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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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데린들은 여전히 동요하는 기색이었다. 스네이프가 아니라고 말했으니 몰아붙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넘어가기에는 찝찝한 기색이다.
하긴 원작에서도 이렇게 들켰지. 그 때는 너무 화가 난 스네이프가 맞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늑대인간이 확실해."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정말이라니까?"
근데 진짜 남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휴게실에서 언쟁을 펼치고 있는 슬리데린들을 보았다. 크레이브와 고일도 그곳에 껴있었다. …너희가 무슨 래번클로냐.
"어? 드레이코, 어디 가?"
"기숙사."
"그래?"
"말포이."
크레이브가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는데 옆의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누구냐. 자세히 보니 모르는 사람이다. …진짜 누구지.
"…네?"
"넌 궁금하지도 않은거니? 그 교수가 늑대인간 일지도 모르잖아."
"별로요."
내가 알게 뭐냐. 대충 그런 심정을 담아 말했더니 누군지 모를 여자의 얼굴이 구겨진다.
"…네가 말포이임을 자각해."
"아, 네."
대충 대답하자 더 구겨진다. 얼마나 구겨지는 거지. 계속 구경하려다가 또 입을 여는 것 같아 다시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 제자리에 있으면 충고(를 빙자한 자기자랑)를 들을 것 같았다.
"잠까-"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더 들렸지만 적당히 무시했다. 어차피 원작대로 안 행동해도 되니까, 상관할 필요도 없다.
* * *
Side, Pansy Parkinson
"잠까-"
"선배, 그만하시죠?"
"……?"
팬시는 파울리를 보며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렸다. 감히 드레이코를 건드리다니. 슬리데린 내에서 아픈게 기정사실화 된 아이를? 아니, 그것을 빼도라도, 감히 드레이코 말포이를.
"드레이코가 아픈건 사실이잖아요. 아픈 사람한테 하실 말씀이세요?"
"그래서, 넌 이대로도 괜찮은거니? 교수가 늑대인간일 수도 있어!"
"그건 좀 문제가 될 것 같네요."
"그렇지? 게다가 저 애는 순수혈통의 자각도 없다고!"
"파울리 선배."
팬시가 나긋나긋한 어조로 말했다. 확실히 그녀의 어투로만 본다면 봄햇살이 내리쬐는 것 같은 따뜻함이다. 하지만 팬시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선배가 할 말이 아니신 것 같네요. 지금 이렇게 소리지르는 것도 순수혈통에 대한 자각이 없는 행동 아닌가요?"
"……."
"그리고, 순수혈통에 대한 자각을 안가져도 상관 없잖아요?"
팬시는 말하고나서 묘한 해방감을 얻는 것 같았다. 다른 슬리데린들이 수근거리는 목소리가 팬시에게까지 들려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는거니?"
"네, 애초에, 애초에… 순수혈통 같은 것만 없었더라면 이러지는 않았겠죠. 드레이코가 그렇게 될 일은…!"
팬시가 퍼득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건 드레이코의 사생활이었다. 그녀가 말할 문제가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면 어떡하지? 팬시가 걱정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다른 이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보다는 그녀의 앞쪽 말이 더 충격적이었으므로.
"…순수혈통이 없으면 좋겠다는 뜻이니?"
파울리가 무섭게 눈을 부라렸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아니, 돌이킬 생각도 없었다. 언제부터 였지? 포터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부터였나.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았을 때 부터일 수도 있었다. 팬시가 똑같이 눈을 크게 떠주며 활짝 웃고는 말했다.
"정확하시네요."
* * *
Side, Severus Snape
적막만이 가득한 교장실. 여전히 쓸데없는 것들이 줄줄히 놓여있다. 세베루스가 그걸 대충 흝고는 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파란색 눈이 웃음기를 머금으며 휘어진다.
"그래, 세베루스. 왜 부른건가?"
"드레이코의 문제 때문입니다."
세베루스가 그렇게 말하며 노인, 덤블도어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덤블도어는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몇 주, 몇 개월이 지나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드레이코를 도와주십시오."
"허허, 세베루스. 그는 호그와트에서 나가지 않았다네. 치료제도 개발 중-"
"그것말고는 하시는게 없잖습니까!"
세베루스가 빠르게 말을 끊었다. 호그와트에서 안나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폼프리 부인과 자신이었다. 덤블도어는 그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자금의 문제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다네."
"교수님, 그 애는… 고문을 당해왔습니다. 드레이코에게 물어보고 그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죄값을 치루는게 좋겠죠. 이 일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세베루스."
덤블도어가 조금 진중한 기색으로 웃었다. 세베루스는 이 웃음의 의미를 잘 알았다. 몇 번이고 본 적이 있는 의미심장한 웃음.
"드레이코를 끌어들이려고요?"
"……."
"그 애를요? 또 무슨 일을 생각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 13살 아이입니다!"
"세베루스, 모두를 위한 일이라네. 자네를 위한 일이기도, 릴리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 어쩌면 그 아이를 위한 일 일수도 있다네."
"그것 참 대단하신 말씀이군요. 고문 당한 제자를 내버려 두는 게 릴리를 위한 일입니까?"
세베루스는 그렇게 비꼬며 덤블도어를 노려보았다. 덤블도어는 싱긋 웃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세베루스가 무슨 말을 할 줄 안다는 듯이 말이다. 릴리를 위한 일. 그건 세베루스를 멈출 수 있는 족쇄이기도 했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가만히 있다가, 결국 이를 빠득 갈고는 교장실을 나갔다.