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04화 (104/130)

1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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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우스와 나시사는 잠시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나는 눈을 조금 더 내리깔았다. 솔직히 조금 더 혼날 줄 알았는데. 왜 잠잠한거지.

"…왜 크라우치의 저택으로 간거니?"

"……."

"드레이코."

나시사와 루시우스의 볼에 눈물 자국이 선연했다. 걱정을 끼친 것 같은 기분에 죄책감이 올라왔다.

"조금 쯤은, 우리에게 기대면 안되겠니?"

"전, 그러니까…"

"제발. 조금 쯤은, 짐을 나눠들 수는 없겠니?"

나눠든다고? 누군가에게 맡기면, 누군가는 분명히 죽을텐데? 나는 시체를 볼 자신이 없었고, 원망을 견딜 자신도 없었다. 그래, 결국 자신은 겁쟁이였다.

"……."

"…알았다, 드레이코."

"네가 싫다면, 우리가 도와주지."

루시우스가 처음으로 입을 연다. 나는 뜻밖의 말에 놀라서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나시사와 루시우스를 바라보았다. 루시우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짐을 나눠드는게 싫다면, 내가 짐을 모두 다 들겠다. 네가 기대기 싫다면 기대지도 않을 수 있게 만들어줄거야."

"……."

"…쉬거라, 드레이코."

"푹 쉬렴."

그 말을 끝으로 둘은 방에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어쩐지 크게 느껴졌다. 나는 가만히 둘이 나간 방향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내렸다.

사람을 죽이기는 여전히 무섭다. 뭔가를 바꾸려고 했지만, 더 수틀려질 뿐이었다.

"애초에 내가 움직이는게 맞기는 할까."

끝도없이 우울한 생각이 꼬리를 무는 기분이다. 몸 속에 시커먼게 가득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결국에는 그냥 잠든 것 같다.

* * *

Side, Lucius Malfoy

"그래서, 드레이코와 면담을 하고 싶다고?"

"그게… 저희도 상황을 파악해야-"

"지금 쉬고있는 아이를?"

루시우스가 죽일 듯이 직원을 노려보았다. 직원은 그에 따라 죽상으로 변했다. 하지만 루시우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몇 분 씩이나 걸린거지? 순간이동은 장식인가? 아니면 오러를 그딴 식을 뽑는건가?"

"그게… 그, 저희도 조금 바쁘다보니-"

"죽을 수도 있었다!"

직원의 얼굴이 좀 더 푸르죽죽해 졌다. 루시우스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 싶었다. 루시우스가 직원을 노려보며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너희가 늦게 와서, 내 아들이 죽을 수도 있었단 말이다! 몇 분이 사람의 생명을 갈라놓는 걸 정말로 모르는건가? 아니면 알고싶지 않은건가?"

"그 쯤 하시죠."

오러 본부장인 루퍼스 스크림저가 직원을 밀며 루시우스의 앞으로 다가왔다. 직원의 안색이 다시 펴졌다.

"그래, 오러 본부장이십니까? 루퍼스 스크림저?"

"네, 먼저 저희 잘못을 사과하겠습니다. 늦게 도착한건 분명 저희 쪽 책임이니까요."

"잘 알고있군요."

"저희도 페티그루를 쫓느라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하십니까?"

루시우스가 입술을 악물며 물었다. 반말이 튀어나올 뻔 했지만 루시우스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았다. 나시사가 이 자리에 없는게 다행이다. 그가 화내는걸 나시사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래, 좋습니다. 마법부의 잘못으로 출동을 늦게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드레이코와 면담하겠다는 건 무슨 경우입니까? 지금 아픈 애와 면담을 하고 싶다고요?"

"저희는 크라우치의 저택에 있었던 일이 궁금합니다. 실종된 크라우치 씨를 포함해서 말이죠."

"아직 아픈 아이입니다."

"하지만 저희 마법부의 입장도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스크림저는 전혀 물러서지 않은 채로 루시우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루시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루시우스는 스크림저를 노려보면서 말을 이었다.

"소송을 해야 그만두시겠습니까?"

"……."

"법적으로 처리하죠. 업무 태만에, 피해자 압박 죄목이 좋겠군요."

루시우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스크림저의 말소리가 뚜렷하게 울려퍼졌다.

- 네, 먼저 저희 잘못을 사과하겠습니다. 늦게 도착한건 분명 저희 쪽 책임이니까요.

"그게 싫으시다면, 이만 가주시죠."

루시우스가 스크림저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는 어둠의 마왕이 부활했다는 걸 말하려고 하면서도, 무능한 마법부를 전혀 믿을 수 없었다.

스크림저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직원을 데리고 나갔다. 루시우스도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 무얼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정말로 무얼 해야하지? 그를 단단히 고정하고 있는게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불사조 기사단."

일단 그 집단을 믿는 수 밖에 없나. 제가 욕한 집단을 제가 믿어야하는 상황이 우스웠다. 루시우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성 뭉고 병원의 부엉이를 찾는 걸 멈추지 않았다.

* * *

성 뭉고 병원에서의 시간은 의외로 빨리 갔다. 그건 제가 일어나기만 하면 잠들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늘만 지나면 퇴원한단다. 너도 좋니, 말포이?"

"……네."

치료사가 한숨을 내쉰다. 뭔가 체념하기도 한 듯한 한숨소리다. 치료사는 그 뒤로 나에게 말을 붙이지 않았다.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나고, 이번에는 스네이프가 들어왔다. 스네이프는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도대체 너는…!"

"……."

"…아니다. 드레이코, 무슨 일 있느냐?"

"아무 일도 없어요."

내가 말했지만 내가 말한 기분이 아니었다. 스네이프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내민다.

"호그스미드 외출일에 마음대로 행동하지만 않았더라면, 더 빨리 올 수 있었을거다."

스네이프가 퉁명스레 말을 꺼내며 내 손을 맞잡았다. 스네이프는 속삭이는 듯한 어조로 다시 한 번 말을 꺼냈다.

"…걱정시키지 말거라."

그 말을 끝으로, 호그와트에 도착했다.

[작품후기]

TMI1. 디키는 전생에서도 전전생에서도 18살을 넘기지 않고 죽었다.

TMI2. 전전생의 죽음은 트럭사고, 전생의 죽음은 자살. 원작을 마무리 했으니 살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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