대공자는 이제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닙니다!”

즈발터는 란돌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돌아보았다. 과연 멀리서 먼지구름이 일어나며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크읏!”

즈발터는 이를 악물고 검 손잡이를 놓았다. 오고 있다. 펜리스의 기사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들의 피를 뒤집어쓴 지셀의 몸에서 붉은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완전한 붉은색이 되어 움직이는 지셀의 속도를 아무도 따라가지 못했다.

“크아악!”

지셀이 도끼를 휘두르자 앞에 있는 야만인의 몸이 반으로 쪼개졌다. 그 틈을 이용해 다른 야만인이 지셀의 뒤를 공격했다.

“죽어라!”

스륵.

그 순간, 지셀의 몸이 흔들리며 사라졌다. 목표를 놓친 야만인은 당황했다.

“어, 어디?”

콰직!

뒤통수가 깨진 그의 마지막 중얼거림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

“후우…….”

지셀이 숨을 내쉴 때마다 붉은 연기가 새어 나왔다.

그 혼자서 순식간에 수십 명의 강인한 전사들을 도륙했다. 이들과 일반 병사들의 무력을 비교하면 일반 병사 수백 명을 죽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강력한 모습에 야만인들은 드디어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 악마…….”

“핏빛 악마가 재림했다…….”

“부족의 멸망이 다가오는…….”

이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가 하나 있다. 그 신화에서는 마수의 숲이 불탈 때, 그곳에서 붉은 피로 물든 악마가 나타나 모두를 죽인다고 전해진다.

마수의 숲은 멀쩡하고 지셀도 숲에서 온 건 아니지만, 피를 뒤집어쓰고 붉은 기운을 내뿜는 지셀의 모습은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 악마는 온몸이 피에 젖은 채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안 와? 그러면 내가 간다?”

콰아앙! 콰앙!

지셀이 두 개의 도끼를 휘두르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야만인 전사들 또한 공포를 떨치기 위해 악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콰직! 콰직!

시체가 끊임없이 늘어났다. 그리고 쿠스투는 그 광경을 보며 기겁을 했다.

‘저 새끼 도대체 뭐야!’

자기 전사들을 아끼려고 일부러 후방에 많이 배치했다. 그런데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한 놈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죽어 가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 어떻게든 저 괴물 같은 놈부터 죽여야 했다.

“죽여! 빨리 다 같이 가서 저놈부터 죽이란 말이다!”

쿠스투의 주변에 있던 대전사들이 움직였다. 대전사의 뒤를 따라 전사들도 함께 지셀에게 달려갔다.

“우오오오오오!”

수십의 대전사와 전사들이 동시에 지셀에게 덤벼들었다.

카앙! 카앙! 카앙!

“크아아악!”

무기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동시에 전사들의 비명도 멈출 줄을 몰랐다.

카가가가가강!

지셀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졌다. 공격을 막고 상대를 죽이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어느 순간부터는 무기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끊기지 않고 울려 퍼졌다.

“부족장님을 지켜라!”

“앞을 막아라!”

“이놈부터 죽여!”

지셀의 앞을 막는 전사들의 수가 더욱더 많아졌다. 전장을 지휘하는 쿠스투에게 가는 것만은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수가 워낙 많으니 지셀도 단번에 쿠스투에게 다가가진 못했다.

그가 차근차근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죽이며 전진하고 있을 때, 드디어 펜리스의 기사들이 전장에 도착했다.

두두두두두!

선두에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자는 길리언이었다. 그 혼자였다면 얼마든지 지셀을 따라잡을 수 있었겠지만, 다른 기사들을 인솔하느라 바로 따라오지 못했다.

아직 펜리스 기사들은 장거리 돌격을 감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기마술에 익숙하지 않았다. 빠르게 달리면 대열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길리언은 어쩔 수 없이 지셀의 명령에 따라 돌격 진형을 계속 유지하며 이끌어야 했다.

“영주님!”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달리던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을 완수했다는 확신이 들자마자 더 빠르게 말을 달려 지셀에게 다가왔다.

“쳇! 기다려라, 영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카오르도 길리언을 따라잡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말을 재촉했다.

두두두두두!

먼지구름을 이끌며 다가오는 무리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즈발터가 소리를 질렀다.

“움직여라!”

철컹! 철컹! 철컹!

방패병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길게 앞을 막고 있던 전선이 완만하게 휘어지며 야만인들의 양옆을 감싸기 시작했다.

전투의 광기에 취한 야만인들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들 전열의 방패를 뚫거나 후방에서 날뛰는 지셀을 막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펜리스의 기사들이 지척에 다다랐을 즈음에야 그들은 뒤쪽의 무리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적이다! 적이 오고 있다!”

“기마 돌격이다! 흩어져!”

지셀을 상대하느라 한곳에 뭉쳐 있던 야만인들은 허겁지겁 넓게 흩어지려 했다. 그런데 그들의 양옆은 언제부터인지 펜리스의 방패병들이 촘촘하게 막고 있었다.

“아, 안 돼!”

“포위됐다!”

“이놈들! 함정이었어!”

야만인들은 그제야 눈치를 챘다. 적들이 괜히 요새를 버리고 나온 게 아니었다. 이곳에서 자신들을 깡그리 몰살시킬 생각이었던 것이다.

두두두두두!

기사들이 다가올수록 야만인들은 흉포한 표정으로 방패를 두들겼다. 하지만 펜리스군도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지금까지 버틴 건 바로 이 한 수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드디어 길리언이 가장 먼저 적 진영에 뛰어들었다.

콰아앙!

야만인 몇 명이 길리언의 돌격에 당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영주님!”

그는 단번에 지셀을 향해 달려 나갔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주군에게 상처 하나라도 나는 건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

길리언은 제 몸을 돌보지도 않고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며 움직였다.

뒤이어 펜리스의 기사들이 야만인들이 뭉쳐 있는 곳에 들이닥쳤다.

콰아아아앙!

“으아아아악!”

기사들의 돌격에 그대로 갈려 버린 야만인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몇몇이 악에 받쳐 덤벼들었지만 수백의 기사가 동시에 들어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콰지지지직!

야만인들의 몸이 순식간에 터지고 으깨져 나갔다. 조금 전, 수십의 기사와 기마병들이 돌격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수백 명이나 되는 기사들 모두가 마나를 뿜어낸다.

그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버틸 수 있는 자는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용병왕 지셀이 가장 즐겨 쓰고 자랑하던 충격 전술이었다.

기사들이 난입하며 야만인들의 진영이 여러 개로 흩어졌다. 지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외쳤다.

“길리언! 카오르! 부족장들을 찾아 죽여라! 투구에 화려한 깃발을 꽂은 놈들이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라고!”

길리언과 카오르가 각자 기사들을 이끌고 길을 뚫었다. 당연히 지셀에게 덤벼드는 전사들의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콰직! 콰직!

지셀은 양손에 든 도끼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더욱더 앞으로 움직였다.

그의 앞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지셀에게 덤비는 족족 전사들의 머리가 깨지고 팔이 잘리고 목이 날아가며 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때를 기다리던 즈발터의 외침이 전장에 크게 울렸다.

“전원! 공격하라!”

철컹! 철컹! 철컹!

빈틈없이 붙어 있던 방패 사이에 약간의 틈이 생기며 그 안에서 창들이 튀어나왔다.

푸욱! 푹! 푸욱!

방패에 붙어 있던 야만인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응도 제대로 못 하고 죽어 갔다.

펜리스군은 야만인들을 한 명도 살려 보내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참고 인내한 것이다.

야만인들이 쓰러지고 공간이 비자 병사들의 움직임이 다시 달라졌다.

철컹! 철컹! 철컹!

방패 사이의 틈이 더 벌어지고, 그 뒤에서 창병들이 뛰쳐나오며 야만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 잠깐 휴식을 취한 기사들과 기마병들도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었고, 적의 뒤쪽에서 돌격해 밀고 들어온 펜리스의 기사들도 쉬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수백의 빛나는 검과 창들이 방패로 이루어진 감옥 안에서 날아다녔다.

이미 포위당한 야만인들은 협공을 이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으아아아악! 이 개자식들!”

“네놈들을 저주하겠다!”

“우리의 신들이 절대 너희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비명과 저주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몇몇 야만인들을 도망가려 했지만 도망갈 곳도 없었다.

앞과 양옆은 방패로 막혀 있고 뒤에서는 기사들이 동료들을 짓밟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완벽하게 포위당한 것이다.

“끄아아아악!”

아무리 호전성이 넘치는 전사들이라도 이런 경우에는 도무지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전사의 가호도, 전투의 흥분도 사라진 상황에서 그들은 끝까지 분전했지만 결국 하나둘씩 쓰러지고 말았다.

피로 범벅이 된 지셀은 그 시체들을 넘어 드디어 쿠스투의 앞에 도착했다. 거대한 덩치, 얼굴에 새겨진 수없이 많은 문신이 인상적이었다.

지셀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네놈이 쿠스투냐?”

“이놈이…….”

쿠스투는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지셀을 노려보았다.

후방에 배치한 자신의 전사가 이놈에게 수도 없이 죽어 나갔다. 이른 시일 내에 수습할 수 없는 큰 피해였다. 이대로 가면 전투에서 승리한다 해도 소리바람 부족은 다른 대부족에게 잡아 먹힐 것이다.

“용서하지 않겠다!”

쿠스투는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마나를 끌어 올렸다.

야만인 중에도 마나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종종 나타났다. 이들은 그것을 ‘전사의 축복’이라고 불렀다.

지셀보다 체격이 두 배는 큰 쿠스투가 그만큼 거대한 도끼를 들어 올렸다.

지금도 전사들이 포위당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어서 빨리 이놈을 없애고 전장을 수습해야만 했다.

부족장으로서 위엄을 지키려면 직접 움직이는 건 피해야 하지만, 지금 상황을 해결하려면 그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했다.

여기서 피했다간 북방 최강의 전사라는 자부심마저 깎여 나갈 판이니까.

“죽어라!”

부우우웅!

카아앙!

지셀은 양손의 도끼를 교차해 쿠스투의 도끼를 막았다. 어찌나 힘이 좋은지 그의 발이 뒤로 밀려나며 땅이 깊게 팰 정도였다.

“오, 제법인데? 역시 괜히 대부족의 족장이 된 게 아니군.”

부족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부족에서 가장 강인한 전사가 한다. 그게 그들의 관습이자 명예였다.

쿠스투는 족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왕국에서 뛰어나다고 소문난 기사들 이상이었다.

“내가 바로 북방의 대전사 쿠스투다!”

콰아앙! 콰앙!

쿠스투의 도끼가 한 번씩 휘둘러질 때마다 땅이 갈라질 듯 파였다. 과연 엄청난 힘이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기술은 형편이 없었다. 가볍게 피한 지셀은 틈을 놓치지 않고 쿠스투의 목을 쳤다.

퍼억!

쿠스투의 목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경동맥에 정확히 도끼가 꽂혔지만 쿠스투는 이를 악물고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부우웅!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지셀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 이걸 몸으로 버틴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