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우리의 힘을 보여 줄 시간이다. (2)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지셀은 시간만 끌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 손쉽게 승리를 취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지셀이 가뭄 때를 노렸던 건 맞지만, 그건 단지 필요한 걸 쉽게 얻기 위해, 그리고 공작가와 친왕파가 대놓고 움직이기 힘들도록 판을 짜기 위해 기다렸을 뿐이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저 성을 점령하는 것이 중요했다.
‘공작가의 움직임은 브랜포드 후작이 막아 줄 거야.’
이런 상황을 대비해 그를 후견인으로 삼았다. 북부에서의 영향력을 고심하고 있는 브랜포드 후작은 어떻게든 펜리스를 보호하려 할 것이다.
남은 것은 공작가의 움직임. 그들도 지금 당장은 내전이 부담스러울 테니, 데스몬드 백작을 움직이려 할 게 뻔했다.
‘그 전에 내가 먼저 이곳을 점령해야 한다.’
길목을 막아 카발디 성에서 빠져나가는 전령은 족족 잡아들이고 있지만, 데스몬드 백작이 소식을 듣지 못할 리 없다.
데스몬드 백작은 신중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몸을 사릴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다.
‘공작가의 명령과 상관없이 데스몬드 백작은 반드시 움직일 거다.’
이곳을 잃으면 전력을 재정비하는 데스몬드로서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기에 아무리 가뭄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반드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카발디 백작도 그걸 아니까 가만히 있는 거겠지.’
적들은 식량이 바닥난 상태다. 어차피 굶어 죽을 바에는 빠르게 일전을 시도하는 게 낫다.
그런데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는 건, 지원이 올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분명 지금 상황이 지셀에게 유리하긴 하지만, 그 유리함이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었다.
‘언제나 적보다 한 발 더 앞서야 해.’
원하는 시기가 왔고 준비 또한 할 만큼 했다. 이제 빠르게 성을 점령할 차례였다.
물론 지셀도 무식하게 공성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 공성 병기도 없을뿐더러 병사들도 대부분이 보병이다. 기사들이 제법 많기는 하지만 반쪽짜리다.
이 상태로 성벽을 점령하려 했다가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병기와 병력을 갖추기 전에 공성전을 하는 건 무식한 짓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성 병기를 가져오지 않았던 게 아닌가.
피해는 언제나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빠르게 더 강한 힘을 갖출 수 있다.
“다른 영주가 카발디 백작을 도와주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 전에 성을 점령해야 한다.”
지셀의 말에 사람들은 잔뜩 실망해서는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왜 땅굴 작업을 하는지는 이해했다. 공성 병기를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으니 땅굴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지원군을 보내는 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놈 때문에 안 해도 될 고생을 하게 생겼다.
드워프들도 지셀이 왜 자신들을 데리고 왔는지 깨달았다. 드워프야말로 땅굴 파기의 스페셜리스트였으니까.
단단한 암석을 파 지하 도시까지 만드는 그들에게 땅굴을 파는 것 정도는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아오! 편하게 좀 쉬나 했더니 또 일이네! 또 일이야! 이놈의 영지는 일이 끝이 없어!”
갈바릭은 연신 투덜거리며 드워프들을 데리고 땅굴 설계를 시작했다.
땅굴로 성을 공략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적의 성벽 밑을 파내어 무너뜨리는 방법, 다른 하나는 땅굴을 통해 성안으로 침투하는 방법이다.
둘 다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성공 확률은 후자가 훨씬 높다.
성벽을 무너뜨리면 결국 적군과 전면전을 해야 하지만, 성안에 침투하게 되면 뒤에서 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파서 침투하는 것이 들키지 않도록 하겠소.”
갈바릭의 말에 지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 시끄러워도 되니까 속도를 최우선으로 해.”
“그러다가 걸리면 실패할 텐데 괜찮겠소?”
“괜찮아, 최대한 적의 뒤쪽으로 파면 되니까. 지금은 지원군이 오기 전에 빠르게 길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해.”
“끄응, 알겠소. 최대한 빠르게 뚫어 보겠소.”
성의 뒤쪽을 목표로 삼는다면 상당히 거리가 멀어졌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지반이 단단한 것?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뚫어 버리면 된다. 흙을 파내고 지지대를 세우는 것? 병사들이 수천 명이나 되니 숫자로 밀고 나가면 어려울 건 없었다.
드워프들이 작업을 지휘하자 땅굴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다들 시간 여유가 없음을 알게 됐으니 힘들어도 작업에 전념했다.
하지만 언제나 불평불만을 내뱉는 사람은 있는 법이다.
“아오! 내가 왜 여기까지 끌려와서! 이딴 너절하고 천박한 일을 해야 하냐고! 으윽! 더러워! 먼지는 왜 이렇게 많아! 코가 막힌다고!”
강제 징집된 케인은 쉼 없이 욕을 하며 곡괭이질을 했다.
귀족가의 자제로 자라 와 해 본 적이 없는 험한 일을 억지로 하고 있으려니 절로 열이 뻗쳤다.
그렇다고 도망갈 용기는 없었다. 이번에 끌려와서 한참을 교육(?) 당했던 터라 지셀에 대한 공포가 더 커졌다.
만약에 이번에 도망가다 잡히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마 시도할 수가 없었다.
“망할 새끼! 그래도 사촌인데! 지휘관 자리라도 하나 주던가! 이딴 작업이나 시키다니!”
케인은 일하는 내내 끊임없이 지셀을 욕했다. 그것 말고는 달리 마음을 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육(?) 당했음에도 욕을 달고 사는 걸 보면 역시 제법 근성은 있는 놈이었다.
“개자식! 두고 보자! 내가 더 강해지면! 반드시 뼈와 살을 분리해 주겠다! 나는 이런 천한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으아아아! 그런데 왜 이렇게 잘 파지냐!”
타고난 힘과 덩치가 좋고 가문의 마나 연공법도 익혀서인지 케인은 땅 파는 작업을 굉장히 잘했다.
흡족한 모습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갈바릭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어이, 거기 케…… 쟤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케 씨, 헛소리 그만하고 이거나 옮겨.”
갈바락이 가리킨 곳에는 흙 포대를 잔뜩 쌓은 수레들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케인은 눈이 반쯤 돌아가서 버럭 외쳤다.
“뭐? 그거나 옮기라고? 감히 내가 누구인지 알고! 당장 여기서 죽고 싶은 게냐!”
노예인 드워프마저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니 케인은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갈바릭은 케인이 화를 내든 말든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누군데? 영주 말로는 새로 들인 노예라고 했는데? 힘세고 튼튼한 노예.”
드워프들은 정말로 케인의 신분을 몰랐다. 지셀이 케인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에게 함구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노예로 알아야 다른 사람들이 마음껏 굴릴 수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케인은 그런 뒷사정을 모르니 언제나 미친놈처럼 발작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귀족이다! 너희들처럼 이런 천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얼씨구, 네가 귀족이면 나는 엘프 여왕이다. 빨리 이거나 옮겨. 확 여기에 파묻어 버리기 전에.”
“으아아아! 죽여 버리겠다.”
케인이 곡괭이를 들고 눈을 부라리자 갈바릭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어? 진짜 치게? 영주한테 말한다? 발목에 족쇄라도 채워 달라고 할까?”
“윽, 으으으윽!”
얼굴이 벌게진 케인은 곡괭이를 내려놓고 울었다. 진짜 너무 화가 나니까 오히려 눈물밖에 안 나왔다.
때리지도 못하고 성질도 죽여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너무 서러웠다.
그까짓 천 골드, 부모님 창고를 털어서라도 갚았어야 했는데.
울고 있는 케인에게 다가간 갈바릭은 그의 허리를 툭툭 쳤다. 어깨동무를 하고 싶은데 키가 닿지 않는다.
“어허, 뚝! 울지 말고! 일 끝나면 밤에 내가 숨겨 둔 술 조금 나눠 줄게. 노예 마음은 노예가 잘 알지.”
“끅, 끄흑…….”
진짜 엿 같다. 그래도 술을 준다는 말에 케인은 울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빨리 저거 옮겨. 영주 성격 알지? 우리 시간 없어.”
눈물을 닦은 케인은 열심히 수레를 옮겼다. 자존심 상하지만 갈바릭의 말이 옳다. 괜히 일이 늦어지면 성질 더러운 지셀 놈에게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른다.
그렇게 펜리스군이 땅굴을 파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동안, 카발디 백작은 한 가지 소식을 듣고 고심에 빠졌다.
“펜리스군이 군대를 둘로 나눴습니다.”
“뭐?”
펜리스군이 본래 자리 잡고 있던 곳은 성의 북쪽이었다. 그런데 절반 정도가 동문 쪽으로 이동을 한 것이다.
“그놈이 왜 병력을 둘로 나눈 거지?”
적이 병력을 나눈 김에 각개격파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카발디 백작은 곧 그 생각을 지웠다.
반으로 나눴어도 무려 1천5백 명에 이르는 수다. 그 정도 대군을 금방 전멸시킬 수는 없으니, 싸우다가 협공을 당할 수도 있었다.
‘공성 병기도 없이 양쪽을 공략할 거 같지는 않은데…….’
잠시 고민하던 카발디 백작은 영지의 전속 마법사를 불렀다.
“혹시 저놈들이 뭘 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가? 동쪽으로 이동한 병력 말일세.”
“성벽에서도 충분히 보이지 않습니까?”
마법사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성내에서 쏘는 투석기 공격을 피하려고 펜리스군은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 진을 쳤다.
하지만 눈이 좋은 기사가 보면 군대의 배치와 천막의 개수까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거리였다.
카발디 백작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당연히 전체적인 모습은 보이긴 하지. 내가 알고 싶은 건 저놈들이 뭘 하고 있는지야.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는지, 뒤에서 뭘 하고 있는지 말일세.”
“알겠습니다. 거리가 조금 있어서 오래 보기는 힘들지만, 잠깐 정도는 자세히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네.”
마법사는 바로 성벽에 올라 탐색 마법을 시전했다.
3서클인 그에게 탐색 마법은 꽤 많은 마력을 소모하는 어려운 마법이었다. 거기다 책을 많이 읽어서 눈도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사가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나았으니 마법사는 빠르게 펜리스군의 진을 훑어보았다.
갑자기 정보가 과하게 들어와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던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로 카발디 백작에게 달려갔다.
“무슨 공사를 하는 거 같습니다.”
“공사?”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뒤쪽에서 병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큰 천막을 여러 개 쳐 놓아서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흙이 담긴 수레와 묵직한 포대들을 여러 개 옮기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카발디 백작은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짚고 웃었다.
“이놈이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땅굴을 파려는 모양이구나.”
공성 병기 없이 성을 함락하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땅굴이다.
특히 북부의 성들은 몇몇 대영지를 제외하고는 해자가 없기에 더 쉽게 팔 수 있었다.
“크큭, 그놈도 친왕파가 중재할까 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지? 그런데 애송이답게 생각하는 게 빈약하구나. 누가 땅굴을 저렇게 대놓고 판다는 말이냐. 하하하하!”
땅굴은 몰래 파야 효과가 있다. 만약 발각된다면 역으로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다른 쪽으로 적의 시선을 돌리고 양동 작전으로 사용하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펜리스군에는 공성 병기가 없으니 선택할 수 있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역시 하찮은 놈이로다. 운 좋게 얻은 식량으로 전쟁을 하려니 저따위로 어설프게 굴지. 저번 전쟁도 함정으로 이겼다던데, 제 아비의 실력이 분명하다.”
카발디 백작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 지셀을 보면 분노하기는커녕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설프게 뭔가를 하려고는 하는데 어쩌면 저렇게 다 허술할까?
“이 정도로 군사적 역량이 형편없는 놈이라면 당장 나가서 붙어도 되지 않을까?”
잠깐 고민하던 카발디 백작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땅굴의 위치만 파악되면 역으로 함정에 빠뜨려 쉽게 죽일 수 있다.
피해를 줄일 방법이 확실한데 괜히 나가서 싸울 필요도 없었다.
그는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모든 성벽 주변에 진동계를 설치하고 적이 어느 방향으로 오는지 확인해라! 그곳에 함정을 파고 병력을 대기시킬 것이다!”
물을 가득 채운 그릇과 항아리가 성벽 곳곳에 배치되거나 땅에 묻혔다.
땅을 파는 동안 발생하는 진동으로 물의 파장을 확인해 방향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흘 정도가 지나자 기사가 허겁지겁 달려와 말했다.
“방향을 잡았습니다! 남쪽 성문으로 굴을 파는 거 같습니다.”
“뭐? 벌써 잡았다고? 그것도 동문이 아니라 남문? 그렇게나 돌아온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 땅굴 파는 게 빨라?”
무식할 정도로 돌아온 것치고는 접근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카발디 백작은 지셀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거 같아 혀를 찼다. 확실히 성공하기만 한다면 가장 효과가 좋긴 할 터였다.
“멍청한 놈이 성벽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몰래 들어와서 우리를 치려고 한 모양이구나. 남쪽으로 오는 게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주변에 다른 영향을 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진동이 확인됐다면 이삼일 내로 땅굴이 완성될 것이다. 카발디 백작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주 병력을 목표 지점에 집결시키고 대기해라. 적이 땅속에서 머리를 내미는 순간 죄다 죽일 것이다. 이후에 성문을 열고 혼란에 빠진 적을 바로 친다!”
“성벽은 어떻게 할까요?”
“음, 어차피 공성 병기도 없는 데다가 대부분이 보병들이다. 접근한다고 해도 시선을 끌려는 의도일 게 뻔하지만, 혹시 모르니 방어 병력을 어느 정도는 배치해라. 활만 쏴도 손쉽게 막을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카발디 백작은 승리를 확신하고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많은 병력이라도 지휘관이 형편없다면 한 번의 전투로 전멸할 수 있다.
멍청한 펜리스 남작은 땅굴을 통해 들어오는 순간 병사들을 모조리 잃을 것이다.
“크크큭, 그 애송이 덕분에 내 명성이 더욱더 높아지겠군. 아주 좋은 일이야.”
지원이 오기도 전에 불리한 상황을 뒤집고 승리하는 미래를 상상하니 저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모든 귀족이 자신의 군사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공작가도 감탄을 금치 못할 터였다.
자신만만한 카발디 백작의 예측대로 이틀 뒤 밤, 펜리스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펜리스군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카발디 백작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저런 멍청한 놈을 봤나! 이 밤에 저렇게 티가 나게 움직이면 어쩌자는 것이냐!”
적의 군대가 다가오는데도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충차도 사다리도 아무것도 없다. 와 봤자 화살 세례를 맞고 쓰러져 나갈 게 뻔하다.
저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야밤에 다가온다니, 누가 봐도 시선을 끄는 용도가 분명했다.
“목표 지점의 병력은?”
“전부 배치 끝났습니다.”
“좋다, 내가 직접 가서 지휘하겠다. 드디어 저 애송이를 죽일 때가 왔군.”
카발디 백작은 크게 웃으며 목표 지점으로 이동했다. 주변의 기사들 또한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그를 따랐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그들이 웃고 떠들고 있을 때.
짙은 밤하늘 위로, 정체불명의 거대한 그림자가 수십 개나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