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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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왔어?"
"다 전해준거야?"
"어."
시어도르는 말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책은 읽더라도 대답은 하던데. 도대체 뭘 읽길래 저러는거지.
"받는 애들이 뭐라고 했어?"
"엄청 놀랐을 것 같은데?"
다프네가 쿡쿡 웃으며 중얼거린다.
"도대체 내 이미지가 어떻길래 이러는거야?"
"시크한 도련님."
"병약한 슬리데린."
"냉혈한."
"고고하고 도도한 도련님."
"……."
도대체 뭐냐.
"…시어도르는 왜 저래?"
"몰라. 갑자기 뭘 중얼대던데?"
"갑자기 생각나서 말하는건데, 너희는 누가 이길 것 같아?"
"빅터 크룸."
"해리 포터."
"친구라고 편 들어주지 말고."
팬시가 어림도 없다는 듯 타박했다. 해리에 대한 신뢰도가 그것 밖에 없는거냐. 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시어도르는 여전히 책만 보고 있었고.
"아, 맞다."
"왜?"
"잡아야 되는데."
"뭘 잡아?"
"있어. 쥐새끼."
어리둥절한 얼굴의 다프네를 놔두고는 기숙사로 올라갔다. 계속 쉬기만 하다가 시간 보내는건 별로였다. 문을 열고 기숙사를 보니 크레이브와 고일이 서로 소근대고 있다.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내 침대 쪽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그러고보니 트리위저드 시합이 언제였더라.
"크레이브."
"어, 응?"
"트리위저드 시합이 언제지?"
"내, 내일 모래 쯤?"
…나 지금까지 뭐한거지.
"왜 그러는데?"
"…아무것도 아냐."
깨끗한 양피지를 펴놓고 펜으로 생각나는 것들을 다 써놓았다.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 이고르 카르카로프, 루도빅 베그만, 피터 페티그루, 볼드모트, 앨러스터 무디, 포트키.
지팡이에는 여전히 신호가 없고, 크라우치는 호그와트에 침입하지 않았다. 앨러스터 무디는 진짜 무디일 가능성이 크다.
"……."
루도빅 베그만, 이고르 카르카로프. 원작이 바뀐 시점에서 이들이 범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막막하기만 하다. 뼈를 가지고 있으니까 괜찮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위험요소는 확실하게 제거해야지. 대충 정리된 상태로 펜을 내려놓았다. 지팡이를 양피지에 톡톡 치며 중얼거렸다.
"에바네스코."
일단은 원작의 기억과 대조해 보는게 먼저였다.
* * *
"해리."
"어어?"
해리가 소환마법을 사용하며 묻는다. …진짜 열심히다. 헤르미온느가 피곤한 안색으로 나를 쳐다본다. 여기서 정상적인건 로널드 뿐이냐.
"너희 퀴디치 월드컵 때, 같이 간거야?"
"나하고 시리우스, 리무스하고 가고, 위즐리네랑 헤르미온느랑 간거야."
"너희 일등석에 앉았지?"
"어? 어."
해리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대답한다. 집중하느라 못 말하는 해리 대신에 로널드가 볼을 벌겋게 물들이며 외쳤다.
"크룸이 얼마나 멋졌는지 알아? 그 때 렁스키 페인트… 진짜-"
"항상 그 얘기야."
헤르미온느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어차피 나중이면 결혼할 관계인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분이 묘했다.
"거기에 누구 앉았어?"
"베그만, 윙키, 아, 윙키는 집요정이야. 나랑 헤르미온느, 그리고 우리 가족들, 해리랑 시리우스, 리무스, 그리고… 음…"
"이제 기억 안나지?"
헤르미온느가 놀림조로 물었다. 로널드가 더 생각하려는 듯 미간을 찌푸린다.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아무튼, 일등석에 앉았던 사람들은 원작과 일치하는 것 같다.
"로널드, 호그와트로 갈 때, 무디 교수님이 소란을 피워서 위즐리 씨가 너희보다 먼저 출근했어?"
"……? 아니?"
시리우스의 말도 맞는 것 같다. 무디가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크라우치도 안온거겠지. 가만히 지팡이를 휘두르던 해리가 짜증스럽게 중얼거린다.
"조용히 좀 해줘. 내일 모래가 시합이란 말야."
"들었지, 론?"
로널드가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인다. 헤르미온느가 나에게도 꾸중을 하기 전에 자리를 피했다.
* * *
"…아직도 책 보는거야?"
기숙사에 나왔을 때나, 들어갔을 때나 시어도르는 책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팬시가 혀를 끌끌 차며 비웃는다.
"머리에 든 것도 없는 주제에."
"너 뭐라고 했냐."
시어도르가 책을 덮고는 팬시를 노려본다. …역시 듣고 있었다.
"너보다는 내가 똑똑해."
"내가 더 똑똑하거든?"
"자, 자. 그러지 마. 그냥 승부로 가려내면 되잖아?"
다프네가 다독이며 웃음기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다독이는 척 하면서 부추기는 거냐. 다프네의 눈동자에는 흥미로움이 가득했다.
"승부?"
"그래, 한 달 동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승리."
"그건 너무 불리하잖아!"
"싫어?"
"아니."
"읽은 책은… 독후감 써서 내는거지."
시어도르가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마저도 다프네의 박력에 눌렸지만. …도대체 너희 뭐하는거냐.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
둘이 경쟁이라도 하듯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다프네가 쿡쿡 웃으며 팬시가 앉았던 자리에 앉는다.
"…꼭 이럴 필요가 있어?"
"이러면 당분간은 휴게실이 조용하잖아?"
다프네가 상큼하게 웃는다. …가끔보면 쟤가 제일 무섭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