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대공의 세 번째 부인이 되거라."
아르네스 후작가의 사생아 엘리아는 마지막까지 가족에게 이용당했다.
저주와 같은 신탁을 받은 대공, 그런 그의 세 번째 부인.
후작가는 엘리아를 그 자리에 밀어 넣고 막대한 지참금을 챙겼다.
그렇게 16년. 시린 북부의 추위처럼 차갑기만 한 결혼 생활이었다.
서로를 외면했던 부부가 뒤늦게 맞닿은 건 북부가 스러지기 하루 전.
"……처음이군. 당신을 이렇게 안는 건."
알고 보니 다정하고 한결같았던 남편,
늘 엄마의 손길을 바라며 그녀를 좇았던 아이까지.
엘리아는 너무도 늦어버린 깨달음 속 눈을 감고 만다.
그리고 신의 선물처럼 16년 전으로 돌아온다.
엘리아는 다짐한다.
이번 생에는 꼭 소중한 이들과 북부를 지키겠다고.
그 무엇도 아닌 제 능력으로!
***
툭, 투둑, 툭.
눈에서 선명한 푸른 빛이 쏟아지자 따스한 비가 대지를 흠뻑 적셨다.
이복동생의 계략으로 잃어버렸던 마나도 채우며
날씨를 바꾸는 이능을 컨트롤하기 시작하는 엘리아.
의욕적으로 시작한 또 한 번의 북부 생활,
이제 북부를 살리고 남편, 아들과 행복할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됐어요."
"말 걸지 마요!"
"싫어요."
솜사탕 같은 핑크빛 머리칼에 심통 나 잔뜩 부푼 말랑한 볼.
아들이 까칠한데…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