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를 품은 달-26화 (26/47)

#26

연우는 훤의 말을 이해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렀다. 그리고 이해하고 나서도

더 이상의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오직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의 애끊는 눈빛뿐이었다.

그 눈빛이 슬프게 누군가를 불렀다.

“연우낭자.”

그가 부른 이가 누군지 몰라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우선 그의

눈빛을 보아선 안 되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눈빛에 빨려들듯 자꾸만 달려가

안기고픈 두 다리를 막을 방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적인 방어였다. 그래서 다가가는

마음과는 반대로 두어 발 더 뒷걸음을 한 뒤, 몸을 반쯤 돌려 옆으로 섰다.

“연우란 여인이 누구시온데, 이리 천한 몸뚱이에 걸친단 말씀이옵니까?”

감아버린 연우의 눈엔 처참하게 일그러진 훤의 표정은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슬픔에 짓이겨진 목소리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잖아도 숨쉬기조차 힘든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참이오?”

훤의 힘든 걸음이 연우를 향해 내딛어졌다. 하지만 훤이 다가서는 거리만큼 연우는

물러났다. 그렇게 물러만 나니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왕의 용상에 오르는

계단까지 다다른 것이었다. 그곳엔 왕 이외는 오를 수 없는 곳이었다. 물러설 수없는

상황이 되자 훤은 더 이상 다가서지 않고 그 자리에 멈췄다.

“나의 눈은 천한 것은 담지 않으니, 지금 내 눈에 있는 그 몸은 천한 것이 아니오.

바로 연우낭자의 몸이오.”

“어환이 깊으시어 혼미하신 듯 하옵니다.”

“아니라 말하지 마시오! 연우낭자면 연우낭자라 하고, 아니라 하여도 연우낭자라 하시오!”

연우는 훤의 눈물에 젖어 눅눅해진 자신의 심장을 두 손으로 눌렀다. 그 심장은 연우가

아니란 말을 뱉어내지 못하게 했다. 이미 알아버린 그에게 어설픈 거짓말로 둘러대다간

그를 더 슬프게 만들게 될 것이었다.

“난 하고픈 말이 너무나 많았소. 그 말을 하지 못한 심장이 망가져 버리고 만 것이니,

들어주시오. 연우낭자가 아니어도 연우낭자가 되어 들어주시오.”

듣고 싶었다. 자신이 이제까지 죽지 못하고 살아온 이유가 바로 지금 훤의 입에서 나올

말들을 듣고 싶어서였다. 그 지극한 마음이 연우의 의지를 배반하고 발걸음을 훤에게로

인도하고 말았다. 가까이 다가서서 마주한 그들 사이에는 세상의 시간조차 숨을 죽이고

멈춘듯했다. 서로가 서로의 눈에서 자신들의 눈부처를 보았다. 그리고 훤의 눈 속을 가득

메운 연우의 눈부처는 더 이상 무녀의 신분이 아니었다. 왕의 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순간 훤의 눈동자에서 연우가 사라졌다. 대신 눈에서 사라진 그녀는

훤의 품안에 꽉 들어차 있었다. 연우의 두 팔도 훤을 품안에 가득 끌어안았다.

“연우낭자······,”

훤은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삼키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막상 말을 하려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도 없었다.

“······하고픈 말이 많았는데,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

말 못하는 훤을 대신해서 연우는 자신이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물었다.

“혹여 보고 싶었다 말씀하시려 하였사옵니까?”

“그렇소. 하지만 그 말이 아니오. 보고 싶었단 말로는 내 마음을 다 말할 수 없기에,

세자시절 그대와 만나면 해줄 많은 말들을 생각해 뒀었소. 그런데 그대가 너무 늦게

내 앞에 나타나 지금은 잊어버리고 말았소. 많은 말들이 있었는데······,

그대는 없었소.”

“마음으로 이미 들었사옵니다.”

“왜 내게 오지 않았소?”

“경복궁이 광한전(달나라의 궁전)보다 더 멀었기 때문이옵니다.”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소? 알았더라면······, 알았더라면······.”

“언제나 꾸어오던 꿈과 같아서 지금도 꿈속이라 여겼기 때문이옵니다. 덧없이 깨어나면

서럽지 않게······.”

훤은 품속에서 연우를 떨어뜨려 다시 눈을 들여다보았다. 눈물 가득한 여인의 눈 속에

똑 같이 눈물 흘리는 사내가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소. 정말 아무것도······. 나를 많이 원망하였소?”

“소녀의 마음이 좁디좁아 그리움만으로도 차고 넘쳤으니, 어찌 원망이 자리할 곳이

있었겠사옵니까?”

“그럼 난 마음이 넓은 사내인가 보오. 그동안 그리움만으로도 부족하여, 너무 많은 원망도

하였으니.”

“무엇이 그리도 원망스럽더이까?”

“세상 가득 설렘으로만 채워놓고는 한순간에 빼앗아 가버려 원망하였소. 세상을 떠나고도

내 마음에선 떠나지 않아서 원망하였소. 이젠 볼 수 없는데, 보고픈 마음은 더하여져 감에

원망하였소. 짝 잃은 쌍봉잠 한 짝을 쓸모없어지게 하여 원망하였소. 많은 말들을 전하지도

못한 채 나 홀로 삭이게 하여 원망하였소.”

“원망하시오소서. 그런 원망이어든, 잊어버려 원망하지 않았단 말보다 기쁘옵니다.”

“지금도 원망스럽소. 멋진 사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리도 많은 연습을 하였는데,

지금은 울보가 된 사내외엔 보여주지 못하니.”

연우는 감히 왕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손끝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쓰다듬어 보았다.

“이리도 멋진 분이신지는 소녀, 미처 알지 못했나이다.”

“난 알고 있었소. 이리도 아름다울 거라 내 이미 알고 있었기에 보고 싶었소.

그리고······, 그대를 만나면 꼭 하고픈 것이 있었소.”

연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훤의 입술이 연우의 입술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숨 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거짓말인양 아주 긴 호흡으로 연우의 심장에 고여

썩어있는 응어리들을 빨아들였다. 오랫동안 계속된 힘 있는 흡입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린 쪽은 연우였다. 훤은 단단한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연우의 허리를 안아

부축했다. 하지만 입술은 놓아주지 않았다.

“상감마마! 무슨 일 있으시옵니까?”

아무리 기다려도 천추전 안에서 왕과 무녀가 나오지 않자, 걱정된 내관들이 목소리를 높여

안의 동정을 살피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무시하던 훤은 계속해서 바깥에서 외치는

방해하는 소리에 기분이 상해버렸다.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있느냐!”

화가 나서 외치는 훤의 우렁찬 소리에 연우는 몽롱해진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조금 전

침전에서의 모습과 확실하게 차이가 있는 훤의 상태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어의를 들이시어 어환을 살피시옵소서.”

“싫소! 난 그대에게 하고픈 말이 아직 많이 남았소. 조금만 더 단둘이 있으면 안 되겠소?”

“마마! 지금 안으로 불러들이시옵소서.”

훤은 연우가 왜 갑자기 조급하게 사람들을 불러들이라는지 미처 헤아릴 정신이 없었다.

오직 연우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 외엔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눈에

아직 눈물이 그치지 않은 자신과는 다른 연우의 태도가 못내 서운하고 속상했다.

훤은 아무 말 없이 용평상으로 올라가 앉았다. 연우가 부축하지 않아도 조금 비틀거리기만

했을 뿐 힘들지 않은 걸음이었다. 훤도 그제야 자신의 몸의 변화가 심상찮음을 깨달았다.

연우로 인해 기적이 일어난 것으로만 치부하기엔 변화가 확실했다.

“그대는 괜찮소? 혹여 나 대신······?”

“소녀, 아무렇지 않사옵니다. 어의부터 부르시옵소서.”

훤은 봉잠을 소매 자락에 넣고는 외쳤다.

“모두들 안으로 들라!”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들어왔다. 운은 들어서자마자,

용평상 아래에 서 있는 월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그 옆에 섰다. 훤은 어의를 보며 말했다.

“어서 나의 병을 살펴보아라.”

어의가 조심스럽게 훤의 손목을 잡았다. 하지만 맥을 집어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침전을 나오기 전까지는 쉽게 잡혀지지 않던 맥이 지금은 되살아나 있었던 것이다.

훤은 어의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그의 환한 표정에서 건강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좋아진 건강이 이상하여 연우만 물끄러미 보았다.

‘진짜 신기가 있는 무녀가 맞는 것인가? 그래서 전 홍문관대제학이 자신의 손으로 딸에게

약을 먹이고, 장씨도무녀가 살려낸 것인가? 그렇다는 것은 할마마마나 외척일파들과는

무관하다는 말인데······. 내가 그들의 소행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렸던 것인가?’

같은 시간, 염은 연우의 무덤에 도착하여 곡괭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를 본 청지기가

기겁을 하며 무덤을 자신의 몸으로 막았다.

“어찌 이러십니까? 가엾은 아기씨 무덤입니다요.”

“비켜라!”

염의 표정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왠지 사람 껍데기만 있는 듯 하여 청지기의 마음은

더 안타까웠다.

“어찌 이러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그러면 비켜드릴 것입니다요.”

그는 더 이상 막무가내로 무덤을 향해 덤벼드는 염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염의 손에서 강제로 곡괭이를 빼앗아 들었다.

“소인네가 하겠습니다! 주인님이 이런 일을 하시게 하느니, 차라리 소인네가 무덤을

파헤치고 그 벌을 받겠습니다.”

청지기는 심호흡을 하고 곡괭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평소 염이 쓰다듬는 것조차 아까워

하던 무덤을 내리쳤다. 꽁꽁 언 땅이 쉽게 곡괭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았지만, 힘들게 안으로

파 들어갔다. 염은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서 있었고,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 청지기의

눈에선 안타까운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참을 언 땅과 씨름하고 나니 드디어 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지기는 손으로 흙을 허겁지겁 치우고 소리쳤다.

“관이 보입니다! 이제 됐습죠?”

“관 뚜껑을 열어라.”

“네? 시, 시신까지 확인하시겠단 말씀입니까? 그건 절대 아니 될.”

“어서 열어라! 아니면 내가 열 것이다.”

청지기는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주인님이 하시는 일이라면 필시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무덤을 파헤치는 것이 누구보다 가슴 아픈 사람도 바로 주인님일

것이기에 청지기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곡괭이로 관 뚜껑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관 뚜껑은 고정 되어 있지 않고 곡괭이를 가져다 대기가 무섭게 스륵 열렸다.

“이럴 수가! 그때 분명 관 뚜껑을 못으로 박았는데······.”

미적거리고 있는 청지기를 참을 수가 없었던 염은 묘혈로 들어와 자신의 손으로 관 뚜껑을

밀쳤다. 염과 같이 관 속을 본 청지기의 얼굴도 새파랗게 질렸다. 그 속에는 흙 몇 덩어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염은 휘청거리며 묘혈의 벽 쪽에 주저앉듯이 기댔다.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대체 아기씨 시신이 어디에 있습니까? 소인네가 그 동안 계속

무덤을 돌보아 왔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진실입니다요. 그런데 한 번도 무덤이 손상된 적이

없었는데······. 그렇다면 묻은 그날?”

청지기는 더욱더 넋이 빠진 염을 보았다. 염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나마 기절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 싶었다.

“대체 누가 벼락 맞을 짓을 한 겁니까? 감히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분의 시신을!

서, 설마 사, 사, 살아 계.”

청지기는 행여 자신이 내뱉은 말이 바람결에라도 흘러갈까 두려워 손으로 얼른 입을 막았다.

마치 살아있는 시신과 같아서 묻지 말고 더 있어야 한다며 전 홍문관대제학께 울면서

호소했던 그였다. 그가 본 연우의 시신은 결코 시신으로 보이지 않았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마음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얼이 나간 염보다 정신을 먼저 차렸다. 그리고 급히 염을

묘혈 위로 끌어내고 훔쳐보는 이가 없나 주위를 경계해 가며 무덤을 덮기 시작했다.

“그, 그럼, 지금 어디 계신 걸까요?”

‘어디? 우리 연우가 있는 곳이 무덤 안이 아니라면······?’

염은 눈길을 들어 경복궁이 있는 곳을 보았다. 운이 보고, 양명군이 보고, 왕이 볼 수 있는 곳.

그곳은 경복궁밖엔 없었다.

‘예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었고,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강녕전으로 돌아온 훤은 또 다시 심장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왕의 안색이 나빠진 것을

확인한 연우는 얼른 방안을 둘러보았다. 천장과 벽, 그리고 바닥을 훑어보던 연우는

방바닥의 네 모퉁이 중에 유독 한곳이 다름을 느꼈다. 훤도 연우의 눈길이 닿은 곳을 보았다.

그곳엔 누군가 뜯어내고 다시 붙인 흔적이 있었다. 연우는 구석으로 가서 장판을 뜯어냈다.

연우의 이상한 행동에 내관이 소리를 높여 호통했다.

“지금 무슨 짓이냐! 감히 무녀 주제에 왕의 침전을!”

하지만 다른 내관들과는 달리 운은 재빨리 연우가 뜯어낸 곳으로 갔다. 운의 이 사이로

말이 갈리듯 나왔다.

“부적입니다!”

깜짝 놀란 내관들이 몰려와 바닥을 확인했다. 그곳엔 믿을 수 없게도 정체모를 부적이

숨겨져 있었다. 연우는 일어나 옆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한쪽 모퉁이를

뜯어내 부적이 있음을 확인했다. 내관들 모두 흩어져 각 칸 마다 부적이 있는 것을 찾아냈다.

나머지 몇 명의 내관들은 각각 연생전과 경성전으로 가서 그곳에서도 부적을 찾아냈다.

침전의 모든 칸에 부적이 없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상선내관이 연우를 보며 말했다.

“역시 무녀는 무녀였군. 이렇게 알아낸 것을 보니.”

하지만 훤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구삼년폐풍월(堂狗三年吠風月,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이라 했다. 신기로

알아낸 것이 아니라 오직 영민함으로 알아 낸 것이다. 연우낭자에겐 신기라는 것은 없다!’

훤은 내관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 당장 관상감의 세 교수들과 소격서의 혜각도사, 그리고······

성숙청의 장씨도무녀를 불러오라!”

연우가 왕 앞에 엎드려 말했다.

“상감마마, 성숙청에는 소녀가 다녀오겠사옵니다.”

연우의 마음도 급했다. 왕이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 대해서 먼저 장씨에게 말하고

앞으로의 일을 의논해야 했다. 연우에게 있어서는 다른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훤은 잠시라도 연우와 떨어지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녀의 사정도 있을 것이기에 마지못해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물러나는 연우를 보며 훤은 의아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였다면 자신이 연우임을 말하였을 것이다. 지금이 아니라 하여도 처음 온양에서 보았을 때,

나였다면 반드시 말했을 것이다. 살아있었다고, 원한을 풀어달라며. 그런데 왜 숨기고 있었을까?

그토록 설움을 삼키면서까지 연우가 아니라 했을까? 연우낭자가 자신의 신분으로 돌아오면

안 되는 어떤 이유가 있다는 뜻인데, 혹여 아바마마가 보호하고자 했던 이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연우낭자조차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지켜야만 하는 그 무엇이 있단 말인가?

장씨도무녀! 그자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연우는 장씨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무거운 걸음으로 성숙청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의지를 버리고 연우임을 드러내 보이고 만 것을 스스로 자책해 보았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래서 왕이 자신을 알아차린 기쁨을 느낄 사이도 없이 가슴 무거운

막막함만을 느껴야 했다. 성숙청 뜰에 설이 서성거리다가 연우가 들어서자 웃으며 맞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어두운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던 검을 든 자객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두 사람을 에워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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