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화
멀리 떨어진 변경에서 무언가 태동하기 시작했음을 모른 채, 황도에서는 재앙이 사라져 들뜬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재앙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따위는 위정자들에게 중요치 않았다.
황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 및 타국에도 재앙이 들이닥쳤는지 아닌지조차도.
그저 성녀의 기도로 기이한 현상들이 사라졌다는 것과, 그런 성녀가 제국 황실의 일원으로 그들을 지켜 주리라는 점.
그것이면 충분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 나자, 겁에 질려 움츠려 있던 귀족들이 기지개를 켰다.
겁먹고 저택에 숨어 동정을 살피던 것이 거짓말이라는 듯, 모두가 최선을 다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재력 있는 귀족 가문에서는 연일 무도회와 살롱을 열었고, 상점 거리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황궁 밖으로 얼굴도 내밀지 않는 성녀를 향한 관심도와 칭송이 드높아졌다는 점이었다.
초상화 한 점 없는 어린 성녀를 소재로 삼은 연극과 소설, 상상을 덧대어 그린 간이 초상화 따위가 불티나게 팔렸다.
모두가 다 성녀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 무렵, 황제는 교황의 말을 전하고자 온 칙사를 마주하고 있었다.
턱을 괸 채 심드렁한 시선을 보내는 황제와 달리, 신관은 근엄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교황 성하께서는 성녀께서 보인 기적에 대해 매우 기꺼워하셨습니다. 어린 연치에 벌써 두 번째 기적이 아닙니까. 이토록 신의 사랑을 받고 계시니, 하루라도 빨리 얼굴을 마주하기를 소원하고 계십니다. 아시겠지만, 성녀께서는 성년이 되기 전 성국을 방문하여 세례를 받아야만 정식으로 인정받으실 수 있지요.”
“세례라…….”
속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뇌까리던 황제가 눈앞의 신관을 바라봤다.
신관은 성국의 고리타분한 늙은이가 보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었다.
제국을 다스리는 군주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기는커녕 눈을 마주한 채 헛소리를 늘어놓는 신관의 행태를 바라본 황제가 코웃음 쳤다.
“그 핑계로 제국의 귀한 황녀를 데려다 본인들의 권위를 드높이는 데 쓰는 것이 아니고?”
“언사가 지나치십니다. 성하께서는…….”
“재앙이 물러가기가 무섭게 사람을 보내 세례를 운운하며 황녀를 빼돌리려는 속이 아주 훤히 들여다보이는군. 평소에는 신의 자식이라며 세상 무서울 게 없는 것처럼 굴더니, 재앙이 터지자마자 죄다 성국에 처박혀 있던 걸로 기억하네만. 오죽 무서웠으면 그리 꽁꽁 숨었을까.”
빈정대는 말에 신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무슨 불민한 말씀이십니까! 더 큰 재앙에 대비하여 준비하고자 했던 성하의 큰 뜻을 어찌 그리 곡해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럼 앞으로도 쭉, 준비에 열중하는 것이 좋겠군. 멀리 떨어진 황녀의 안위 따위를 신경 쓸 시간이 있다면 말이지. 아이는 이곳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네.”
“폐하!”
황제가 손을 휘휘 저었다.
“어린 황녀를 그 먼 곳까지 보낼 수 없는, 할아비의 애틋한 마음이라 생각하시게. 적어도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내가 그 아이의 보호자니 이 정도 결정은 내릴 수 있겠지.”
찔러도 바늘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철벽에 신관이 입술을 깨물었다.
“하오나, 성녀께서 어찌 지내고 계신지 확인하는 것은 성국을 대표하여 이곳을 방문한 저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아아, 그대의 의무야 이해하지. 다만, 우리 손녀는 ‘기적’을 일으킨 후 신께 감사 기도를 올리느라 조금 정신이 없는 듯해. 사람과의 접촉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고.”
어림도 없다는 듯한 황제의 대꾸에 신관이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바로 신의 종입니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교황 성하의 말을 전하러 온 제가 성녀님을 뵙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조만간 그 아이에게 의사를 타진해 볼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네. 기왕 왔으니 성녀를 보겠다고 신전으로 꾸역꾸역 모여든 이들에게 축복이나 내려 주는 건 어떠한가. 익히 알겠지만 성국에서 쓸 만한 신관들을 거두어 간 통에 남은 이들은 늘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서.”
황제의 입에서 축객령이 나오기가 무섭게, 기사들이 신관을 알현실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설마하니 질질 끌려 나가게 되는 수모를 겪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교황의 칙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신의 딸을 감히 제국의 땅에 억류하다니요! 다른 분도 아니고 교황 성하의 부름입니다! 폐하,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 읍, 읍!”
누군가 입을 틀어막았는지 황궁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목소리가 끊겼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지끈거리는 두통을 달래던 황제 곁에서, 시종장이 조심스레 간언했다.
“이대로 계속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성국에서는 재앙이 덮쳤을 시기 신관들을 본국으로 소환한 건으로 인해 민심이 흉흉하니, 어떻게든 성녀를 손에 넣고 싶어 할 테지요.”
“그렇겠지.”
다행히 황녀 곁에서 수행 중인 사도는 오로지 황녀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나, 그가 황녀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챙긴다고 하여 다른 사도들이나 고위 신관들이 움직이는 것까지 막아 줄 것이라고 여길 수는 없었다.
혹여 분쟁이 커지면 제국과 성국, 어느 쪽이든 그 손해가 결코 작지는 않으리라.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직접적인 분쟁까지는 꺼리는 것이 상식적이겠지만…….
‘신의 이름만 등에 업었다 하면 눈이 뒤집히는 자들이 제 배때기에 꽂히는 칼을 두려워할 리가.’
이쯤에서 한발 물러나, 조만간 저들의 요구대로 황녀와의 접촉을 허락해야 할 터였다.
“염려하시는 바는 알겠으나, 황녀 전하께서 이곳을 떠나 성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윌리엄 전하를 믿고 따르지 않습니까.”
“그래, 정이 많이 든 듯 보이더군.”
“제국에 애정이 깊을수록, 황녀께서도 이곳에 남아 계시려 할 겁니다.”
“다행이지 뭔가. 아비랍시고 그따위 이름을 지어 놓은 7황자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마음 같아서는 호적도 옮겨 주고 싶건만.”
그랬다가는 성국에서 냉큼 절차를 문제 삼아 황녀의 자격을 박탈하고는 날름 데려가 버릴 수도 있었다.
“아무튼 이대로 시간을 좀 더 끌면서 성국의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네. 무엇보다도, 연락이 끊긴 연합군 쪽에 다시 사람을 보내야겠어. 회군이 문제가 아니라…….”
“폐하!”
황제는 궁중 예절조차 잊은 채, 그리고 감히 자신의 말을 끊고서 헐레벌떡 뛰어와 앞에 부복한 근위병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오셨습니다.”
“무엇이?”
“방금 황도의 검문소에서 연락을 받았사온대, 7황자 전하와 그 일행이 성문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
“연합군의 거취와 관련하여 하이클레어 후작의 서신을 가져오셨는데, 듣기로는 부상을 입어 당분간 궁에서 요양할 예정이시라고…….”
조심스레 꺼낸 말에 황제가 얼어붙었다.
* * *
“위험하다. 마차 밖으로 함부로 머리를 내밀어서는 안 돼.”
“네에-.”
도로테아는 우드의 말을 습관적으로 무시한 채 고개를 내밀어 황도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나마 황제의 손길이 직접적으로 닿는 곳이다 보니 지방에 비해 사람들의 낯빛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지만, 인구 밀집도가 높은 만큼 ‘재앙’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은 지역답게 알 수 없는 불안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공개 재판 때 스쳐 가듯 보았던 성녀의 특징을 잡아 그린 초상화 따위를 걸어 둔 가게며, 신전에서 나누어 준 보잘것없는 목각 인형 따위를 내어 놓은 집들처럼.
‘성녀라.’
도로테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신관복을 입은 이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교황의 부상 이후, 성국에서는 각국에 파견된 신관들의 수를 최소한으로 줄인 상황이었다.
거리에서도 보기 어렵지 않을 정도로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소환했던 신관들을 다시 보냈거나, 혹은 이유가 있어 이곳 황도에 신관들을 파견했다는 것일 테지.
하기야, 교황 입장에서 성녀는 탐나는 과실일 테니.
그렇지만 괘씸하지 않은가.
제 집에 꽁꽁 숨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 놓고서 이제 와 남의 집에 보이는 탐스런 과실을 향해 손을 뻗다니.
서늘한 얼굴을 하고 거리를 구경하던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커다란 황궁의 전경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미리 전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황궁 근위병들이 도열해 마차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한 이들 옆으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윌리엄?’
뜻밖이었다.
평소 루크와 각별했다고는 하나, 굳이 궁의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으므로.
고개를 든 윌리엄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마차를 바라보다 머리를 쏙 내민 도로테아와 눈이 마주쳤다.
설마하니 마차에 어린아이가 타고 있을 줄은 몰랐던 황자의 눈이 커졌다.
반갑게 손을 흔들고 인사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의 목덜미를 잡아 들어앉혔다.
“얌전히 있거라. 제발.”
우드의 지친 목소리에 잠시 눈치를 보던 스탠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이윽고 마차를 세우는 근위병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윌리엄은 오묘한 표정으로 어린 남매와 우드를 바라보았다.
“우드 경께서, 거둔 아이들이라고요?”
“예.”
짤막한 답에 곧바로 표정을 수습한 황자가 입을 열었다.
“폐하를 뵙는 동안, 아이들은 응접실에 머무르게 하면 되겠군요. 시종을 붙이지요.”
부드럽게 말한 윌리엄이 이윽고 루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잘 왔어. 네 실종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걱정이 깊었는데, 무사한 모습을 보니 기쁘네.”
루크는 아무런 말없이 웃고 있는 형을 바라보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 훈훈한 인사가 이어지는 사이, 아마도 윌리엄의 측근인 듯한 남자가 다정히 아이들을 향해 말을 붙여 왔다.
“꼬마 손님들은 이쪽으로 오시지요.”
도로테아는 황제와 알현하는 자리로 가겠다며 떼를 쓰는 대신, 순순히 그를 따랐다.
어차피 지금의 몸으로 황제 앞에 가 봤자 그녀에게 발언권이 주어질 리 없었다.
굳이 자신이 누구임을 밝힐 필요는 더더욱 없고.
“좋아요, 앞장서세요.”
안내를 자처한 행정관이 제 귀를 의심하듯 뒤를 돌아봤다.
오빠의 손을 꼭 잡은 소녀가 새까만 두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무엇이 문제냐는 듯.
‘……궁에 처음 들어오는 아이들은, 곳곳에 배치된 삼엄한 경비에 겁을 먹거나 긴장하기 마련이건만.’
이 아이들은 묘하게 겁이 없었다.
정확히는 오빠 쪽은 동생을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는 듯 보였고, 동생 쪽은 생전 처음 보는 어른의 뒤를 따르면서도 낯을 가리기는커녕 주변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말하는 쪽이 옳았다.
“별궁으로 가지 않는 건가요?”
“예?”
“별궁이요. 응접실은 별궁에 있다고 들었는데요.”
싱글거리는 소녀의 말에 생각에 잠겼던 남자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아, 그곳은 지금…….”
날뛰는 신관을 처박아 놓았으니 다른 손님을 모실 수 없다. 그리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일이 있어서 다른 궁으로 모실 예정입니다. 별궁은 아니지만 이쪽도 꼬마 손님들이 머무르기에는 훌륭할 겁니다.”
마치 허를 찔린 듯 횡설수설하는 남자를 바라본 도로테아가 심드렁하니 궁을 올려다보았다.
훌륭하기야 하겠지.
적어도 가진 것으로는 조금의 부족함이 없었던 3황자의 궁이니.
‘주인을 잃은 황자의 궁은 어찌 되나 궁금했는데.’
가끔 궁을 찾는 귀빈들의 처소쯤으로 사용되는 건가.
궁금해졌다.
자기애가 넘쳐흐르던 황자가 궁 곳곳에 전시해 두었던 그의 초상화는 어찌 되었을지.
물끄러미 궁을 올려다보던 도로테아가 흘끗, 별궁을 바라보았다.
“서기관님!”
헐레벌떡 달려온 누군가가 그를 향해 다급히 속삭였다.
꽤 중한 사안이었던지, 서기관이라 불린 남자의 안색이 급변했다.
따라붙던 시선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도로테아는 남자를 기다리는 대신 엉뚱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말하는 것을 꺼리던 별궁으로.
성큼성큼, 거침없이 향하던 걸음은 이내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는 힘에 멈춰 섰다.
뒤를 돌아보자 굳은 얼굴을 한 스탠이 눈에 들어왔다.
“사라, 이쪽이 아니잖아.”
“난 이쪽으로 가고 싶은걸.”
심드렁하니 고집을 부리자, 스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평소라면 못 이기는 척 동생의 뜻에 따라 주었을, 순하고 착한 스탠이 드물게 그녀의 고집에 맞섰다.
“일이 있어서 궁을 쓸 수 없다고 하셨어.”
“그럼 구경만 하고 나오자.”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잖아.”
“그럼 어쩔 수 없네. 오빠는 돌아가.”
손을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소년이 별안간 그녀의 손을 힘주어 잡아 왔다.
“안 돼.”
단호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는 묘한 힘이 서려 있었다.
순간이지만 그녀의 육신을 옭아맬 정도의 강한 ‘바람’이 실린 말에 도로테아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인형처럼 눈을 끔뻑였다.
찰나의 순간, 소년의 얼굴에 후회가 스쳤다.
“저어, 사라.”
도로테아는 맞잡은 손을 한 번, 소년의 얼굴을 한 번 들여다보고는 느릿하게 물었다.
마치 좀 전의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오빠는 저곳이 싫구나?”
“응, 가고 싶지 않아.”
“어째서?”
입을 꾹 다문 채 고집스레 별궁을 외면하는 소년을 바라보던 도로테아가 다시 물음을 던졌다.
“저 궁에 누가 머물고 있는지 알고 있어, 오빠?”
“…….”
“나는 그게 궁금해서 찾아가 보고 싶은 건데, 오빠는 꼭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네.”
스탠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눈을 내리깔고 있는 소년을 바라보던 도로테아가 선뜻 발길을 돌렸다.
“뭐, 좋아. 그럼 다른 곳으로 가자.”
“……그래도 돼?”
“할 수 없지. 오빠가 싫다며.”
뜻밖에도 먼저 뜻을 굽히는 소녀의 태도에 놀란 듯 스탠이 눈을 크게 떴다.
도로테아는 생긋 웃는 얼굴로 대꾸했다.
“내가 그랬었잖아. 나는 오빠의 가족이 되어 줄 생각이라고. 오빠가 정말 싫어할 만한 일이라면 안 해.”
그녀의 말에 맞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멍한 얼굴로 보건대, 의식조차 하지 않고 있는 일 같았다.
활짝 웃는 도로테아의 눈이 마치 활처럼 가늘게 휘어졌다.
“별궁이 싫다니, 그리로는 안 갈게.”
천천히 손을 든 그녀가 2황자 궁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
“응?”
스탠이 멍한 얼굴로 눈을 끔뻑였다.
저쪽도, 우리가 안내받은 궁은 아닌 것 같은데.
소년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한 채 소녀의 힘찬 걸음에 힘없이 끌려 2황자 궁으로 향했다.
성녀가 머무르고 있는, 윌리엄의 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