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함부로 마음이 마음에게 전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함부로 그리움이 번지고 사랑이 피어나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일들.
함부로 마음이 마음에게 전하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홍은동에 집을 산 건 다분히 충동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만큼 남자는 무료했고, 때마침 마주한 서은에게 말을 걸었을 뿐이다.
‘오랜만이네.’
‘…….’
‘기억 안 나는 건가?’
오만하고 도도했던 여자는 눈빛마저 침착하고 단정하였는데,
주혁은 여전히 그 모습을 흐트러뜨리고 싶었다.
특유의 청명하고 시원한 남자의 웃음이 떠오른다.
이어 서은의 번호를 묻고 갖고 하는 말들도 떠올린다.
‘나랑 사귈래?’
서은은 픽 웃었다.
그날, 홍은동에서 남자와의 대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삶이 화려하여 인생이 심심한 것처럼 굴던 남자.
서은의 사소한 무언가가 남자의 자존심에 흠집을 내어 남자의 흥미가 동했을 뿐.
그러니 남자는 곧 서은도 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