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85화 (85/130)

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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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완성!"

"해독제!"

조지와 프레드가 단어를 내뱉으며 의자에 추욱 늘어진다. 그렇게 힘들었던 거냐. 완전히 의자와 한몸이 된 쌍둥이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해독제를 들었다.

"확실해?"

"고생했어."

"힘들었지."

"죽을 것 같았다고!"

"사실 지금도 그래."

조지가 띄엄띄엄 말을 내뱉고는 장렬하게 의자에 쓰러진다. 프레드는 이미 실신한 상태였다. 아니, 그래서 확실하냐고. 나는 해독제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지팡이를 휘둘러 보았다. 좋아, 적어도 블러드 프루트는 안들어있다.

나는 떨떠름하게 해독제를 노려보다가 입에 털어 넣었다. 쌍둥이가 어느새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왜 그렇게 강렬한 눈으로 바라보는거냐.

"……."

"……."

"된 거야?"

"방심하지마, 즈레드."

프레드가 비장한 표정을 하며 차트에 무언가를 적는다. 결국은 실험용이었던 거냐. 나는 지팡이를 들어 내 몸을 톡톡 쳤다.

"…어때?"

"괜찮아?"

"글쎄, 이건 질병이 아니라, 그냥 사탕의 효과여서… 애초에 감지 자체도 안되는데."

그 말을 끝으로 쌍둥이들이 바닥에 엎어졌다. 아니, 이렇게 실망할거면 왜 물어본거냐고. 조지가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다가 말을 내뱉는다.

"그나저나, 래번클로 기숙사는 조사했어?"

"……아."

"우리도 아직 안했어."

"더 노력해봐."

늘어진채로 말하는 쌍둥이들은 어째 신박했다. 이렇게 무기력한 쌍둥이라니. 애초에 무기력한 쌍둥이라는 생명체가 존재했던건가.

"그거 말인데, 추가로 조사해주어야 할 사람이 있어."

"누군데?"

"학교 관계자들, 트리저워드 심판들도."

"대가는?"

"5학년 때까지 실험을 도와주겠다는데, 설마 대가를 바라는건 아니지?"

"……윽."

쌍둥이들이 한숨을 나지막히 내쉬며 일어선다. 방금 전의 무기력한 모습은 농담이었다는 듯, 빠르게 안색을 회복한 둘은 양피지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그러면 도련님의 도움도 필요해."

"래번클로 기숙사도 도와주잖아. 교수님들은 특히 더 주의해서 봐줘."

"으음- 도련님은 무슨 교수님 할래?"

"아무나."

진짜 끝나지 않는 체력을 증명하기라도 하는건지, 쌍둥이들은 쉴새없이 떠들며 무언가를 적었다. 그러더니 양피지에 작대기 같은 것들을 그려서 가져온다. …잠깐, 저거-

"사다리타기?"

"딩동댕!"

"그냥 하면 재미없잖아?"

참 가지가지 한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조지가 상처받은 척 두 손을 가슴에 모은다. 프레드도 눈물을 닦는 척 하고 있다.

"도련님, 상처 받는다고?"

"윽! 마음이-"

"…얼른 사다리타기나 해."

프레드가 투덜대면서 양피지를 내 쪽으로 준다. 조지는 장난스럽게 군인들의 경례를 했다. 참 재밌게도 노는구나.

"도련님 먼저!"

학교 관계자들을 모두 합치면 17명이고, 심판들은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교장, 그리고 크라우치의 대역인 퍼시와 루도 베그만이 있었다. 알버스 덤블도어도 있네. 잠깐, 덤블도어?

"교장도 있는 거였어?"

"도련님이 학교 관계자라며?"

"……."

쓸데없이 할 말을 못하게하는 재주가 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덤블도어의 이름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총 21명의 사람들 중에서 안걸리기만을 바랄 뿐이다. 프레드가 흥미를 느꼈는지 눈을 반짝이면서 말한다.

"얼른 골라, 도련님!"

"도련님은 특별히 7명으로 해줄게."

"…그래, 고맙다."

전혀 기쁘지 않아. 애초에 한 명당 7명이니 특별히는 아닌 거 아니냐. 나는 불길한 마음으로 7개를 선택했다. 조지와 프레드가 가위바위보를 하고는 순서를 정했다. 프레드가 자신만만하게 7개를 고르고, 조지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린다.

"나는 못 고르잖아."

"자자, 이제 개봉해봅시다!"

프레드가 조지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며 지팡이를 휘두른다. 좀 듣는 척이라도 해주면 안되는거냐. 나는 태클을 거는걸 포기하고는 초록색의 선을 따라서 눈을 굴렸다.

"블랙, 필치, 핀스 부인, 퍼시, 루도 베그만, 덤블도어, 카르카로프…"

생각해보니까 크라우치를 조사하면 다 끝나는 일이었는데. 쓸데없이 해리 포터에게 집중해서 크라우치를 놓쳤다, 시발. 심판 나올 때 방음 마법을 걸지 말았어야 했는데.

"도련님 쪽만 심판이 몰렸네."

"덤블도어 교수님은 내가 하고 싶었는데!"

"네가 해도 돼."

"아니야. 사다리타기를 따라야지."

쓸데없이 준법정신이 뛰어나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내가 맡은 글자들을 노려보았다. 조지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유쾌한 어조로 말한다.

"우선 래번클로 먼저 보고 와."

"우리도 후플푸프 보고 올게!"

쌍둥이들이 눈을 찡끗거린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골드스틴."

"나 부른거야, 말포이?"

래번클로의 반장, 제이콥 골드스틴이 싱글싱글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이런 말 하면 안될 것 같지만 정말로 비주얼이 매드 사이언티스트 같다.

"그래, 이번 주 주말에 너희 기숙사에 가도 되는지 물어보려고."

"갈거야?

"어."

오- 나지막하게 탄성을 지르며 눈꼬리를 접어 웃는 모습이 어째 좀 소름 끼친다. 뭔가 불안한데. 그냥 안 가고 싶다. 골드스틴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럼 주말에 봐. 점심 연회 이후에 바로 찾아와줘."

"그래."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하감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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