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12화 (112/130)

1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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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담한 심정은 공감이 안되는 건지, 쌍둥이들은 피브스와 계속 얘기 중이었다. 나는 그걸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련님, 어디 가?"

"해리한테. 가브리엘이 초대해주라고 했거든."

"그래?"

프레드가 손을 비척비척 흔든다. 나도 손을 한 번 흔들고는 문을 향해 나갔, 지만 이내 다시 조지에게 붙잡혔다. 이번에는 또 뭐지.

"지금 생각난건데, 도련님. 물어볼 거 있어."

"뭔데."

"도련님 아파?"

"영혼의 문제는 또 뭐야?"

"연회장에서 피도 토하고, 수업시간에 기절하고, 호그와트의 대표 환자 아닌가?"

"……."

피브스가 덧붙인 말에 나는 그냥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뭔가 사실만 나열한건데 오묘한 기분이다.

"……아니, 안 아파."

"도련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둘이 오묘한 눈빛을 이내 거두고는 이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장난기가 가득한 눈이 주위를 흝는다. 뭐지. 내 눈도 점점 가늘어졌다. 쌍둥이들이 저러면 굉장히 불길하다. 프레드가 이제 되었다는 듯 다른 사탕을 꺼내들었다.

"…뭐 해?"

"응? 제품 개선 중."

"발열 사탕을 먹었는데, 종기가 나더라고."

"위즐리들께서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는데-?"

피브스가 킬킬거리며 말을 끝마친다. 쌍둥이들은 피브스의 말을 거의 안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가려던 발을 멈추고 발열 사탕을 바라보았다. 저거 해결책 원작에서 나온 거 아닌가.

"머트랩 용액을 넣어봐."

"……."

"……?"

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로를 마주 본다. 피브스가 그 광경을 보며 낄낄댔다. 아마 뭔지 모르는 거겠지.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설명해주었다.

"상처치료 약이잖아."

"…아, 그게 있었지!"

"도련님은 천재야!"

"장난감을 천재적으로 잘 만드는 위즐리들께서는, 알고 있는 거 맞으신가-?"

피브스가 키득거리며 비꼬거나 말거나, 쌍둥이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신난 듯 웃는다. 그보다 어딜 봐도 몰랐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아는 척 해봤자 늦었다.

"알고 있었지-!"

"그럼 그럼."

"아, 머트랩 용액 대신에 프릴 히스토크를 넣는 것도 좋을 거야."

"……?"

"종기를 없애주는 마법약."

"아, 아! 하하, 도련님, 아는 게 많구나?"

"…이거 4학년 과정인데."

"풉, 푸하하하 흐!"

쌍둥이들이 하하하 웃으며 눈을 피한다. 그 와중에 피브스는 바닥을 구르며 웃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재밌는 것 같다.

"4학년 과정, 4학년 과정…! 악동들의 뒤를 잇겠다고 당당하던 위즐리들께선 어디 가셨나! 아, 그때가 그립단 말이지. 특히 우리의 무니는 마루더즈지만 공부도 잘했었는데!"

"……!"

"말도 안 돼!"

너희 머리가 더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애초에 무니, 즉 리무스 루핀은 반장도 했었고 심지어 교수도 되었었다. 상대 자체가 안되는 사람을 어디다가 비교하는 거지. 쌍둥이들의 뒤에서 불타오르는 듯한 환상이 보인다. 아니, 경쟁심을 가질 거면 공부부터 하라고.

피브스는 장난꾸러기 요정이었지만, 최소 백 살은 먹은 할아버지 뻘의 나이이기도 했다. 피브스가 킥킥거리며 더욱 놀리는 어조를 만들어냈다. 진짜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데 천재적인 것 같군. 나는 속으로 감탄 아닌 감탄을 내뱉었다.

"전교 5등 안에 들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지! 그에 비해, 지금의 악동님들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이익."

어째서 그런 걸로 승부욕에 불타는지 모르겠다.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둘을 쳐다보았다.

"호그와트의 악동들! 마루더즈!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 이름-"

이제는 아예 노래까지 부르는 거냐. 피브스가 흥얼거리면 흥얼거릴수록, 둘의 얼굴은 점점 더 험악해져갔다. 뭐, 피브스는 그걸 노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윔테일, 무디, 패드풋, 프롱스, 그들은 마루더즈- 사람들을 몰고 다녔지-"

"…딱히 그렇지는 않았는-"

"다양하고 멋- 진 장난들! 그들은 언제나 즐거웠었어- 항상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지! 너희들과는 다르게! 공부까지 잘했었었고-"

피브스는 놀리려고 작정한 것 마냥, 더욱 밉살맞은 어조로 노래를 계속했다. 시선 처리, 어조, 눈빛, 몸짓, 심지어는 노래음까지 완벽하게 얄밉다. 역시 장난꾸러기 요정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그보다 저번에 루핀이 왔었을 때도 놀리지 않았었나. 태세 전환이 정말 뛰어난 것 같다. 나는 거의 찬양 격인 노래를 흘려들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쌍둥이들을 바라보았다.

"공부 못하네- 장난도 못 치지- 할 줄 아는 게 마루더즈의 예상 안이야- 솔직히 그때가 그립군! 아, 이렇게 지루하지는 않았었는데! 위즐- 리들은 도달점도 못 미치지-"

'솔직히 가만히 있는 것도 의외 군.'

쌍둥이들이라면 여기서 주먹 아니면 마법이 나갔을 것이다. 그전에 내가 말렸겠지만. 나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입을 열어 꽤 큰 목소리를 냈다.

"그만해."

"오, 유명하신 호그와트 도- 련님! 툭 치면 쓰러- 질 것 같구먼!"

피브스가 그만하기는커녕 더욱더 신이 난 태도로 노래를 부른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바론 경."

"……!"

"설마 슬리데린의 유령을 잊은 건 아니겠지?"

"…이익!"

피브스가 나를 엄청 노려본다. 눈살을 찌푸렸는데 하나도 무서워 보이지가 않았다. 나와 피브스는 한참 동안 눈빛 교환(?)을 계속했다. 결국 피브스는 쌩하니 빈 교실을 나갔고. 어차피 이럴 거면서 왜 시비를 건거지. 나중에 바론 경한테 감사 인사나 해야겠다.

쌍둥이들은 더 이상 불타오르지 않았다. 아니, 뭔가 재가 되어서 하얗게 변한 느낌이려나.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괜찮아?"

"……거야."

"……?"

"공부할 거야! 무니 씨보다 더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겠어!"

"오, 프레드, 나와 생각이 같군!"

둘이 서로를 마주 보며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아무 예고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잠깐.

"도련님, 우리는 도서관 갈게!"

"야, 조지! 발명품 챙겨!"

"아씨오, 아씨오, 아씨오!"

"도련님, 안녕!"

"다음에 보자!"

소환 마법으로 장난감들을 모두 가져간 쌍둥이들이 빠르게 아디오스를 외치며 사라진다.

…뭔가 태풍이 한차례 휩쓴 것 같다.

[작품후기]

드디어! 드디이이어! 쌍둥이들 착각계 유입! +2 = 69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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